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7화 (7/215)

7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카일은 던전에 많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3층에서 코볼트를 상대로 경험을 쌓고 있었다.

개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코볼트는 흡고블린보다 빠르고 강하며, 그 이빨에는 세균까지 있어서 골치였다.

코볼트에게 물린 부분을 빠르게 불로 소독하지 않으면 나중에 신전에서 수십 골드의 치료비가 깨질 수도 있는 무서운(?) 몬스터였다.

“뭐, 안 물리면 되지만 말이…야!”

“캐애앵!”

카일이 휘두르는 숏 소드 한 방에 코볼트가 비명을 지르며 절명했다.

“주인님. 두 마리 더 보내겠습니다.”

“오케이.”

검은 바람은 열 마리가 넘는 코볼트를 능숙하게 상대하면서 가끔 한두 마리씩 뒤로 흘려보냈다.

카일의 실전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연습 상대인 것이다.

사실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코볼트야말로 몬스터의 시작이라고 평가 받는 놈이기도 했다.

고블린이나 흡고블린도 몬스터긴 하지만 작정하고 무기를 든 성인 남성이 싸우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코볼트 부터는 일대일로 보통 사람들이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그냥 농부가 괭이를 휘둘러서 쫓아낼 수 없는 위험한 생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코볼트를 일대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최소한 보통 사람을 넘어서는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주인님도 이제 코볼트 두세 마리 정도는 능숙하게 처리하실 수 있군.’

카일이 코볼트 두 마리를 상대로 능숙하게 싸우는 것을 보며 검은 바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힘만 좋은 일반인이나 다름없던 카일이었지만 속성으로 경험치를 쌓게 하니 빠른 속도로 실력이 붙었다.

사실 여기에는 카일의 초능력인 신체 강화가 한몫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은 바람이 그만큼 열과 성을 가지고 카일을 가르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노예로 팔려 왔을 뿐이라면 의무적으로 가르쳤겠지만 검은 바람은 진심으로 카일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조언과 기술을 아끼지 않고 전수했고 덕분에 카일은 빠르게 보통의 모험가들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슬슬 때가 되었다.

코볼트 무리를 다 정리한 후 검은 바람이 말했다.

“주인님. 슬슬 5층으로 내려가 보시겠습니까?”

“5층으로? 너무 이르지 않나?”

3층으로 내려온 지도 아직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5층으로 내려가자고 하니 조금 긴장됐다.

“아닙니다. 지금 주인님의 능력을 생각하면 5층에 나오는 오크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은 바람은 자신이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고작 5층의 몬스터 따위는 제가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흐으음…그건 그렇지.”

사실 카일로서도 검은 바람의 제의는 반가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돈도 슬슬 위험하니까 말이야.’

카일이 처음 바이에른에 왔을 때 소지금은 13골드였다.

이 돈으로 노예인 검은 바람을 구입하고, 장비를 구입하고 길드 등록비에 기타 등등의 생활비 등등을 충당했다.

아직까지 던전에서의 활동은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했으니 경제 상황은 쭉 적자였던 것이다.

이제 수중에 남은 돈은 2골드 50실버.

슬슬 수입을 흑자로 전환하지 않으면 모험가로서 살아가는 것도 위험한 상황이다.

그러니 카일의 입장에서도 검은 바람의 제안은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예. 그럼 올라가는 대로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카일의 본격적인 모험가로서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 * *

바이에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던전 공략은 5층부터가 직업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1층부터 4층까지는 아무리 돌아 다녀도 돈이 안 된다는 말이다.

나오는 몬스터가 약해서 열 마리 잡아야 한 마리가 마석을 줄까 말까 하는데 그나마 나오는 마석은 최하급 아니면 가끔 나오는 하급이다.

하지만 5층의 대표 몬스터인 오크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오크를 열 마리를 잡으면 두세 마리 정도는 마석을 준다. 그것도 하급 마석을 말이다. 그 중에서도 열에 한 번 정도는 중급 마석이 나온다.

길드에서 매매하는 마석의 시세는 최하급이 1실버, 하급이 5실버, 그리고 중급은 무려 20실버다. 하루 종일 던전을 돌아다녀도 일당으로 10실버 벌기도 어려운 저층에 비하면 5층부터는 수입이 확 올라간다. 그래서 대부분 제대로 된 모험가들은 5층 이하의 던전에서 활동한다.

문제는 5층쯤 되면 활동 난이도가 확 달라진다는 것이다. 몬스터의 강함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당일치기가 불가능하다. 이동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1층의 입구에서 5층까지 향하는 이동 거리는 세 시간에서 여섯 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의 편차치가 큰 것은 중간에 걸리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데, 이는 모험가들마다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모험가 길드에서는 1층부터 7층까지의 지도를 팔고 있으니 길을 잃지 않고 최단거리로 이동해도 이렇다는 말이다.

즉, 아무리 빠르게 처리하고 이동해도 기본 세 시간은 걸릴 정도로 5층의 입구가 멀다는 것이다.

결국 빨리 이동해도 왕복 여섯 시간인데 이래서는 한 번 올 때마다 사냥에 집중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5층 이하로 내려오는 몬스터들은 짧게는 이틀에서 사흘.

길게는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던전에서 체류하면서 사냥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던전에서 숙식을 하며 사냥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불침번도 필요하고, 식량과 식수도 필요하며 그 밖에 자잘한 준비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 초보들은 그걸 잘 모르고 실수해서 일을 망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다행인 것은 카일의 경우 검은 바람이 5년 이상 던전에서 전투 노예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당시에도 던전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와 물자의 준비는 노예였던 검은 바람의 몫이었고 이 방면에서 검은 바람은 완벽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식량은 건량과 말린 과일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물은 수통을 큰 것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던전 안에서 식수를 얻을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되어 있으니 다른 모험가들과 충돌을 피하려면 한번에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는 통이 좋습니다. 또, 횃불의 여분으로 부싯깃과 부싯돌을 꼭 챙겨야 하며 모든 물자는 여분을 가지고 준비해서 각자 짊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한쪽의 짐이 없어져도 생존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또…….”

쏟아지는 검은 바람의 설명을 카일은 귀찮아하지 않고 진지하게 들었다.

‘이거 모두 알아 둬야 하는 일이지.’

검은 바람이 노예로 있으니 어차피 모든 준비를 알아서 하겠지만 카일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는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지금 검은 바람이 해주는 말은 앞으로 모험가로서 살아가려면 무조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기초 상식과도 같은 것이다.

당연히 들어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그런데 불침번은 어떻게 하지? 우리 둘이서 돌아가면서 하면 되기는 하지만…….”

“저는 마음먹으면 하루 30분의 수면으로 사나흘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어디 신형 배터리냐?”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마어마한 체력과 정신력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면시간이 줄어들면 네 전투 능력에 영향이 있지 않나?”

“조금은 그렇습니다. 대략 2할 정도의 전투력이 떨어지겠죠.”

“그럼 안 되지.”

“하지만 5층의 몬스터는 대부분이 오크라고 했으니 그놈들을 상대하는 것 정도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래. 알았다. 어쩔 수 없군.”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달리 수가 없었다.

‘빨리 돈을 벌고 노예의 숫자를 늘려야지.’

결국 불침번은 사람의 숫자가 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최종적으로 검은 바람 같은 노예 열 명을 구입하면 만사가 해결될 거야. 지금은 있는 것만 가지고 최선을 다해 보자.’

그렇게 카일은 5층으로 내려가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나고 카일과 검은 바람은 던전으로 출발했다.

평소에는 간단한 무장과 횃불과 배낭 정도만 챙겼지만 이번에는 필요한 장비가 많아서 짐도 한 가득이었다.

검은 바람과 카일 모두 제법 큰 배낭을 매고 있었다.

“빠트린 건 없지?”

“예. 주인님.”

“좋아. 가자 검은 바람. 돈 벌러.”

“예.”

카일은 비장한 각오를 하고 던전으로 들어갔다.

이번 던전행의 준비를 위해서 가지고 있는 돈을 거의 다 썼다. 그러니 이번에 적당한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정말로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무조건 돈 벌어서 올라온다.’

결연한 각오와 함께 카일은 던전에 들어갔다.

* * *

1층, 2층, 3층까지는 별일이 없었다.

중간에 나오는 몬스터들은 이미 익숙해진 상대였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검은 바람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싸웠다.

본 목적지가 5층인 이상 카일의 연습용으로 남겨 둘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검은 바람이 앞장서서 롱 소드를 붕붕 휘두르면 고블린이나 코볼트 따위는 마치 낫으로 풀을 베는 것처럼 손쉽게 절단되었다.

‘막히는 게 하나도 없네.’

카일은 등에 매고 있는 무거운 배낭을 벗을 틈도 없었다. 그저 앞장서서 걸어가는 검은 바람을 묵묵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충분했다.

문제가 된 것은 4층부터였다.

“제길, 이래서 평이 안 좋은 건가?”

카일은 4층에 들어가자 코를 찌르는 악취에 코를 막았다.

4층, 이른바 언데드가 나오는 층이다.

던전마다 반드시 언데드만 나오는 층이 있는데, 이 던전의 경우 4층이 그랬다.

언데드라고 해도 저층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 수준은 높지 않다. 고작해야 썩은 시체가 돌아다니는 구울이 다였다.

문제는 이 구울은 어마어마하게 악취를 풍긴다는 것이다.

마석은 코볼트보다 조금 더 잘 주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악취를 참고 사냥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바이에른의 던전을 공략하는 모험가들에게 있어서 4층은 가장 기피하는 층이었다.

“그어어어어.”

“그르르르르.”

가래가 끓는 목소리를 내면서 전진해 오는 구울을 보며 카일이 말했다.

“검은 바람, 최대한 빠른 수단으로 통과하자.”

“예. 주인님.”

그리고 검은 바람은 이제까지와 같이 앞장서서 구울들을 썰어갔다. 구울들의 몸이 토막 날 때마다 썩은 악취가 풍겼지만 검은 바람은 비위가 강한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척척 움직였다.

‘어떻게 이 악취를 참는 거지?’

카일은 한 시라도 빨리 이 층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카일뿐만이 아니었다.

4층은 누구나 있기 싫어하는 장소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최단거리로 5층으로 내려가기를 원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최단거리를 선택해서 이동했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던전 안에서 모험가들 끼리 만나는 사태가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주인님. 앞에 일행이 있습니다.”

“음,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봐서는 그리 멀지 않은 듯합니다. 기다릴까요?”

“그게 암묵적인 룰이라고 했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기다리자.”

모험가의 매너라고 할까?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던전에서 가능하면 모험가들끼리 접촉하지 말 것’이다.

던전이라는 곳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장소다. 그런 장소에서 서로 안면이 없는 모험가들 끼리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더 많다.

우선 몬스터의 전리품의 배분 문제.

두 개 이상의 무리가 뒤섞여서 난전을 벌였을 경우 누가 누구를 처리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마석이나 전리품의 배분을 공정하게 할 수가 없다.

거기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람은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피라미라도 좋으니 같은 모험가를 죽이고 장비와 소지품을 파는 것이 더 짭짤할 수가 있다.

어떤 의미로는 몬스터 이상으로 사람이 더 위험하다.

그래서 던전 안에서는 같은 모험가들 끼리 서로 접촉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고, 지금처럼 소리로 서로를 알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앞의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카일은 그 룰에 충실하게 기다렸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님. 소리가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뭐야? 저쪽에서 오고 있단 말이야?”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제길, 설마 우리를 노리고 오는 건 아니겠지?”

카일의 말에 검은 바람은 잠시 귀에 정신을 집중하다가 말했다.

“그보다는 이쪽으로 도망쳐 오는 것 같습니다.”

“도망?”

카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무리의 모험가들이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아―!”

“도와주세요!”

“살려 줘!”

‘뭐야 저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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