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화 (1/215)

1화

서기 2221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지옥이라고 평가받은 세계 4차 대전이 끝났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세계 3차 대전이 무엇으로 벌어질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 4차 대전은 돌과 몽둥이로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틀렸다.

세계 4차 대전은 돌과 몽둥이가 아닌 훨씬 더 끔찍한 수단으로 이뤄졌다.

초능력.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능력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주축이 된 전쟁.

그것이 세계 4차 대전이었다.

세계 3차 대전인 핵전쟁 이후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방사능 수치와 변질된 지구의 환경은 소수의 인류를 돌연변이로 만들었고, 그들이 초능력에 눈을 뜬 것이다.

개인이 군대를 파괴하고 지형을 변화시킬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 초인들이 즐비하게 등장했다. 그리고 그들 간의 전투는 지구의 인구를 더 빠르게 줄여갔다. 100억을 바라보고 있던 지구의 인구수는 2억 이하로 줄어들었다.

서기 2222년.

전쟁이 끝나고 세계 통일 정부는 한 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초능력자 국가 관리 통제법.

초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간은 그게 누구든 간에 뇌에 마이크로 칩을 이식 받고 통제를 받아야 했다. 그 마이크로 칩은 위치추적과 도청이 가능했으며 최후의 수단으로 초능력자를 뇌사 상태로 빠트릴 수도 있었다.

모든 초능력자는 그 칩을 이식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세계 정부에서 관리를 받아야 했다. 명백하게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었지만 세계는 납득했다. 초능력자들의 권력을 쥐고 세계를 쥐락펴락 하던 결과 벌어졌던 처참한 4차 대전을 기억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초능력자들은 모두가 잠재적인 위험인물… 아니 그냥 위험물이었다.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탈출하려고 하는 초능력자는 모두 범죄자 취급받았고, 정부에 협조하는 초능력자는 인간 병기 취급을 당했다.

나 역시 그런 세상에서 초능력자로서 태어났다.

KA―98746번.

이게 내 이름이다.

초능력자 사이에서 태어나서 초능력자로 확인되자마자 친부모와 떨어졌고, 인식 번호로 분류되어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철저하게 정부의 통제하에 자랐고 그들은 내 능력을 연구 개발했다.

그렇게 해서 각성한 내 능력은 굉장히 특수한 능력이었다.

능력자의 각성과 육성.

기존의 초능력자를 강화하고 초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에게 초능력을 각성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다.

정부는 나의 힘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초능력자의 존재가 중요해진 세상에 있어서 나의 능력은 혁신적일 정도로 굉장했다.

내가 이 능력을 키워 가면 갈수록 나를 향한 정부의 대우도 차츰 좋아졌다.

세계 정부는 범죄자들의 머리에 마이크로 칩을 박은 후 나에게 능력을 각성시키게 했다.

그렇게 해서 정부의 뜻에 절대 복종하는 초능력군단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해서 10년.

내 능력으로 인해서 세계 정부는 수만 명의 초능력 부대를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더욱더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세계정부에 협조하면서 그 안에서 확고한 내 위치를 다져가고 있었다.

때때로 더러운 일도 해야 했지만 모두 감수했다.

당장 눈앞의 일보다 먼 미래를 보고 거국적으로 생각하면 세계 정부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세계 정부에서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일원이라는 자긍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세계 정부는 그렇게 정의로운 곳이 아니었고 나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다.

내가 만든 초능력 부대가 충분한 힘을 가지게 되자 그들은 더 이상 나를 필요치 않았다.

오히려 불안 요소로 여겼다.

나라는 존재가 레지스탕스에게 넘어갔을 때 세계 정부를 향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나를 처리하기로 정했다.

나를 은밀한 장소로 유인한 후 내가 직접 키운 초능력 부대를 투입해서 나를 말살하기로 한 것이다.

“순순히 죽어주기를 바란다. KA―98746번.”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고 이 개자식들아!”

당연하지만 나는 순순히 죽지는 않았다.

내 생에 처음으로 정부에 대항해서 싸웠다.

자기들 멋대로 키우고, 자기들 멋대로 처분하는 세계 정부의 행동에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솟았다.

그동안 세계 정부를 믿고 따르면서 언젠가 내 인생에 합당한 대가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도 화가 났다.

하지만 나에게 승산은 없었다.

특수 능력을 제외하면 내 개인의 힘은 C급 하위권의 초능력자일 뿐이다.

결국 허무한 반항 끝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염동포에 내 전신은 파괴되어갔다.

“하아악… 하아아…….”

힘이 다해서 쓰러진 나는 죽음을 실감하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나에게 세계 정부의 인물이 와서 비릿한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잘 가라. KA―98746번. 네가 그동안 세계 정부에 끼친 공헌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제길,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고 이 X새끼들아!’

원통함과 분함 속에서 나는 놈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리고 놈이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 순간…….

타앙.

내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내 인생은 끝났다.

그런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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