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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98화 (198/200)

제198화

천계로 향하기 전, 석찬은 이브와 동료들을 만났다.

“그러니까, 지금 천계를 간다? 적의 본거지를, 단 둘이서.”

진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양 한 단어 한 단어를 명시해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뭐, 넌 원래 미친놈이었으니까. 다른 사람은 안 데려가게?”

“마음 같아서는 다 데려가고 싶지. 그렇지만….”

천계로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계승자의 자격을 인정받은 석찬과 원래 신이었던 투신 라우르뿐이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나?’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잡으면 발동되는 히든 퀘스트는 성공만 한다면 전부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었고, 덕분에 일행들도 굉장히 강해진 상태였다.

전원 귀족급 악마, 상급 천사 이상은 혼자서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으며, 특히 진현, 이브, 천무진은 다른 이들보다 더더욱 뛰어난 강함을 자랑했다.

천무진은 전날 밤 대천사와의 일기토에서 승리해 수급을 취해왔고, 진현 또한 공작급 악마 하나와 피 터지는 난타전을 벌여 승리를 쟁취했다.

이브는….

‘화신이라고 했나?’

4대 원소 중 불을 담당하는 신인 화신(火神). 석찬 일행의 깽판에 보다 못한 그가 석찬이 사라진 틈을 타 그들을 급습하려고 했지만.

‘어딜 가시려는 건가요?’

순백의 마력이 화신을 눈 깜짝할 새에 도륙 내 버렸다는 사람들의 증언이 있었다.

‘화신이라면 분명….’

하급이긴 했지만 전투 신으로 분류되는 강력한 신이었다. 그런 이를 홀로 압도하다니. 새삼 경외감이 들려는 찰나.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주실래요? 아무리 오빠여도 불쾌감이 생기려고 하니까.”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한 석찬이 그들을 쓱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나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오래는 안 걸릴 것 같으니까, 이 전쟁을 마무리하고 있어줄 수 있을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아쉽네.”

진현이 혀를 쯧 차며 건틀릿을 고정했다.

“오케이,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 깔끔하게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도 더 이상 투정만 부리는 예전의 진현이 아니었다. 깔끔하게 인정한 그가 작별의 악수를 하려는 순간.

“그, 도중에 미안한데 말이야.”

갑자기 두 남자 사이에 거구의 남자 끼어들었다. 라우르였다.

“라우르? 갑자기 왜.”

“생각해보니까, 있을 것 같다.”

“뭐가요? 설마…?”

“그래, 어쩌면 전부 천계로 갈 수 있겠어. 내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 마계까지도 가능할 거다.”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에 석찬이 그의 어깨를 콱 붙잡았다.

“뭔가요?”

“아아, 야 인마! 어깨 부서지겠다!”

어깨를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그 라우르가 아프다며 팔을 치우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그 방법이란 건?”

“내가 예전에 공간 녀석의 힘을 얻은 건 말해줬지?”

“예.”

공간을 관장하는 신. 라우르의 기억에서 한두 번 스쳐 지나간 공간신에게서 착안을 얻어 개발한 라우르만의 텔레포트 기술.

그것 덕분에 마계도 갈 수 있었고, 적밖에 존재하지 않는 천마대전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걸 사용하시게요?”

확실히 그 텔레포트라면 인원 모두를 천계에 데려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나 혼자서는 힘이 모자라. 한두 명도 아니고, 허가받지 않은 자 여섯과 함께 가는 건….”

“저희는 빠지겠습니다.”

그때, 오펠리아와 비유가 손을 들었다.

“엉?”

“천계, 한 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었지만, 굳이 지금 구경하러 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희도 염치라는 게 있습니다. 사실상 저희가 함께한 것은 며칠뿐. 이런 일에 낄 깜냥이 아니라는 건 잘 압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 오케이.”

넷으로 줄어든 인원, 그때, 렐이 손을 들었다.

“저도 빠질게요, 아저씨.”

“응?”

렐이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괜히 짐만 될 것 같거든요.”

렐 또한 히든 퀘스트를 받아 무지막지한 성장을 거듭했지만, 원조 석찬 일행에 낄 정도는 아니었다.

그 점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석찬은 일이 진행돼도 이렇게 빨리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수년의 시간을 걸치며 렐을 단련시킬 계획이었지만, 여러 사건이 겹치며 그녀를 만난 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100층에 올라버렸다.

“알았어. 네 생각은 존중할게.”

“고맙습니다.”

“고맙긴 뭘.”

“그럼, 앞에 세 녀석만 가는 걸로 결정된 거냐?”

이브와 진현, 천무진을 보며 눈짓하는 라우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석찬.

“오케이. 그럼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겠어. 석찬아, 조금만 도와라.”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라우르는 빠르게 텔레포트 기술에 대한 이론과 사용법을 전수했다. 마력을 다루는 것에는 워낙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석찬인지라, 단 세 시간 만에 기술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을 익힐 수 있었다.

“역시 넌 괴물 새끼야.”

“괴물은 무슨.”

“얌마, 내가 이거 처음 만들었을 때는 세 시간이 아니라 삼 년이 걸렸다.”

“삼 년이나요?”

“뭐,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었기는 했지만… 에이 씨, 어쨌든 할 줄 알겠으면 빨리 와서 도와!”

석찬을 향해 윽박지른 라우르가 마법진을 새기기 시작했다. 석찬 또한 그를 따라 마법진의 한쪽을 빼곡하게 새겼다.

“자, 잘 들어라. 지금부터 우리는 천계와 마계를 전부 갔다 올 것이다.”

라우르의 설명에 진현이 의문을 표했다.

“마계까지요? 천계만이 아니라?”

“신 놈들이 탑을 만든 이유. 이제 너희도 다 알잖아?”

진현을 비롯한 세 남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석찬에게 들은 계승자 이야기. 그 안에는 탑의 존재 이유도 전부 명시되어 있었고, 세 사람도 이제 탑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론 신 놈들이 착한 놈이라는 건 아니야. 갑자기 인간을 끌고 와서 탑에 던져두는 그 새끼들도 몹쓸 새끼들이긴 한데, 진짜 개새끼는 마신이라는 거지.”

석찬의 말에 세 사람이 동시에 눈을 맞추었다.

“알겠습니다. 가죠.”

“설명만 마저 하고. 자,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라.”

라우르는 말했다.

“아무리 우리 둘이 힘을 합쳤다고 해도 불순물을 네 놈씩이나 탑 밖의 공간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계에서 일주일, 마계에서 일주일, 도합 이주일이 다섯 사람이 두 세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것 또한 일주일에서 석찬의 신마력이 지닌 힘 덕분에 이주일로 연장된 것이라고 한다.

“자, 뭐. 설명은 이쯤 하면 된 것 같고. 또 주의사항 같은 건… 석찬이 녀석이랑 이브 말고는 신이랑 단독으로 싸우지 말고. 혹시 모르니까 니들 둘은 같이 다녀….”

“그건 걱정 마쇼. 이 아저씨와 저는 한 몸이라고요. 맞죠, 진현 아재?”

“손목이 잘리고 싶지 않으면 당장 치우는 것이 좋을 거야.”

은근슬쩍 어깨에 팔을 걸친 진현에게 섬뜩한 일갈을 날리는 천무진.

“뭐, 여기까지 왔는데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모두, 위에서 보자고!”

라우르의 신력과 석찬의 신마력이 합쳐지자, 마법진에서 거대한 빛이 일었다.

‘큭…!’

잠시 후, 빛이 거둬졌을 때, 석찬의 눈앞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새하얗다 못해 빛이 날 것 같은 신전 건물들이 이곳저곳 들어선 가운데, 날개 달린 인간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여기가… 천계?’

기감을 확장시키자, 천사 특유의 신력이 다수 포착되었다.

‘맞는 것 같고… 애들은?’

천사의 신력들 사이로, 인간의 마력이 셋 포착되었다.

‘거리는 멀지 않다.’

일단 합류를 결정한 석찬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어이, 거기. 잠깐만!”

갑자기 천사 하나가 석찬을 막아 세웠다.

“무슨 일?”

“너, 행색이 특이한데?”

천사는 석찬이 걸친 갑옷과 허전한 등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급? 아닌데… 설마. 인간?”

“인간이면 뭐 어쩔 건데?”

“말이 짧군, 인간.”

천사가 힘을 끌어올렸다. 그는 두 개의 날개를 가진 중급 천사였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쪽도 못 쓸 정도로 강한 상대였지만, 석찬은 손가락 하나만 써도 그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석찬은 그 천사를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 녀석을 죽인다면 이목이 끌리고 신들을 모으기 편하겠지만.’

상대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서 적을 상대하기보다는 일행과 합류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기에 석찬의 행동은 별거 없었다.

“어이, 인… 히익.”

간단한 살기만으로 천사를 제압한 석찬의 그의 귓가에 살며시 말했다.

“신들한테 전해. 강석찬이 지금 천계에 있으니까, 처신 잘하라고.”

“강석…찬? 설마?”

“맞으니까. 보내줄 때 가라.”

그를 대충 던진 석찬은 이브와 동료들을 찾아 길을 나섰다. 다행히 그들을 찾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아!”

“왔냐?”

“왔군.”

세 사람 다 천사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본 천사에게 했던 것처럼 조치를 취한 석찬이 마지막으로 라우르를 찾기 위해 신마력을 쫙 뿌렸다. 라우르를 찾는 것 또한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찾았… 언제 거기까지?’

바로 그가 있는 장소. 천계의 중앙 쪽에 위치한 그의 신력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하긴, 라우르는 원래 천계에 거주하고 있었으니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전부 알고 있을 테지.’

또한 파괴신을 비롯한 신들에게 원망감도 충만했기에 단독 행동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콰광! 쿠구궁.

때마침, 라우르의 신력이 느껴지는 방향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리고 천사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아무래도, 시작한 것 같지?”

“네.”

“우리도 늦기 전에 빨리 가자고.”

네 사람도 서둘러 이동을 시작했다. 석찬 또한 편린에 불과하지만 천계의 모습을 몇 번 보았기에 몇몇 지름길을 이용해 빠르게 중앙으로 향했다.

“오빠, 여기 와본 적 있어요? 이런 건 어떻게 안대?”

“다 아는 방법이 있어. 나중에 알려줄게.”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쾅!

석찬의 귓가 너머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저건….’

그것은 천사, 아니, 천사였던 것이었다. 날개는 갈기갈기 찢어졌지만 자세히 보니 천사장이었다.

‘라우르.’

천사의 몸에 남은 라우르의 잔재에 석찬이 이동을 서둘렀다.

“라우르!”

예상대로, 그는 천사들과 대치 중에 있었다. 천사들은 각자 무기를 그에게 겨누고 있었고, 그는 여유롭게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배반자를 죽여라!”

“더러운 배신자!”

“거, 배신자, 배신자, 듣기 거북하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나 배신자 아니라고!”

당연하게도, 천사들은 라우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라우르! 들려요!”

“잠시만! 이 녀석들만 조금 정리하고 대답하자!”

말려볼 틈을 찾아보려 했지만, 천사들이 떼를 지어 라우르를 포위하고 있었기에 불가능했다.

“알았어요, 죽이지는 말아요!”

“알아서 조절 중이니까!”

쾅!

때마침 라우르의 주먹에 맞은 천사가 피를 쏟으며 바닥을 굴렀다.

‘도대체 뭐가 조절 중이라는 거야?’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패는 라우르를 앞에 두고 천사의 수는 점점 줄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중한 전력이 낭비되고 있어 와봤더니… 네 녀석이냐?”

익숙한 음성과 함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카만 흑발에 반쯤 가려진 짙은 자안이 어둡게 빛났다.

“드디어 행차하신 거냐? 파괴신!”

투신과 파괴신의 눈이 마주쳤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힘을 되찾았다고 앞뒤 분간도 못 하는 머저리가 된 건가?”

“아니? 딴 거 다 필요 없고 네 녀석 모가지나 따려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난 예전의 내가 아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두 사람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각자의 신력이 주변 공기를 압박했다.

“큭…”

남아있던 천사들이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그럼 간다. 맞고 울지나 마라.”

“와라!”

잠시 후, 두 신이 격돌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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