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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93화 (193/200)

제193화

“키에에에엑!”

악마와 놈들의 수하로 보이는 괴물들. 한두 마리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수천에 달하는 녀석들이 일순간에 몰려왔다는 것.

“무슨 일이야!”

“정신 차려! 모두 마을을 지켜라!”

그러나 한 명 한 명이 베테랑인 만큼 상황 판단이 빨랐다. 게다가 90층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출중한 무력을 지닌 자들뿐. 저급한 악마들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 따위가!”

촤아악!

물론 귀족급 악마는 그들조차 쉬이 상대할 수 없었다. 석찬이나 알프레드 일행 같은 탈 인간의 전력을 가지지 않은 이상, 귀족급 악마를 잡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었다.

“대형을 갖춰! 스킬을 아끼지 마!”

사람들이 힘을 합쳐 악마를 대항하기 시작했다. 천사들도 무자비하게 악마를 학살하는 와중, 알프레드는 어두운 표정으로 부서진 하늘을 응시했다.

“젠장… 결국 시작된 건가.”

“뭐 아는 거라도 있어요?”

미쉘의 물음에 그는 씁쓸한 웃음과 함께 놀랄 만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이 전쟁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뭐라고?”

“자세히 말해봐라. 인간.”

엘리자베스 또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에게 다가왔다.

“내가 말했지. 파괴신의 화신이 되는 대신에 조건을 하나 달았다고. 아니, 이전에… 다들 탑이 세워진 이유에 대해 알고 있지?”

“악마에게 대적할 병사를 만들기 위해.”

“맞다. 대부분은 그저 악마에 대항할 힘을 기르게 해준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는 정확히 알고 있군.”

라우르의 기억에서 만난 절대신 고든은 한 가지가 더 있다고 했지만, 지금의 석찬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우선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만 말했다.

“파괴신의 계획은… 적당히 육성된 병사들을 데리고 전쟁을 치른다는 것이었어. 하지만, 나는 반대했지.”

이는 탑을 95층까지 오른 알프레드가 수년의 조사 끝에 알아낸 사실로써, 그는 인간이 신과 천사들의 노예가 되게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와중 그는 파괴신으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았다.

‘너, 내 화신이 되어라. 대신 그 기간 동안은 계획을 없던 것으로 해주지.’

‘내가 널 어떻게 믿지?’

물론 처음에는 그도 파괴신을 믿지 않았다. 파괴신 본인의 계획을 미룬다고? 그는 이어 말했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네놈이 내 화신이 된 동안은 인간들을 전쟁의 소모품으로 내세우지 않겠다.’

이외에도 파괴신은 여러 보상을 내걸었다.

“보상에 혹한 건지, 아니면 당장 급한 불을 끄려고 했던 건지, 당시의 나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보험용으로 이쪽에서도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긴 했지만, 파괴신이 생각했을 때는 별거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결국 나는 녀석과의 약속을 어겼고, 이 꼴이 난 거지.”

“그럼, 화신 자격은 박탈당한 건가?”

“그렇겠지?”

이때, 라우르가 끼어들었다.

“화신 자격은 그렇게 함부로 박탈할 수 있는 게 아닌데?”

“파괴신의 힘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이 정도 페널티는 문제도 아니라는 거겠죠. 문헌상의 기록은 충분히 감탄할 만하나… 지금의 그라면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쳇.”

알프레드의 경고에 라우르가 혀를 찼다. 그리고, 석찬 일행의 앞에 몇 줄의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제2차 천마대전이 발발했습니다.]

[모든 퀘스트가 중지됩니다.]

[모든 인간은 천사 진영에 서게 됩니다.]

[모든 악마를 섬멸하십시오.]

[보상 : 기여도에 따라 차등 지급]

[참여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진짜 작정했군. 천사 새끼들.”

알프레드가 이를 갈며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천사와 악마를 올려다봤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군.”

스르릉.

그가 다시금 마검 카세타쥬를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포식하자꾸나. 카세타쥬.”

웅웅.

주인의 말에 응답하듯 우는 마검을 쓱 쓰다듬은 알프레드가 석찬 일행을 향해 말했다.

“지금은 서로 이런저런 감정을 내세울 때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먼저 저 빌어먹을 새끼들이나 처리하고 다시 이야기하지.”

“동감이다. 모두 준비해. 합류한다.”

“……”

이브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잡념을 정리하고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그래, 지금은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야.’

“엘리,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저요? 당연히 주인님 편 아닌가요?”

석찬의 물음에 엘리자베스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은 악마 아니셨습니까?”

에피르의 물음에 그녀가 픽 웃었다.

“아니, 그게 문제야? 주인님이 이쪽인데, 주인님 따라가야지.”

“……”

에피르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뭐, 저로서는 큰 적이 하나 준 셈이니까, 나쁜 건 아니죠.”

“맞다. 참고로, 우리는 천사 편이 아니다.”

“예?”

석찬의 충격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뭐 좋으라고 천사 편에 붙어?”

“그럼 설마… 악마 편으로?”

“그것도 아니야.”

이에 모두가 궁금증을 비췄다.

“그럼 도대체 어떤….”

석찬이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둘 다 친다.”

“엥?”

“뭐?”

모두 내뱉는 단어는 달랐지만 반응은 같았다.

“천사는 탑이란 곳을 만들어서 우리를 우롱하는 녀석들이다. 게다가 라우르의 일도 있지. 악마도 마찬가지야. 실제로 라우르를 찌른 건….”

“마신.”

라우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눈빛이 변해 있었다.

“석찬이 네 말이 맞는다. 굳이 한 쪽에 붙을 필요는 없지. 알프레드라고 했나?”

“옙.”

곧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자세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녀석도 인정하지?”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결정됐군. 우리의 목표는 양 진영 전부다. 최종 목표는….”

라우르가 저 높은 하늘 위를 가리켰다.

“말 안 해도 잘 알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가자.”

동시에, 무너진 카페 건물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인원들이 전원 사라졌다. 한 남자를 빼고….

“흐음….”

석찬에게 천마대전의 시작을 알리러 왔던 남자, 비유가 어느새 공중에 나타난 무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저들의 말이 맞는군. 굳이 천계의 편에서 싸울 필요는 없어.”

비유 또한 저번 일로 천계 소속 자격도 박탈당하고 여러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라, 천계에 좋은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펠리아와 상의해 봐야겠군.”

그 또한 어디론가 사라지고, 곧이어 일어난 충격파에 반쯤 남았던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

* * *

천계.

쾅!

파괴신이 탁상을 내리치자, 거대한 탁자가 조금씩 산화되기 시작했다.

“파괴신… 조금은 진정을….”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수정구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알프레드와 석찬. 조금 전까지 박터지게 치고받던 녀석들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제는 천사와 악마, 두 진영을 전부 공격하고 있었다.

“마신의 동향은 어떤가?”

“아직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보고하도록. 그리고 천사들에게 전해라.”

파괴신이 결단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의 편이 아닌 이들은 누구든 죽여도 좋다고, 설령 인간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리고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명하고. 녀석들을 일반적인 인간이라고 보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가 봐.”

급하게 모인 신들을 전부 물린 후, 파괴신이 전투 중인 알프레드의 얼굴을 노려봤다.

“화신… 네까짓 놈이….”

제 화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그였다. 그는 막 중급 천사의 날개를 찢고 올라서는 알프레드를 보며 낮게 읊조렸다.

“한낱 인간 따위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아, 한번 해보자고.”

그의 자안이 어둡게 빛났다.

* * *

알프레드 올가. 역시 그는 대단했다. 신마력급의 강마력을 이용한 강력한 공격과 그를 뒷받침 해주는 뛰어난 신체 능력. 그리고 강마력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유연함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능력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천사와 악마를 도륙 내고 있었다.

석찬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마력이라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마리 한 마리 차근차근 처리해 나가는 그는 어느새 상급 천사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이런 녀석들한테 쩔쩔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촤아악!

지상으로 낙하하는 천사의 시체를 내버려 두고, 그가 전황을 살폈다.

‘이브랑 다른 애들은 잘하고 있고.’

이브의 실력은 발군이었다. 극에 다른 마력 운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폭풍우에 천사 악마 할 것 없이 쓸려나갔고, 진현과 천무진의 무투에 남작급 악마 하나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명을 달리했다.

렐의 화살은 적절히 적을 견제했으며, 가끔은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

미쉘 일행은 말할 것도 없었다. 특히 미쉘의 힘은 대단했다.

촤자작.

한순간에 100여 마리의 천사와 악마를 얼려 버린 그녀가 얼음덩이가 된 그것들을 각자의 진영에 아무렇게나 투척했다.

그 자체로 막대한 질량을 지닌 무기가 된 얼음덩이에 충돌한 자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분쇄되었다.

또한, 그녀는 틈틈이 이브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마법을 가르쳐 주는 건가.’

미쉘에게 무언가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브의 마법 능력 또한 월등히 높아지고 있었다.

‘좋아. 걱정할 거 없겠어.’

석찬이 다시 주먹을 쥐었다. 눈앞에 보이는 악마 하나의 머리통을 깨부수려는 순간이었다.

콱!

허공에서 나타난 팔 하나가 그의 주먹을 막아 세웠다.

“힉!”

죽을 뻔했던 악마가 빠르게 몸을 피했고, 팔만 나타났던 것이 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며 씩 웃었다.

“네 녀석이 강석찬이냐?”

“누구냐?”

전형적인 악마의 형상을 한 녀석이 자신감 있게 제 이름을 밝혔다.

“이 몸은 위대한 악마 공작 발록. 인간 주제에 마신께 단단하게 밉보였더군.”

그때, 은밀하게 다가온 G가 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악마 공작 발록, 일곱 권능의 소유자로, 오만의 권능을 지녔습니다. 실로 오만한 자죠.”

그의 말에 킥킥 웃은 그가 양팔을 활짝 펴며 말했다.

“그래, 나는 오만의 발록! 인간, 어디 한 번 내 몸을 쳐보거라. 얼마나 대단하기에 마신의 미움을 샀는지 확인해 보자꾸나!”

처음 보는 상대에게 알아서 공격의 기회를 헌납하며, 급소를 무방비하게 내보이는 모습.

“정말 오만하군.”

“그것이 나 발록! 자, 와라!”

“그럼, 사양 않고.”

석찬이 주먹에 신마력을 꾹꾹 압축했다. 너무나도 많은 힘이 모였기에 순간 공간이 뒤틀린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음? 잠시….”

그제야 이상한 점을 깨달은 발록이 급히 방어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어.”

석찬이 주먹과 발록의 미간이 맞닿았다.

그날, 마계의 폭군 중 한 명이자 수많은 천사를 학살한 오만의 발록이 명을 다하고 마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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