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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91화 (191/200)

제191화

마검 카세타쥬.

올가 파티의 대장이자 탑 최강의 인간이라 일컬어지는 알프레드 올가의 애병. 그를 상징하는 무기와도 같은 이 장검은 남들이 모르는 한 가지 특별한 기능이 있다.

“추적.”

스산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마검 카세타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검에서 느껴지는 음산한 살기에 석찬 일행은 무기를 꺼내 들었고 미쉘 일행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도망가.”

미쉘이 떨리는 속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말했다.

“추적 마법이라니. 곧 대장이 올 거야.”

추적, 말 그대로 특정 상대를 추적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미쉘 일행은 마검 카세타쥬에 이 마법이 탑재된 줄은 몰랐다는 듯 낭패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런 기능이 있을 줄이야… 역시 대장은 변했어.”

“젠장, 슬슬 온다. 다들 준비해!”

드레이븐이 붕대를 풀어젖히며 도끼를 들었다. 나머지 멤버들도 각자 무기를 챙기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조금 전부터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에 석찬 일행의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운은 점점 강대해지더니.

“흩어져!”

콰과광!

석찬의 외침과 동시에 무언가가 카페의 천장을 뚫고 들어왔다.

“크윽, 젠장.”

시야를 가득 덮은 먼지와 잔해를 걷어내며, 석찬이 동료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고.’

그 순간, 먼지를 뚫고 온 라우르가 석찬 옆에 섰다.

“라우르? 왜 팔이…”

그는 왼쪽 어깨가 깊게 베인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이야, 이런 새끼가 진짜 있을 줄은 몰랐네. 석찬아. 조심해야겠… 피해라!”

곧바로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석찬과 라우르를 덮쳤다.

파직!

다행히 보호막으로 반응하긴 했지만, 급박한 상황에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내구력이 많이 약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깨진 보호막을 치워내며 석찬이 거리를 벌렸다.

잠시 후.

팡!

완전히 걷힌 먼지 폭풍 사이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지런히 묶은 긴 금발, 전신을 뒤덮은 거대한 황금 갑주, 그리고 손에 쥔 장검까지. 하지만, 가장 놀라운 인상착의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알렉산더.”

바로 알렉산더를 똑 빼닮은 얼굴. 체형도 그와 같이 거대한 곰 같았다.

‘그렇다면 저 사람이 바로…’

“알프레드 올가. 맞나?”

“…….”

그는 말이 없었다. 그저, 무시무시한 기세로 검을 쥘 뿐이었다.

스팟!

휘두르는 동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검격이었다. 이에 석찬은 검을 피하고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얼티밋 피스트, 강화형.

콰직!

주먹에 단단하게 달라붙은 강마력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알프레드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턱.

알프레드가 한 발자국 옆으로 물러나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저게 전부?’

나름대로 진심을 다한 일격을 날렸었기에, 석찬은 당황했다. 그사이에 알프레드가 제2격을 준비했다.

후웅.

정확하게 석찬의 머리를 향해 날려지는 일격.

‘피할 수가 없다.’

눈을 질끈 감는 순간.

“…….”

“응?”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고, 눈을 뜨니 알프레드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검을 거두고 있었다.

탁.

빠르게 뒤로 물러난 석찬이 그를 향해 물었다.

“뭐 하는 거지?”

“네 녀석, 진심을 다하고 있지 않군.”

“뭐라고?”

“진심을 다해라.”

그러고는 다시 검을 드는 알프레드. 그 모습에 석찬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얕보이고 있다.’

흥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진심을 다하도록 하지.”

석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변화했다. 급조해서 만든 강마력 따위가 아닌 신마력, 그만이 사용 가능한 고유의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야지.”

그제야 무표정하던 알프레드의 입가에 기쁨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너, 알렉산더의 제자 맞지? 조금 전의 그 힘. 예전의 알렉산더만이 사용 가능한 힘이었어.”

“맞아.”

굳이 숨길 만한 사실도 아니었고, 이미 알프레드도 아는 상태에서 확인 차 물어보는 듯하기에 석찬은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쭉정이 정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강마력의 숙련도가 높아서 놀랐다.”

투둑.

그 말과 함께, 주먹에 맞았던 갑주가 떨어져 나가고 시퍼렇게 멍든 피부가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 힘은 말이지… 더욱 엄청나군. 왜 저 녀석들이 내 명령을 무시했는지 알겠어.”

알프레드 뒤로 다섯의 남녀가 섰다.

“내 말을 무시한 게 아니라 너한테 당한 거였어.”

알프레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네 녀석도 마력 운용자에다 알렉산더의 제자라면 이 검에 대해 들어봤겠지.”

마검 카세타쥬를 가리키며 묻자 석찬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산더… 멍청했던 동생 녀석 이후로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네 녀석을 먹이로 삼는다면 이 녀석도 좋아하겠어.”

웅웅.

카세타쥬가 대답하듯 강하게 진동했다.

“좋다는 말, 들리…”

알프레드가 갑자기 말을 흘렸다.

“대장?”

눈을 감은 그가 움직임을 멈추고 검을 떨궜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상 현상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파앙!

갑자기 알프레드의 몸에서 보랏빛 기운이 흘러나왔다. 헌데 그것이 일반적인 마력과는 달랐다.

‘이건 마치…’

번쩍.

알프레드가 다시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제기랄. 역시 파괴 녀석이었나.”

라우르가 석찬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라우르… 오랜만이군.”

알프레드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검게 물들었다. 흑발에 자안, 라우르의 기억에서 보았던 파괴신의 모습과 동일했다.

“대장?”

달라진 그의 모습에 미쉘이 그를 불렀지만 알프레드, 아니 파괴신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라우르를 응시했다.

“언제부터였나. 녀석의 몸을 차지하고 있던 건.”

“차지라니. 너무 저급한 표현을 쓰는군. 잠시 빌렸다. 정당한 거래를 통해 말이지.”

“거래?”

“대장이 거래라고?”

“시끄럽군.”

일순간에 알프레드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검은 구체들이 미쉘 일행을 속박했다.

“큭, 이게 뭐 하는….”

“나약한 부하는 필요 없다. 이건 너희의 대장도 인정하더군.”

“그게 무슨….”

쾅!

빠르게 파괴신의 뒤편으로 도약한 라우르가 일격을 날렸다. 그런데 파괴신은 이미 알고 있다는 양 가볍게 손을 뻗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너무 뻔해. 예전부터 그랬어.”

“네 녀석….”

“당시에는 마신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번에는 내 손으로 처리해주지.”

파괴신의 주변 땅이 부서져 흩어졌다.

“파괴냐? 나를 너무 얕보는군.”

라우르 또한 힘을 전개하자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던 탁상이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그 힘은 본래 나의 것.”

“하지만 이제 내 힘이기도 하지.”

“정녕 한 판 해보자는 거냐?”

“나야 사양할 필요가 없지.”

두 신의 힘 싸움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잠깐만.”

석찬이 두 신 사이를 막아 세웠다.

“뭐냐, 인간. 명을 재촉하는 거냐?”

“파괴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나?”

그 말에 파괴신이 움찔했다. 마계에서 타르킨이 조잘조잘 떠들었던 ‘계획’.

‘새로운 천마대전이라고 했던가.’

엘리자베스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상당히 바쁠 텐데? 마신…”

‘마신’이라는 단어에 파괴신이 엄청난 살기를 뿜어냈다.

“인간,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네 녀석을 죽이는 것쯤이야, 간단…”

탁.

“어이, 내 후계자한테 손 떼.”

격해지는 상황 속, 이번에는 다른 여인이 입을 열었다.

“파괴신, 오랜만이야!”

“엘리자베스… 예전부터 궁금했다. 왜 공작이나 되면서 인간을 따르는 거지?”

“그거야 내 맘이고, 주인님 말대로야. 지금 네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말이야… 마신께서 네가 자리를 비운 걸 모를 것 같아? 정 모르겠다면… 내가 직접 말해줄 수도 있는데?”

그 말에 파괴신이 입술을 깨물었다.

“쳇, 그냥 지금까지 우리 속을 썩인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지 잠깐 보러 온 것인데… 이렇게까지 시간이 끌릴 줄은 몰랐군. 그리고 엘리자베스.”

오싹.

순간적으로 파괴신의 짙은 신력이 엘리자베스를 쫙 훑고 지나갔다.

“큭… 무슨.”

“솔직히 마신이 오는 것? 상관없어. 그리고 최근에 재밌는 말을 많이 하던데, 할 테면 하라고 그래라. 이제 우리는 전혀 무섭지 않으니.”

“뭐라는…”

“뭐, 그래도 이 정도면 슬슬 위험한 시간이니 나는 돌아가도록 하지. 나머지는 내 화신 녀석이랑 이야기하도록.”

그 말과 함께 장내를 꽉 압박하고 있던 파괴신의 신력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숨을 헐떡이는 알프레드뿐.

“쳇, 미안하군. 잠시 방해꾼이 난입했어.”

“인간, 방금 너희 신이 한 이야기가 뭐지?”

엘리자베스의 물음에 알프레드가 검을 잡으며 말했다.

“그 양반 속은 나도 잘 모르겠고 쳇, 갑자기 끼어들어서 분위기만 다 망쳤군.”

퉷, 침을 뱉은 그가 막 속박이 풀려 팔목을 풀고 있는 미쉘에게 말했다.

“…아까 녀석이 한 말, 전혀 사실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강석찬이라는 녀석 이외의 잔당 처리를 부탁한다.”

“…알았어요.”

“좋아.”

알프레드가 다시 석찬을 보았다.

“미안하다. 괜히 서론이 길었군. 오래 기다렸나?”

“별로.”

“그렇다면… 이제 내 검의 먹이가 되어라.”

“해볼 테면 해봐.”

알프레드와 석찬이 바로 격돌했다. 알프레드의 검격은 여전히 대단했다.

그 또한 강마력을 다뤘는데 수십 년을 수련한 만큼 마력 통이 어마어마했기에, 그곳에서 나오는 강마력의 출력도 엄청났다.

랜스나 드레이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버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쾅!

신마력을 두른 그의 주먹이 마검 카세타쥬와 충돌했다. 쇳소리와 함께 검이 떨렸다.

“역시 대단하군. 그 속 꺼먼 양반이 인정한 이유가 있었어.”

“주신과 사이가 많이 안 좋은가 보군.”

“그 양반 속이야, 나도 영 모르겠으니까. 가끔씩 내 허락도 없이 몸을 사용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 또 미쉘이랑 애들한테 이상한 지시를 내린 것 같던데.”

그 말에 석찬이 흠칫해서 물었다.

“몸을 멋대로 사용한다고?”

“네 녀석도 투신의 화신이라고 들었는데. 몰랐나? 신은 멋대로 제 화신의 몸을 사용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짜증 나니 이 말은 그만하도록 하지.”

팍!

석찬을 밀쳐낸 알프레드가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나저나, 동생 녀석의 제자라고 하더니, 그 시절의 녀석은 이미 뛰어넘은 것 같은데? 특히 그 괴이한 힘. 설마 그것을 구현하는 이가 나타날 줄이야.”

“신마력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신을 절멸할 힘.”

“응?”

너무나도 거창한 말에 석찬이 고개를 갸웃했다.

“신을 절멸한다고?”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그나저나 우리, 싸우는데 너무 말이 많지 않아? 이런 거 저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한 판 붙자고, 시원하게 말이야.”

그 호탕한 미소가 마치 알렉산더와 닮아 있었기에, 석찬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래, 가자고.”

쾅!

그리고 그 시각, 미쉘은 여러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알프레드의 등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그녀가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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