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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86화 (186/200)

제186화

“죽어라, 인간.”

그 순간 석찬의 몸 주변에 엄청난 열기가 일었고,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폭발이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만에 판단을 마친 석찬이 마력으로 전신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생성해냈다.

쾅!

곧이어 주변이 폭발하며 방어막이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감당 못 할 정도의 위력은 아니다.’

분명 벨리아스는 강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꾸득.

석찬의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근력은 그에게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의 움직임과 탄력을 허락했다.

이 탄력을 이용한 도약.

텅!

순식간에 벨리아스와 눈이 마주친 석찬이 신마력을 운용했다. 몇 배는 발전한 신마력이 벨리아스의 온몸을 감쌌다.

“뭐냐, 인간!”

“뭐긴 뭐야, 니가 했던 거 돌려주려는 거지.”

이어 신마력의 뭉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크윽!”

“맞다, 이건 덤.”

석찬의 손에서 기다란 신마력의 창이 생성되었다. 날카로운 창끝이 벨리아스의 명치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몸 한구석을 겨눴다.

왼쪽 등허리 아래, 벨리아스의 유일한 약점이 자리한 곳이었다.

“조금 많이 아플 거야.”

“인간!!”

콰직!

창이 박히면서 바로 신마력이 폭발했다. 조금 전의 폭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대폭발에 석찬이 튕겨져 나갔다.

“큭, 위력 한번 엄청나네.”

“많이 좋아졌군.”

“라우르, 무사했어요?”

“그럼, 내가 누군데.”

조금 전의 폭발에 같이 휩쓸렸던 라우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옷을 털며 석찬의 옆에 섰다.

“크윽….”

연기가 가라앉고, 상당한 대미지를 입은 벨리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이 직격한 곳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으며, 몸 곳곳에는 탄 자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네 녀석….”

“역시….”

그 모습을 보는 타르킨이 침을 삼켰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석찬에게 찾아온 자는 절대 평범한 악마가 아니었다. 악마 대공 벨리아스. 마계의 2인자인 그는 마신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계의 1인자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떻게 저분에게 저만한 타격을?”

석찬이 눈에 띄게 강해진 사실은 가르친 타르킨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나는 녀석이 가진 힘의 반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후작인 자신조차 벨리아스에게 한 번에 저런 거대한 대미지를 줄 방법이 없다.

신체 능력이 급격히 향상된 데다 신마력까지 강해진 석찬의 한 방 공격은 확실히 타르킨보다 우위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계 2인자 벨리아스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너는 정말로 나를 화나게 만드는구나. 인간.”

금세 몸을 회복한 벨리아스가 석찬을 노려봤다. 귀족급 악마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회복 능력. 대공인 만큼 그의 회복 능력은 타 악마에 비해 궤를 달리했다.

‘더 강해졌군.’

게다가 더욱 분노하면서 향상된 능력까지.

“곱게는 안 죽인다.”

벨리아스의 손에 뭉친 마력이 심상치 않았다.

‘이거, 못 이기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쯤, 그가 나섰다.

“나와라! 내 차례다.”

백발을 쓸어 넘기는 젊은 남자, 라우르였다.

“라우르…”

라우르가 직접 나서자 벨리아스는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부터는 아직 무리라고 판단되어서 말이야. 그래도 대단하지 않냐? 내 제자, 몇 년이나 됐다고 권능을 쓴 너한테 그렇게…”

“쳇!”

라우르를 앞에 둔 벨리아스가 택한 선택은 간단했다.

도망.

강자, 그것도 압도적인 포식자 앞에 선 피식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도망은 그중에서도 최고, 최선의 선택!

‘살았…’

하지만.

“얘끼, 이놈.”

그 포식자가 도망가는 피식자를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쾅!

빠르게 허공을 비행하던 벨리아스의 몸이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크학!”

“누구 마음대로 도망이야. 네 놈은 나중에 까다로운 놈이 될 것 같으니까 미리 처리하려는데… 상관없지?”

질문은 벨리아스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예, 상관없습니다.”

타르킨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벨리아스가 호통쳤다.

“후작! 지금 뭐하는…”

“조용.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컥…”

“괜찮아. 나는 다른 놈들이랑 달라서, 눈만 살짝 감았다 뜨면 다 끝나 있을 거다.”

그렇게 말하는 라우르의 손끝에 익숙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파괴.

그가 가진 최강의 공격 기술 중 하나가 벨리아스의 몸을 좀먹기 시작했다.

“크아악!”

몸이 산화되며 느껴지는 고통에 벨리아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과연, 완전한 투신이 사용하는 파괴는 석찬이나 강신 상태의 라우르가 쓰던 파괴와는 비교 자체를 거부했다.

‘대공이 피하지 못할 정도의 구속력과 파괴력.’

그렇게 악마 대공 벨리아스의 몸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계의 2인자치고는 굉장히 허무한 최후였지만, 상대가 라우르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대공께서…’

라우르의 앞에서는 내심 괜찮은 척했지만, 타르킨 또한 그 광경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그가 라우르의 열성 팬이라지만, 엄연히 악마이며, 마신의 부하다.

직속 상사이자 마계 2인자의 허무한 최후에 충격을 받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충격받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슷.

벨리아스가 죽으며 남긴 검은 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일어선 재가 한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오호?”

검은 사람의 형상을 한 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라우르가 호기심을 비쳤고.

‘저 힘은…’

그 힘을 두 번 느낀 적 있는 석찬은 침을 삼켰다. 마지막으로.

“히이익, 마… 마신님?”

타르킨은 얼굴의 흰 점마저 사라진 채 검은 얼굴을 바닥에 처박았다.

“어… 어인 일로 이곳에…”

너무나도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심히 더듬는 그에게 검은 남자, 마신이 말했다.

[어쩐 일로 왔냐니, 아끼는 부하 놈이 죽었는데 당연히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제 불찰입니다, 마신님! 죽여 주시옵소서!!”

[뭐, 시답지 않은 놈한테 죽은 거라면 너까지 같이 죄를 물으려고 했다만…]

검은 남자의 고개가 석찬과 라우르 쪽으로 돌아갔다.

[저 녀석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검은 남자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랜만에 보는군, 친구. 그간 안녕했는가?]

마신의 물음에 라우르가 헛웃음과 함께 되물었다.

“이야, 석찬아. 내가 아는 친구의 개념이 바뀌었나 봐. 언제부터 등에 칼 꽂는 새끼를 친구라고 불렀지?”

[다 떠올린 건가?]

마신의 미소가 더욱 진하게 피어올랐다.

[그래서 뭐, 나랑 싸우기라도 하려는 건가?]

순식간에 검은 재가 주변으로 비산하며 거대한 악마의 마력이 주변을 덮쳤다.

“큭.”

바다, 아니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마력의 파도에 석찬이 신음했다. 라우르 또한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더 강해졌군.”

[삼천 년이다. 강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아무리 네 놈의 몸이 예전처럼 돌아왔더라도 쉽지 않을 테지?]

마신의 말이 맞았다. 성장한 그의 무력은 현 상태의 라우르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에 라우르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진짜 목 딱 닦고 기다려라. 다음에 볼 때는 곱게는 안 끝날 거니까.”

[응?]

순간, 석찬과 라우르의 몸에서 환한 빛이 일었다.

‘그러고 보니.’

마계에서 석찬과 라우르에게 허락된 시간은 딱 30일. 수련을 끝마친 시점에서 제한 시간은 거의 끝자락에 다다른 상태였는데, 벨리아스와의 싸움까지 겹치니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다.

[네놈들!]

뒤늦게 그것을 깨달은 마신이 두 사람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본체도 아닌 분신체 따위가 이미 이동을 시작한 둘을 잡아낼 방도가 없었다.

“엿이나 까 잡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순식간에 종료된 상황에서, 아직까지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던 타르킨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힉…’

그곳에는 흉폭한 마력을 아무렇게나 발산하는 분노한 마신이 서있었다.

[타르킨.]

“에?”

갑작스러운 지명에 타르킨이 당황해 쇳소리를 냈다.

“죄송합니다! 부르셨습니까, 마신님?”

빠르게 고개를 숙이며 묻는 그에게, 마신은 분노를 꾹꾹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슬슬 준비하도록 해라.]

“주…준비라고 함은…”

[빠른 시일 내에 계획을 시행한다.]

그 말에 타르킨의 흰 점이 세 배는 커졌다.

“계획… 그것은… 아직 준비가 덜…”

[그렇기에 준비하라고 명하지 않았느냐?]

짜증이 섞인 마신의 질문에도 타르킨은 천천히 설명했다.

“마… 마신님, 그게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공작님들은커녕 후작들도 생사를 모르고 떨어져 지내는 상황입니다.”

광활한 마계의 특성상 이들을 모으는 데만 대충 10년은 걸린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벨리아스, 대공 전하께서 당하셔서 마땅히 일을 진행할 분이 없…습니다.”

[네 녀석이 하면 되지 않느냐? 내가 아는 네 녀석은 잔머리도 제법 뛰어난 걸로 안다만?]

“하오나…”

공작들이 일개 후작인 자신의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신은 그의 걱정을 일순간에 사그라들게 해주었으니.

[네 녀석에게 일의 전권을 부임하지. 만약 공작들이 함부로 개긴다면 내 이름으로 지위를 박탈하도록 해라.]

그러면서 허공에서 소환된 무언가를 타르킨에게 던져주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마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그의 대리권이었다.

“에.”

[두 말 나오지 않게 하도록. 많이 못 준다. 최대 5년이다.]

마신은 할 말을 마친 뒤 곧장 자리를 떠나갔다.

폐허가 된 부지에 서서 타르킨은 한동안 멍하니 대리권과 마신이 떠나간 자리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 * *

탑, 80층.

석찬 일행과 천사들의 작은 전쟁이 끝난 지 어느덧 하루가 흘렀다. 원체 실력자만 모인 마을인지라 고작 하루가 흘렀음에도 충격파로 부서진 벽과 건물은 대부분 수리가 완료되었다.

“이건 도대체…”

현재 그들은 관심사는 대지에 널브러진 천사들의 시체였다.

‘어떻게 천사들이 이렇게…’

한 남자가 끔찍한 광경을 보며 침을 삼켰다.

그도 경험이란 경험은 어지간히 쌓은 만큼 천사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잘 알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강석찬이라고 했던가… 도대체 뭐 하는 녀석들이야?’

자연스럽게 이런 일을 만들어낸 장본인에 대해 공포와 경외심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궁금증 또한 생겨났다.

‘지금 녀석들은 어디로 간 거지?’

강석찬과 그의 동료들은 전투가 끝난 직후 모습을 감추었다.

다른 층으로 내려갔을 가능성이 컸지만, 몇몇 목격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강석찬과 의문의 남자는 곧장 사라지고 나머지 동료는 잠시 후에 따로 사라졌다라…’

그리고 두 집단 그 어디에서도 시스템이 발동된 흔적이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대체 어딜…”

궁금증에 못 이겨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쾅!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먼지 폭풍이 일었다.

“뭐야, 콜록! 억?”

남자는 짙은 모래바람 사이에서 볼 수 있었다.

“큰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게나 말이다.”

현재 탑의 뜨거운 감자를.

“오랜만이라 그런지 공기가 다르네요.”

30일, 아니 하루 만의 귀환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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