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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84화 (184/200)

제184화

콰아앙!

굉음과 함께 타르킨의 대저택이 무너져 내린다.

“뭐냐?”

라우르가 흥이 깨졌다는 듯, 인상을 팍 찌푸리며 폭발의 근원을 찾아 눈을 돌렸다.

“저 새끼는…”

마계의 붉은 하늘 가운데, 한 청년이 공중에 떠올라 있었다.

창백한 잿빛 피부, 이마에 난 거대한 두 개의 뿔 그리고 보기만 해도 흉측한 마력까지. 석찬과 라우르는 저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벨리아스.”

악마 대공 벨리아스. 약 7년 전, 석찬과 싸웠던 적이 있는 마계의 2인자였다.

‘저자가 왜 여기에…’

벨리아스를 보니 온몸에서 소름이 돋아났다. 탑에서 보았을 때는 힘도 봉인되고, 제대로 강림한 것이 아니기에 그리 강하지 않았다. 라우르가 강신하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강함은 차원이 달랐다.

슥.

벨리아스가 손을 뻗자 부서진 대저택이 다시금 폭발을 일으키며 산화했다.

‘저것이, 벨리아스의 진정한 힘.’

마계 2인자의 진정한 힘에 석찬이 침을 삼켰다.

‘저 상태라면, 내가 이기는 게 가능할까?’

그렇게 열심히 수련했음에도, 의구심이 먼저 피어올랐다.

녀석을 이길 방법이 있기는 할까? 아니, 상처 하나라도 낼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뜨거운 고통이 이마를 강습했다.

딱!

“악!”

“또, 또 걱정하고 있네. 야, 넌 그게 문제야.”

라우르는 말했다.

“항상 걱정부터 앞서더라. 야, 가끔은 막 부딪히고 그러는 거야. 그리고 방금 내가 준 거 있지?”

“이 보석이요?”

석찬의 손에 들린 붉은 보석.

“그래. 먹는 거는 아니고, 나중에 네 건틀릿에 끼워봐라.”

“건틀릿?”

“네 영혼 조각이 모였을 때 생긴 자국 있잖아. 거기다 올려두면 알아서 들어갈 거다.”

생각해보니 라우르는 자신의 건틀릿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듯이 말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

석찬의 눈이 벨리아스에게로 되돌아갔다. 녀석은 어느새 자신들이 있는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인간….”

녀석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석찬에게 다가왔다.

“우선 저 녀석부터 처리하죠.”

그래, 어차피 피할 방법은 없는데 걱정만 해서 뭐하겠는가? 한 번쯤은 제대로 맞붙어야지.

“인간, 본 기억이 있다.”

“그래? 나도 너 만난 기억 있는데.”

벨리아스의 눈이 석찬의 옆에 서 있는 백발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당신은… 마신께서 노하시겠군요.”

“오?”

“당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저를 보내신 건데… 이렇게 완벽하게 부활하셨을 줄이야.”

“역시 알아챘나. 그런데 왜, 나는 부활하면 안 되나?”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하, 힘든 싸움이 되겠군.”

벨리아스의 온몸에서 격한 마력이 터져 나왔다.

‘이 마력은…’

석찬도 익히 느껴본 바 있는 마력이었다. 7년 전에 싸웠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엘리자베스의 본 실력과 상당수의 귀족급 악마들과 싸워보며 짐작할 수 있었다.

‘강한 권능의 소유자다. 설마 저 녀석도 7권능을 가진 건가?’

7권능. 엘리자베스가 가진 질투의 권능과 맞먹는 힘을 가진 일곱 개의 권능.

‘하긴, 마계의 2인자라는데, 없으면 오히려 이상한가?’

그때, 라우르가 입을 열었다.

“오, 분노의 권능. 오랜만에 보네.”

“분노?”

“있어. 저것도 일곱 권능 중 하나인데, 작동 원리는 간단해. 분노를 느끼면 느낄수록 더더욱 힘이 강해진다.”

또한, 일곱 개의 권능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이야기가 다 끝났으면… 죽어라, 인간!”

그때, 벨리아스가 기습적인 공격을 가했다. 시커먼 마력의 칼날, 하지만 석찬도 눈 뜨고 베일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휘익!

가볍게 마력의 칼날을 제친 그가 주먹에 마력을 집중했다.

“흐읍!”

쾅!

주먹에 맺힌 마력이 폭발하며 거대한 굉음이 일었다. 대지가 폭발하며 자욱한 먼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이걸로 끝났을 리가 없다.’

때마침 우측에서 강한 마력 반응이 터져 나왔다.

“강해졌군, 인간.”

그는 이마에서 흐르는 한 줄기 핏방울을 훑으며 석찬을 칭찬했다.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니까.”

벨리아스의 본체에 피해를 입힌다. 사실 이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악마 대공 벨리아스는 마계 내에서도 적수를 찾기 힘든 존재다. 그나마 일곱 권능을 지닌 공작들 정도? 후작 아래부터는 특정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에게 타격조차 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 인간은 그것을 해냈다.

‘이곳이… 타르킨의 땅이었던가.’

악마 후작 타르킨. 그는 마계에서 나름 유명한 인사였다. 최하급 악마가 후작이 된 케이스. 그야말로 마생 역전의 표본인 그는 수십만 년을 수련한 덕분인지 여타 후작과는 궤를 달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는 벨리아스를 상대로 몇 합의 공방을 겨룰 수 있는 유일한 후작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공격으로 녀석이 죽었을 리가 없는데…’

그런 그의 의문을 해소해 주려는 것일까? 안개를 뚫으며 한 남자가 나타났다.

“흠… 벨리아스 님이십니까?”

헝클어진 옷을 가다듬으며 시커먼 얼굴에 난 유일한 흰 점을 굴리는 악마, 타르킨이 벨리아스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벨리아스 님. 그런데… 환영 인사가 조금은 격하시군요.”

“이런 녀석들을 숨겨주고 있었다니, 죄가 크군. 타르킨.”

“아시지 않습니까? 이분은 제 우상.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그 말에 벨리아스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우리의 하늘은 언제나 마신 님 한 분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이번 싸움이 끝나고 교육이 한번 필요하겠군.”

“교육? 오랜만에 한 판 붙는 겁니까?”

“한 판 붙는 것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긴장된 분위기 속, 석찬이 입을 열었다.

“할 말은 다 끝났냐? 그러면 하던 거 계속할까?”

“인간, 오만하군.”

“그게 인간이지.”

석찬이 다시금 마력을 일으켰다. 마계에 익숙해지며 더욱 빛을 발하는 컨트롤이 진가를 드러냈다.

“이건.”

벨리아스의 몸을 감싼 마력 그물. 한 올 한 올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채 꼼꼼히 엮여 있어 굉장히 단단하고 질겼다.

“잔재주를…”

하지만 벨리아스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것을 뚫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열기에 마력 그물이 조금씩 끊어져 나갔다.

“이런 걸로 나를 포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느냐?”

그 물음에, 석찬이 씩 웃으며 답했다.

“아니?”

마력 그물이 제대로 통한다면 항상 그것을 썼겠지만, 애석하게도 마력 그물은 그렇게 좋은 기술이 아니었다.

마력을 다루는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지금에서야 괜찮은 효율을 발휘했으며, 그마저도 벨리아스 같은 강적에게는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저것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시간.’

하지만 강자가 가진 오만함과 자신감, 그리고 그것에서 나오는 약간의 시간.

석찬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실제로 지금도 벨리아스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 마력 그물을 풀어버릴 수 있었으나, 자신감 때문인지 반쯤 묶인 채 웃고 있었다.

“이건 조금 아플 거다.”

석찬의 눈에 벨리아스의 약점이 들어왔다.

‘왼쪽 등허리 한 가운데.’

신기한 곳에 있는 약점이지만, 그래도 약점이 있다는 게 어딘가?

석찬의 몸이 사라졌다. 이내 나타난 곳은 벨리아스의 뒤.

“호오? 뒤를 잡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냐?”

“음, 이것 때문이었구나?”

석찬의 눈에 벨리아스의 등허리 쪽에 난 작은 상처가 들어왔다.

마력으로 잘 보호하고 있다지만, 흉터가 심하게 진 것이 명백한 약점이 틀림없었다.

‘설마…’

불안감을 느낀 벨리아스가 당장 마력 그물을 끊고 팔을 뒤로 뻗었다.

우지끈!

석찬의 주먹을 막은 팔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큭…”

벨리아스가 마력 그물을 벗겨내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간…”

역시, 불안감은 틀리지 않았다. 등허리 쪽에 난 상처. 수천 년 전 천마대전에서 입은 그것은 현재 벨리아스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 일격.

소리로 봐서는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무슨 힘이….’

인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엄청난 완력이었다. 급하게 막아내긴 했어도 마력으로 완벽히 보호 중이었는데, 석찬의 공격은 방어를 뚫고 명확한 대미지를 주었다.

“재주가 많이 늘었구나. 인간!”

콰앙!

폭음과 함께 벨리아스의 몸에서 거대한 힘이 분출됐다.

‘이건…’

“조심해라, 석찬아. 이건…”

“예, 압니다.”

석찬도 느낄 수 있었다. 저것은 권능의 발현.

“조심해라. 저 녀석… 많이 화난 것 같으니까.”

벨리아스의 힘이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인간에게서 느낀 당혹감, 그리고 그것에서 나오는 분노는 어마어마했다.

순식간에 가공할 힘을 얻은 벨리아스가 날개를 쫙 펼쳤다.

“넌 여기서 죽는다, 인간.”

“순순히 죽어줄 것 같아?”

석찬이 제대로 자세를 잡았다. 벨리아스도 더 이상의 방심은 없다는 듯 틈을 주지 않고 천천히 석찬을 관찰했다.

‘강한 기운.’

벨리아스는 놀라운 기색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인간으로서 저 정도의 힘을 낸다는 건 라우르를 포함해 단 두 사람에게만 허락된 영역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그것도 모자라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자신과 비견되는 힘을 보였다.

‘마치… 그 녀석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야.’

자신이 유일하게 인정했던 한 인간을 떠올린 그가 잡념을 떨치고 다시금 싸움으로 돌아왔다.

“간다, 인간. 허무하게 죽지 마라.”

“너나.”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이제 두 사람에 남은 것은 육체의 대화뿐이었다.

쾅!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이 격돌하자 거대한 파장이 라우르와 타르킨을 덮쳤다. 하지만 두 사람도 나름 잔뼈가 굵은지라 싸움의 여파를 버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몇 분간 이어진 싸움을 보는 타르킨의 흰 점이 조금씩 커졌다.

‘이건… 석찬 님이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군.’

사실 그는 석찬이 벨리아스에게 제대로 대적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벨리아스는 무려 악마들의 대공 아닌가? 진심을 다한다면 마계 내에서의 적수는 마신 말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석찬은 그런 그를 상대로 나름 잘 버텼다. 피할 것은 적절히 피하면서 가끔씩 정타를 날리는 것이 저게 인간인가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했던 대로 벨리아스가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쾅!

벨리아스의 일격에 석찬이 추락했다.

“컥!”

데미지가 큰지 피를 토하는 그의 앞에 벨리아스가 섰다.

“나름 잘 싸웠다. 만약 네가 악마였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군.”

벨리아스의 칭찬이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

그가 오만한 눈빛으로 쓰러진 석찬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그때.

씩.

석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

그 순간.

스파앗-.

거대한 기운이 석찬의 몸을 휘감았다.

“이건…”

벨리아스가 화들짝 놀라 석찬에게 멀리 몸을 떼어냈다.

석찬의 몸 안에서 흐르는 강대한 힘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라우르.”

그의 손 위로 거대한 흰 빛이 흘렀다.

“금방 끝낼게요.”

신마력. 석찬만이 사용 가능한 사기급 힘이 마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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