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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83화 (183/200)

제183화

시간은 조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악마 후작 자율인형,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하기 앞서서 석찬의 현 상태를 체크한 그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라우르 님의 후계자라고 하셨던가요? 역시 엄청나군요. 인간 시절의 라우르 님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3년, 아니 당신에게 1년이라는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그 시절의 라우르도 넘어설 정도예요.”

수만 년을 수련해서 겨우 작금의 힘을 얻은 자신과는 전혀 상반되는 재능. 질투가 날 법도 했지만, 자신의 우상인 투신 라우르가 직접 고른 후계자라고 한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신에게 가르칠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뭐?”

“마력을 한번 운용해 보시죠.”

자율인형의 요청에 석찬이 손끝으로 자색 마력을 피어올렸다.

“마력을 자유자재로, 원하는 형상으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한번 해보십시오.”

그 말에 석찬은 약간의 고민 후 랜스에게 배운 마력 창을 만들어냈다.

“이미 순수한 마력만으로 무기를 만들 정도라… 하여튼, 보이지 않습니까? 당신의 마력 컨트롤 실력은 더 이상 손을 댈 곳이 없어요. 그렇다고 악마의 마력을 가르치기에는…”

타르킨의 얼굴에 난 흰 점이 석찬의 몸속에 내재된 신력을 포착했다.

“그리 상성이 맞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리고 비효율적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남은 시간 3주 남짓.”

그렇기에, 그가 가르칠 것은 꽤나 빠르게 정해졌다.

“지금부터 저는 당신의 육체 능력을 올려드릴 겁니다.”

“뭐라고?”

육체 능력을 기른다라. 물론 석찬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틈만 날 때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혹사하며 수련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까지 자신을 이렇게 성장시켜준 시스템이 석찬을 포함, 인간이 스스로 스탯을 올릴 수 없게 만들어 놨다.

아무리 수련을 해도 경험과 숙련도는 쌓일지언정 신체 능력은 스탯 포인트를 투자하지 않는 이상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잊으셨습니까? 이곳은 탑이 아닙니다. 그리고 탑이 아니면 시스템이 간섭할 수 없죠.”

그 말은, 마계에 있는 3주는 석찬에게 있어 신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힘을 기르면 당신들 인간이 스탯인가 뭐시기를 대량으로 찍었을 때처럼 새로운 힘에 적응할 필요도 없죠.”

그렇다. 스탯으로 힘을 축적하는 것은 정도가 아닌 사도. 실제로 석찬은 매번 수십에서 수백에 달하는 포인트를 투자할 때마다 최소 사흘에서 일주일은 새로운 몸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언제부터 시작하면 되지?”

석찬의 눈이 타올랐다. 보이지는 않지만, 타르킨도 미소 짓는 듯이 보였다.

“길게 끌 것 없이 바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빠르게 신체 능력을 올리려면 그만한 책임과 고통이 따를 겁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까?”

석찬은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결단, 잘 알겠습니다. 그럼 후회 마시길.”

그렇게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그만.”

쾅!

오케이 사인이 나옴과 동시에 석찬이 거대한 바위를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던지거나 툭 떨군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소음과 함께 땅이 조금 흔들렸다.

“받으시죠.”

“후우… 고마워.”

타르킨이 건네주는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시며, 석찬이 방 주변을 가득 메꾼 뜨거운 용암을 바라봤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이런 것일 줄이야.’

신체 능력을 올리기 위해 타르킨이 선택한 수련법은 지극히 정석적이고도 무식했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은 채로 한계 이상의 힘을 쥐어짜내는 것.

지구에서 했던 수련법과 비슷했다.

그리고 무식한 만큼 효과는 굉장했다.

꾹.

벌써부터 조금씩 힘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스탯으로 따지면 1에서 2 정도 되려나? 미약한 차이였지만, 성장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 즐거움에 몸을 괴롭히던 피로도 어느 정도 가셨고, 석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하지.”

“조금 더 쉬어도 된다만… 원하신다면.”

타르킨이 바위로 다가가 그 끝을 한 번 툭 건드렸다.

쿠궁.

그러자, 바위가 조금 커졌다. 커진 만큼 질량도 증가한 것은 당연했다.

“크윽…”

방금 전까지 육체를 혹사한 탓도 있었기에 능력치가 상승했음에도 바위를 들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용암의 뜨거운 열기로 피로는 계속 누적되었다.

그래도 석찬은 포기하지 않았다.

“크압!”

기어이 바위를 든 그를 보며, 타르킨이 다시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15분, 잽니다. 시작.”

“크아압!”

그 모습을 바라보는 라우르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화신,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제자나 다름없는 녀석이 성장하려고 애쓰는데 정이 안 갈 스승이 어디 있겠는가.

‘만약 이번 한 달 동안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을 줘도 괜찮겠는걸?’

그가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의 손에는 작고 단단한 무언가가 꽉 잡혔다.

* * *

비단 석찬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 더.”

“그러니까 여기서는 마력처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에피르는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신력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어차피 한 번 전향하기로 한 이상 사활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G 또한 열심히 세 남녀를 붙잡고 늘어졌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비유 님은 검술에 비해 신체 능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건 어쩔 수가 없…”

“사냥을 더 열심히 하셨어야죠. 그리고 스탯을 올리고. 오펠리아 님도 웃지 마세요. 마찬가지니까.”

“큭.”

팩트 폭력도 서슴지 않으며.

“지금 렐 님의 상태로는 도움은커녕 짐이 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다행?”

“칭찬으로 생각하신 건 아니겠죠? 빨리 표적 맞추기 500번 더.”

“으악!”

자극을 위한 험한 말도 멈추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또한 한량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자, 보이지, 악마의 마력을 극한까지 연마하면 이런 것도 가능해.”

천무진의 마력은 악마의 마력과 유사했기에, 신력을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때마침 있는 고급 인력인 그녀가 자진해서 그를 가르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녀는 천무진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악마 공작으로서 그녀가 가진 지식과 기술들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이가 꾸준히 성장해 나갔고 이틀이 지났을 무렵, 에피르에게서 신력을 배우던 진현과 이브가 컨트롤 수련을 마쳤다.

“좋습니다. 석찬 님처럼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신마력. 석찬만이 사용 가능한, 마력과 신력을 능가하는 최고의 힘.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괴물 같은 컨트롤 실력을 가진 석찬이기에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G는 목표를 한참 아래로 잡았다.

“앞으로 신력도 열심히 연습해 마력과 신력, 무진 님은 악마력을 적절히 섞어 공격하는 법을 익히시면 천사나 악마와의 전투에서도 나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한참 아래라고 해도 절대 쉬운 난이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주문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세 분이라면 가능하다.’

이브는 무려 그 알렉산더 올가의 딸이며 그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천무진은 본래 자신의 세계에서 전 대륙을 재패했으며 그에 걸맞은 힘과 재능을 지녔다.

진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그가 두 사람에게 뒤쳐지더라도 잠재력이 최대치로 오른 특이 케이스이며 친구의 뒤를 좇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엄청났다.

쾅!

이틀이 더 지나자 렐이 초록 등급의 마력으로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천사와 안내자 그리고 악마, 그중에서도 탑이라고 자부하는 자들에게서 배우다 보니 성장 속도가 어마무시한 것은 당연했다.

“좋았어, 이 정도면 짐이라고 볼 수는 없겠네요.”

“그쵸?”

“그런 의미로 활술 연습 1,000번.”

“…….”

그렇다고 해서 봐주는 것은 없었다. 다시금 그녀를 보낸 G가 오펠리아, 비유와 대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이미 최대치에 가깝게 성장해 성장 속도가 더뎠지만, 그래도 처음 검은 공간에 들어왔을 때보다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흐아합!”

“합!”

세 사람이 검과 창을 맞대는 사이, 이브의 은안이 밝게 빛났다.

일전에도 보여주었듯 마력의 끝은 보라색이 아니다.

“후우….”

무릎을 꿇고 앉은 그녀의 주변으로 대량의 마력이 모여들었다.

백색의 마력.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돌파에 돌입했다.

* * *

마계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29일, 마계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인 30일이 다 지나기 하루 전. 타르킨은 겉으로도 속으로도 완전히 변한 석찬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겠어.”

라우르의 칭찬에 타르킨이 몸둘 바를 몰라했다.

“황송합니다!”

타르킨이 감격하여 오열하는 동안, 석찬은 굳은살이 한껏 배긴 오른손을 몇 번 쥐었다 펴봤다.

꾸드득.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한 달 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과장 조금 보태서 한 달 전 일반 마력으로 몸을 강화한 자신과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을 정도였다.

“한 달 동안 고마웠다.”

석찬이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했다.

“저도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당신 같은 괴물을 키워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두 남자가 악수를 나눴다.

“이제 하루 남았으니, 오늘 저녁은 파티를 열도록 하죠.”

“파티?”

라우르가 관심을 보이자, 타르킨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미 말해놓았으니, 지금쯤 한창 만찬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뭐, 그동안 산책이라도 하고 계시죠. 준비가 완료되면 부르겠습니다.”

“오냐.”

타르킨과 헤어진 두 남자가 저택에 딸린 거대한 정원을 거닐었다.

“시간 참 빠르네요. 벌써 한 달이 흐르다니.”

“그렇지? 뭐, 밖에서는 하루밖에 흐르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그러게요, 하하.”

기괴한 나무 사이를 걷던 두 사람 사이에 잠시간의 침묵이 도래했다.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라우르였다.

“맞다, 석찬아.”

“예.”

“너한테 해줄 말이 있다.”

“해줄 말이요?”

“때가 늦어진 것 같은데, 예전에 내가 말했지? 네가 나의 부활을 도와준다면 원래 약속했던 투신의 신위보다 좋은 것을 주겠다고.”

“아…”

분명, 부활 전에 투신의 신위를 마이클의 시체에 꽂으라면서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

“뭐, 지금 네 상태를 보니 이미 엄청 강해진 것 같고, 그렇다면 이걸 주기에도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라우르가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그것을 확인한 석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석?”

그렇다. 그것은 보석이었다. 라우르의 영혼 조각처럼 작고, 붉은빛을 띠고 있는 보석.

“그냥 보석이 아니다, 이건…”

라우르가 무슨 말을 이으려던 순간이었다.

콰과광!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일고, 타르킨의 저택이 무너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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