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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82화 (182/200)

제182화

천계 중앙.

천게에서 가장 높은 건물,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자리에 10명의 신이 모여 있었다.

“진척은 있나?”

무거운 분위기 속, 파괴신의 질문에 천신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강석찬은 전혀 찾아볼 수 없… 큭…”

천신은 말을 잇지 못했다. 파괴신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천신을 완전히 집어삼킬 듯이 요동쳤다.

“다른 놈들은 입이 없나? 특히…”

그의 눈길이 벌벌 떨고 있는 해신에게로 향했다.

‘젠장.’

해신의 찬란한 청발은 빛을 잃은 지 오래다. 라우르의 등장 후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는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욱신.

가슴 한쪽에 자리한 거대한 자상을 포함해 라우르에게 당했던 수많은 상처가 아려왔다.

3,000년 전, 라우르의 추방 사건 때 죽은 10명의 신 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 바로 해신이다.

또한, 라우르의 부활을 가장 먼저 목격한 신이기도 했다.

노골적인 시선에 해신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화신과 연락 중에 있다. 때가 다 되면 말해줄 테니 재촉하지 마라.”

퉁명스럽게 답한 그가 계속해서 자신의 화신, 비유와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비유는 계속해서 답이 없었다.

화신은 언제 어디서나 주신의 말을 들을 수 있다. 그 말인즉슨, 지금 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연락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찮은 인간 녀석이… 오냐오냐해 주니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싶었지만, 마신이 천계를 기웃거리는 상황에서 신 하나가 자리를 비우기에는 너무나도 리스크가 컸다.

“작은 단서라도 없는 건가?”

파괴신의 물음에, 여태껏 침묵을 지키던 자색 머리의 신이 입을 열었다.

“음… 갑자기 어딜 갔을까…”

“사신.”

꺼림직한 표정을 짓는 사신의 모습에 다른 신들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사신은 예전부터 이상했다.

정신에 문제라도 있는 양 틈만 나면 이상 행동이나 표정을 짓기 일쑤였기에 신들에게도 기피 대상 1순위였다.

“짐작 가는 점이라도 있나, 사신?”

파괴신의 질문에 사신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라우르… 녀석은 아마 탑에 없을 거야. 오늘 하루만큼은 말이야.”

그 말에 아홉 신이 모두 의문을 표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사신. 탑에 없다니?”

사신이 반대편에 마주 앉은 갈색 머리칼의 여신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 이유는 네가 가장 잘 알 거야, 공간.”

그 말에, 공간의 신이 눈을 번뜩였다.

“설마….”

그제야 다른 신들도 눈치를 챘다.

라우르는 특유의 압도적인 재능과 전투 센스 덕분에 투신으로 유명하지만, 그것 말고도 특기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기술의 배우는 데 소요되는 학습 속도.

라우르의 학습 속도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남의 것을 자신으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었고, 그를 통해 자신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도 능했다.

“아까 봤던 거다.”

사신이 작은 수정 하나를 탁상 위에 올려놨다. 수정에서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얘 좀 잠깐만 빌린다! 한 하루면 될 거니까 걱정 말고!]

피투성이가 된 전장 속, 색다른 모습의 라우르가 웃으며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공간의 신이 확신했다.

“내 기술이군… 게다가 더 개량되어 있어. 저거라면 아마 탑을 빠져나가는 것이 가능했을…”

쾅!

파괴신이 강하게 탁상을 내리쳤다. 그의 손에 담긴 파괴의 힘에 탁상 주변이 산화되었다.

“파괴의 신, 진정하시죠.”

천신이 급하게 그를 말렸다.

“진정하라고? 녀석이 탑을 벗어났다.”

“대충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습니다.”

“뭐?”

천신이 영상을 뒤로 돌려 다시금 재생했다.

[하루면 될 거니까 걱정 말고!]

“하루. 아무래도 녀석들이 입은 피해가 하루 만에 회복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 전투로 천계도 막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비단 그것은 천계뿐만이 아니었다.

강석찬, 그를 포함한 동료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브라는 최고의 힐러가 붙어 있긴 했지만, 힐러 하나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강석찬은 화신체끼리 벌어졌던 싸움 이후에 입은 피해를 엘릭서로 복구하긴 했지만, 천사들과의 전투에서 대미지를 입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녀석들도 분명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겠죠. 이번 싸움으로 한계를 느꼈을 거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생각을 해보자는 겁니다.”

하루 만에 피해를 전부 회복할 수 있으면서도 힘을 축적할 수 있는, 게다가 더욱 업그레이드된 공간의 신 고유 기술을 사용해 이동할 수 있는 공간.

“마계.”

파괴신의 말에 천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고작 한 달에 불과하지만, 만약 올킬러가 한 달간 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게다가 라우르의 지도까지 받는다면.”

모든 신이 신음했다.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겠어.”

솔직히 싸움이 끝난 이후, 강석찬과 라우르를 찾으면서 조금은 안일한 마음가짐을 가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천신의 설명을 들으니 안일함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녀석의 동료들 먼저다. 해신. 네놈의 화신, 죽어도 상관없지?”

“상관없다.”

주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화신 따위, 필요한 이유가 하나도 없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힘을 빼앗고 싶지만, 주신과 화신은 함부로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므로 그러지 못했다.

“좋아, 그럼 녀석들의 동료를 찾…”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천신의 말에 모두가 눈을 흘겼다.

“또 무슨 문제?”

“녀석의 동료들, 보이지가 않습니다.”

“응?”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눈빛에 천신이 수정구 몇 개를 띄우며 말을 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강석찬의 동료들,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정말로 탑의 모든 층, 모든 공간을 비추는 수정구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까 회의 때 잠깐 놓친 것 같은데, 낭패인 것 같군요.”

“젠장…”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점점 머리가 아파지는 파괴신이었다.

* * *

검은 공간, 안내자이자 지금은 석찬 쪽으로 붙은 G가 펼친, 그 누구도 안을 엿볼 수 없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후우…”

공간을 안정화한 G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다.

“이걸로 석찬 님과 라우르 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신들의 눈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동시에, 말했다.

“시간 배율도 대충 7배 정도로 맞춰놨으니, 일주일 정도 시간을 번 셈입니다.”

“시간 배율?”

“그런 게 있습니다.”

그 말에 이브는 진심을 가득 담아 물었다.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예전부터 G는 이상했다.

안내자는 탑에 처음 들어오는 인간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일컬어지긴 하지만, 탑을 오르면 오를수록 그에 대한 생각은 달라진다.

공포에서 강하다로, 강하다에서 싸울 만하다로, 이내 탑의 최상층에 오르면 안내자쯤은 손쉽게 제압할 정도의 힘을 얻는 이도 심심치 않다.

하지만 G는 최상층 반열에 올라온 이브 일행을 비롯해 유나 오펠리아도 명함조차 못 내밀 강함과 강함보다 더 신비한 특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제 정체라…”

G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살며시 두 눈을 감았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군요.”

스무스하게 대답을 회피한 그가 따가운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지금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잘 알 겁니다. 지금 시간이 없다는 것을.”

그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비유 님은 아마 더 이상 해신 님의 지원을 받지 못할 테죠. 오펠리아 님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

비유는 잠시 얼굴을 찡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바다. 그리고 해신에게 이번 일로 정이 확 떨어졌다. 더 이상 그의 도움을 받기도 싫군.”

의리와 은혜를 중요시하는 그로서, 생명의 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라고 명령하고 윽박지르는 해신에게 정이 떨어지다 못해 그와는 더 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오펠리아 또한 괜찮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석찬 님은 아마 라우르 님이 알아서 잘 해주실 겁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여러분이죠. 솔직히 지금 여러분은 너무 약합니다.”

G가 직설적으로 말했다.

“오펠리아 님이랑 비유 님도 부족하지만, 다른 분들은 아무래도 경력이 낮다 보니 부족한 점이 더더욱 많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날이 선 천무진의 물음에 G가 에피르를 가리켰다.

“에피르 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뭔가요?”

“이분들, 제대로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사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기에, 강해져야 한다. 지금보다 더더욱.

“그리고, 언제까지나 석찬 님 뒤에서 꽁무니만 쫓아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G는 일부러 강하게 말하며 사람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그리고 이는 성공했는지 사람들의 눈매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먹이를 바라보는 맹수의 눈빛, G가 딱 원하는 것이었다.

“정말 힘든 일주일이 될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어.”

모두에게서 나온 공통적인 대답에 G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비유 님과 오펠리아 님, 그리고 렐 님은 제 쪽으로. 나머지 분들은 에피르 님께 가서 신력을 먼저 익히시죠. 세 분의 목표는 하납니다. 최대한 빠르게 신력 컨트롤에 익숙해질 것.”

“신력?”

모두가 놀라 물었다.

“저들은 천계 소속이 아니다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에피르, 할 수 있죠?”

“알겠습니다. 세 분, 오시죠.”

에피르는 군말 없이 이브, 진현, 그리고 천무진을 데리고 공간 구석으로 갔다.

G 또한 비유, 오펠리아, 그리고 렐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키기 시작했고.

“음…”

홀로 남은 엘리자베스는 두 진영 사이를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G, 나는 뭘 하면 될까?”

지루함을 못 참고 G에게 다가갔지만.

“당신은 뭐 배울 게 있습니까? 일주일 동안 회복에만 집중해 주십시오.”

“응…”

에피르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잠깐 손을 잡았다지만, 우리는 적입니다. 게다가 당신이 배울 게 뭐 있다고. 쉬면서 구경이나 하세요.”

“쳇.”

마계에서는 꿈도 못 꿀, 여러모로 찬밥 신세를 받는 그녀였다.

* * *

마계.

얼떨결에 악마 후작 타르킨의 제자가 된 석찬은 수련에 열중이었다.

“헉, 헉.”

사방이 강력한 용암의 불길로 가득한 공동 안에서 석찬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제 몸의 열 배는 될 법한 거대한 바위를 들고 있었다.

“아직 시간 안 됐습니다. 버티십시오.”

“큭, 알았다.”

휘청거리던 몸을 다시 부여잡은 석찬이 이글거리는 불길 너머의 타르킨을 노려봤다.

라우르와의 대화 이후, 타르킨은 길게 끌 것 없다며 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젠장, 어려우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몸에서는 벌써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그를 보며, 타르킨이 말없이 시간을 쟀다.

“10분 남았습니다.”

“젠…장.”

석찬에게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지금 하고 있는 수련이 고작 1일차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아직 그에게는, 22일이라는 지옥의 시간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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