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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76화 (176/200)

제176화

“일어나셨습니까?”

일어나자마자 먼저 보인 것은 G의 얼굴이었다. 그는 무언가 초조한 듯, 식은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석찬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 왜 표정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밖에서…”

G는 간략하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에피르가…”

“그분 덕에 어느 정도 안정화되긴 했는데, 솔직히 상황이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의 말로는 에피르의 합세에 천계에서 꽤나 많은 천사가 탑으로 내려왔다는 모양이었다.

‘젠장.’

석찬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메시지창을 보며 혀를 찼다.

[‘투신이 되기 위한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투신의 신위가 지급됩니다.]

[…]

[…]

굉장히 많은 보상이 눈앞에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당장 여기 열어.”

“싸우시려는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상대는 천사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으니까, 문 열어. 당장.”

석찬의 재촉에 G는 한숨을 내쉬며 결국 문을 열어주었다.

파앗-

그렇게 눈앞에 펼쳐진 바깥 상황은, G의 말대로 좋지 않았다.

“인간들을 먼저 노려라!”

천사들은 이브 일행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었고, 신의 힘을 가진 오펠리아와 에피르가 분전하고 있었지만, 밀리고 있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젠장, 에피르!”

“석찬 님?”

천사장 플로네의 공격을 창으로 튕겨낸 에피르가 석찬을 보며 놀라 물었다.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요?”

원망이 가득 담긴 질문이었다.

하지만 대답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천사들이 석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올킬러다!”

“라우르의 후계자, 죽인다.”

“위험… 꺅!”

에피르가 보호해주기 위해 달렸지만, 천사장 플로네가 기습적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걷어차며 검을 치켜들었다.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당신의 상대는 접니다!”

“이 씨…”

에피르가 발이 묶인 사이, 다른 사람들도 분전하고 있었다.

콰과광!

이브가 내리친 거대한 번개 다발에 힘이 약한 천사들은 맥도 추리지 못했다. 하지만 중급 이상의 천사들은 번개를 털어내며 재차 그녀들을 향해 돌진했다.

“어딜.”

촤좌좍!

천무진과 비유의 검이 천사들의 새하얀 날개를 잘게 난도질하고, 진현의 주먹이 그들을 하나둘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피융-!

렐의 화살도 적절히 천사의 움직임을 봉쇄하거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나름 순조로워 보이는 전투였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아니, 뭔 놈의 천사들이 계속 튀어나와?”

진현의 한탄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늘에 뚫린 거대한 구멍, 그곳에서 천사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상급 천사는 다섯에 천사장은 저 여자가 다라지만…’

그래도 수적 열세가 극심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이브!”

대규모 마법으로 천사를 지지고 있는 이브에게 달려간 석찬. 그런 그를 맞이할 틈도 없이 몰려드는 천사를 막으며 진현이 외쳤다.

“얀마! 어디 갔다 이제 와?”

“미안하다!”

“이 씨, 이것들은 또 뭐고? 얘들도 현상금 필요하대?”

퍽!

그의 발길질에 하급 천사 둘이 바닥을 굴렀다.

“모르겠다!”

콰직!

석찬의 주먹에 천사 무리가 휩쓸렸다.

그렇게 얼마나 천사를 막았을까? 갑자기 석찬의 앞에 메시지 하나가 나타났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응? 레벨이 올랐다고?’

신기한 한편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천사도 경험치 대상에 포함이었어?’

석찬이 또 대부분의 인간이 알기로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는 오로지 퀘스트와 몬스터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그럼 천사가 몬스터란 건가?’

말하는 몬스터가 여럿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천사를 몬스터라고 볼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것 따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쾅!

상급 천사 둘의 맹공에 석찬이 뒷걸음질 쳤다.

“석찬 오빠!”

“이런…!”

네 장의 날개를 지닌 상급 천사, 백작급 악마와 동급의 강함을 지닌 천사.

‘이 느낌은 마치…’

다크엘프 킹, 레이어드를 상대할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빨리 강신을…’

이미 라우르의 화신인 게 들킨 이상 강신을 할 때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뭐야?’

[더 이상 강신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이게 뭔…”

퍽!

메시지에 충격받을 틈도 잠시, 상급 천사의 주먹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석찬이 바닥을 굴렀다.

“퉷!”

피가 섞인 가래를 뱉은 석찬은 재차 메시지를 확인했다. 라우르에게 말을 걸어보고 신력을 끌어오기도 해봤지만 여전히 강신은 발동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갑자기 강신을 사용하지 못한다니?

“그러니까 설명을 끝까지 듣고 나가셨어야지요.”

그때, 뒤편에서 들리는 G의 목소리에 석찬이 시선은 천사를 고정한 채 물었다.

“아는 거라도 있어?”

“우선적으로 여쭤볼 것이, 퀘스트는 클리어하신 것 맞죠?”

퀘스트라고 함은 투신이 되기 위한 시련을 말하는 것이리라.

“응.”

“그렇다면, 보상을 먼저 확인해 보시지요. 그럼 아마 답이 나올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시간은 제가 벌어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G는 손바닥을 쫙 폈다. 그러자 그의 손 위로 신력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생성되었다.

저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채찍?”

얼핏 보면 나무줄기처럼 생긴 그것을 휘두르자, G의 앞에 거대한 선이 생겨났다.

“진부한 말이지만, 천사분들? 선 넘지 마세요. 죽어요.”

그 말에 상급 천사 하나가 G를 향해 소리쳤다.

“G? 네 녀석도 올킬러의 편에 붙은 건가?”

“뭐, 그렇죠? 보시면 알잖아요?”

“안내자 주제에…”

많이 화가 난 듯한 상급 천사는 G의 경고를 무시하며 채찍으로 그은 선을 밟았다.

그리고.

콰과광!

그녀의 몸을 뒤덮는 무시무시한 폭발에, 그녀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쓰러졌다. 죽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피해를 입은 듯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어떻게… 안내자가 이런 힘을…”

예상치 못한 G의 힘에 놀라워하는 것은 덤이었다.

“왜, 안내자는 이런 힘 가지면 안 됩니까? 그리고, 잘 알아들었으면 기다리세요들. 저도 굳이 힘 빼고 싶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그 어떤 천사도 석찬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들 안에 잠재된 생존 본능이 말한 것이다.

‘움직이면, 정말 죽는다.’

“이분이나 치료하시죠.”

G는 쓰러진 상급 천사를 넘겨주며 말했다.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석찬은 안심하며 투신이 되기 위한 시련 퀘스트의 보상을 확인했다.

‘레벨은 일단… 어?’

일단 레벨 업 개수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스무 개의 레벨이 한 번에 올라 총 100개의 잔여 포인트가 생겨났다.

게다가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장비나 재료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진짜 보상이 석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보석을 쥔 석찬의 눈이 빛났다.

[투신의 신위]

[등급 : ???]

[내구도 ∞/∞]

[투신의 힘이 담긴 정수, 파괴할 시 투신의 신위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라우르의 신위…’

이것을 얻고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왔던가?

‘이것이 있다면, 더 이상 지는 일은 없겠지. 지금 상황도 타파할 수 있을 거고.’

G가 막고 있다지만, 여전히 천사들의 우위가 점쳐지는 상황, 석찬은 즉시 보석을 부수기 위해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스탑, 스탑!]

다급한 외침과 함께 익숙한 얼굴이 석찬의 눈앞에 나타났다.

‘라우르?’

강신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그를 보며 안도하기도 잠시.

[그거 부수지 말고 잠깐 나 좀 줘 봐!]

‘갑자기 그게 무슨.’

[자세하게 설명할 시간이 없는데… 에라이 씨. 일단 나 한 번만 믿어봐!]

석찬이 어리둥절한 사이, G가 일을 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그게 무슨 개소립니까?”

[맞다, 넌 그 새끼 몸뚱어리 좀 꺼내 보고.]

“그 새끼?”

[마이콜인가 마이클인가 뭐시기 있잖아!]

다급해 보이는 그의 외침에 G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검은 공간에서 마이클의 시체를 꺼내주었다.

그리고.

[잘 들어라, 석찬아.]

‘뭐예요, 지금.’

[당황스럽다는 거 잘 알아. 뭐, 투신의 신위를 물려준다고 한 건 나니까.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다.]

‘부탁이요?’

[이 새끼 몸뚱어리에 그거 한 번 세게 박아줄 수 있냐?]

‘그거요? 설마…’

석찬이 손안에 든 보석을 가리키자, 라우르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라우르의 요청에 두 남자가 동시에 의문을 표했다.

[제발, 부탁이다.]

‘부탁이요?’

언제였을까? 라우르의 부탁을 들어본 적이.

다른 신에 비해 화신과 친근하고 허물없이 지내는 라우르였지만, 그 또한 신인지라 화신에게 부탁이라는 행위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 부탁이란 것을 하고 있다. 영혼 상태에서 고개까지 숙여가며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하게 하고 갈 것이 있어요.’

[뭔데?]

‘난 라우르를 믿어요. 만약 라우르가 배신을 한다면…’

석찬의 눈 안에 깃든 살기를 읽은 라우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걸 말하고 있어. 정 못 믿겠다면 영혼을 걸고 맹세하지. 나는 절대 네 녀석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한테도 나쁘지만은 아닐 거야.]

‘그럼 됐어요.’

대답을 들은 석찬은 마이클의 시체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투신의 신위가 들려 있었다.

‘이걸 찌르라고?’

확실히 보석의 끝 쪽이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 순간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미 약속한 것이었기에, 석찬은 미련 없이 마이클의 가슴에 보석을 박아 넣었다.

푹.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투신의 신위를 양도하셨습니다.]

[전(前) 투신 라우르의 영혼이 신위에 깃듭니다.]

‘뭐?’

그와 동시에, 라우르의 영혼이 마이클의 가슴에 박힌 투신의 신위로 흘러 들어갔다.

[조금 이따 보자, 녀석아.]

그 말과 동시에 라우르의 영혼이 사라졌다. 연결이 끊긴 것인지 더 이상 그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석찬은 물론이요,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이가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긴급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퀘스트 하나.

[긴급 퀘스트 - 라우르의 부활]

[내용 : 전 투신 라우르가 본래의 힘을 되찾고, 심지어 부활의 매개체인 육체 또한 얻었습니다. 이제 그의 부활은 시간문제입니다. 투신의 화신인 당신은 그의 부활이 끝날 때까지 그의 육신을 지키십시오.]

[라우르 보호 (미완료)]

[보상 : 알 수 없음]

[실패 시 페널티 : 사망]

“이브, 진현아. 이거…”

“봤어요. 라우르 님을 지키…면 되는 거겠죠?”

“그래.”

석찬은 아직도 선 앞에서 서성이는 천사들을 바라봤다. 그들 또한 무언가를 느꼈는지 매서운 눈빛으로 마이클의 시체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자식들, 눈깔 돌아간 거 보니까…”

순간, 천사 하나가 선을 넘어 달려들었다.

쾅!

G의 채찍이 녀석을 내리찍었지만 천사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동시에 선을 넘고 마이클의 시체를 향해 달려갔다.

“얘들아, 준비하자.”

“오케이.”

개미떼처럼 몰려오는 천사들을 보며, 석찬 일행이 다시금 무기를 치켜들었다.

그렇게, 천사와 석찬 일행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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