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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69화 (169/200)

제169화

강제 돌파.

말 그대로, 마력 저장소의 등급을 한 단계 ‘강제’로 올려주는 기술이다.

휘오오.

머릿속에 그려진 위치대로 혈을 찌르자, 석찬의 몸 주변으로 서풍이 일었다.

‘저건… 설마.’

과거에 20층 지부장인 포이그 레바돈과 싸울 때 강제 돌파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 이브만이 그것이 무슨 기술인지 알았고, 때문에 경악했다.

강제 돌파, 표면상으로 놓고 본다면 그것은 최강의 기술이다. 무려 마력 저장소의 등급 하나를 바로 업그레이드해 준다.

마음만 먹는다면 등급을 올린 다음에 바로 한 단계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소리.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기술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어이없는 정도로 엄청난 페널티. 게다가 이 페널티는 돌파하려는 등급이 크면 클수록 그 강도가 거세진다.

이전에 그녀는 초록 등급에서 파랑 등급으로 강제 돌파를 시도했던 것만으로도 전신에 격통이 일고, 죽기 일보 직전의 고통을 받았었다.

‘하물며 오빠는 지금 보라색 등급의 마력이야.’

보라색 마력, 통상적으로 마력 운용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단계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궁극의 마력.

그런데 그것을 넘어선다고?

‘분명 다음 단계는….’

그때, 석찬의 자색 마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보랏빛이 천천히 사그라지더니, 새하얀빛이 석찬을 감쌌다.

‘저건…’

얼핏 보면 신력과도 같았지만, 틀렸다. 그것은 마력이 맞았다. 잠시 후, 순백의 마력에 은은한 은빛이 돌았다.

백금색, 마력 운용의 서에 적힌 최후의 마력 단계. 지금, 석찬이 그 경지에 도달했다.

‘성공이다.’

시전 시에도 페널티가 있는 강제 돌파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도박을 감수하고 시전한 것이었는데, 다행히도 행운의 여신은 자신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럼, 어디… 시험해볼까?’

순간, 석찬의 녹안이 번쩍였다. 눈의 색이 조금은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녹색이지만, 백금의 마력 덕분인지 조금은 밝아진 눈이었다.

파앗-

어느새 마이클의 앞에 도달한 석찬이 주먹을 뻗었다.

콰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마이클의 몸이 날아갔다. 그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물론 석찬마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정도의 힘이라니.’

힘이 한 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그런 것일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질 뻔하기까지 했다. 간신히 중심을 잡은 그가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상처가 회복된다.’

마력의 등급이 진화하며, 사용하는 마법의 질도 몇 배는 상승했다. 덕분에 신의 육체에 잘 먹히지 않던 치유 마법도 제 역할을 발휘해 몸 상태를 호전시키고 있었다.

“후우.”

“그건 대체 뭐냐.”

어느새 몸을 추스르고 일어선 마이클이 석찬에게 물었다. 그의 녹안이 어둡게 빛났다.

“너는 못 쓰는 거.”

간단하게 말한 석찬이 신마력을 일으켰다.

‘큭.’

하지만 확실히 마력의 질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서 그런지, 신마력이 흐트러지려고 했다.

‘어딜.’

그래도 압도적인 재능과 꾸준히 쌓아온 제어력으로 금세 신마력을 안정시킨 석찬이 완성된 백금빛의 신마력을 마이클의 목에 겨눴다.

“그건, 꽤 무서운걸?”

“그래?”

그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콰과광!

석찬이 신마력을 듬뿍 머금은 주먹을 휘두르자, 검기와도 같은 날카로운 파장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갔다.

“크윽… 위험하다!”

해신의 화신, 오펠리아가 급히 제 신의 주력기, 바다 장막을 펼쳤지만, 신마력은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베어내고 주변의 지형지물을 괴멸했다.

“저게 무슨 위력이냔 말이냐.”

천무진과 비유가 식은땀을 흘리며 검을 고쳐 쥐었고, 이브와 렐이 후방 지원을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젠장, 또 벌어졌네.”

진현은 이제는 정말 괴물이 되어버린 친구를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내, 남색 마력으로 몸 전체를 덮은 그가 석찬에게 현저히 밀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마이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석찬을 압도하던 녀석이 이제는 오히려 압도당하고 있다.

“크악!”

주먹에 직격한 그가 피를 뱉었다. 팔이 덜렁거리는 것을 보니, 이미 부러졌나 보다.

게다가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겹쳤던 탓일까? 움직임이 현저히 떨어진 마이클은 이어지는 연격을 더 이상 막아내지 못했다.

“크아악!”

압도, 그것을 넘어서 동정심이 들 정도로 녀석을 몰아붙이는 석찬을 보고 진현은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저렇게 하면, 걱정해서 온 우리는 뭐가 되냐.”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튀어나왔다. 이내 그 말을 들은 다른 이들도 연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요….”

“허어….”

처음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경계를 유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황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지니, 긴장감도 덩달아 없어졌다.

* * *

“컥!”

쿵.

얼마나 녀석의 몸을 두들겼을까? 드디어 마이클의 거대한 육체가 무릎을 꿇었다. 강신도 유지할 힘이 없는 것인지 머리카락도 원래의 금발로 돌아왔다.

“드디어 끝이냐?”

석찬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그를 내려다봤다.

[이렇게 보니, 저 녀석 몸, 탐나긴 한다.]

‘그러니까요.’

마력이 한 단계 상승한 석찬조차 마이클을 때려눕히는 데 상당히 고생을 해야 했다.

‘표면적으로는 압도했다고 볼 수 있어도….’

석찬은 욱신거리는 주먹을 내려다봤다. 건틀릿 사이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그저 때리는 것만으로도 대미지를 주다니… 엄청난 맷집이야.’

엄청나다는 말로는 전부 표현이 불가능한, 가히 경악할 수준의 맷집.

“크으…!”

게다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도 아직도 의식이 남아 있다.

“네 녀석… 강하군.”

“아직까지 말이 나오다니, 너도 참 징하다.”

그 말에 마이클이 씩 웃어 보였다.

“거참 고맙군.”

그러면서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워우, 일어날 힘이 있어?”

“영혼 조각을 얻기 전까지는, 쓰러질 수 없다.”

그렇게 말하며, 그의 머리칼이 다시금 백발로 변화했다. 또한, 텅 빈 벽안도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그의 몸에서 다시금 강대한 투신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일전에 내뿜던 힘에 비하면 당연하게도 약했다. 50%? 아니, 그것도 후한 평가였다.

‘정확히는 3-4할 정도로 봐야겠군.’

그 정도면 강제 돌파가 없어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이었다.

게다가.

“지금 몸 상태에서 강신을 사용했다간 죽을 텐데?”

주륵-

마이클의 코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몸이 신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미 녀석은 한계다.’

석찬의 주먹을 감싸고 있던 신마력이 더욱 진해졌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주마.”

그 모습에 마이클 또한 씩 웃었다.

“그래, 와라.”

그 또한 최후의 최후까지 힘을 짜내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잠시 후, 두 남자가 최후의 합을 나눴고,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 * *

“크윽….”

세상이 새하얗게 변하고, 이브 일행은 시력을 상실할 듯한 밝은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시스템 알림음만이 머릿속에 작게 울려 퍼졌다.

그때 시스템음을 듣던 오펠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퀘스트 클리어? 녀석이 죽은 건가? 잠시만, 죽은 거면 퀘스트 실패 아니야?’

퀘스트의 요지는 싸움을 저지하는 것이지, 한쪽을 이기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한쪽의 승리 또한 퀘스트 클리어 조건에 포함됩니다.]

이어지는 알림음에 오펠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구만? 뭐, 클리어했으니 됐지.’

이 와중에도 계속해서 시스템 알림음이 울리는 것을 보면, 필시 많은 보상이 들어왔다는 것이리라.

속으로 기쁨의 함성을 내지른 그. 그때였다.

[들리느냐.]

머릿속으로 또 다른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 소리는….’

중후한 느낌을 진하게 흘리는 중성, 그토록 찾던 그의 주신, 해신이었다.

‘해신님? 오셨습니까?’

왜 이제 왔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상대는 신, 게다가 자신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는 존재였다.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됐다.

‘해신 님, 하실 말씀이라도…’

[방금 전의 강신 요청 때는, 내가 미안했다. 잠시,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다. 이런저런….]

해신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긴 했지만, 오펠리아의 귀에는 그 어느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해신 님이… 사과?’

그렇다. 그는 신이 인간에게 사과를 한 것에 상당히 놀라있었다. 신이 어떤 존재인가? 압도적인 힘과 권능으로 저 위에서 자신들을 지배하는 존재 아닌가?

그리, 해신은 한 번도 자신에게 미안하다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 바다같이 넓고 인자해, 다른 신들보다 많은 편의를 봐주긴 했어도, 인간과 신 사이의 선이라고 해야 할까?

신으로서의 위엄은 지키며, 그를 넘보는 자들은 자비 없이 응징했다.

그런 그가 미안하다고 했으니, 놀란 만도 했다.

‘살다 살다 이런 날이 있구먼. 탑에서 저런 싸움도 보고, 신한테 미안하다는 소리도 다 듣고.’

그때, 신이 말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다만….]

그 말에, 오펠리아는 다시 한번 놀랐다.

‘미안?’

[투신의 화신을, 그 강석찬이라는 녀석을 죽여다오.]

하지만,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해신이 건넨 다음 말이 오펠리아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지금… 뭐라고….’

[강석찬이라는 녀석을 죽이라고 했다.]

‘그는 저희의 목숨을 구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층을 멸망시키려던 존재를 멸했습니다만…’

해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도중, 암전했던 시야가 돌아오고, 오펠리아의 눈에 희미하게 서 있는 석찬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또한 지쳤는지 얼마 안 가 쓰러졌고, 그 앞에는 진작에 목숨이 끊어진 마이클이 엎드려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당장 녀석을 죽여라!]

그 모습에 해신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는 계속해서 석찬을 죽이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빨리… 빨리!]

게다가 무언가에 쫓기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 목소리가 점점 초조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번쩍.

[힉! 힉!]

쓰러진 석찬의 눈가에서 흘러나오는 초록빛 안광에 해신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신의 위엄이나 카리스마 따위는 1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명령에 불복하면, 지금까지 준 힘을 전부 회수하겠다!]

‘뭐?’

그 말에, 오펠리아가 고뇌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그의 고뇌는 얼마 가지 않았다.

쿵!

그 앞에 나타난 인간의 형상에, 오펠리아는 물론 그 자리에 서 있는 모든 인간이 움직임을 멈췄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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