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잠재력 무한-168화 (168/200)

제168화

권능. 귀족급 악마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특수 능력.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권능인 질투.

한때 전성기의 라우르조차 잠시 넘어섰다던 그 힘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광!

권능의 발현에 주위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저 힘은….’

그것을 처음 보는 오펠리아와 비유가 놀랍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브 일행은 두 번째 보는 것이었지만, 그때와는 달리 지금 그녀가 내뿜는 힘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그건 무엇이냐, 악마.”

또 다른 라우르 또한 그녀를 경계했다.

“글쎄요, 모르면 일단 맞아야겠죠?”

팟.

다시 한번 사라진 그녀가 또 다른 라우르의 뒤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두 번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그녀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그.

훙-

하지만, 간단히 고개를 젖힌 것만으로 공격을 회피한 엘리자베스가 두 눈을 번뜩였다.

쿵.

그러자, 또 다른 라우르가 무릎을 꿇었다.

“큭…!”

고통스럽다는 듯 몸을 후들거리는 그녀를 보며 엘리자베스가 미소 지었다.

“그렇죠. 그겁니다.”

꼴좋다는 듯이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또 다른 라우르의 내면에 있는 그의 화신, 마이클이 말했다.

‘라우르, 나와 보쇼. 지금부터는 내가 할 테니까.’

‘뭐냐, 아깐 엄청 비리비리하더니만, 정신이 든 거냐?’

‘예이, 예이. 그나저나, 빨리 나와보라니까? 죽고 싶은 거요?’

‘이 악마를 네가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잔말 말고 나한테…’

‘그러지 말고, 방법이 있으니까.’

두 사람은 한동안 더 말다툼을 이어 나갔고, 잠시 후.

쾅!

몸을 한껏 짓누르고 있던 검은 마력을 뿌리치며, 또 다른 라우르가 거리를 벌렸다.

“잘도 빠져나왔군요.”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손을 뻗자, 검은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직, 콰과광!

검은 번개가 또 다른 라우르를 향해 직격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엘리자베스의 옆으로 이동한 그가 주먹을 내질렀다.

‘언제?’

그녀는 흠칫했지만, 질투의 권능으로 급상승한 신체 능력을 이용해 공격을 피한 뒤 재차 마법들을 발동했다.

하나하나가 정예 몬스터쯤은 가볍게 잠재워버릴 수 있는 마법들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귀신같은 몸놀림으로 마법들을 전부 회피한 그가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저건…”

달라진 움직임에, 석찬은 물론 라우르조차 눈을 부릅떴다.

[아무래도, 저쪽도 몸을 바꾼 모양이구먼.]

‘저 움직임은 대체.’

조금 전 자신과 싸울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마치, 공격이 어디서 날아올 것인지 미리 알고 있다는 듯이 반 박자 빠르게 몸을 움직여 이브의 공격을 저지하며, 위협적인 일격들을 가했다.

‘그래도 권능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

예상 못 한 공격은 언제나 변수를 만들어내는 법이니까.

“도우러 간다. 다들 준비해.”

“오케이.”

“모두 가까이 모이세요.”

이브가 지팡이를 한 번 흔들자, 몸에 활력이 돋는 동시에 힘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방금 건…”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버프 마법이에요. 모두 전체적인 신체 능력이 50% 상승했을 거예요.”

게다가 이것은, 신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석찬도 마찬가지.

‘대단해.’

50%라니. 엄청나다는 말로는 부족한 수치였다. 다른 이들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속 시간은 10분이니까, 빨리 끝내야 할 거예요.”

10분, 적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 가보자고.”

그 시각, 다시금 몸의 주도권을 찾게 된 마이클이 엘리자베스를 압박했다.

픽!

조금씩이지만, 그의 공격이 먹히고 있었다.

“젠장.”

팔뚝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엘리자베스는 혀를 찼다.

질투의 권능을 사용해 처음에는 녀석을 뛰어넘었지만, 다시금 밀리고 있었다.

‘이 자식, 내 움직임을 전부 파악하고 있어.’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었다.

우선, 엘리자베스는 근접전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마법사 포지션인 그녀가 근접전을 펼칠 일은 그리 없었고, 때문에 적이 근접해 압박하니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둘째로, 바로 적의 말도 안 되는 움직임에 있었다.

콰과광!

마법이 어디서 날아올지 미리 알고 있다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공격을 회피한 그는 약점이란 약점만 찾아서 공격해댔다.

‘뭐야, 이 새끼.’

이는 그의 특기인 본능과도 연관이 있었다.

[역시 내가 인정한 놈이다.]

마이클의 본능. 처음 그를 봤을 때, 또 다른 라우르는 그것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의 평가는 그랬다.

‘본능과 감각만큼은 이미 전성기 시절의 나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신조차 인정한 본능은 전투에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적이 어느 쪽으로 공격할지, 어떻게 공격해야 더 상대가 괴로울지.

그리고 이는 평균 혹은 그 이하라고 볼 수 있는 그의 기술 습득 능력과 무관하게 그의 독자적인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군, 악마.”

“어쩌라고!”

콰과광!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불의 폭풍이 마이클을 덮쳤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폭풍을 뚫고 나온 그가 엘리자베스를 날려버렸다.

“마법은 엄청나다만, 신체 능력이 영 그래.”

이것이 마지막 이유. 권능으로 엄청난 힘을 손에 넣긴 했지만, 그녀는 그 힘을 완전히 다루지 못했다. 첫 번째 이유와도 이어지는 문제였다.

그리고 이것은, 먼 옛날 질투의 권능을 다뤘던 악마가 라우르에게 패한 이유와도 비슷했다.

“그만 죽어라, 악마.”

“으야압!”

엘리자베스가 당하려는 모습에 진현이 주먹을 내질렀다.

쿵!

등허리 쪽을 정확히 찌른 일격이었지만, 마이클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약한 녀석은 빠져라.”

오히려 그를 쩌리 취급하며 그대로 내쳤다.

“잔챙이가 늘었네?”

그는 여섯 명의 남녀를 보며, 씩 웃었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맨땅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으어….”

돌과 흙으로 만들어진 골렘들이었다. 그런, 석찬의 눈에 골렘의 형상이 낯에 익었다.

‘저건….’

[이런 씨…!]

라우르 또한 그것이 뭔지 알았다.

바로 그의 영혼 조각이 있던 곳에 설치되어 있던 석상들. 그것과 모습이 굉장히 흡사했다.

‘저걸 소환할 수도 있는 거였어요?’

[나야 모르지? 예전에 이것저것 익히긴 했었는데, 저런 것도 있었나.]

쾅!

“저것들을 먼저 부숴라!”

무시무시한 기운을 풍기며 달려오는 골렘들을 보며, 저마다 검을 치켜들었다.

스으응-

신력으로 창을 만들어낸 석찬이 골렘의 핵을 향해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콰과광!

그대로 핵을 꿰뚫고 마이클을 향해 날아가는 신력의 창.

콰직!

그러나 본능적으로 느낀 걸까? 빠르게 팔을 꺾어 창을 잡아낸 그가 석찬을 향해 돌아봤다.

“생각해 보니 아직 네 녀석이 있었지.”

“날 잊으면 섭섭하지.”

마이클은 엘리자베스를 내버려 둔 채 석찬에게 다가갔고, 석찬도 이제 둘 남은 골렘을 내버려 두고 그에게 갔다.

다시금 마주한 두 사람은 처음 봤을 때와 꽤나 달라져 있었다.

“지금 이 모습, 마음에 들지 않나?”

제 백발을 털어낸 그가 씩 웃으며 물었다. 덩치가 줄었어도 석찬보다 컸기에 올려다보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아까 싸울 때는 미안했다. 오랜만에 80층에 왔더니 용암주가 너무 마시고 싶었지 뭐야? 의도치 않게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어.”

갑작스럽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모습에 석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음… 맨정신으로는 처음 보는 거라 살짝 분위기를 풀려고 했는데, 별로인가 보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싸우려던 거 아니었나?”

“뭐, 그렇지?”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석찬도 맞춰서 마력을 개방했다.

“마력? 그걸로 되겠어?”

“누가 마력만 쓴다고 했나?”

쿠구궁-

마력 위로 새하얀 빛이 떨어졌다. 석찬만의 기술인 신마력. 그것에 마이클은 놀랍다는 양 말했다.

“아까도 봤지만, 정말 신기하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석찬은 대답 대신 주먹을 말아 쥐었다.

“에잉, 재미없는 놈.”

이에 마이클도 여유로운 자세를 버린 뒤, 눈을 빛냈다. 서로의 안광이 부딪친 순간.

쿠구구궁-

엄청난 빛이 일어남과 동시에, 두 사람이 격돌했다.

기술이 떨어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강하게 자신을 압박하는 마이클에게, 석찬이 마법을 날렸다.

마법이 전문 분야는 아니었지만, 시야 차단에 이만큼 탁월한 게 없어 지금껏 쭉 애용해왔고, 이는 그에게도 통했다.

“잔재주를!”

그런데도 그 힘이 힘이다 보니 제대로 된 효과는 발휘하지 못했고, 석찬은 바로 전면전을 펼쳤다.

‘확실히, 아까는 제정신이 아니었군.’

만약 처음 대면했을 때 마이클이 맨정신이었다면 100% 졌으리라.

퍽!

갑작스럽게 들어온 발차기에 석찬의 몸에 쭉 밀려났다.

‘젠장.’

기술만 모자랄 뿐이지. 신체 능력이나,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은 굉장히 탁월했다. 솔직히 피지컬 하나만큼은 랜스보다 나아 보였다.

“아까도 느낀 건데, 너무 약해. 어떻게 라우르의 화신이 되었는지 모를 정도야.”

마이클이 비웃으며 말했지만, 석찬은 끄떡없었다.

“싸구려 도발은 안 먹히니까, 빨리 덤비기나 하지, 그래?”

“오냐, 원하면 뭐.”

콰직!

어느샌가 달려온 그가 석찬을 향해 몸을 들이박았다.

‘크윽.’

날아가는 와중에도, 석찬은 녀석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뛰어난 피지컬에 그걸 십분 활용하는 동물적인 공격이라… 그렇다면…’

탁.

빠르게 중심을 잡으며 착지한 석찬. 그런 그에게 준비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착지할 때에 맞춰 같이 그곳에 도착한 마이클이 맹공을 퍼부었다.

언뜻 봐도 밀리는 듯한 모습에 골렘을 상대하던 이들이 침음했다. 하지만, 그때.

씩.

석찬이 웃었다.

쾅!

신마력을 방출해 마이클을 밀어낸 그가 미소를 거두지 않으며 말했다.

“어디 한번, 이것도 막아내나 보자.”

톡, 톡.

석찬이 머릿속에 떠오른 대로 몸 이곳저곳을 찔렀다.

‘저건…’

유일하게 그것이 뭔지 아는 이브만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것이 뭔지 모르는 마이클은 갑작스럽게 이상 행동을 보이는 석찬을 향해 이죽거렸다.

“뭘 또 하려고 그러냐? 얌전히 죽…”

하지만,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전장에 있던 모든 것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모든 것이 정지한 가운데, 한 사람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턱.

마이클 앞에 도달한 석찬이 씩 웃으며 그의 명치에 주먹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마이클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있었다. 그저 떨리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너… 그게 무슨…”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석찬의 밝은 녹안과 마주친 그가 침을 삼켰다. 더 이상 아무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동시에, 그의 시야가 점멸했다.

깜깜한 시야 가운데 돌 부스러기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제야 공격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런 그를 향해, 석찬은 말없이 다가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