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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56화 (156/200)

제156화

퍽!

공중으로 뜬 순간, 베르톨트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신력을 쓴 거지? 악마의 졸개가 아닌 건가?’

처음에는 자신을 막아서길래 석찬은 악마의 부하 정도 되는 놈인 줄 알았다. 실제로 자신을 뛰어넘는 무력을 선보였을 때 더더욱 그랬다.

‘마력 운용자임을 감안해도, 나를 뛰어넘을 인간은 적어도 70층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오만함 따위가 전혀 아니었다.

베르톨트 메이먼. 사냥꾼 길드 70층 지부장인 그는, 지부장이라는 직책에 걸맞은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먼 옛날, 석찬이 했던 것처럼 전대 지부장을 박살 내고 새로운 지부장으로 올라선 그는 역대 최강의 지부장이란 별칭과 함께 수없이 많은 업적을 이룩해냈다.

게다가 그 업적을 인정받아 상급 천사와 계약을 맺고 천계 소속이 되기도 했으니, 말 다한 거 아닌가?

‘젠장….’

입 안에 가득 찬 피를 토하며, 베르톨트는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잡았다.

고오오-

석찬의 주먹에서는 여전히 강대한 신력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건틀릿 위로는 자신의 것과 같은 천계 소속임을 증명하는 문장이 생겨났다.

‘진짜 천계 소속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또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천계 소속의 인간이 악마를 감싸고도는 건가?

‘그 여자가 악마인 줄 모르는 건가?’

아니, 그럴 일은 없었다. 천계 소속이 되기 전에 천사에게 기본적인 설명을 들었을 텐데, 악마를 알아보지 못한다니.

‘그렇다면 왜…’

결국, 그가 택한 답은 대화였다.

“네 녀석….”

“뭐.”

“그 여자와 무슨 관계냐.”

직접 물어보는 것. 이거보다 빠른 방법은 없었다.

“누구?”

“그 붉은 머리 여자 말이다.”

“붉은 머리 여자라면, 엘리를 말하는 거냐.”

“이름은 모르겠다만, 왜 같은 천계 소속이면서 악마를 감싸는 거지?”

약간은 살기가 담긴 질문에 석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천계 소속인 것이랑 그녀가 무슨 상관이지?”

“우리의 주적은 악마. 악마는 죽어 마땅한 존재다. 천사가 말해주지 않은 건가?”

[주적… 맞긴 하지.]

확실히 천사와 악마는 대립하는 사이다. 그런데,

“그게 나랑 뭔 상관이냐?”

굳이 두 종족 간의 사이를 석찬이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내가 천계 소속이 된 것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지, 녀석들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최소한의 의무는 이행해야겠지만.

‘엘리는 내 동료다.’

그것도 아주 유용하고 소중한 동료. 그리고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있었다.

“네 녀석, 악마와 연관되어 있는 자들이라면 다 죽일 거냐?”

그 말에 베르톨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대화는 끝이었다.

우웅-

석찬의 등 뒤로 다섯 개의 무기가 생겨났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 이건가?”

“할 이유가 없잖아? 나는 동료를 지킨다.”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살기에 베르톨트 또한 기운을 해방하며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더 이상의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겠군.”

석찬의 살기를 방어하며, 그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녀석은 내가 막아선다! 나머지는 악마를 잡는 데 집중해!”

베르톨트의 명령에 그의 주위에 모여 있던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딜.”

석찬의 몸에서 막대한 양의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966이라는 수치의 극히 강한 내구력은 무한에 가까운 석찬의 마력을 기꺼이 버텨냈다.

별들이 서서히 가려지기 시작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로운 밤하늘이 펼쳐졌다.

‘이 정도의 마력이라…’

베르톨트와 사냥꾼들이 침음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남색 마력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부서진 마력은 곧바로 재생되기 일쑤였다.

“제법이군. 하지만, 과연 이 마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콰아앙!

신력의 파장에 반파된 마력 장막이 다시 재생된다.

“지금은 이렇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 정도 재생력을 지닐 수는 없을 터. 게다가 이것을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도 네 녀석의 마력은 계속해서 소모되고 있지 않나?”

“뭐, 반쯤 맞는다고 해두지.”

“괜한 허세는 집어치우지 그래?”

베르톨트가 다시 신력을 장전했다. 석찬도 그에 맞춰 신력을 전개했다.

파직- 치직.

강대한 두 힘이 부딪치자, 베테랑 사냥꾼조차 몸을 떨었다.

‘이것이 지부장의 힘. 그리고 저 녀석도 만만치 않아.’

그들은 단박에 깨달았다. 이 싸움은 자신들이 끼어들 수 없는, 정상(頂上) 간의 대결이다.

콰앙!

신력의 격돌로 생긴 거대한 파장이 사냥꾼들을 밀쳐냈다.

“커억!”

마력의 장막에 부딪히니 다시 한번 튕겨 나오며 바닥에 처박히는 사냥꾼들.

‘젠장, 도망칠 수도 없는 거냐?’

“너희들은 전부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베르톨트가 검을 버린 채 주먹을 뻗었다.

촤자작-

그러자, 마력의 사슬이 나타났다.

“그게 네 녀석의 무기냐.”

“그래. 검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쾅!

내려친 사슬에 땅이 움푹 파인다. 가공할 만한 공격력. 게다가 자신처럼 마력 위로 신력을 덧씌운다.

“흐압!”

베르톨트가 석찬을 향해 사슬을 휘둘렀다.

콱!

석찬은 고개를 틀어 사슬을 피한 뒤 그것을 낚아챘다. 하지만, 베르톨트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피식-

오히려 웃었다.

촤자작

그때, 사슬을 연장하더니 석찬의 팔을 휘감았다.

“이 사슬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것을 잊은 건 아니겠지?”

쫙-

단단하게 조인 사슬에 팔에 통증이 몰려왔다.

쾅!

신력을 뿜어내자 사슬의 억제력이 줄어들었고, 그 틈에 재빠르게 팔을 빼내는 석찬. 하지만, 베르톨트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사슬을 조종해 석찬의 몸을 휘감았다.

마력의 양이 상당한지 계속해서 늘어나 몸의 절반을 장악해 버리는 사슬.

이에 라우르가 한마디 했다.

[제법이야. 저 녀석, 사슬을 쓰니 사람이 달라졌군.]

‘그러게요.’

석찬도 느끼고 있었다. 검은 그저 허울이었다. 사슬을 들자 전투력이 확 느는 베르톨트를 보며, 석찬은 그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평범한 지부장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적어도 최상급 악마 정도로 생각한다.’

꾸드득-

근육이 강화된다. 초록빛 안광이 더욱 진해진다.

‘부분 강신, 20%.’

쾅!

20%에 불과했지만, 급격하게 상승한 근력에 베르톨트의 사슬이 산산이 부서졌고, 석찬의 몸이 사라졌다.

훙.

어느새 위에서 나타나 베르톨트의 머리를 강타하려는 석찬. 그러나 베르톨트 또한 사슬을 겹겹이 둘러싸 공격을 방어했다.

“크윽…”

그래도 완전히 막지는 못했는지 입과 코에서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놈!”

촤아악!

공중에서 생겨난 사슬이 석찬을 향해 날아왔다.

텅!

하지만 허공에서 나타난 남색 방패에 사슬은 힘없이 튕겨 나갔고, 석찬은 베르톨트를 향해 방금 생성한 창을 날렸다.

찌직-

옆구리를 쓸고 지나가는 창에 그는 피를 삼키면서도 사슬로 석찬을 속박하려 했다.

휙.

하지만 증가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사슬을 가볍게 피한 석찬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어딜!”

촤아악!

땅에서 솟아난 사슬들이 석찬을 향해 쏘아졌다.

그것을 본 석찬이 멈칫한 사이에 사슬들이 그의 사지를 결박했다.

[이걸 못 피해? 부분 강신도 썼으면서?]

라우르의 불평 섞인 한마디에 석찬은 베르톨트를 응시하며 말했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양이 쏟아져서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그나저나, 귀족급은 안 되는 것 같네.’

콰직.

힘을 주니, 사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크윽…”

다급히 마력을 주입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신력 또한 일정량 이상을 쓰니 옅어지기 시작했다.

주르륵.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과도한 마력 및 신력 사용에 몸에 무리가 오고 있다.

“그만두지 그래? 더 이상 무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아니, 악마의 졸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인다.”

이에 석찬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왜 그렇게 그거에 열을 내는데? 뭐, 내가 악마의 졸개도 아니지만, 악마의 졸개를 죽여서 너에게 이득 될 게 뭐가 있는데?”

“이득 따위는 없다.”

“그럼 왜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싸우려는 건데? 가족이 악마한테 죽기라도 했어?”

그렇다면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럼 왜?

“나에겐 악마를 토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무, 그래.”

의무에 얽매여 있는 것만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가 따로 없다.

‘그냥 죽인다.’

원래 같았으면 죽이기까지는 안 했겠지만, 녀석은 동료들을 공격하려고 했던 자. 게다가 악마는 무조건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녀석이다. 죽이지 않으면 나중에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녀석의 목에 검을 겨눈 순간이었다.

쾅!

갑자기 마력 장막이 진동했다.

‘이 기운은…’

콰직!

마력 장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파창!

부서진 장막 사이로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왔다.

“너는…”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는 빛 사이에서, 네 장의 날개를 단 천사가 보였다.

“건방지군, 인간.”

다짜고짜 건방지다고 한 여자 천사는 베르톨트를 감쌌다.

“내 아이를 이렇게 만들다니, 배짱도 크구나.”

아무래도 베르톨트와 계약한 천사인 것 같았다.

“녀석이 먼저 나를 공격했을 뿐이다.”

석찬의 대답에 천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이 짧군. 인간 주제에.”

천사의 몸에서 신력이 뿜어져 나왔다. 진정한 신력에 넘어갈 뻔한 석찬이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제법인데, 천사.”

“건방져.”

천사는 분노한 눈빛으로 석찬에게 다가왔다.

점점 거세지는 압력. 하지만.

‘에피르나 엘리자베스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상급 천사 주제 어디 감히 내 화신에게 나대?]

라우르의 분노와 함께, 석찬의 머리가 희게 물들었다.

‘부분 강신, 50%.’

‘반신 – ver.’

새하얘진 머리칼이 어깨까지 내려왔다. 그 모습에 천사가 호기심을 내비쳤다.

“그 모습, 신기하구나.”

“신기한 정도가 아니지.”

후웅-

석찬의 주먹이 쏘아졌다.

상급 천사가 몸을 틀었지만, 급작스러운 공격인지라 피해내지 못했다.

콰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녀가 바닥을 굴렀다.

“커헉! 인간…”

흙먼지로 더럽혀진 날개와 옷을 보며, 천사의 인상이 더욱 매서워졌다.

[조심해라. 저 녀석, 진심이다.]

‘네.’

천사장보다 한 단계 낮은 계급인 상급 천사. 네 장의 날개를 지닌 그들의 무력은 악마로 따지면.

[자작급, 강하면 백작급 정도 될 거다.]

‘예.’

“천계 소속이라고 해서 적당히 훈계만 하고 봐주려고 했더니, 건방짐이 하늘을 뚫었구나!”

후웅-

“벌이 필요하겠어.”

그녀가 손가락으로 석찬을 가리켰다. 손가락 끝에 강대한 신력이 실린다.

‘피한… 어?’

신력이 다 모이기 전에 움직이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뭐지?’

바닥에 본드라도 발라놓았나 싶었던 그때.

콰앙!

또 다른 굉음과 함께 석찬의 위에도 빛이 하나 비쳤다.

‘이건…’

그리고, 석찬은 볼 수 있었다.

“누구 보고 훈계한다는 거지? 로제.”

몹시 분노한 표정으로 상급 천사를 바라보고 있는 천사를.

‘맞다. 나도 백이 있었지.’

여섯 장의 거대한 날개를 펼친 백발의 천사. 에피르의 등장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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