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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49화 (149/200)

제149화

“흠!”

눈을 뜨자마자, 알렉산더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뜬 곳은 병실. 그의 머릿속에 정신을 잃기 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홧김에 제자 녀석을 공격했고, 중간에 누군가의 난입으로 대결은 흐지부지 끝나게 되었다.

‘누구였지, 그 녀석….’

붉고 긴 머리칼을 가진 것 말고는 사나이 간의 대결에 끼어든 건방진 녀석의 정체를 특정할 단서가 없었다.

“젠장… 어라, 이건 또 뭐야?”

몸 전체를 칭칭 감고 있는 붕대를 이제야 본 알렉산더가 그것들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상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끔해진 몸을 보며, 알렉산더는 의문에 잠겼다. 그런 그의 의문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으니.

쿠구궁-

갑작스럽게 방 안, 아니 성 전체가 흔들렸다.

“뭐야?”

그리고 순간, 알렉산더의 뛰어난 기감에 무언가 포착되었다.

포착된 기운은 총 세 개.

하나는 제자 녀석의 것이었고, 다른 두 개는 강력하면서도 굉장히 익숙한 것들이었다.

특히 자신의 것과 비슷한 흉포한 살기. 그것을 느낀 알렉산더의 인상이 날카롭게 변했다.

‘위험하다.’

만약 기운의 주인이 자신이 아는 그 사람이 맞는다면, 석찬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그가 즉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영주님, 깨셨습ㄴ… 우와악!”

조금 전 충격에 겨우 몸을 추스른 메이드와 집사 들이 폭풍 돌진하는 알렉산더가 일으킨 진동에 다시금 바닥에 주저앉았다.

붉은 기운을 마음껏 뽐내며 도착한 자신의 수련실.

끼이익.

문을 열자, 난장판이 된 수련실 속에서 여섯 남녀가 보였다.

한 명은 충실한 부하 찰스, 다른 하나는 둘밖에 없는 제자 중 하나.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은….

“네 녀석들…”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꾸드득.

하지만, 알렉산더는 간신히 이성의 끈을 잡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똑바로 말하는 게 좋을 거다.”

살기를 가득 담아 묻는 그의 질문에, 랜스는 찌그러지다 못해 납작하게 변한 손잡이를 보며 말했다.

“대장, 오해야.”

“오해? 무슨 오해. 그리고 내가 언제부터 네 대장이었지?”

그의 몸에서 서서히 붉은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랜스의 동공이 진동했다.

“그걸 어떻게…”

“묻는 말에만 답해라. 참고 있으니까.”

쿠구궁-

순간 방출된 붉은 기운에 수련실의 문이 박살 났다.

이에 드레이븐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대장 일단 진정하시고, 다 설명해 드릴게. 진정, 제발.”

그 말에 알렉산더가 찰스를 흘끔 살폈다. 충격 때문인지 바닥에 주저앉은 그와 옆에서 작은 보호막을 펼치고 있는 금발의 여인, 베로니카.

“위…험.”

“고…맙네.”

보호막으로 부하를 막아준 그녀를 보며, 놓을 뻔한 이성의 끈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래. 일단 피해는 없으니 상황 설명을 듣는 것이 먼저다.’

“후우….”

심호흡과 함께 기운을 가라앉히는 그를 보며, 다른 이들도 안심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금 전 충격으로 안 그래도 딱딱했던 바닥이 이리저리 떠 더욱 불편해졌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방금의 긴장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 곧바로 말해.”

앉자마자 상황을 묻는 알렉산더의 모습에 랜스가 피식 웃었다.

“저 녀석이 누굴 닮았나 했더니, 대장을 닮은 거로구먼.”

“갑자기 시비냐?”

“왜, 제자가 스승 닮았다는데.”

“헛소리 말고, 빨리 말해.”

다시 한번 슬금슬금 올라오려는 붉은 기운에 랜스가 농담기를 빼며 아까 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

석찬과 알렉산더가 격돌하려던 것을 막아 세운 것부터 시작해서 대련의 마지막 또한 베로니카가 막아 세운 것까지, 무엇 하나 빼지 않고 상세히 설명하는 랜스. 그의 말에 석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저게 다예요.”

“진짜? 이 자식들이 갑자기 기습했다거나….”

“엥?”

그 순간, 갑자기 끼어드는 메리.

“대장! 우리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실망이야!”

“메리, 대장한테 더 이상 무례한 짓은 하지 마라.”

“놔라. 안 그러면… 알지?”

“치이….”

그 말에 그녀는 알렉산더의 머리 위에 얹어놨던 손을 치우며 구석으로 향했다.

“나는 걍 오랜만에 대장 봐서 기쁠 뿐인데….”

구석에 쭈그려서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드레이븐이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메리, 잠깐 얘기 좀….”

두 명이 떠나고 남은 다섯 명 사이에 긴 적막이 흘렀다.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석찬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알렉산더, 몸은 괜찮으신가요?”

“오냐, 엄청 개운한데 누가 치료해준 거냐?”

“저기 울보 꼬맹이가 했는데?”

렌스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오열하는 메리가 있었다.

“후에엥! 대장 미안해!”

이내 알렉산더에게 달려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비비는 그녀에, 알렉산더가 당황하며 그녀를 떼어내려 했다.

“안 일어나? 어이 메리, 잠깐만…”

석찬은 처음으로 그가 당황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미묘했다. 결국 랜스와 드레이븐까지 끼어들어 겨우 메리를 떼어낸 알렉산더가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행동은 저래도… 힐은 훌륭하니까.”

“미안해, 대장… 앞으로 안 그럴게.”

“그래, 알았다. 그러니까 그만 울고.”

알렉산더는 옷가지에 묻은 진한 얼룩을 닦아내며 건성건성 대답했다. 그런데 그런 대답에도 메리는 활짝 웃으며 눈물을 닦아냈다.

“메리. 단순. 대장. 여전해.”

심지어 계속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베로니카의 입가에도 작게 미소가 걸렸다.

“…….”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석찬은 의문이 들었다.

첫 만남 때도 그렇고, 배신자라고 하기에는 알렉산더나 다른 이들에게 하는 행동이 너무 배신자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어떻게 된 거여?]

라우르도 이에 대해 의문을 표했고, 이런 상황에서 알렉산더가 일어섰다.

“일단 오랜만에 왔으니 밥이라도 먹고 가라.”

“오, 진짜?”

“나이스! 오랜만에 1층 특산물인 자칼 고기나 뜯어보자고!”

“오우!”

좋다고 그를 따라가는 세 남녀. 베로니카도 슬며시 일어나 그들의 뒤를 따랐다. 어느새 찰스와 자신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찰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가지.”

“예… 그보다, 찰스 님. 대체 저게 무슨 상황…”

“가면서 설명해주지.”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요.”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춘 석찬이 뒤를 돌아봤다.

“무슨 일인가?”

“방금 뭐가 느껴졌는데.”

아주 잠깐이지만, 이 방에 머물렀던 자들의 것이 아닌, 다른 자들의 마력이 느껴졌었다.

“뭔가 느껴졌다고?”

“네, 근데…”

하지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마력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에요. 헛것을 느꼈나 봐요.”

“몸이 허한가 보군. 주방장에게 몸에 좋은 것들 좀 만들어 놓으라고 언질 줘야겠구먼.”

워낙 찰나에 느낀 것이라서, 석찬도 금세 신경을 꺼버렸다.

‘그래. 피곤해서 잘못 느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와 찰스는 수련실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유일하게 수련실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자가 있었으니.

[…….]

라우르는 말없이 석찬이 바라봤던 방향으로 날아갔다.

휘오오-

그때, 아무도 없는 수련실에서 갑작스럽게 작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창문도 나지 않은 밀폐된 방에서 말이다.

[역시.]

쩌적.

아다만티움으로 이루어진 바닥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후아. 잠깐 집중을 풀었더니 들킬 뻔…이 아니라 들켰군요.”

[네 녀석이냐.]

“하하, 오랜만입니다.”

모자를 벗으며 유쾌하게 웃는 미남자, 안내자 G였다. 언제나처럼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그는 모자를 다시 고쳐 쓰며 부서진 수련실 안을 둘러보았다.

“이야. 어째, 더 강해진 것 같군요. 당신 화신, 어떻게 싸웠길래 아다만티움이 이렇게 됩니까?”

[지금까지 쭉 보고 있던 거 아닌가?]

“지금 천계가 조금 바빠서요. 아시잖아요?”

G의 손 위에 한 영상이 나타났다. 70층의 거목, 세계수였다.

[이벤트인가 뭐시긴가 준비한다고 바쁜 건가?]

“네, 이번 이벤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 보려고 해서요.”

[다른 방식?]

“여기서부터는 비밀. 참가자의 공정을 위해서.”

[공정은 개뿔.]

라우르의 냉소에도 G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기대하세요. 이번 이벤트는 정말 엄청날 거니까.”

영상을 끄며, G가 방을 쭉 돌아보았다.

“음… 알렉산더 님은 아직도 훈련을 멈추지 않은 모양이군요. 하긴, 그러니까 ‘그 힘’을 얻은 거겠죠?”

[그 힘?]

“라우르 님도 보았지 않습니까?”

그의 머릿속에 강대한 힘을 뿜어내는 붉은 기운이 떠올랐다.

[네 녀석, 그것에 대해 아는 거냐?]

“비밀~.”

이에 라우르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저도 알려드리고 싶지만, 발설한 게 발각되면 모가지라서요.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천계에 비상이 걸리기 일보 직전이라고만 해두죠.”

[천계가 비상?]

그 말에 조금은 의문이 갔다.

[그 힘은 분명 강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고작 그거 가지고 천계에 비상이 걸릴 리는 없을 텐데.]

“맞아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여기 온 이유가.”

[네 녀석이 여기에 온 이유?]

바로 G의 손 위로 또 다른 영상이 띄워졌다.

[밥만 먹고 돌아가라.]

[싫어! 오랜만에 대장을 봤는데…]

[메리, 실례다.]

그곳에는 복도를 걸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알렉산더, 석찬 일행이 있었다.

[이건…]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그 힘이 강하긴 해도, 혼자의 힘으로 천계를 비상사태로 만들기는 부족하죠. 중요한 것은…”

[저 녀석들의 동향인가?]

“역시, 대단하시군요.”

[네 녀석들이 생각하는 것이야 뻔하니까.]

천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알렉산더가 다시 그의 동료들과 힘을 모으는 것이었다. 저들 모두 탑을 거의 최상층까지 오른 최강의 인간들이니, 경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럴 일이 있나? 전에 들어보니 예전에 큰일이 있었다는 것 같던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그래라.]

“막지 않으시는군요.”

그 물음에, 라우르가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내 화신의 안위뿐. 다른 놈들은 별 상관없다.]

“그렇기엔 지금까지 위험할 때 안 나선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정말 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닐 때는 본인이 알아서 극복해야 하는 법이지. 잘 알지 않나?]

“물론이죠.”

G는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보던 영상을 끈 채, 바닥에 생겨난 작은 구멍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거냐?]

“말했지 않습니까. 지금 천계는 꽤 바쁘다고. 지금도 짬 내서 잠깐 나온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다음에 봅시다.”

[빨리 꺼져라.]

“예이~.”

구멍으로 몸을 던진 G의 기척이 사라졌고, 라우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석찬을 향해 날아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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