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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38화 (138/200)

제138화

석찬과 렐을 납치하려던 무리의 이름은 블랙카우였다.

[거, 이름 참 오글거리게 짓네. 블랙카우가 뭐야? 블랙카우가.]

‘그러니까 말입니다.’

라이젠을 선두로, 블랙카우 일당의 본거지 앞에 도착한 석찬은 그를 포함한 2조 일당을 잠시 기절시킨 뒤 안으로 향했다.

끼이익.

외형부터가 마치 지옥의 대문을 연상하듯 기괴한 문이 숟가락으로 솥을 긁는 듯한 심한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익…”

렐이 기다란 귀를 반으로 접으며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지만, 찡그러진 표정을 보니 실패한 듯했다.

“이야…”

블랙카우 본거지의 모습은 다른 의미로 엄청났다.

사냥꾼 길드나 다크니스 길드처럼 대규모 길드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블랙카우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쓰레기나 고철 덩어리로 둘러싼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조금 실망인데? 돈을 그렇게 뿌리는데 이런 곳에 있다고?’

[그래도 겉과 속이 다를 수도 있다.]

‘그렇죠. 조심해야죠.’

석찬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건물 안에 진입했다.

“…….”

그런 석찬 일행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복면의 남자.

“들어갔습니다. 2조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요?”

그 말에 남자의 귀에만 들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독단 행동에 그런 치욕까지 준 녀석인데, 살려둘 필요가 있나?]

“꽤나 아끼던 친구 아니었습니까?”

[대체품이야 얼마든지 있다. 애초에 고작 베테랑 사냥꾼이다. 처리해.]

“알겠습니다. 그럼, 일 끝내고 계속 미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디 넌 날 실망시키지 말도록.]

써늘한 음성에 남자가 저도 모르게 몸을 떨며 말했다.

“무, 물론이죠.”

[좋다. 또 보고할 사항 있으면 연락해.]

통신은 거기까지였다.

남자는 쓰러져 있는 라이젠과 2조 조원들을 향해 다가갔다. 모두 그와 안면이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멍청이들.”

남자는 허리춤에서 잘 벼려진 단도를 꺼낸 뒤, 2조 조원들의 목을 하나둘 긋기 시작했다.

픽- 핏!

검격이 이어질 때마다 한 사람씩 생기가 사라진다. 마침내 라이젠 앞에 선 그가 한탄하며 말했다.

“그놈의 술… 하여간 술이 문제지, 문제야. 자기뿐만이 아니라, 남까지 이렇게 만들다니 말이야. 하하.”

푹!

일격으로 라이젠의 심장을 꿰뚫는 남자의 단도. 미련 없이 검을 뽑아낸 그는 손을 뻗으며 말했다.

“홀(hole), 어스.”

마법사 쪽을 지향하지 않는 자들이라도 누구나 익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초급 마법 스킬. 그는 이 스킬을 사용해 시신들을 땅에 묻은 뒤, 바닥에 튄 피를 지웠다.

“이제 또 미행이라… 추가 수당이나 두둑이 받아야겠군.”

남자는 단도에 묻은 피마저 처리한 뒤 석찬 일행이 지나갔던 문으로 달려갔다. 열 명의 거구가 쓰러졌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자그만 언덕이 생겨났을 뿐이었다.

* * *

“이야, 뭘까, 여기?”

“아저씨, 이거 맞아요?”

“그러게나 말이다?”

날카로운 가시가 잔뜩 솟아난 공동을 지나가며, 석찬과 렐이 이야기했다.

“뭔 기지에 이렇게 함정이 많아요? 원래 다 이런 거예요?”

“글쎄다. 나도 모르겠는데?”

“아니, 아저씨 올킬러라면서요. 이런데 자주 와보지 않았어요?”

“아니, 처음인데?”

줄곧 안이 아닌 바깥에서 싸워온 석찬에게 함정은 꽤나 새로웠다.

‘물론 아예 경험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석찬의 눈이 밝게 빛났다.

‘약점 파악.’

7년 전, 50층 시험에 있었던 미궁에도 신기한 함정이 가득했고, 이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약점 파악이었다.

“렐, 지금부터 잘 따라와야 된다.”

“갑자기요? 잘 따라가고 있는데….”

“알아, 근데 지금부터는 더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알았어?”

“그냥 직접적으로 말하십쇼. 석찬 님이 밟은 곳만 밟으라고.”

보다 못한 에피르의 일갈에 그제야 이해한 렐이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

“아하. 고마워요 천사 언니~!”

“손 놓으시죠. 그리고 누가 렐 님의 언니입니까?”

“예쁘면 언니죠!”

그 말에, 에피르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

“맞아. 그런데 나이가 조금 걸리….”

지만, 이어지는 석찬의 말에 분노로 바뀌었다.

콰아앙!

신력 대신 일반적인 마력이 뿜어져 나왔지만, 그조차 위력이 석찬의 남색 마력을 뛰어넘었다.

콰과광!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함정은 물론, 벽에도 거대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석찬 님? 친구분 닮아가면 안 됩니다, 아시겠어요?”

“으, 응.”

살기 어린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석찬은 엉망이 된 주변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됐으니 누구 한 명 올 거 같은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 복도 끝에서 한 남자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떼거리로 몰려들거나 하진 않았다.

‘한 명이라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석찬은 조용히 마력을 끌어올려 그를 자신 쪽으로 당겨왔다.

“엇?”

순식간에 몸이 끌린 남자가 석찬 옆에 얼굴을 박았다.

“크학! 힉?”

남자는 코앞에서 튀어나온 가시에 뒷걸음질 쳤지만, 석찬과 부딪치고 몸을 벌벌 떨었다.

“저기… 억!”

남자의 뒷목을 쳐 기절시킨 석찬이 조용한 복도를 보며 안도했다.

“조용. 들킬라.”

그렇게 안도의 순간도 잠시.

“누구냐, 네 녀석들은?”

복도 끝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아홉 명의 사내를 보며, 석찬과 에피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들켰네.”

“들켰네요. 죄송합니다, 굳이 저 때문에.”

“아니야. 어차피 처리해야 할 놈들이었어.”

석찬은 빠르게 그들의 무력을 측정해봤다.

‘대충 1급에서 2급 사냥꾼 사이인가.’

무력을 보니 대충 몇 조인지 실감이 났다.

“너희들, 5조냐? 아님 4조?”

“뭐? 이 새끼가!”

그 말에, 사내들이 울컥하며 석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석찬의 안중에는 달려오는 이들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그의 신경은 홀로 멀리 서서 석찬을 관망하고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베테랑 샤냥꾼 정도군.”

그래도 2조 조장이라는 라이젠보다는 약했다.

“금방 끝내주마.”

석찬의 주먹이 푸른 화염에 휩싸였다.

“죽어라. 네… 끄아악!”

선두로 달려오던 남자의 얼굴에 화려한 불꽃이 만개했다.

“막둥아! 아이스 스톰!”

스킬의 발현과 동시에 작은 얼음 폭풍이 석찬을 향해 쏘아졌다.

“핫.”

그 아담한 사이즈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는 석찬.

“뭘 쪼개냐?”

그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에게 달려들려는 남자였지만, 석찬은 가볍게 공격을 피하며 손가락을 뻗었다.

“잘 봐라.”

“뭐, 뭘 말이냐?”

그의 눈이 옅은 녹색으로 변화했다.

“이게, 진짜 아이스 스톰이다.”

그 순간.

휘오오오-

바람이 석찬의 손가락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변 공기가 서늘하게 변화한다. 이내, 거대한 얼음의 폭풍이 생겨났다.

이미 서리 거인 세트가 없어도 얼음 속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된 지 오래. 7년간의 수행이 더해지자, 그의 마법은 과거 이브가 사용했던 대마법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저… 저게 뭐야?”

“아이스 스톰이라고?”

이를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다.

어떻게 아이스 스톰이 저렇게 거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척 봐도 10m는 될 법한 높이에 회전력 또한 심상치 않아, 주변의 함정이나 잔해를 전부 빨아들이고 있었다.

“뭐야, 저거?”

“마법?”

이 거대한 크기 때문인지, 건물 천장을 뚫고 튀어나온 아이스 스톰은 주변을 거닐던 행인도 충분히 관측 가능했고, 그들은 점점 블랙카우 본거지 앞으로 몰려들었다.

“크윽…!”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랙카우 5조는 아이스 스톰의 흡입력에 빨려 들어가지 않게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으아아악!”

그런데도 힘이 다했는지 한 남자가 버티지 못하고 아이스 스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회오리 중심부에 붉은빛이 돌자, 사내들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너…!”

상태를 확인하고 있던 조장도 천천히 석찬을 향해 다가왔다. 그래도 베테랑급 사냥꾼이라는 걸까? 다른 이들은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그는 아이스 스톰이 펼쳐진 상황에서 걷는 것이 가능했다.

아이스 스톰을 뚫고 석찬 앞에 선 조장이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내 부하를…”

“너희는 어떻게 패턴이 매번 진부하냐. 내 부하를, 감히 내 뭐뭐를…”

석찬의 말에 조장의 눈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 자식…!”

“좋지. 부하 챙기고 그런 거, 좋은데 말이야.”

석찬이 다시금 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약하면, 다 소용없더라고.”

[맞지.]

그 말에 라우르가 짧게 동조했다.

과거 석찬은 자신의 약함 때문에 몇 번이고 소중한 동료들을 잃을 뻔했다. 이브, 진현, 천무진 세 사람 다 몇 번이나 죽을 뻔했고, 자신은 그저 ‘우연’으로 그들을 구했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자신이 약했다면? 라이젠은커녕 3조가 찾아왔을 때 자신은 죽고 렐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계에 들어갔던 것이고, 7년간 아등바등 수련에 열중했던 것이다.

“네가 약해서 동료를 잃는 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이 중에 사람 안 죽여본 녀석 있어?”

아이스 스톰을 해제하고 묻는 것임에도,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돈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 안 되지. 안 그래?”

“닥쳐라!”

쾅!

사내의 주먹이 바닥을 강타했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땅이 갈라지고 지반이 흔들렸다.

“네 녀석 말이 옳다. 약하면 자신의 것을 잃게 되지. 난 녀석들보다 강했다. 그렇기에 그들을 처단했을 뿐이다. 문제 있나?”

조장의 말에 석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네 조원들 목숨이 다 날아간다 하더라도 태연하겠네?”

스산한 목소리에 조장을 비롯한 조원 전원이 눈을 크게 떴다.

“네 녀석… 설마 우릴 죽이려는 거냐?”

“응.”

그 말에 조장이 웃으며 말했다.

“하, 그럼 너도 결국 똑같은…”

하지만 그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퍽!

“크헉…”

턱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조장이 의식을 잃었다.

석찬은 그를 지나치며 말했다.

“먼저 맞을 사람?”

그 말에 한 남자가 소리쳤다.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 살게요! 진짜 청산하고 잘 살겠…”

퍽.

“꺽…”

단숨에 그를 기절시킨 석찬이 말했다.

“청산? 장난하고 있네.”

석찬은 안다.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이대로 녀석들을 살려 보냈다간, 똑같은 짓을 반복할 것이다.

지구에 있던 시절에도, 뉴스로 매번 보았다. 사람이 진짜 반성한다면 왜 전과 10범이 존재하겠냐는 말이다.

[물론 반성하는 놈들도 있겠지. 하지만 이것들은 아니야.]

라우르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원래 석찬의 생각만을 읽을 수 있던 라우르는 이제 다른 사람의 감정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고, 무심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처리하자.]

‘넵.’

직후, 블랙카우는 5조를 포함해 지원을 나온 4조까지 잃게 되었다. 석찬 단 한 사람의 손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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