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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21화 (121/200)

제121화

이후의 사냥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키메라는 감지가 통하지 않는 것 외로도 완력이나 스피드 등 전체적인 신체 능력이 상승했지만.

푸슉-

그것뿐이었다.

“키에….”

석찬의 마력 광선 한 방에 명을 달리한 키메라가 쓰러진다.

‘확실히 이브와 엘리가 구해온 정보가 도움이 돼.’

회복력. 키메라를 상대하는 데 가장 까다로운 능력 중 하나였지만, 그런 회복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해결책 또한 존재했다.

이는 골렘과 같이 녀석의 핵을 찾아 부수면 해결되는 것이었다. 물론 핵의 크기가 손톱보다도 작아 골렘보다 훨씬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했지만, 회복이 불가능할 때까지 패는 것보다는 쉬웠다.

“다음은?”

“좌측 골목에 일곱 마리가 숨어 있네요. 기습하려나 봐요.”

석찬 일행이 귀신같이 자신들을 찾아내자, 키메라들도 전략을 바꿨다. 이전처럼 숨어 있다가 변을 당하기보다는 싸우기를 택한 것. 물론, 부질없고 오히려 악수라는 것은 변함없었다.

“키에에엑!”

예상대로 석찬 일행이 골목을 지남과 동시에 달려드는 키메라들. 녀석 중에는 다른 놈들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큰, 일명 정예 키메라도 한 마리 섞여 있었다. 하지만.

서걱-

섬뜩한 음성과 함께 정예 키메라의 목이 단번에 잘려나간다.

“꾸어어?”

그래도 역시 키메라는 키메라라는 걸까? 목이 잘리는 것만으로는 죽지 않았다. 팔을 뻗어 잘린 머리를 줍는 키메라. 물론, 천무진이 그것을 두고볼 리 없었다.

팍-

머리를 걷어찬 천무진의 검에 마력이 덧씌워졌다.

스걱-

목 아래에 감춰져 있는 핵을 정확히 겨눠 도려낸 천무진이 손에 들린 보라색 핵을 가차 없이 으깼다.

“꾸억.”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고 쓰러지는 정예 키메라. 사실상 대장격인 녀석이 손도 못 쓰고 당하자, 다른 녀석들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도 잠시, 녀석들은 일제히 천무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더욱 쉬운 사냥법이 제시된 현재 상황에서 녀석들은 천무진의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번뜩.

붉은 눈으로 돌변한 천무진이 검은 마력을 발산했다.

천마신교의 비기인 악마화. 그것의 등장에 키메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이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게 쓰러지는 키메라들. 녀석들의 핵이 위치한 자리에는 언제 생겼는지 모를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야, 역시는 역시네. 최곱니다.”

“고맙군.”

진현의 엄지척과 함께 석찬은 남은 키메라를 추적해 보았다. 이제 마을에 남은 키메라는 고작 20마리 남짓.

‘가깝네?’

심지어 거리도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 얼마 되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었다.

‘작은 거 15마리에 큰 거 5마린가?’

작은 것이란 일반, 큰 것은 정예 키메라를 일컫는 말이었다. 확실히 마지막이라 그런지 정예 키메라가 조금 많았다.

‘그래도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개미 네 마리가 늘어난다고 인간을 이길 수는 없듯이 말이다.

“키에엑!”

생각하기가 무섭게, 키메라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냐.”

키메라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가는 석찬 일행. 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키엑!”

키메라는 한 마리뿐이었지만 분명 느껴지는 기운은 스물이었다.

‘기습인가?’

지능이 높아진 녀석들이라면 확실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다른 키메라들은 석찬 일행 주변에 골고루 포진되어 있었다.

“진짜 기습이라도 하려나 본데?”

“그러게.”

하지만 기습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대놓고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이상한 점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키메라들의 기운이 실시간으로 약해지고 있었다.

“이거이거,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나려는 것 같네요.”

엘리자베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석찬 일행 앞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던 키메라가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죽었어요.”

원래도 좀비와 같은 외형을 지닌 키메라는 이전보다 더욱 빼빼 말라 있었다.

찌이이잉-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큭.”

그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귀를 막아도 골이 울릴 정도였고.

“뭐야? 이 소리?”

“에이씨, 방금 막 잠들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 소리에 하나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꺄아아!”

갑작스럽게 들린 비명에 소리의 진원지로 향하자, 마찬가지로 미라처럼 변해 있는 정예 키메라의 시체가 보였다.

“모든 녀석들이 다 이렇게 죽은 건가?”

[그래. 방금 보고 왔다. 다 똑같애.]

라우르의 대답에 더욱 이상한 낌새를 느낀 석찬이 파공음이 들리고 있는 하늘을 쳐다봤다.

“…뭔가 있어.”

“응?”

진현이 무슨 소리냐며 되물었지만, 석찬은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 전 소리에 묻혀 느끼지 못했던 악의 기운이 느껴졌다.

‘뭐야, 저 마력은?’

뭐라고 해야 할까. 키메라의 기분 나쁜 끈적한 마력을 몇 배로 더 압축하면 이렇게 끔찍한 마력이 탄생할까 싶었다.

다른 이들도 금세 그 마력을 느끼고 표정이 심각해졌다.

마을 사람들도 이변을 느끼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이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방어구를 챙겨입고 있었다.

“엘리, 혹시 알고 있는 거 있어?”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웃음을 머금고 있는 엘리자베스.

“글쎄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무언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입을 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석찬이 그녀를 무시하며 하늘을 올려봤다.

‘저 사람은?’

마침, 하늘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저길 봐!”

“뭐야, 저 사람?”

다른 이들도 그를 발견하고 흥분해 소리쳤다.

자신이 이 일의 주범임을 알리기라도 하듯, 그가 손바닥을 접자 머릿속을 계속 괴롭히던 소리가 일순간 사라졌다.

“안녕하신가, 친구들.”

입을 열자, 남자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넌.”

석찬의 물음에 남자는 씩 웃으며 걸치고 있던 후드를 제꼈다. 그러자, 얼굴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긴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

“뭐, 여섯 번째라고 말하면 알아 먹으시려나?”

여섯 번째.

그 말에 석찬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쾅!

어찌나 땅을 세게 박찼는지, 그가 서 있던 곳 주변으로 큰 균열이 일었다. 하늘로 도약한 석찬이 여섯 번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파직!

“큭.”

정체 모를 전기 장막에 가로막혀 추락하는 석찬. 이내 바닥에 착지한 석찬이 혀를 찼다. 이럴 때마다 몇 년 전에 사용을 봉인당한 마력 날개가 정말 그리웠다.

“너, 정체가 뭐야.”

살기가 가득한 석찬의 물음에 여섯 번째는 조소를 한껏 머금은 채 말했다.

“말했잖아? 난 여섯 번째의 이명을 부여받은 키메라 제작자. 정말 놀랐어. 내가 만든 특제 키메라들을 그렇게 쉽게 제압할 줄이야. 너 같은 마력 운용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력 감지를 피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여섯 번째는 석찬 옆에서 웃고 있는 엘리자베스를 흘끔 쳐다봤다.

[그 주인이란 놈이 저 빌어먹을 녀석이었습니까?]

엘리자베스에게만 들리는 말을 건넨 여섯 번째. 그리고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자베스.

그 모습에 여섯 번째는 대충 사정이 어떻게 된건지 단박에 깨달았다.

‘엘리자베스 님이 내 키메라의 대응법을 말해준 건가?’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50층을 방문하게 되었다.

까득-

여섯 번째가 이를 갈며 크게 말했다.

“잘 들어라. 일곱 번째를 죽인 자여.”

여섯 번째는 손에 캡슐 하나를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은 감히 키메라 제작자 하나를 죽음에 이르게 해 수많은 손해를 발생시켰다.”

“손해는 무슨, 너희처럼 인간을 재료로 키메라를 만드는 놈은 죽어 마땅해.”

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였다.

“인간 키메라?”

“저 남자가 키메라 제작자인가?”

인간으로 키메라를 만드는 행위는 명백한 악행위였기에, 사람들의 살기 어린 시선이 여섯 번째에게 쏟아졌다.

“하하, 나보다 더한 악행을 저지르는 것들이 말이 많군.”

그 말에 한 남자가 윽박지르며 말했다.

“뭐? 파렴치한 범죄자 새끼가….”

“레퍼드 리쳐.”

“응?”

갑자기 이름을 불린 남자가 윽박지르다 말고 그를 쳐다봤다.

“살인을 열다섯 번이나 행했더군. 강도짓은 마흔한 번. 분란을 일으킨 적은… 셀 수도 없이 많아.”

갑자기 자신의 악행이 까발려지자, 레퍼드 리쳐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왜, 틀렸나?”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레퍼드 리쳐가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다 거짓말이다! 네가 날 어떻게 안다고 그렇게 모함….”

“모함?”

여섯 번째는 레퍼드 리쳐를 비웃으며 작은 구슬 하나를 바닥으로 던졌다.

“뭐야?”

“한번 굴려봐. 이상한 거 아니야.”

“내가 네 녀석을 어떻게 믿지?”

“내 주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그 구슬이 위협을 가할 일은 없을 테니. 그건 그냥 영상 재생 장치에 불과하니 말이야.”

구슬을 받아든 남자는 여전히 꺼림칙해하면서도, 여섯 번째의 말대로 구슬을 바닥에 굴렸다.

그러자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죽어! 죽어!]

영상 속에는 레퍼드 리쳐의 끔찍한 살인 현장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외로도 이어지는 수많은 범죄 행위에 사람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저… 저게 무슨…”

레퍼드 리쳐는 머리를 감싸더니 이내 악을 쓰며 말했다.

“모, 모함이다! 저건 다 모함이야!”

“모함이라… 아직도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건가.”

여섯 번째가 구슬 몇 개를 더 뿌렸다. 그곳에는 레퍼드 리쳐를 포함해 다른 이들의 범죄 장면이 여럿 재생되었다.

“뭐야, 이거… 진짜냐?”

“저거 찰리 씨 아냐? 저렇게 안봤는데?”

사람들이 술렁이는 사이 여섯 번째가 말을 이었다.

“진절머리가 나. 이런 새끼들이랑 하하호호하며 탑을 올랐던 내 자신도, 이런 녀석들을 그대로 두고 있는 위쪽 놈들도, 전부다!”

갑자기 자신의 머리채를 잡으며 소리치는 여섯 번째.

[저 녀석. 정신적으로 많이 망가졌군.]

‘그런 것 같아요.’

그때, 갑자기 눈을 번뜩 뜬 여섯 번째가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하게 말했다.

“내 주인이 명하셨다. 일곱 번째를 죽인 녀석과 함께, 악에 물든 마을을 제거한다.”

“제거?”

“허!”

그 말에 사람들이 조소를 머금었다.

“네 녀석 혼자 이 마을을 제거한다고?”

“누가, 혼자라고 했나?”

여섯 번째의 손에 계속 쥐여 있었던 캡슐이 바닥에 떨어졌다.

파삭-

캡슐이 부서지면서 키메라 하나가 생겨났다.

“응?”

인간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키메라. 하지만, 석찬은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강해.’

조금 전까지 박멸 작업을 했던 키메라보다 훨씬 더 강하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어디 한번, 내 아기들이랑 잘 놀아봐.”

그 말과 함께, 수십 개의 캡슐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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