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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19화 (119/200)

제119화

“마력 감지가 통하지 않는다고요?”

[그래, 정 못 믿겠으면 한번 써봐도 되고.]

라우르의 대답에 석찬은 즉시 마력 감지를 사용해봤다. 몇 번을 키메라와 싸워온 만큼, 키메라의 불쾌하면서도 끈적한 마력은 어떤 사람보다 잘 캐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마을 내에 키메라의 마력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냐?’

[그럼 진짜지. 가짜겠냐.]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 톨도 찾을 수 없는 키메라의 흔적에, 순간 석찬은 라우르가 잘못된 정보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라우르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다.

[그치, 맞지.]

‘그쵸. 사소한 건 몰라도 이렇게 큰 걸로는 안 치시죠.’

[뭐 인마?]

‘크흠… 그래서 그 키메라들은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마력 감지도 안 통하는데.’

그게 가장 궁금했다. 감지도 되지 않는 키메라를 어떻게 발견한 것인가?

‘무슨 방법이 있나?’

기대하며 라우르의 말에 귀를 귀울이려던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왔다.

“석찬 님~!”

휙.

“으갹!”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엘리자베스를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한 석찬은, 침대에 얼굴을 처박은 그녀를 뒤로하며 흔들거리는 방문을 바로잡았다.

“곧 있으면 부서지게 생겼네.”

“부서지면 고치면 되죠!”

“안 부술 생각을 하면 안 될까?”

엘리자베스는 다른 곳에서는 다 유능한데, 이렇게 가끔씩 핀트가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볼일이 뭐야?”

“아, 그게 말이죠. 제가 엄청~나게 유용한 정보를 들고 왔거든요.”

“유용한 정보?”

안 그래도 정보 면에서는, 다크니스 길드의 지부장이라는 특수한 직책 덕분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가 엘리자베스였다. 그런 그녀가 엄청나게 유용하다고 강조하다니. 절로 기대가 됬다.

“그게 말이죠. 정말 안타까운 소식인데요.”

“응.”

“50층 마을에 또!”

뜸을 들이는 엘리자베스. 그런 그녀를 향해 석찬이 무심한 듯,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또 뭐, 키메라가 출몰하기라도 한대?”

“에?”

그 말에 벙 찌는 엘리자베스.

“응? 왜 그래?”

“아니, 어떻게 알았어요?”

“응?”

의도치 않게 선수를 치게 된 석찬, 그리고 선수를 빼앗긴 엘리자베스 모두 벙쪄, 한동안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응? 두 분 거기서 뭐 하세요?”

뒤늦게 도착한 이브는 무슨 연유인지 모르고 의문을 가질 뿐이었다.

* * *

“뭐야, 그렇게 된 거였어요?”

진위를 알게 된 엘리자베스가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쳇. 내가 먼저 알려주려고 했는데, 망할 영감탱이.”

“응? 뭐라고 했어?”

“아니에요~. 그나저나, 알고 있으면 얘기가 쉬워지겠네요. 제가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키메라가 또 출몰하는 모양이에요.”

“응.”

“그리고 이번에는 예전보다 더욱 치밀하게 움직이는 듯 해요.”

솔직히, 일전에 박멸했던 키메라들에게 지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녀석들은 그저, 인간을 보고 달려드는 몬스터 수준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녀석들은 달랐다.

“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하나도 돌아다니지 않는 야심한 시각에 주로 활동하나 봐요.”

확실히 장족의 발전이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게 가장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번 키메라들은 건물에 직접 침입할 수도 있대요.”

‘응?”

이번에는 석찬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인 침입이라니?

“침입해서, 납치라도 한다는 거야?”

“네. 심지어 그 대상도 주도면밀하게 혼자인 사람을 노린다고 해요.”

“…….

석찬을 비롯해 그 말을 듣고 있는 이브의 얼굴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장담할 수 있다. 방금 엘리자베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키메라들의 위험성은 일전에 나타났던 녀석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잘못됐다간, 마을 전체가 망할 수도 있어.’

아직 꺼내기에는 시기상조인 말일 수도 있지만, 지금 똑같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혹시 모른다.

“이 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돼?”

“아는 사람은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말했잖아요? 녀석들의 움직임이 엄청 주도면밀하다고. 제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깨닫지 못했을 거에요.”

저 말이 맞다. 자신 또한 라우르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지금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알 턱이 없었으니.

“고마워, 엘리.”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별말씀을요.”

“그, 난 무진이랑 진현이한테 얘기 좀 하고 올게.”

“네.”

석찬이 떠나간 사이, 두 여인만 남은 방 안에는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같이 지낸 지 몇 주가 지났지만, 두 사람 사이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말없이 지팡이를 닦고 있는 이브를 향해, 엘리자베스는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말을 걸었다.

“얘.”

이브가 움찔하며 그녀를 돌아봤다.

“이렇게 둘만 남은 건 처음이네, 그치?”

“뭐, 그렇죠.”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몇 가지 물어봐도 되지?”

솔직히 이브는 그 말에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엘리자베스와 분쟁을 만들 필요는 없었고,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어보세요.”

“고마워. 그럼 말이지..”

그렇게 허락을 얻은 엘리자베스는.

“너, 좋아하지.”

“네? 뭐를요?”

“강석찬 말이야.”

첫 방부터 강력하고도 묵직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그… 그게 무슨 소리세요?”

너무나도 직설적인 질문에, 이브는 되물으면서도 새빨게진 얼굴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맞나 보네, 좋아하는 거. 흐흐.”

이미 원하는 대답을 얻은 엘리자베스의 입에서 기분 나쁜 미소가 흘러나왔다.

“…….”

말없는 이브에게 엘리자베스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댔다.

“너무 답답하지 않아?”

“걍 확 고백하지 그래?”

하나하나가 고역과 같은 질문들이었지만, 모든 질문이 이브가 한 번쯤은 생각해본 것이었다.

하지만, 이브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저는 기다릴 생각이에요.”

“응? 기다려? 뭘? 설마?”

“네. 생각하시는 게 맞아요.”

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얘…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헐, 고구마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어.]

라우르조차 탄식을 금치 못했다.

“너무 안일한 생각 아니니? 그러다 다른 여자애가 먼저 채가면 어쩌려고?”

“…….”

“정 뭐 하면 내가 먼저 데려갈 수도 있는데?”

그 말에 이브가 도끼눈을 뜨며 물었다.

“당신이요?”

“안될 게 뭐가 있어? 조금 눈치가 없는 것 같긴 한데, 싸움 잘하지. 강하지. 얼굴도 나름 괜찮지. 난 좋은데? 모자란 곳 몇 군데 정도야 나중에 훈련하면 되지.”

협박으로도 들릴 수 있는 말에 이브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석찬 오빠가 넘어가나.”

“호오?”

당돌한 태도에 엘리자베스는 오히려 호기심이 들었다. 뭘 믿고 저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것인가?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오빠가 당신처럼 늙어 빠진 할망구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 말에 엘리자베스의 이마에 작은 힘줄이 돋아났다.

“어머? 얘 좀 봐. 이뻐해 주니까 말이 막나가네? 할망구? 내가 어딜 봐서….”

“천 살 넘어가면 할머니죠. 아닌가요?”

그 말에 힘줄이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났다.

“누가 그런 극악무도한 말을 했대? 얘, 참고로 천 살이면 풋풋한 아가씨란다.”

“진현 오빠가 그러던데요. 지구에서는 7~80세만 넘어도 다 할머니 소리 듣는다고.”

빠직-

그 순간 엘리자베스의 분노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오싹.

“으억, 뭐야?”

고된 훈련 후 잠깐 잠들었던 진현이 오한을 느끼며 깨어났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끼이익.

그때 스산한 소리와 함께, 엘리자베스가 진현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겉으로는 환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진현은 쉽게 그 속에 감춰진 게이지 100%의 분노를 엿볼 수 있었고,

“누, 누님? 이렇게 누추한 곳에는 어인 일로… 뭔지 몰라도 잘못했습니다.”

곧장 그녀 앞에 가 무릎 꿇고 빌었다.

“누님? 할머니가 아니라 누님이라고 부르네?”

그 말에 진현이 의문 부호를 내밀었다.

“할머니? 감히 어떤 놈이 이렇게 아리따운 누님께 할머니라고!”

그때, 진현의 눈에 문 뒤로 딱딱하게 굳어있는 이브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브? 뭐가 어떻게….’

그의 머리가 가속하며 돌아갔다.

함께 있는 이브와 엘리자베스. 보이지 않는 석찬. 갑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 등등.

2~3초가 흐르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 진현이 더욱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친구가 고자 새끼인 점은 대신 사과드립니다!”

“응?”

“제 친구가 어렸을 때부터 훈련만 하고 사느라 여자 보는 눈이 전혀 없습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누님께 할머니라고 불렀나본데,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그 망할 친구 새끼는 제가 대신 처단… 억!”

꿀밤을 한 대 얻어맞은 진현이 쓰러졌다.

[헛다리 제대로 짚었구만, 새끼. 그래도 근접했는데. 쯧.]

라우르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일단 거기서 한 시간 동안 반성하도록 해. 반성하는 동안 진정으로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보고.”

“예엡…”

‘미안해요.’

애달픈 진현의 목소리에, 이브는 작게 그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응? 다들 거기서 뭐해?”

천무진의 방에서 나오는 두 남자와 눈이 마주친 두 여인이 당황해 눈웃음 지었다.

“진현이한테 할 말 있어?”

“아니에요. 볼일 다 봤어요.”

필사적으로 진현의 상태를 숨기며, 엘리자베스가 두 남자를 원래 방으로 안내했다.

“힐.”

세 사람이 떠나가고, 이브는 빠르게 진현에게 회복 마법을 뿌려주고, 자리를 벗어났다.

홀로 남은 방에서 진현이 작게 말했다.

“고마워 이브찡, 감동이야….”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라우르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긴 개뿔.]

이브가 내뱉은 말 한 마디 때문에 자신이 이 꼴을 당했다는 것을 영원히 알지 못할 진현의 모습에, 라우르는 동정심을 느끼며, 석찬에게 되돌아갔다.

* * *

그 시간.

51층의 비밀 연구실.

흉터를 가진 남자는 스크린에 떠 있는 행의 모습을 보며 실실 웃었다.

“곧이다 곧! 기대하고 있어도 좋을 거야. 크하하하!”

스크린 뒤에 설치된 거대한 시험관 그리고 그 안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생명체. 이게 50층 마을에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석찬 일행을 포함한 마을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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