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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15화 (115/200)

제115화

천무진과 석찬이 격돌하자, 거대한 마력 파장이 일었다.

휘우웅-

찬 바람이 한 번 휩쓴 뒤, 두 사람은 힘겨루기에 나섰다.

“힘이 센데? 힘 스탯이 꽤 높은가봐?”

“남들에게 꿇리지 않을 정도는 된다만.”

하지만 역시 깡스탯만큼은 석찬에게 미치지 못했다.

탁!

목검을 쳐낸 석찬은 천무진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후웅!

‘빨라!’

마력을 두르지 않았음에도, 주먹은 천무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빨랐다.

픽-

따끔한 볼을 문지르며, 천무진은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

“훌륭한 몸이군.”

“칭찬 고맙다.”

“그럼, 다시 가마.”

장난은 이제 끝이라는 걸까, 천무진의 기운이 변했다.

“후우….”

그가 숨을 들이쉬자, 주변의 공기가 서늘하게 바뀌었다.

팟.

천무진의 몸이 사라졌다가 곧바로 석찬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순간이동?’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그런 착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딱!

천무진의 목검이 석찬의 등을 강타했다.

“쓰읍….”

전투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쓰라렸다.

그런 석찬에게 천무진은 무미건조한 투로 말했다.

“방금 것이 진검이었으면 죽었네.”

죽는 게 누구인지는 안 들어도 알았다.

“그래, 내가 조금 방심한 것 같다.”

“조금은, 긴장하는 게 좋을 걸세.”

“오냐.”

석찬의 머릿속에서 천무진에 대한 평가가 한층 더 높아졌다. 원래는 50층의 1급 사냥꾼 정도로 생각했지만.

‘베테랑 사냥꾼,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어.’

석찬의 주먹 위로 푸른 마력이 덧씌워진다.

“너도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에 천무진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본좌는 방심하지 않네.”

“그럼, 한 번 먹어봐라!”

석찬의 주먹이 천무진의 목검을 때렸다.

으직.

목검이 반쯤 부러졌다.

“호오?”

“검 간수 잘해라!”

이어지는 석찬의 연격. 하지만 천무진은 주먹의 경로가 보이기라도 한다는 듯이 어렵지 않게 주먹을 흘러냈다.

석찬은 공격이 간파당했음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잠자코 노렸다.

방어 속에도 생길 수밖에 없는 단 하나의 틈을.

‘지금!’

약점 파악으로 천무진의 몸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석찬은 마력의 방어막이 조금은 옅어진 곳을 향해 빛같이 빠른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단순하군, 자네는.”

예상했다는 듯이 석찬의 주먹을 손으로 움켜쥐는 천무진.

“뭣?”

“자네 같은 친구들을 한두 번 보는 줄 아나? 훌륭한 육신에 비해 지능이 조금 딸리는 듯 하군.”

딱!

천무진의 목검이 석찬의 머리를 강타했다.

“큭.”

“두 번, 이걸로 자네는 두 번 죽은 걸세.”

천무진이 실망했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최단기간으로 탑을 올랐다기에 기대했다만, 어떻게 세 번째 시험을 통과했는지도 모르겠군.”

뿌득.

신랄한 비판에 석찬이 이를 갈았다.

“분한가?”

어느새 석찬의 앞으로 다가온 천무진이 뒷짐 진 채 말했다.

“분하면 일어나. 그리고 다시 덤비게. 나는 언제든지 상대해줄 터이니.”

탁.

자리에서 일어난 석찬은 끓어오르는 속을 가라앉히면서 차분하게 천무진을 쳐다봤다.

방금 한 합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절대 베테랑 사냥꾼 따위가 아니다.

비록 신체 스펙은 낮을 지언정, 전투력은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 가는 강자다.

석찬의 주먹 위에 다시금 마력이 씌워진다. 하지만, 그 강도가 이전 이상이었다.

‘대련이라 조금만 쓰려고 했는데.’

가능한 많은 마력을 가득 때려부었다.

달라진 분위기에 천무진도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기의 양이 엄청나군.’

천무진의 검에도 마력이 덧씌워졌다. 하지만, 석찬의 마력과는 무언가 달랐다.

조금 더 진하고 강력한, 마치 강마력 같지만 강마력보다는 약한 어떤 마력이었다.

“그건….”

“검기(劍氣)다. 자, 그럼 다시 가볼까?”

“그래.”

쿵!

다시금 시작된 공방. 마력의 질이 달라져서인지, 격돌하는 소리부터가 남달랐다. 이전보다 훨씬 묵직한 목검을 상대하며, 석찬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했다.

‘파이어 스피어.’

그중에는 당연히 마법도 포함되어 있었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마법을 쳐내며, 천무진은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석찬에게 말했다.

“하찮은 사술을 쓰는군.”

“사술인지 아닌지는 상대해 보면 잘 알 텐데!”

퍽!

석찬의 발길질에 뒤로 쭉 밀려나는 천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석찬은 계속해서 천무진을 몰아붙였다.

쾅쾅쾅!

폭격과도 같은 일격에 천무진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훌륭한… 기다.”

그 순간, 천무진의 어깨 쪽에 큰 약점이 보였다. 이전처럼 진짜 의도를 숨기기 위한 위장이 아닌, 진짜 약점이었다.

그곳을 향해, 석찬은 자신이 사용 가능한 최고의 기술을 날리려 했다.

‘일점폭파술.’

물론, 죽일 목적이 아닌 만큼 최대한 힘 조절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려는 순간.

쾅!

거대한 마력 폭풍이 석찬에게 쏘아졌다.

“큭?”

천무진의 약점 또한 사라졌기에, 석찬은 무리하지 않고 거리를 벌렸다.

‘저건….’

마력의 폭풍 속에서 걸어나오는 천무진을 바라보며, 석찬은 침을 삼켰다.

“대단해. 정말이지 이렇게 굉장한 육체가 존재하다니, 다시 봤다. 강석찬.”

천무진의 모습이 이전과는 달랐다. 머리는 여전히 검은 흑발이었지만, 눈은 붉어진 것이 마치 엘리자베스를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일반적인 푸른색이 아닌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뭐냐, 그 모습은.”

‘마치….’

[악마 같은데?]

‘그러게요.’

라우르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흐음?”

멀리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엘리자베스 또한 흥미로운 눈빛으로 천무진을 바라봤다.

“천마신교의 비기다. 걱정하지 말게, 힘 조절은 할 테니.”

천무진의 검이 검은 마력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이번 마력에는 석찬도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천무진이 어떻게….’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두른 마력은 강마력이었다. 바탕이 되는 마력이 달라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떨리는 석찬의 눈에 천무진이 자신의 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호오? 이걸 아느냐?”

“알다마다. 네 녀석이 어떻게 그걸 쓰는 거지?”

“내가 알려줄 필요는 없지.”

“그래, 그렇다면.”

석찬의 생각이 바뀌었다.

고오오-

석찬의 주먹 위에도 진한 강마력이 생겨났다.

‘저 녀석이 쓰는데 나라고 안 쓸 이유가 없지.’

이번에는 천무진이 놀라 물었다.

“대단하군. 검강(劍强)까지 사용하다니.”

“그만 말하고, 들어와!”

“오냐!”

천무진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의 궤적대로 땅에 긴 사선이 생겨났다. 역시 강마력이었다.

하지만 석찬은 당황하지 않고 다리에도 강마력을 두른 채 천무진에게 다가갔다.

“흠… 신체에도 검강을 두를 수 있는 것이었나.”

“뭐라는 거냐!”

석찬이 주먹을 날렸다.

훙!

섬뜩한 파공과 함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빠르군.”

고개를 살짝 돌려 공격을 피한 천무진의 붉은 눈과 마주친 석찬이 재빨리 몸을 옆으로 날렸다.

쿠구궁!

곧이어 거대한 마력 폭풍이 석찬이 있던 자리를 쓸고 지나갔다.

“감이 좋군.”

“쳇. 더럽게 세네.”

“또 덤비려는 것이냐.”

“그럼, 가만히 지고 있으란 거냐?”

석찬의 주먹은 여전히 허공을 갈랐다.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건 어떤가? 알지 않는가? 자네와 나 사이에 격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

석찬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지금 당장 메꿀 수 없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자네는 심기체 중에 기와 체를 이미 완성했다네. 그에 반해 심은… 아직 모자라네만, 경험이 쌓이다 보면 금방 채워지겠지. 굳이 지금 대련에서 이기는 데 집착할 이유가 있나?”

“더 이상 지고 싶지 않거든.”

생각해보면 석찬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꽤 많은 패배를 기록했다. 비록 그들이 수십 년씩 탑에서 구른 거물이거나 인간이 아니었다는 걸 고려하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석찬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아직 미완성이긴 한데, 한번 해봐야겠군.’

순간 석찬의 주먹이 팽창했다. 마력 또한 거대한 주먹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진현의 비기인 얼티밋 피스트.

무려 강마력으로 만들어낸 얼티밋 피스트이다. 하지만 석찬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구구국-

점점 작아지는 얼티밋 피스트. 이는 열화판 따위가 아니었다.

‘또 다른 내가 보여준….’

얼티밋 피스트의 또 다른 사용 방법, 일명 강화 얼티밋 피스트.

[네이밍 센스 개구리네 진짜, 둘이 친구 아니랄까봐.]

라우르의 말 따윈 들리지 않았다.

으드드득-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탓인지, 내구력이 버텨주질 못했다.

‘빨리 끝내야 돼.’

순간 석찬의 몸이 사라지고, 천무진 앞에 나타났다.

콰직!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목검이 반으로 쪼개졌다.

“흠?”

천무진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살짝 당황하며 검을 버렸다.

“방금 그거, 정통으로 맞았으면 위험했겠어.”

“어쩌나, 검도 없는데.”

“상관없다, 검 따위.”

천무진도 석찬처럼 팔에 강마력을 둘렀다.

팍!

이내 천무진의 주먹이 석찬의 얼굴을 강타했다.

“천마가 검만 잘 다루는 줄 아나? 본래 천마란 모든 싸움법에 능통해야 하는 법.”

“그러셔?”

석찬의 주먹이 천무진을 스쳐지나갔다. 단지 스친 것만으로도 위력은 대단했다.

“크음….”

천무진은 코 밑으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석찬을 노려다봤다.

“멋지군, 그 힘.”

“그치? 그러니까 제발 끝내자!”

이후로도 두 사람의 대치는 계속됐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샌가 석찬의 주먹에 둘러진 강화 얼티밋 피스트가 소멸했다. 이후 넝마가 된 팔에서 격통이 몰려왔다.

“크악….”

비단 정상이 아닌 건 석찬뿐만이 아니었다.

“헉, 헉.”

천무진 또한 온몸이 피투성이인데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이, 한계임이 분명했다.

“이만… 끝을 내자.”

마지막임을 직감한 석찬이 그에게 다가섰다. 그때, 천무진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한번 받아보거라.”

“응?”

천무진이 팔을 길게 뻗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

천무진의 팔에 몰려들기 시작하는 다량의 마력. 그것들은 이내 기다란 검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뭐야, 저건?”

순간적으로 본심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내 최강의 기술이네. 남겨두었던 마력 전부를 담았지. 이것까지 막아낸다면… 자네의 승리네.”

천무진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석찬의 눈은 오로지 자신 몸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마력의 검으로 향해 있었다.

‘일점폭파술? 아니야, 저 마력의 검에 약점 따윈 존재하지 않아.’

방금 사용했던 강화 얼티밋 피스트는 넝마가 된 팔로 사용 자체가 불가능할 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저것에 맞설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라우르가 입을 열었다.

[석찬아, 그걸 사용해보자.]

이어지는 라우르의 말에 석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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