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잠재력 무한-98화 (98/200)

제98화

두 번째 퀘스트를 클리어한 지 벌써 하루가 흘렀다.

“후우….”

가벼운 명상으로 마력을 끌어올린 석찬은 많이 호전된 몸 상태에 작게 미소 지었다.

‘좋았어.’

물론 마력 회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며칠의 요양을 더 거쳐야겠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마력 없으면 나가리인 주제에 말이 많아.]

‘큼.’

확실히 마력 운용자가 마력에 크게 의존하는 건 사실이다. 석찬도 기본적인 싸움 스타일은 넘쳐 나는 마력을 퍼부어 싸우는 게 우선이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이런 싸움 스타일도 개선해야 한다. 언제까지 마력을 때려 부어 싸우는 스타일이 적에게 먹힐지도 몰랐고, 지금같이 마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악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술을 배워야 하는 거다.]

‘그럼 좀 알려주시던가요. 명색의 주신이라는 양반이 두 개밖에…’

[얌마! 그 두 개도 많이 알려준 거야!]

‘어떻게 두 개가 많은 겁니까?’

석찬과 라우르가 투닥거리고(티격태격하다 있을 때, 진현과 이브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헤헤, 새 건틀릿.”

“완전 예쁘다.”

그들은 새로 얻은 장비를 구경하고 성능을 시험하기 바빴다.

은색으로 빛나는 화려한 건틀릿과 푸른 보석이 대여섯 개 박힌 거대한 철제 지팡이.

두 개 모두 두 번째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은 귀중한 것들이었다. 사람이 셋인데 왜 무기가 두 개밖에 나오지 않았냐면 바로.

[당신의 기여도는 0입니다.]

[보상 목록에서 제외됩니다.]

이런 것 때문이었다.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인 것 같은데, 석찬도 인정했다.

‘이번 퀘스트에서 한 게 없는 건 사실이니까 말이야.’

처음부터 진현과 이브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것뿐인데 보상을 바란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양아치다.

이브와 진현이 무기 외로도 받은 몇 개의 보상을 확인하는 동안, 석찬은 계속해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어디보자. 일단 약점 파악은 되고, 마법은… 파이어 볼 정도인가?’

그래도 약점 파악을 쓸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일점폭파술도 미약하지만 사용 가능할 듯했다.

‘그나저나 다음 퀘스트는 언제 시작하는 거야?’

두 번째 퀘스트가 끝난 지 벌써 하루다. 그런데 어떤 기별은 물론 시스템 메시지조차 출력되지 않고 있다.

‘뭔가 문제가…’

[남은 휴식 기간은 하루입니다.]

[하루 뒤에 마지막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앞으로 하루 더라. 좋았어.’

석찬에게는 정말 꿀과 같은 메시지였다.

‘그 정도라면 마력 회로를 회복할 시간은 충분해.’

다음 퀘스트가 어떤지 모를 상황에서 만전에 만전을 가해야 했다.

석찬은 꼼작 않고 누운 채 눈을 감았다.

자연 치유력을 가장 높게 끌어올리는 행위를 할 참이었다.

‘이름하야….’

[그냥 잔다고 하지. 뭘 또 그렇게 거창히 말하냐.]

‘옙.’

그날 석찬은 20시간 동안 폭풍 수면했고, 다행히 마력 회로도 휴식을 취한 만큼 많이 좋아졌다.

* * *

시스템이 공지한 휴식 시간이 끝나자 석찬 일행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이동되었다. 그곳에는 두 번째 퀘스트를 클리어한 사람들이 있었다.

‘꽤 많이 통과했네?’

확정적으로 절반이라는 인원이 탈락했던 첫 번째 퀘스트와는 다르게, 두 번째 퀘스트는 능력만 된다면 누구든 통과가 가능했다.

인원 제한이 없어서인지, 두 번째 퀘스트를 치른 250명 중에 200명 이상이 퀘스트를 통과했다.

몇몇 사람들은 상처를 다 회복하지 못해 몸 이곳저곳에 붕대를 치감고 있었지만, 그것까지 신경쓸 이유는 없었다.

석찬은 미리 와 공지할 준비하고 있는 G를 바라보았다.

“큼, 흠. 자! 모두 집중해주세요!”

그의 말에 200명의 이목이 G에게 집중되었다.

“이번에는 꽤 많은 분들이 마지막 과제를 치르게 되었네요. 감독관으로서 기쁩니다.”

“…….”

침묵한 관중을 보며 G가 시무룩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흠… 조금은 더 즐거워하실 줄 알았는데 말이죠…”

“잔말 말고 마지막 퀘스트에 대해 설명해라.”

차가운 좌중의 목소리에 G는 손가락을 튕겼고, 시스템 창이 생성되었다.

[메인 퀘스트 - 50층-3 (플레티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라(미완료)]

“?”

시스템 창을 보며, 처음 시험을 보는 인원들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재시험을 치루는 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이놈의 세 번째 퀘스트는 안 바뀌는 겁니까?”

한 남자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G가 미소지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안 되죠.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제는 바뀔 수 있어도, 세 번째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말입니다.”

“으아….”

그 말에 좌중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이번 과제는 그리 어렵지 않으니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이 빌어먹을 세 번째 퀘스트 때문에 다섯 번을 재시험 치루고 있는데!”

‘이어지는 한 남자의 외침에 석찬이 침을 삼켰다.’

‘세 번째 퀘스트 때문에 다섯 번이나?’

남자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온 몸을 뒤덮는 갑옷 같은 근육은 뒤로하고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양도 범상치 않았다.

‘꽤 고된 수련을 했겠어.’

어쩌면 레벨도 자신은 물론 이브도 능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조차 세 번째 시험에서 고배를 마시다니.

G는 눈앞에서 대드는 남자를 보며 차근차근 말했다.

“당신이군요. 다섯 번이나 시험에 낙방하신 분이.”

“어이. 이번에 새로 감독관이 돼서 모르나본데….”

“잘 알죠. 세 번째 과제. 한계 돌파.”

G의 눈빛이 바뀌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제. 간단하면서도 어찌보면 인간에게는 가장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당신 같은 돌대가리한테는 더욱 말이죠.”

“돌대가리?”

남자의 화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G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첫 번째 과제가 쭉정이를 걸러내는 작업이었다면 세 번째 과제는 덜 쭉정이들 중에 빛나는 보석을 찾는 과정. 그런데… 다섯 번이나 낙방하신 걸 보면… 당신은 그저 ‘덜 쭉정이’였던 모양입니다.”

그 말에 남자의 화가 완전히 폭발했다.

“이 개새끼가….”

남자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역시, 석찬보다는 못하지만, 스탯으로 환산하면 족히 400은 넘어 보일 법한, 꽤 많은 양의 마력이었다.

G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마력과 무력… 50층 아래의 인간 치고는 제법이야.’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이 과제를 통과하지 못한 걸 보면.’

남자에 대한 G의 평가가 수정되었다.

쾅!

간단하게 남자의 주먹을 막은 G가 그의 미간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치직-

G의 손가락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순식간에 남자의 몸을 휘감았다.

파지지직-

“끄아아!”

푸른 번개의 향연에 남자는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당신은 쭉정이입니다. 이대로 또 낙방하시는 것보단 이게 낫겠죠.”

순식간에 일어난 살벌한 상황에, 모두가 긴장했다.

하지만 G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가락을 닦은 뒤 사람들 뒤에 포탈을 하나 생성했다.

“자, 그럼 모두 다음 시험장으로 이동해주시죠. 한명씩 차례대로 들어가세요.”

* * *

세 번째 시험 장소로 들어온 석찬은 습관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알렉산더의 지하 대련장과 비슷하게 생긴 곳이었다. 자신밖에 없는 걸 보아서는 개인별로 치르는 유형의 시험인 것 같았다.

‘한계 돌파라… 어떤 걸까.’

세 번째 퀘스트 내용을 상기하며, 석찬은 차분히 시험을 기다렸다.

잠시 후.

[세 번째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십시오.]

[적이 생성됩니다.]

직후, 석찬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피어오르더니 익숙한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저건….”

그 순간 모두가 똑같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나?”

“나?”

그렇다. 시험 응시자들 앞에는 자신과 똑같은 형상을 한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흐음….”

게다가 말까지 했다.

여러모로 놀라울 틈도 없이 무언가는 석찬의 앞으로 다가왔다.

‘빠르다.’

“흐음….”

계속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녀석은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우선, 가볍게 한 방.”

쾅!

물론 예고된 공격인 만큼 석찬은 어렵지 않게 공격을 방어하며 거리를 벌렸다.

욱신-

가드를 뚫고 들어오는 대미지에 놀라기도 잠시, 석찬은 무언가를 노려보며 말했다.

“넌 누구냐.”

“나?”

무언가가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래, 너.”

“당연한 거 아니야? 난 너다.”

‘전혀 당연하지 않은데 말이지.’

[음.]

여태껏 무언가를 바라보던 라우르가 침음을 삼켰다.

‘왜요, 라우르?’

[저 말도 안 되는 몸뚱아리. 진짜 너랑 똑같은데?]

라우르의 말은 이랬다. 지금 눈앞의 무언가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석찬과 완전히 일치했다. 스탯은 물론이요. 초록색의 마력 저장소, 무한의 마력 등 석찬이 가진 모든 것을 무언가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나는 빼고 말이지.]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석찬은 긴장한 채 가드를 올렸다.

‘진짜 나라면… 큰일이다.’

지금 자신은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눈앞의 나는 풀 컨디션인 상태이다. 마력은 물론, 강마력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

‘나’는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유쾌한 웃음과 함께 내게 다가왔다.

팡!

석찬이 잽을 날렸지만, 기괴할 정도로 유연한 몸으로 잽을 피한 또 다른 석찬은 씩 웃으며 석찬에게 주먹을 날렸다.

부웅-

핏.

그의 주먹도 빗나가긴 했지만, 석찬은 잔뜩 긴장했다.

‘나보다 빨라.’

분명 같은 몸이라고 했는데, 녀석의 주먹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석찬을 공격했다.

“히히. 너 말이야. 이 몸을 너무 활용하지 못해.”

“응?”

녀석은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재차 공격을 날렸다. 평소 석찬이 하던 대로 마력을 듬뿍 때려박은 주먹과 함께 말이다.

‘쳇… 어쩔 수 없다. 마력을….’

석찬이 마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려는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쾅!

“커헉!”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뭐지? 마법인가?’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눈앞에 주먹이 하나 나타났다.

또 다른 석찬의 주먹이었다.

‘막아야….’

쾅!

하지만 빠르게 쇄도해오는 주먹에 석찬은 바로 정타를 허용하고, 공중을 난 뒤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체크메이트. 이렇게 하는 거 맞나?”

쓰러진 석찬을 뒤로하며, 또 다른 석찬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뭐, 아님 말고. 큭큭.”

같은 몸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격차는 엄청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