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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96화 (96/200)

제96화

“크허어엉!”

많고 많은 몬스터 중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민 녀석은 자이언트 샤벨타이거였다.

생김새는 호랑이와 비슷하지만, 호랑이의 수배에 버금가는 거대한 몸집에 웬만한 성인 남자 팔보다 두껍고 긴 어금니를 들이대는 샤벨 타이거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으랏차!”

으직-

진현의 주먹 한 방에 두껍고 단단한 어금니가 산산조각 난다.

“크헝?”

자이언트 샤벨타이거가 고통에 뒷걸음 쳤지만, 진현은 끝까지 따라가 녀석의 옆구리에 강력한 펀치를 꽂아 넣었다.

콰직!

“케헹!”

단 두 방에 샤벨타이거의 몸이 넘어갔다.

“키에엑!”

뒤따라오던 몬스터들도 잠시 멈칫했다.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이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인지한 것이다.

“안 오면, 내가 먼저 갈까?”

하지만 퀘스트가 걸린 상황에서 진현과 이브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아이스 스톰.’

이브의 주변에서 거대한 얼음 폭풍이 일었다. 극상급 마법 중 하나인 블리자드보다는 못하지만, 아이스 스톰은 나름대로 거대한 범위와 강력한 살상력을 갖춘 최상급 마법이었다.

“쿠에에엥!”

강력한 추위와 함께 몰아치는 폭풍우에 약한 몬스터 중 태반이 얼어붙거나 쓸려나갔다.

‘엄청나다.’

단 한 방에 눈에 보이는 몬스터 중 태반이 쓸려나갔다.

살아남은 몇 몬스터도 눈에 생기가 없었다.

“키…키엑….”

공포에 질린 눈을 한 몬스터들은 무기를 버린 채 도망치기 바빴다.

“어딜….”

하지만 어느샌가 쫓아온 진현이 한 놈 한 놈 친절히 찾아가 처리했고, 첫 번째 웨이브는 생각보다 일찍 끝이 났다.

[첫 번째 웨이브 종료.]

[진행 시간 : 58초.]

[웨이브를 일정 시간 안에 처리하셨습니다.]

[보상이 누적됩니다.]

[30분 후, 다음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오호, 그런 시스템인가?’

퀘스트 창을 본 석찬의 눈이 살짝 빛났다.

‘만약 다음 웨이브에서도 비슷하게 한다면…’

엄청난 보상을 얻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 상태가 정상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지….’

이런 걸 깨달은 이상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몸이 불편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미 한 소리씩 들은 이상 더는 불평하지 않았다.

‘최대한 회복에 전념에서 빠른 시일 이내 도움이 되면 그만이다.’

그렇게 석찬은 몇 가지 기초 치유 마법을 몸에 들이부었다.

‘윽.’

하지만 마력을 일으키니 귀신같이 마력 회로가 욱신거렸다.

‘마력 회로는 치유 마법으로 치료할 수 없는 건가?’

그 말에 라우르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마력 회로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거다. 마력 회로는 치료 방법이 자연 치유밖에 없으니까.]

‘그렇죠.’

비록 마력 회로도 정상이 아니고 마법의 등급이 낮아 치료 수준은 한없이 낮았지만, 무한의 마력으로 차분히 마법을 들이부으니 치료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났다.

[이렇게 보면 정말 사기라니까. 네 마력통 말이야.]

라우르는 마를 줄 모르는 석찬의 마력 저장소를 보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어떻게 된 회복 속도야? 이런 인간이 실재한다니.]

이미 라우르는 석찬의 보유 마나가 무한에 가깝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언제인가 라우르가 이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정말 놀라서 기절초풍할 뻔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물을 때는 항상 지금과 같은 말만 반복했다.

[내가 신인데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하!]

‘그건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니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라우르, 라우르도 아는 거면, 다른 신들도 제 마력이 무한이라는 걸 알까요?’

이 사실은 라우르를 제외하면, 이브는 물론 가장 친한 진현도 몰랐다.

신이었던 라우르가 눈치챘을 정도라면, 다른 신도 자신의 비밀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라우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불가능해.]

‘어떻게 단언해요?’

[당연한 거 아니야? 시스템은 그렇게 쉽게 비밀을 공개하지 않아. 나야 뭐, 네 주신으로서 알게 된 거지만… 앗.]

이리저리 말하다가 사실을 실토한 라우르가 급히 입을 가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런 거였구만.’

의문 중 하나가 풀린 석찬은 아쉬워하는 라우르를 뒤로하며 다시금 회복에 집중했다.

‘최대한 빨리….’

몸을 회복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 * *

네 시간이 흘렀다.

“후.”

[여섯 번째 웨이브 종료.]

[진행 시간 : 31분 27초.]

[웨이브를 일정 시간 안에 처리하셨습니다.]

[보상이 누적됩니다.]

[1시간 후, 다음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벌써 여섯 번째 듣는 메시지에 진현이 땀을 닦아내며 재빨리 회복을 취했다.

‘오. 한 시간?’

그간 쭉 30분이었던 휴식 시간이 두 배로 늘어간 것을 기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음에는 30분의 휴식 시간이 마냥 길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웨이브가 계속될수록 피로는 누적되었고 마력도 조금씩 동나기 시작했다. 때문에 회복 시간에는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회복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브 또한 전투가 끝나자마자 명상으로 마력을 회복하기에 바빴다.

‘석찬이 녀석은?’

수정 쪽을 돌아보니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는 석찬의 모습이 보였다.

“새끼, 쉬고 있으라니까 말이야.”

상태를 보니 억지로 몸을 회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않도록, 더 힘내자고.’

짧게 다짐한 진현이 명상을 시작했다.

한 시간 후.

일곱 번째 웨이브가 시작되었다는 메시지가 출력되고, 몬스터 떼가 출현했다.

“어라?”

몬스터 떼를 본 진현이 눈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수백 단위로 나타났던 몬스터와는 다르게 이번 몬스터 웨이브의 몬스터들은 조금 전 웨이브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저마다 평범한 잡몹이 아니라는 듯 강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정예들로만 이루어진 건가.’

조금은 빡세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진현은 이내 고개를 털어 잡생각을 떨쳐낸 후, 자세를 고쳐 잡았다.

‘진정해라. 킹갓코리안좀비. 넌 최고다!’

자기최면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진현이 달려오는 몬스터 떼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소환했다.

“메가 피스트.”

메가 피스트. 진현이 개발한 새로운 피스트 시리즈 기술 중 하나로써, 얼티밋 피스트와 마력 피스트 사이의 위력과 부담을 지닌 기술이라고 보면 되었다.

시작부터 강한 감이 없지 않아 들었지만, 소수 대 다수의 싸움에서 처음에 기를 죽여 놔야 싸움이 편하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이었다.

쾅!

진현의 주먹이 가장 앞장서 오던 몬스터의 배에 닿았다. 그러자 거대한 굉음과 함께 일직선으로 수십의 몬스터가 일제히 쓸려 나갔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10층의 마법사도 쓸 수 있는 간단한 스킬이자 마법. 사용하는 마력 대비 괜찮은 파괴력과 효율로 불 속성 마법사가 자주 애용하는 마법이다.

이브 또한 파이어 볼을 자주 사용하는 마법사 중 하나였는데, 그녀의 파이어 볼은 무언가 달랐다.

마치 최고위 마법인 헬 파이어를 연상하듯 가까이만 있어도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것같이 이글거리는 불덩이는 순식간에 몇 마리의 정예 몬스터를 통구이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약한 것들이… 더럽게도 많네!”

진현의 주먹에 몬스터들이 쓸려 나가고. 이브의 마법에 산화되어 사라진다. 10분이 조금 넘게 지나자, 일곱 번째 웨이브가 끝이 났다.

비록 몬스터의 질이 높아졌을지언정, 진현과 이브 같은 강자 앞에서는 일반 몬스터나 정예 몬스터나 거기서 거기였다.

단지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손가락질 한 번에 죽는 개미와 한 번을 버티는 개미 정도? 그게 다였다.

여덟 번째 웨이브도 비슷한 양상으로 끝이 났고, 대망의 아홉 번째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어라.”

이번 웨이브에서는 진현과 이브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크르….”

총 백십 마리의 몬스터가 나란히 줄지어 서 있었다.

진현은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 정예와는 차원이 달라.’

100마리의 몬스터는 그렇다치고, 가장 뒤에 팔짱을 낀 채 앉아 있는 열 마리의 몬스터를 본 순간 그렇게 느꼈다.

정예 몬스터 따위, 저 몬스터에게 한 트럭을 가져다 줘도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이브 씨, 이번에는 조금 힘들 것 같은데요?”

“동감이에요.”

진현은 몸 상태를 빠르게 점검해 보았다.

‘체력은 만땅. 마력도 만땅.’

역설적이게도 진현과 이브에게 있어 일곱, 여덟 번째 웨이브는 쉬는 타임과도 같았다.

절반 이상으로 감소한 몬스터 떼를 체력을 덜 소모하면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고, 회복 시간도 조금씩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수는 극명히 줄었음에도, 여덟 번째 웨이브에 비해 난도는 수십 배 이상 치솟았다.

‘긴장….’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쿠렉!”

한 보스급 몬스터의 외침에 100마리의 중간 보스급 몬스터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브 씨, 마법!”

“아이스 스톰.”

첫 번째 웨이브 이후 체력 분배를 위해 쓰지 않았던 대형 마법의 등장이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파이어 스톰.”

“체인 라이트닝.”

아껴두었던 고급 마법을 전부 해방한 이브가 돌진해 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광! 콰지직!

굉음과 함께 천지가 요동쳤다.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던 수정 주변을 제외하면 지면이 불타거나 쩍쩍 갈라졌다.

“쿠륵….”

하지만 괜히 보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듯, 몇몇 몬스터들이 다시 일어나 엉망인 몸을 이끌고 수정을 향해 달려갔다.

“어딜!”

진현이 녀석들을 처리하려고 달려드는 순간.

탕!

“컥!”

어디선가 날아온 거대한 화살이 진현의 어깨에 꽂혔다. 보스급 몬스터 중 하나가 날린 것이었다. 몸을 휘청한 진현의 눈앞에 거대한 주먹이 나타났다.

쾅!

수정을 향해 달려들던 중간 보스급 몬스터들이 일제히 진현을 패기 시작했다.

“진현 씨!”

이브가 마법을 재개하려는 순간. 중간 보스들 사이에 파묻힌 진현의 몸이 빛났다.

“우와아악!”

그와 동시에 몬스터들이 튕겨져 나와 바닥을 굴렀다.

“쿠륵?”

진현의 몸이 검붉은 강(强)마력으로 뒤덮여 있었다.

‘젠장. 웨이브 격차가 이게 뭐야. 밸런스 조절 안 하냐.’

욱신거리는 어깨를 내려다 본 진현이 무신경하게 화살을 뽑아냈다.

뚝, 뚝.

피가 흘러내렸지만 진현은 무시무시한 살기와 함께 보스급 몬스터들을 노려봤다.

“그래, 한번 해보자 이거지?”

진현의 주먹이 붉게 빛났다. 그의 입가에 기괴한 미소가 지어진다.

“나 지금 빠꾸없다. 그러니까… 가보자고, 이 새끼들아!”

붉어진 진현의 몸이 무서운 속도로 보스급 몬스터 쪽을 향해 돌진했다. 금세 녀석들의 곁으로 다가온 진현이 한 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쾅!

한 방에 보스급 몬스터 하나가 나가떨어진다. 그 모습에 화살을 날렸던 녀석을 포함해 아홉 보스 모두가 벙찌었다.

그럼에도 진현은 여전히 살인적인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고쳐쥐었다.

“누구 먼저 뒤질래?”

몇 대를 맞아도 다시금 일어나 끔찍하게 적을 말살한다는 탑의 최고 뉴비 중 하나.

킹갓코리안좀비의 등장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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