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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73화 (73/200)

제73화

진현의 기분이 허무하게 풀리고 며칠 후. 세 사람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27층의 한적한 숲속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쾅! 쾅!

석찬이 주먹을 뻗을 때마다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후우…”

진현과의 대련 이후, 석찬은 강마력에 너무 의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마력은 엄청난 힘이다.

신이었던 라우르가 그 힘을 인정했을 정도이며, 저층대에서는 말 그대로 치트키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였다.

강마력이 있으면 대부분의 전투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강대한 힘인 만큼, 계속 사용하다 보면 다른 것들의 성장이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강마력은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확실히 장비나 스탯 덕분에 마력의 출력이 강해졌어도, 기교는 그럭저럭이다.’

저릿저릿한 팔을 쳐다보며, 석찬은 생각했다.

‘고작 이 정도의 마력도 제대로 컨트롤 되지 않다니.’

한동안은 마력의 컨트롤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석찬이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

진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현의 손 주위에 거대한 마력의 주먹이 나타났다.

그가 ‘얼티밋 피스트’라고 명명한 최강의 기술이 숲을 갈랐다.

콰과과광!

‘아직 부족해.’

비록 석찬이 한 번 보고 바로 카피했지만, 진현은 좌절하지 않았다.

‘비록 녀석이 얼티밋 피스트를 쓸 수 있게 되었어도, 숙련도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겠어.’

그의 주먹 주변에 다시금 마력이 모여들었다.

“후우…”

쾅!

땅이 꺼지며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아직까지 진현은 몰랐다.

이 기술이 훗날 진현에게 엄청난 이명을 가져다줄 것임을.

이 기술로 어떠한 것이라도 박살내며 전장을 누비는 자신을 말이다.

두 사람이 훈련에 매진하는 동안, 이브는 명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련의 심판을 보면서 이브는 깨달았다.

석찬과 진현은 정말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한계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성장으로 곧 있으면 자신을 넘어설 듯한 석찬은 그렇다 쳐도, 진현까지 이렇게 강해졌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석찬은 강마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테크닉 자체가 훌륭했고, 특히 마지막 기술은 이브조차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했다.

‘조금만 나태해져도 두 사람한테 금방 따라잡힐 거야.’

탑 최강의 사나이, 알렉산더에게 물려받은 전투 유전자가 꿈틀거렸다.

‘그건 안 되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한다.

이브의 눈앞에 한계까지 마력을 축적한 마력 저장소가 보였다.

제발 이 좁은 곳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는 듯, 마력이 끊임없이 요동쳤다.

사실 20층에서 석찬을 위해 강제 돌파를 사용했을 때 이미 돌파 준비는 완료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돌파를 미뤄왔던 이유는?

솔직히 말해 두려웠다.

돌파를 성공하면 막대한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큰 힘에는 언제나 큰 리스크가 따르는 법.

게다가 파란색 단계부터는 마력 운용자들 사이에서도 엄연히 상위권의 강자라고 인정받는 경지이다.

성공 시 강대한 힘을 얻는 만큼 실패한다면 반신불수는 기본이요, 잘못했다간 죽을 수도 있었다.

죽음의 두려움 속에 돌파를 미뤄 온 지 어느덧 수개월.

이브는 드디어 결심을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고작 죽는 거 따위를 두려워할 수는 없지!’

그 순간.

쩌적-

마력 저장소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한번 해보자.’

콰아아-

돌파가 시작되었다.

“이건….”

“너도 느꼈냐?”

“그래.”

두 남자는 이브의 마력이 느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대한 보호막에 둘러싸인 채, 이브는 돌파를 감행하고 있었다.

‘드디어 때가 된 거야? 이브.’

같은 마력 운용자인 만큼, 석찬도 이브에게 있어서 이번 돌파가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결정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미안하다, 진현아. 난 아무래도 여길 지켜야 할 것 같다.”

이브가 오로지 돌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것. 그것이 지금 자신이 할 일이다.

“훈련은 혼자 해야 할 것 같다.”

“너 바보냐? 이런 중요한 일에 어떻게 혼자 훈련이나 하고 앉아 있냐. 같이 지켜야지.”

‘저 녀석이 저렇게 성숙했나?’

한번 훈련을 시작하면 밥시간 말고는 훈련만 고집하는 녀석.

석찬이 아는 진현의 모습과는 굉장히 달랐다.

‘왜… 아, 맞다.’

생각해보니, 진현도 마력 운용자였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그는 기술명을 읊는 단계를 졸업한 자신과 이브와는 달리 아직도 스킬을 사용하듯이 기술명을 읊어서 착각하고 있었다.

“뭐, 왜? 내 볼에 뭐 묻었냐? 에이, 설마. 이브 씨가 저런 거사를 치르는데 내가 눈치 없이 훈련을 고집할 것 같다는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 그치?”

“물…론이지.”

친구에겐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 맞다.

[네가 잘못했네.]

‘미안하다. 진현아.’

속으로, 진심으로 진현에게 사죄했다.

* * *

일주일이 지났다.

이브는 아직까지도 보호막 안에서 돌파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한판 붙을래?”

“그러다 이브한테 방해되면 어떡하려고?”

“마력 없이 하면 되지. 주먹으로만.”

그 말과 함께 진현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마력 없이라…’

그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브 주위로 보호막을 몇 겹 더 씌운 석찬이 진현과 마주섰다.

“오랜만에 복싱 룰로 붙어보자고.”

“그래.”

옛날 생각해서 링 크기에 맞게 구역도 그려두고 나뭇가지를 주워 간이 링을 만들었다.

“한판 해보자고.”

“오냐. 3분 타이머.”

1라운드 3분이라는 룰은 알람 마법으로 대체했다.

[03:00]

그렇게 시작된 4라운드 매치.

“스타트.”

[02:59]

훙-

시작과 동시에 진현이 가볍게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진심이라기보다는 인사 격에 가까운 주먹에 석찬도 웃으며 응수했다.

허리를 살짝 틀어 피한 뒤, 그대로 카운터를 꽂아 넣는다.

쾅.

주먹에 직격으로 맞은 진현이 씩 웃었다.

“얼얼한데?”

“누가 가만히 맞으래?”

탓.

거리를 벌린 진현이 가드를 치켜들었다.

“화끈하게 가자고!”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진현. 석찬은 그런 그의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맞상대다!’

마찬가지로 가드를 세운 석찬이 진현에게 달라붙었다.

쿵!

링 가운데서 맞붙은 두 사람이 기 싸움을 시작했다.

가드 사이에서 서로의 눈을 노려보며 눈치 싸움을 하던 도중, 진현이 먼저 행동에 나섰다.

빙글.

순간적으로 힘을 빼며 몸을 돌린 뒤, 레프트 보디를 꽂아 넣는 진현. 하지만, 석찬도 마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쿵.

가드를 살짝 내려 몸을 방어함과 동시에 유연한 움직임으로 역카운터를 넣는다.

쾅!

레프트 훅에 턱을 얻어맞은 진현이 약간 비틀거렸다.

“젠장. 드릅게 아프네.”

“화끈하게 가보자며? 이제 시작이야.”

석찬이 무자비한 연타를 시작했다.

‘미친 놈…!’

안그래도 엄청난 뇌지컬에 궁극의 피지컬이 합쳐진 영향일까? 석찬은 무지막지한 연타 속에서도 조금의 반격할 여지도 주지 않았다.

텅!

결국 가드가 뚫리고.

“꾸에에엑!”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었다.

석찬은 하늘 위에 떠 있는 알람시계를 흘깃 쳐다봤다.

[01:32]

시간은 아직도 1분 30여 초나 남아 있는 상태.

‘뒤졌다.’

그렇게 1시간 30분 같은 1분 30초가 지나고.

“제가 졌습니다….”

패배를 시인한 진현이 석찬 앞에 쓰러졌다.

“후우….”

석찬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이브의 상태를 살폈다.

‘지금까지 경과로 봐서는 아마 나흘? 그 정도는 걸리려나.’

하지만, 석찬의 예상과는 달리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이브는 깨어나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이브의 표정은 여전히 평안했다. 그래서 더 걱정됐다.

걱정이 커지자, 이제는 불안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너무 호들갑 떨지 말거라.]

그런 그를 진정시킨 것은 라우르였다.

‘라우르? 이브 어딘가 잘못된 거예요?’

[그건 아닐 거다. 넌 모르겠지만, 난 알 수 있어.]

‘괜찮다라. 하긴, 라우르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수개월 전, 두 번째 영혼 조각을 얻은 이후, 라우르는 전성기 실력의 일부분을 되찾았고, 그중 하나가 바로 탐지 능력이었다.

비록 석찬의 훈련을 위해 위급 상황이 아니면 먼저 알려주지 않지만, 그 탐지 능력은 정말 엄청났다.

사물의 위치나 잔여 마력량 정도만 탐지할 수 있는 석찬과는 달리, 라우르는 마력의 흐름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곧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거라.]

‘예.’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석찬 또한 명상에 들어갔다.

“뭐냐? 명상? 심심한데.”

진현의 툴툴거림 정도야 가볍게 무시하며, 석찬은 생각에 잠겼다.

그날 저녁.

고오오-

호수처럼 고요하던 이브의 마력에 변화가 일어났다.

콰아아아!

이브의 마력이 두껍디두꺼운 보호막을 뚫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건…!”

돌파를 상징하는 색의 기둥이 밝은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성공한 건가!’

푸른빛 기둥 사이로, 이브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마력의 질이 올라가서 그런 것일까? 이브의 모습은 이전보다 한층 더 아름답고 찬란해 보였다.

“예쁘다….”

이성에 대해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진현조차, 무의식적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였다.

“죄송해요, 많이 기다렸죠?”

“아니.”

석찬이 그녀의 머리에 손을 턱 얹으며 웃었다.

“수고했다. 정말로.”

솔직히 이번 돌파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저장소를 넓히는 동안 지속해서 몸을 찌르는 격통이 있었고 온몸의 뼈와 근육이 뒤틀리며 몸을 재구성했다.

실패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참고 견뎌냈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수고했다.’ 그 한 마디가 이 주간의 고통을 전부 해소해주었다.

“헤헤.”

이브가 배시시 웃었다.

“이만 돌아가서 쉬자. 배고프지? 오늘은 내가 사줄게.”

“아싸. 아무거나 먹어도 돼요?”

“물론이지. 비싼 거도 되니까 맘껏 시켜.”

“좋았으. 오빠, 제가 좋아하는 식당 알죠? 거기로 가요!”

“1층에 거기? 그래, 가자. 진현아 들었지. 1층으로 와.”

“그…래.”

먼저 1층으로 떠나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진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씨바. 둘이 아주 그냥, 꿀이 떨어지네. 꿀이 떨어져. 당뇨병으로 죽겠어, 아주. 그럴 거면 사귀지. 부러운 새끼.”

그때, 툴툴거리던 진현 앞에 거대한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캬아아!”

그레이트 바실리스크. 본래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동시에 달려들어야 잡을까 말까 한 강한 몬스터다.

아무래도 빛기둥에 시선이 끌린 듯했지만, 사람을 잘못 골랐다.

“넌 또 뭐야!”

콰직!

“캭!”

분노가 담긴 진현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즉사하는 그레이트 바실리스크.

“에이씨. 손 더러워졌네.”

그렇게 대충 주먹에 묻은 피를 털어낸 진현 또한 1층으로 내려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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