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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71화 (71/200)

제71화

이벤트 퀘스트가 끝난 지 벌써 며칠이 흘렀다.

이벤트 퀘스트가 끝난 직후, 석찬은 언제나처럼 마을의 인기 스타가 되어 있었다.

‘올킬러와 그의 동료들이 이번 이벤트의 보스인 고대 어인족의 왕을 무찔렀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소문인지는 모른다.

석찬이 몸을 회복했을 때쯤은 이미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길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이 어인족 왕의 강함에 대해 묻곤 했다.

“후아….”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사람들을 상대해 주다가 여관에 돌아온 석찬은 지친 몸을 누인 채 요리를 하고 있는 진현을 바라보았다.

“오늘 점심은 뭐냐?”

그의 물음에 진현이 프라이팬을 가열하며 대답했다.

“음, 간계밥?”

간장계란밥. 석찬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적당한 비율의 간장과 참기름을 섞은 밥에 계란을 투하해 볶기만 하면 되는 간단하다면 간단한 요리지만, 그 맛은 엄청났다.

잘 만든 간장계란밥은 고소하면서도 풍미가 깊어 그 맛이 실로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진현의 간계밥은 그 맛이 이미 정점에 도달해 있었다.

‘진현이의 간계밥이라….’

벌써부터 행복한 상상에 가득한 그의 얼굴에는 한가득 미소가 그려졌다.

“그보다… 석찬아.”

“응, 왜?”

진현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지금까지 어떻게 버틴 거냐?”

“응?”

“밥 말이다. 밥.”

“밥, 아.”

석찬의 머릿속에 이브가 만들어줬던 수많은 요리(?)들이 떠올랐다.

“…말 안 하련다. 굳이 말해야 아냐?”

그 말에 진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사부님한테 여러 번 듣긴 했는데, 진짜 엄청나더라….”

진현은 며칠 전 처음 먹었던 이브의 요리를 떠올렸다.

‘어때요?’

‘으음… 맛있네요!’

‘정말요?’

‘무…물론이죠! 하하! 석찬아. 맛있는데 너도 좀 먹어봐라!’

‘너나 많이 드세요.’

“내가 살면서 그런 음식은 처음 먹어봤다….”

진현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날의 충격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하기 시작했다.

취두부를 떠올릴 법한 비주얼과 향부터 시작해서, 간이 따로 노는 맛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휘이잉-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어우, 뭐냐. 왜 갑자기 오한이 드냐. 바람이 부나?”

진현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창문을 닫으러 갔지만, 석찬은 이 징조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황급히 마력 감지를 사용하자, 문 밖에서 이브의 마력이 감지되었다.

잔잔하지만, 조금만 건드리면 터질 것만 같은 마력.

이게 뜻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쟤 삐졌네.]

‘그러게요.’

아무래도 방음이 안 되는 벽 너머로 모든 대화 내용을 들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현재 그녀에게서 피어오르는 마력의 형태를 생각했을 때 조금 많이 화가 난 것 같았다.

‘큰일 났다.’

이브가 화나면 답이 없다. 이는 지난 몇 년간 그녀와 함께 생활해오던 석찬에게 있어서 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상황이 최악은 아니었다.

‘아직 완전 화나지는 않았어.’

만약 이브가 완전히 화난다면? 그때는 천하의 석찬이나 알렉산더조차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일전에 한번 이브가 완전히 화났을 때는 축구장 다섯 개 정도는 될 법한 규모의 숲이 완전히 불타 사라졌었다.

‘그리고…’

이브는 아직 험담을 한 진현에게만 화가 나 있었다.

만약 이브가 자신에게까지 화나 있다면, 마력을 자신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대놓고 뿌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럴 때 이브의 화를 푸는 방법은 간단했다.

‘미안하지만….’

친구를 팔아넘기는 짓이 나쁜 행동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미안하다, 진현아. 못난 친구 놈을 용서해라.’

빠르게 판단을 마친 석찬은 마저 요리를 하고 있는 진현에게 다가갔다.

“응, 왜? 아직 다 안 됐는데.”

“그게 아니라….”

석찬은 두 눈을 딱 감고 진현의 뒷목을 내리쳤다.

“꺽!”

이상한 비명과 함께 정신을 잃는 진현.

쓰러지는 그를 둘러멘 석찬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이브에게 다가갔다.

끼익-

문을 열자, 당연하게도 이브가 서 있었다.

“안녕, 이브.”

“어머, 들어가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네요. 안에…”

이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석찬은 의식을 잃은 진현을 건넸다.

뜻밖의 선물(?)에 이브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진 듯 보였다.

“어머, 뭘 이런 걸 다….”

“너무… 세게는 하지 마라. 말은 그렇게 해도 착한 애인 거 알지?”

“물론이죠. 별일 없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브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명복을 빈다, 진현아.’

[어차피 다 조지고 치료도 해주잖아.]

‘이럴 때는 좀 조용히 계세요. 제발.’

묵념과 함께 진현을 떠나보낸 석찬은 진현이 만들다 만 간계밥을 마저 볶은 뒤 탁상 앞으로 가져갔다.

“잘 먹겠습니다.”

첫 술을 뜨자, 간계밥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스며들었다.

“음~”

비록 지구가 아니라 간장이 아닌 다른 소스를 사용했지만, 특유의 맛이 거의 재현되어서 먹을 만했다.

식사를 끝마쳐갈 때쯤, 진현이 멍한 얼굴을 한 채 방으로 돌아왔다.

“왔냐?”

“어….”

석찬은 미안한 마음에 물을 한 잔 떠다주었다.

“괜찮고?”

“괜찮아 보임?”

“미안.”

“미안하면 뭐 해줄 건데?”

“뭐, 새로운 장비라도 사줄까?”

“그런 거 필요 없고, 대련이나 한 판 하자.”

“대련?”

“그래, 대신….”

“대신?”

진현은 뜻을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넌 강마력 쓰지 말고 하기. 콜?”

“강마력을 쓰지 말라고?”

조금은 다루기 익숙해진 시점에서부터, 강마력은 석찬의 어엿한 주력 기술 중 하나였다. 이번 싸움에서 어인족의 왕 우베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던 것도 강마력의 영향이 컸을 정도로 강마력은 엄청난 기술이었다.

헌데 그런 강마력을 쓰지 말라고 하니 아무리 석찬이라도 조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 판 놈이… 말대꾸?”

저렇게 말하니 또 할 말이 없었다.

[수락해 봐라.]

‘예?’

[이런 것도 다 경험이다. 그리고 혹시 알아?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올지?]

‘흠…’

라우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강마력이나 다른 공격 수단이 봉인된 상태로 임하는 싸움. 일어날 확률은 작겠지만, 사람 일은 혹시 모르는 거다.

‘그래, 잘못한 것도 있는데 한 번쯤이야.’

“그래, 한번 하자.”

“진짜?”

수락할 줄 몰랐다는 듯, 진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할 거면 언제 할 건데?”

“난 언제든 좋은데.”

“그래? 그럼 지금 하실?”

즉흥적인 결정 속, 석찬은 진현에게 끌려 어디론가 향했다.

* * *

29층.

늪지대 한가운데 속, 진현과 석찬은 서로 마주보고 섰다.

이 일대에는 몬스터도 안 나오고, 지형도 다른 곳에 비해 평평한 편이었다.

물론 저층대로 가면 질퍽거리지도 않고 대련하기 좋게 땅이 완벽한 평야인 곳도 많지만.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이렇게 악조건인 지형에서의 싸움도 익숙해져야 하는 법. 언제까지 결투장 같은 데서 싸울 수는 없잖아? 너랑 네 친구 둘 다 좋은 경험이 될 거다.]

라우르의 조언으로 대련 장소는 이곳으로 정해졌다.

“크흠…”

얼떨결에 대련의 심판으로 따라온 이브가 입을 열었다.

“그럼, 대련 조건이랑 보상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시작할게요.”

그냥 할 수도 있었지만, 모름지기 대련이라면 거는 게 있어야 한다고 진현이 자진해서 무언가를 걸기 시작했다.

“석찬 오빠는 강마력을 이용한 기술 사용이 일절 금지. 이건 조금 너무한 거 아닌가?”

“괜찮아, 괜찮아.”

“과연 그럴까?”

여유로운 석찬의 모습에 진현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또… 장비 착용 금지 대련이라고 했죠?”

“그래.”

게다가 이왕 진현과 대련하기로 한 거, 두 사람 다 장비는 착용하지 않고 싸우기로 했다.

이벤트 퀘스트에서 겪었던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련 승리 조건은 상대를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거예요. 보상은, 이기시는 분이 진 사람한테 새로운 장비 사주기. 모두 확인 끝났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 시작!”

“간다, 새꺄.”

“와라. 안 그래도 장비 다 해졌는데 네 돈 써서 새 걸로 맞춰야겠다.”

“내가 할 소리다.”

순간, 진현의 기세가 돌변했다.

평상시 같은 장난기 많은 모습은 없었다.

적을 상대할 때나 나오는 진지한 모습의 진현이 순식간에 석찬의 앞으로 다가왔다.

“가볍게 한 방!”

진현이 석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콱!

하지만, 그의 주먹은 그리 어렵지 않게 석찬의 손에 막혔다.

욱신- 욱신-

“가볍게라고 말하면서, 꽤 매운데?”

“칭찬 고맙구만!”

진현의 훅을 고개를 숙여 피한 석찬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쾅!

진현의 배에 정통한 주먹. 하지만 진현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헤에? 우리 석찬이, 그게 다야?”

진현의 배는 마치 극한까지 정련된 강철을 연상시키듯 단단했다.

‘젠장.’

강마력과 일반 마력의 차이였다. 일전에 1층에서 했던 대련과는 다르게 숙련도가 올라간 강마력은 완성된 것이 아님에도 일반 마력과는 비교 자체를 거부했다.

“드간다!”

쾅!

강마력을 듬뿍 실은 주먹이 석찬을 향했다.

‘빠르다!’

게다가 강력해 보였다.

‘정면 싸움은 안 된다.’

석찬의 주먹이 진현을 향했다.

팡!

섬뜩한 파공음이 들렸고, 진현의 주먹이 하늘로 튀어올랐다.

“큭.”

“후우….”

패링(Parrying).

상대의 주먹 궤도에 장애물을 넣어 궤도를 트는 복싱의 기술이었다.

덕분에 정통으로 공격에 맞지는 않았지만.

욱신-

‘제길.’

공격을 트는 용도로 사용한 주먹이 찢어질 것 같이 아팠다.

‘강마력 개사기네.’

이제 막 노랑 등급으로 오른 녀석을 초록 등급보다 강하게 만들어주다니, 아주 그냥 개사기 기술이 따로 없다.

[한번 이겨봐라. 이런 시련도 있어야….]

‘닥쳐 봐요!’

쾅!

진현의 주먹을 피한 석찬이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겁나 세네.”

움푹 파인 지면을 보며 석찬은 생각했다.

‘원거리 싸움으로 가야 한다.’

진현이 사용할 수 있는 강마력은 약 30분에서 40분 남짓. 그 시간을 버티는 게 우선이었다.

석찬의 손에서 얼음의 창이 생겨났다.

본래 서리 거인 방어구 세트에 내재되었던 얼음 속성 효과는 계속된 싸움으로 장비 없이도 사용이 가능했다.

홰액-

거대한 얼음의 창이 진현을 향해 날아갔다.

“마법이냐?”

콰직-

하지만, 진현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창을 부숴버렸고, 오히려 석찬을 향해 맹공을 가했다.

이후 싸움 패턴은 단순했다.

석찬은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진현의 강마력이 떨어질 때까지 시간을 벌었고, 진현은 마법을 파훼시키거나 피하면서 석찬에게 접근했다.

그렇게 싸우기를 약 20분째. 진현이 석찬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도망만 칠 거냐? 지겹다 이제!”

콰앙!

진현의 강마력이 한층 더 진해졌다.

‘더 강해진다고?’

놀라웠다.

팟-

하지만 생각할 시간 따윈 없었다.

“조금 따끔할 거다.”

“젠….”

콰앙-

진현의 주먹이 석찬을 강타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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