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지금부터 보물찾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벤트 퀘스트가 시작되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간을 보고 있는 건가.’
찰팍.
그때, 한 남자가 바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풍덩!
물 안으로 자신 있게 다이빙한 그를 바라보며, 초조해진 것일까?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젠장, 누구 수중 호흡 스킬 있는 사람 없어?”
“보물 얻으면 반 떼줄 테니까 파티 맺을 사람!”
물속에서는 마땅히 호흡을 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수중 호흡과 관련된 스킬을 가진 사람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상황.
“누구 없냐고! 제길, 나 204레벨이다!”
몇몇 사람들은 레벨을 밝히며 파티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몇몇 사람들이 레벨을 말한 사내 곁으로 붙었다.
“우리도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게요.”
“그런데, 우리는 스킬도 없는데 물에서 어떻게 숨을 쉬지?”
“제가 알려드릴게요.”
이브는 직접 마력을 운용하며 물속에서 숨을 쉬는 법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이렇게 하는 건가?”
“맞아요.”
“오 됐다.”
두 사람 다 재능이 출중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기술을 습득했다.
“자, 이제 숨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빨리 장비를….”
아공간 주머니에서 장비를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장비를 착용할 수 없습니다.]
[아공간 주머니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샌드웜의 가죽 주머니가 비활성화 됩니다.]
‘이게 무슨….’
아공간 주머니는 갑자기 텅 빈 모습으로 아무것도 토해내지 않았다.
“얘들아… 봤어?”
진현과 이브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래.”
“그러게요. 장비가 꺼내지지 않다니.”
그때, 석찬의 귓가에 G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다만… 당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불쌍하고 딱해서 알려드리는 겁니다.’
“그게 이걸 말하는 것이었나.”
뿌득-
석찬의 이가 작게 갈렸다.
‘설마 천사들의 짓인가.’
G를 노려보았지만, G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평온한 표정으로 석찬을 내려다보았다.
오히려 G는 동정의 표정까지 보였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그의 입술.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강석찬 씨.’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뭐? 이게 끝이 아니라면 대체….’
그의 앞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모든 스탯이 30% 하락합니다.]
‘뭐라고?’
그 메시지를 본 석찬은 두 눈을 의심했다.
진현과 이브 또한 충격적인 눈빛으로 서로를 번갈아 봤다.
“이게 무슨 일이래요?”
“진짜로. 갑자기 스탯이 20% 하락하다니.”
“저도….”
“20%?”
“넌 아니야?”
“난 30%.”
그 말에 진현과 이브의 눈빛이 침울해졌다. 갑자기 장비도 사용하지 못하고 스탯까지 하락하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두 분 다 정신 차려요. 이렇게 멍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가장 먼저 침착함을 되찾은 이브가 석찬과 진현을 다독였다.
벌써 휑해진 바닷가를 바라보며 두 사람도 이내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이브 말이 맞아. 이럴 시간 없어.”
“그래, 장비 없으면 뭐 어때. 마력 운용자의 힘을 보여주자고.”
“그래요, 갑시다.”
“잠시만, 그 전에 파티 좀 맺고. 어떻게 하지? 파티 시스템?”
띠링.
[파티를 맺으시겠습니까?]
[파티 멤버를 말씀해 주십시오.]
“강석찬, 김진현, 이브 올가.”
[파티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뭐로 하지.”
“아무거나 해. 올킬러 하자. 파티 이름 올킬러.”
“야, 잠깐만….”
[파티가 생성되었습니다.]
[올킬러 파티]
[파티원 목록]
[강석찬 - Lv 167]
[이브 올가 - Lv 251]
[김진현 - Lv 135]
[획득 수정 : 0개]
“…….”
“야, 잘 어울린다. 그나저나 이브 씨 레벨 진짜 높으시네.”
“늦겠어요. 우리도 빨리 출발해요.”
“그래….”
맘에 별로 들지 않은 파티명을 뒤로하고, 준비가 끝난 세 사람 또한 바다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렇게 천사들의 견제 속에서 불공정한 이벤트 퀘스트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 * *
시간을 돌려 다시 현재.
사람들은 마력 감지 스킬을 사용해가며 수정을 찾아냈다.
수정이 가진 마력이 워낙 미약해 스킬의 숙련도가 웬만큼 높지 않은 이상 찾기가 힘든 수준이었지만, 마력 운용을 가진 세 사람은 나름 수월하게 수정을 찾아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이걸로 20갠가?”
[올킬러 파티]
[획득 수정 : 20개]
“그렇네요.”
“생각보다 빠른데?”
물속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스탯이 많이 감소해서 그런지 몸이 평소보다 무거웠지만, 수련이라고 생각하니 나름 할 만했고, 한 시간이 지난 지금, 석찬은 지금 상황에 거의 다 익숙해져 있었다.
“빨리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자.”
“저쪽이네요. 거리는 1km 정도?”
“좋아.”
그렇게 다음 수정이 있는 곳으로 가는 와중이었다.
콰르르-
거대한 파동이 세 사람을 덮쳤다.
“우왁! 뭐야?”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뭡니까!”
“순순히 수정을 내놔라.”
“수정?”
“수정만 내놓으면 그냥 보내주지.”
석찬은 이벤트 퀘스트에 달려 있던 룰을 떠올렸다.
‘그래, 이벤트 참가자들은 서로의 수정을 뺏을 수 있다고 했어.’
그리고 대부분의 파티가 일정 수 이상의 수정을 얻은 지금, ‘사냥꾼’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번지수를 잘못 잡으신 게, 저희는 수정이 없습니다. 그냥 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말에 대장으로 추정되는 자 옆에 있던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
“거짓말이다! 대장, 제가 분명 들었습니다. 저 녀석들, 수정이 20개나 있다고 했습니다.”
“20개? 노다지군.”
‘젠장. 어디서 다 듣고 있었나.’
“감히 내 앞에서 거짓말을… 괘씸하군. 모두 전투 준비.”
그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 무기를 빼 들기 시작했다.
“무기라….”
무기나 방어구 등,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석찬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뒤졌어.”
원래 맨주먹으로 싸우는 것이 석찬의 주 싸움법이다.
“진현아, 준비해라.”
“기다리고 있었다.”
진현이 차분하게 자세를 잡았고.
“이브, 지팡이 없어도 마법 쓸 수 있지?”
“두말하면 잔소리죠.”
이브의 손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아무나 들어와라. 피라미들.”
“이 새끼가!”
한 남자가 두 눈을 부라리며 석찬을 향해 쏘아졌다.
“죽어라!”
남자는 거대한 대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쾅!
‘큭.’
마력으로 막긴 했다만, 공격을 막은 팔이 욱신거렸다.
‘역시 30층인가? 힘이 보통이 아니네?’
석찬은 몰랐지만, 남자는 30층의 1급 사냥꾼이었다.
레벨도 213으로 지난 5개월 동안 피나는 사냥을 해 167레벨이 된 석찬보다도 46레벨이 더 높았다. 게다가 석찬과 달리 장비도 착용하고 스탯 페널티도 없는 상태.
“오호, 막았다? 이것도 막아봐라!”
한마디로 지금 상황의 석찬에겐 조금은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적이란 것이었다.
후웅-
남자가 석찬을 향해 연거푸 대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석찬이 괜히 이레귤러에 천사들에게 페널티를 받은 것이 아니다.
“이 정도인가.”
석찬의 눈이 사납게 빛났다.
‘뭐지?’
이상함을 느낀 남자가 거리를 벌리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마력을 한껏 집중한 석찬이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물속이라는 것이 전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른 스피드.
“피해!”
남자의 동료 중 하나가 급하게 외쳤지만, 막는 속도보다 석찬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콰직!
남자가 착용한 갑옷에 큼지막한 금이 가며 움푹 들어갔다.
“크학!”
입에서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는 남자.
“다음은 누구냐.”
태평하게 말하는 석찬.
“뭐, 아무도 없나? 완전 겁쟁이들이 따로 없네.”
빠직-
석찬의 도발에 반응한 몇 명이 그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들의 대장이 이를 저지했다.
“멈춰라. 고작 저런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고도 너희가 사냥꾼이냐?”
그의 일갈에 정신을 차린 그들이 고개를 숙였다.
“큭, 미안합니다.”
“알면 됐다. 그나저나, 긴가민가했는데 네 녀석, 올킬러로군?”
“올킬러?”
올킬러 강석찬.
탑의 최고 루키이자 20층의 사냥꾼 지부 지부장까지 쓰러트린 이후, 그 명성이 더욱 올라갔기에, 저층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저 녀석이 진짜 올킬러라고? 올킬러는 하얀색 건틀릿을 끼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듀오로 활동한다고….”
“뭐,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사정? 말도 안 되는 소리.’
기만이다.
그렇게 판단한 대장이 마력을 일으켰다.
“감히 우리를 무시해…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주마.”
“생각보다… 센데?”
“하, 우리 대장님은 베테랑 사냥꾼이시라고! 레벨도 무려 260이시다!”
석찬과 100레벨 정도 되는 차이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처음에 덤볐던 남자와 비슷한 급의 사람들이 5명 정도 더 있었다.
‘레벨도 아마 비슷할 테지.’
숫자로나 수치로나 압도적 열세.
하지만 석찬은 두렵지 않았다.
“우리의 힘 앞에서 숫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해.”
콰앙!
그의 몸에서 폭발적인 힘이 흘러나왔다.
“오, 강마력이냐?”
“최대한 빨리 끝내자.”
강마력은 아직까지도 석찬에게 조금 부담이 되는 힘이었다.
“뭐냐. 그 힘은….”
적의 대장 또한 강마력을 느꼈는지,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기 시작했다.
“걱정 마. 빨리 끝내줄게.”
“감히… 쳐라!”
“우와아!”
대장의 명령에 10명의 남녀들이 동시에 총공세를 펼쳤다.
“워터 스피어!”
마법사들은 주변의 물을 끌어다가 강력한 마법을 난사했고.
“강력한 일격.”
“더블 샷!”
전사들도 스킬을 총동원해 석찬 일행에게 퍼부었다.
쿠콰과광!
모든 스킬이 적중하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거대한 폭발. 이를 본 한 남자가 작게 말했다.
“하하, 해치웠나?”
하지만 그때, 자욱한 물안개 사이에서 진현의 외침이 들렸다.
“플래그 성립!”
“뭐? 플래…그?”
안개가 걷히며,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의 석찬이 나타났다.
“이게 다냐?”
이브 덕이었다. 여러 스킬의 충격을 막은 그녀의 보호막에 감사할 따름이다.
“뭐, 뭐냐? 그 폭발을 맞고도 어떻게….”
“그 말 하면 죽었던 적도 되살아나는거 모르냐?”
“진현아. 그만 놀고, 빨리 끝내자.”
“오냐.”
진현이 씩 웃으며 빠르게 앞으로 돌격했다.
파아앙-
‘뭐가 이리 빨라…?’
“따끔할 거다.”
콰앙!
이브의 마법 덕에 물의 저항력이 현저히 줄어 엄청난 일격을 내는 진현의 주먹.
“쿠에엑!”
주먹에 맞은 적이 모랫바닥으로 추락했다.
“고, 공격해!”
“와라! 새끼들아!”
“마법사분들은… 제가 상대해 드리지요.”
이브의 몸이 조금 더 높은 곳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백안이 어둡게 빛났다.
스윽.
그저 손을 내밀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행동 하나에 수많은 물이 그녀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슨 스킬이지…?”
“몰라, 일단 방어막부터 쳐!”
“그, 그래!”
위협을 느낀 마법사들이 황급히 방어 스킬을 전개했지만.
“소용없어요.”
콰아아앙-!
그것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이브의 물대포가 마법사들을 휩쓸었다.
“저, 저건 도대체….”
고작 두 명에게 쓸려나가는 파티원들을 보며 베테랑 사냥꾼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것이 은발의 천사의 파워… 옆에 새끼는 또 누구야?’
“자, 너는 특별히 내가 상대해 줄게.”
“…젠장.”
서서히 다가오는 석찬을 바라보며 베테랑 사냥꾼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차라리 싸우다 죽자.”
“좋은 생각이다.”
“와라!”
두 사람이 격돌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