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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63화 (63/200)

제63화

나름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결이 있은 지 며칠이 지났다.

“와아! 저기 올킬러다!”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석찬을 기억해주고, 또 환호해 주었다.

“저번 대결 정말 굉장했어, 올킬러!”

“팬이에요! 잘생겼어요, 올킬러!”

“하하… 감사합니다.”

하지만, 환호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와 반대되는 사람도 꼭 있는 법.

“올킬러가 있다고?”

“이 새끼가 여길 어딜 와! 내 돈 물어내!”

포이그에게 돈을 걸었던 사람들은 잃은 돈에 눈이 멀어 가끔 석찬에게 달려들곤 했다.

“거, 사람 많은 데서 이러지 맙시다.”

여느 때처럼 석찬은 그들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그들을 유인하고.

퍼벅! 퍽!

“끄악….”

소리 소문 없이 그들을 기절시킨 뒤 유유히 엘리자베스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오셨어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엘리자베스가 활짝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어머나, 이 땀 좀 봐. 아이들한테 목욕물부터 준비시키라고 해야겠네요.”

스윽.

그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석찬의 옆으로 붙는 엘리자베스.

대결이 끝난 후부터 유독 친절이 과해진 엘리자베스였다.

“저기요. 둘이 너무 붙어 있는데, 조금만 떨어지시죠?”

그런 그녀를 향해 뾰로통하게 말하는 이브.

“어머나, 설마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약간의 조소가 섞인 그녀의 말에 이브가 발끈해 소리쳤다.

“지, 질투라뇨. 저는 그저 두 분이….”

“질투하네, 그렇게 생각하시죠?”

항상 있는 일인지라, 석찬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브 말대로 너무 붙으신 거 같은데, 조금만 거리를 두시면 좋겠네요.”

확실히 엘리자베스가 바싹 달라붙어 있으니, 조금 많이 부담스럽긴 했다. 특히, 그녀의 풍만한 가슴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지다 보니 부담감이 배가 되었다.

[부러운 새끼.]

그간 푹 쉬었는지 이제는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은 라우르가 석찬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칫.”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과 함께 물러나는 엘리자베스.

“흥.”

그런 그녀를 보고 꼴좋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브.

“하… 저는 먼저 들어가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쉬세요.”

“그래.”

자신이 사라지면 두 사람은 또 서로 으르렁거리겠지만, 지금은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빨리 수련이나 하러 가야겠다.’

포이그와의 대결이 끝난 이후 나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마력 저장소의 돌파다.

대결 전에는 무슨 짓을 해도 돌파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마력 저장소.

완성도로 따지면 99.999% 정도라고 봐도 무방했던 것이 대결 이후로 깨달음이 있었는지 간절했던 0.001%의 완성도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돌파뿐.

[그래, 빨리 수련이나 해라. 빨리 초록 등급이 되어야….]

‘라우르 님께 기술을 배우죠. 네, 네, 압니다요.’

[내 말 끊지 마라. 그리고 내가 보여주지 않은 기억 있지?]

‘기억? 아.’

생각해보니 영혼 조각을 추가로 얻으면서 라우르의 기억에 대한 봉인이 해제되었다는 메시지를 들었던 것 같았다.

‘그 얘기는 언제 해주실 거예요?’

탑에 대한 사실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릴 수만은 없었다.

[그건 말이다.]

‘…….’

두근거리는 그때.

[네 녀석이 초록 등급이 되면 알려주도록 하겠다.]

‘아….’

[네 녀석의 무력 수준으로는 아직 이 진실을 들을 자격이 안 되지. 그러니까 빨리 초록 등급이 될 수 있도록.]

‘예이.’

김이 팍 센 석찬은 뚱한 표정으로 곧장 수련실로 향하는 게이트에 몸을 실었다.

‘언제 돌파를 할지 몰라.’

만약 방에서 돌파를 했다가 예전처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엘리자베스가 호의적이라고 한다 한들, 수리비를 청구할 수도 있었다. 물론 돈이야 이전에 있던 것과 이번 대결의 배당금을 합쳐서 넘쳐나게 있긴 하다만.

‘굳이 쓸데없는 곳에 돈 나가게 할 수는 없지.’

개인 수련실 안으로 들어온 석찬은 마련된 명상대 위로 올라가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마력 저장소의 돌파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몸소 체험하는 석찬.

‘조금만 더….’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최선을 다해 마력을 운용하자 드디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알아요.”

파아아-

마력 저장소의 겉면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콰직-

이내 표면에 금이 가며 마력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완벽해.’

[방심하지 마라.]

‘알아요. 평소처럼만 가자….’

우우웅-

마력 저장소의 크기와 밀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돌파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 여기서부터가 굉장히 중요했다.

이전의 돌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진 마력 폭주율 때문에 까딱 잘못하기라도 한다면 바로 마력이 폭주해 온몸이 터져 죽을 것이다.

‘크윽….’

마력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통증도 마냥 무시하지는 못할 정도였지만, 레플렉시아와 라우르의 영혼 조각을 획득할 때 느꼈던 고통으로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기에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돌파에 걸리는 시간이었다.

마력 저장소의 크기가 이전에 비해 배는 늘어나고 질 또한 향상되다 보니 확장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다. 최대한 정확하게 간다.’

그렇게 석찬이 돌파 작업에 들어간 지 꼬박 하루가 지났을 때쯤이었다.

쿠구궁!

엘리자베스의 거대한 저택 전체가 작게 진동했다.

쨍그랑.

찻잔이 떨어져 깨졌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 기운은? 벌써 성공한 건가?”

‘확인해 봐야겠어.’

그녀의 신형이 사라졌다. 목적지는 수련실이었다.

콰지직-

금이 쩌적쩌적 간 수련실 안.

“후우우….”

성공적으로 돌파를 끝마친 석찬이 민망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거 이거, 조금 깨질 거 같은데?”

설마 설마 했지만, 이번에도 결국은 저질러 버렸다.

“엘리자베스 씨 얼굴을 어떻게 보지….”

“제 얼굴은 왜요?”

갑자기 뒤통수 쪽에서 들리는 엘리자베스의 음성.

“제발 뒤에서는 나타나지 마셨으면 좋겠네요. 간 떨어지겠어요.”

“그 정도로 약하신 분도 아니면서… 그나저나, 많이도 부숴 먹으셨네요.”

“하하….”

뭔가 비슷한 일이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인가.

10층의 베테랑 사냥꾼 나이르 칸이 소유 ㅠ인 수련실을 섰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돌파 때문에 수련실 전체를 박살 냈었지.

‘칸한테도 한 번 인사 드려야 되는데. 언제 한번 들러야겠다.’

그건 그거고, 일단 석찬은 고개부터 숙였다.

“죄송합니다. 조심한다는 게 그만. 수련실 수리 비용은 제가….”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예?”

엘리자베스의 대답에 석찬은 화들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수련실은 전면이 20층의 희귀 광물인 아이테늄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비록 전설의 광물인 아다만티움에는 비하면 보잘것없는 잡금속에 불과하지만, 그 단단함이 엄청나 3~40층에서도 방어구 재료로 쓰인다고 들었다.

‘수련장 크기로 봐서는 6~70,000골드 이상은 깨질 거 같은데….’

배당금을 왕창 받은 자신의 전 재산과 거의 맞먹는 돈이었다. 그런 수리비를 받지 않겠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석찬 씨는 대단해요. 보통 당신 같은 사람들이 ‘돌파’라는 것을 할 때 이 정도의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 걸로 들었거든요.”

“그러게요. 저도 왜 그러는지… 잠시만요.”

말을 하던 석찬이 그녀의 말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엘리자베스 씨, 혹시 마력 운용자가 아니신가요?”

분명 엘리자베스의 말의 문맥으로 유추해봤을 때, 그녀는 자신이 마력 운용자가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강함을 지닌 엘리자베스. 그 때문에 석찬은 그녀가 필시 마력 운용자일 줄 알았다.

그런데.

‘마력 운용자가 아니었다…고?’

“그럼 당신은, 평범한 인간입니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만. 마력 운용자가 아니라면 선택지는 그거 하나밖에 없….

“음… 그 질문에 관해서는 아니라고 말해두죠. 이 이상은 묻지 말아 주세요. 알면 다친답니다.”

“…….”

“어쨌든, 초록 등급인가요? 돌파를 축하드립니다. 아까 했던 말대로 수리비는 필요 없으니 편히 들어가서 쉬세요.”

“감사합니다.”

“정 감사를 표하고 싶으시면, 다음에 식사라도 대접해 주세요.”

“식사요?”

매일 최고의 요리사의 요리를 제공받는 갑부가?

“뭐, 더 할 말 없으면, 나중에 봐요.”

“어, 예.”

엘리자베스와 헤어진 후, 석찬은 그녀가 한 말에 대해서 계속 곱씹었다.

‘마력 운용자도, 평범한 사람도 아니라면… 도대체 뭐야? 인간이 아니기라도 한 건가?’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밖에 들지 않았다. 결국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석찬은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으아… 어쨌든.”

석찬은 행복한 표정으로 몸 한쪽에 자리 잡은 초록 등급의 마력 저장소 부근을 어루만졌다.

‘돌파에 성공했으니, 스탯도 조금 올랐으려나.’

“상태창.”

[상태창]

[이름 : 강석찬]

[레벨 : 150]

[HP : 33750/33750]

[MP : 4320/4320]

[스테이터스]

[힘 : 272.5 + 55.5]

[민첩 : 270 + 54]

[체력 : 270 + 67.5]

[내구 : 282.5 + 70.625]

[마력 : 360 + 72]

[잔여 포인트 : 130]

[잠재력 : 무한]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상태창이었다.

확실히 돌파의 여파인지 확 오른 마력 스탯이 특히 눈에 띄었다.

잔여 포인트도 많이 남긴 했지만, 우선 모아둘 생각이었다.

‘아직은 이 스탯으로도 충분하니까, 나중에 필요할 때 쓰자.’

너무 스탯에만 의존하는 것은 성장에 방해된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은 석찬이었다.

상태창을 닫은 석찬은 큰 하품을 내쉬었다.

“흐아암….”

하루 종일 돌파에 집중했더니 피곤해 죽을 것만 같았다.

결국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기절하는 석찬이었다.

* * *

8시간. 평소의 두 배 정도 푹 잔 석찬은 개운한 몸으로 아침을 먹기 위해 방을 나섰다.

‘라우르.’

[응?]

‘기억 말이에요. 당신 말대로 초록 등급이 되었으니,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뭐, 안 될 건 없지.]

‘그럼, 아침 먹고 방에서 하는 걸로 하실래요?’

[그래. 난 그동안 마실 좀 나갔다 온다.]

‘또 이상한 책 같은 거 보러 가는 거에요? 너무 많이 보면 몸에 안 좋다던데. 귀신은 다른가?’

[어허, 이상한 책이라니. 이 몸의 삶의 낙 중 하나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냐? 그리고 몸에 안 좋다니.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게야. 정말이지….]

‘…알았어요, 알았어. 내 입이 방정이지. 그만 투덜거리시고. 쉬시다가 시간 맞춰서 오세요.’

[오냐.]

흥분한 표정으로 책방 방향을 향해 질주하는 라우르를 뒤로하고 석찬은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후, 배불렀다.”

식사가 끝난 후. 방에 도착한 석찬을 미리 대기 중이던 라우르가 반겼다.

“오, 빨리 오셨네요. 한 30분 늦을 줄 알았는데.”

[날 뭘로 보는 게냐.]

“변태 신?”

[너, 기억 보기 싫구나?]

“죄송합니다.”

[잘해라.]

“옙.”

[어쨌든, 빨리 침대에 누워라.]

그의 말대로 침대 위에 곧게 누운 석찬.

[지금부터 내가 손가락을 튀기면 넌 내 기억 속으로 들어갈 거야. 봉인이 풀린 기억을 전부 보면 자동으로 정신이 들 거다. 알겠나?]

“예.”

[좋아, 그럼 나중에 보자.]

딱.

그 소리와 함께, 석찬은 정신을 잃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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