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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57화 (57/200)

제57화

“누구십니까.”

문을 열자, 처음 보는 얼굴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구….”

철컥.

다짜고짜 방 안에 들어온 남자는 문을 닫은 뒤 석찬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름이 강석찬이 맞나?”

“…….”

남자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석찬의 얼굴에 새겨져 있던 사람 좋은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누구야, 당신.”

게다가, 그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혈향이 그가 일반적인 손님이 아니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걱정 마라. 그리 큰 고통은 없을 것….”

남자는 두 손을 들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순전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표정에 석찬의 미간이 꿈틀댔다.

“고통은 없을 것이라… 날 어떻게 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이해가 빨라서 좋군.”

남자는 실실 웃으며 종이 하나를 던졌다.

‘이건….’

종이는 20층에 굴러다니는 흔한 현상 수배범 용지였다.

‘현상금 때문에 온 건가?’

아무래도 포이그 레바돈의 눈에 띄려고 일부러 한 행동에 날파리가 몇 마리 끼어든 것 같았다.

‘무력 수준은… 어디 보자.’

마력 탐지로 슬쩍 느꼈을 때 남자의 무력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최상위 1급 사냥꾼, 잘 쳐주면 베테랑 사냥꾼 수준인 것 같았다.

‘하지만….’

고작해야 1급 사냥꾼 급의 무력으로는 석찬을 상대할 수 없었다.

‘가볍게 겁만 줘볼까?’

고오오….

노란 마력 저장소의 끝자락에 다다른 석찬의 마력이 방 전체를 가득 채웠다.

남자의 신체 능력에 맞추어 마력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몸이 휴대폰 진동 모드처럼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크으으….”

남자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나올 때쯤, 석찬은 마력을 거뒀다.

“고작 그 정도 가지고, 날 잡으려고 하다니….”

“크윽….”

“간이 조금 큰데?”

매서운 석찬의 눈빛에 남자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사… 살려 줘.”

“날 죽이러 온 놈을 살려야 할 이유가 뭐지?”

“나, 날 죽이려고 한다면, 내 주인님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주인님?”

“그, 그래. 만약 네 녀석이 날 죽인다면, 내 주인님께서, 너는 물론, 네 주변인도….”

탁.

그때, 석찬의 손이 남자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나는 물론 내 주변인도, 라….”

꾸득.

“무슨 깡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몰라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꾸드득.

“자, 잠시만….”

“그리고 말이야.”

꾸드드득.

“넌 너무 혓바닥이 길었어.”

꽈드드득!

“끄아아아!”

어깨가 뽑혀 나가는 듯한 고통에 남자가 발버둥쳤지만, 석찬은 무심한 눈빛으로 그를 놔주지 않았다.

“끄르륵.”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결국 정신을 잃는 남자.

그를 방 한구석에 내버려 둔 석찬은 문 앞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 가장 먼저 들어오는 놈은 멀쩡하게 보내준다. 대신 나머지는, 말 안 해도 알지?”

석찬이 그렇게 말한 직후,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세 명의 남자가 부리나케 방 안에 몸을 욱여넣었다.

“제, 제가 먼저 들어왔습니다요!”

“뭔 소리야, 내가 먼저….”

“다 꺼져! 내가 먼저….”

하나같이 초조한 얼굴을 한 남자들은 서로가 먼저 들어왔다고 우기며 다른 이들을 내보내려고 했다.

“애쓴다, 참.”

그들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저쪽에 쓰러져 있는 남자가 개길 때, 문밖에 스리슬쩍 다가온 것을 그냥 보낼 수는 없을 뿐이었다.

어느새 홀로 남은 남자가 석찬의 앞에 다가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올킬러 님!”

“너, 누구냐. 저놈이랑 아는 사이야?”

“예, 예.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요.”

‘호오?’

서로 아는 사이라면 궁금했던 점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뜯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물어보는 것에 하나도 빠짐없이 솔직히 답한다. 알겠나?”

“예! 물론입니다요.”

“잠시만요.”

아까의 소란 때문이었는지, 어느새 나타난 이브가 무서운 기세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저 남자가 거짓말을 할지 어떻게 알고 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해요? 잠시만 비켜봐요.”

남자의 앞에 선 이브가 지팡이를 들더니 마법을 하나 발동했다.

“진실의 맹세.”

마법이 발동됨과 동시에, 이브의 마력이 남자의 몸을 감쌌다.

“이건?”

“저 남자가 거짓말을 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몰려올 거예요. 그리고 두 번 거짓말을 하면.”

“두 번 거짓말을 하면?”

“죽어요.”

“힉…!”

죽는다는 말에 남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철저하네. 좋아, 저런 건 좀 보고 배우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안전장치까지 생겼으니 이제 남은 것은 심문뿐이었다.

“먼저, 네가 속해 있는 조직에 대해 싹 다 불어봐.”

* * *

“이게 제가 알고 있는 전부입니다요….”

남자의 말은 이러했다.

우선, 그와 문밖에 있는 둘, 그리고 쓰러져 있는 남자가 소속되어 있는 곳의 이름은 ‘다크니스’라고 하는 곳이었으며, 탑의 뒷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길드라고 한다.

[다크니스라니. 다시 생각해도 네이밍 센스가 답이 없는데?]

‘그러니까요, 길드장이 중2병 말긴가?’

[중2병? 그게 뭐냐?]

‘있어요, 그런 게.’

다크니스 길드.

비록 그 규모는 사냥꾼 길드나 심부름꾼 길드 같은 양지의 거대 길드보다는 못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층 하나 정도는 가뿐히 통제할 수 있는, 나름 강대한 길드였다.

‘저기 저 녀석이 지부 5위의 실력자라고?’

남자의 말에 의하면, 처음 방에 들어와 자신에 의해 방구석에 처박힌 남자는 지부 5위의 무력을 가진 놈이었다고 하며, 자신은 말단 정보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게 그가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말단이라서 그런가, 기본적인 거 말고는 알고 있는 게 거의 없군.’

그래도, 뒷세계의 길드들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알아낸 것은 나름 큰 성과였다.

‘그렇다면, 주인님이라고 말한 사람은 사냥꾼 길드의 지부장인 건가?’

대충 ‘주인님’이라는 사람의 정체를 유추해본 석찬은 방을 나섰다.

“어, 어디 가십니까요?”

“네 본거지로 안내해라.”

나름 지부 5위의 실력자를 저렇게 만들어 놨는데, 사냥꾼 길드의 지부장이라는 양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따라서 기왕 이렇게 마찰을 빚은 거, 제대로 결판을 본 심산이었다.

“저도 갈까요?”

“와주면 좋지.”

“잠깐만요, 필요한 거 좀 챙겨올게요. 얼마 안 걸릴 거니까 먼저 내려가 계세요.”

“그래.”

이브가 방으로 들어간 후, 석찬은 남자를 향해 고개를 흘끗했다.

“빨리 와라.”

“예, 예! 갑니다요!”

남자를 앞에 세우고 1층으로 내려가는데, 옅게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잠시만.”

석찬은 마력으로 후각을 강화하며 피 냄새의 근원지를 향해 다가갔다.

‘여긴….’

피 냄새가 나는 곳은 1층의 창고 안.

석찬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이건….”

그리고 펼쳐진 참상.

창고 안에는 여관 주인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살짝 친분이 생겼다고는 해도 그는 불과 얼마 전에 처음 만났던 자에 불과했고, 대화도 식사 시간 때 몇 마디씩 나눈 것이 전부.

하지만,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죄책감은 지울 수가 없었다.

“미안합니다, 주인장.”

화르륵.

석찬의 손에서 피어오른 불꽃에 여관 주인의 시체가 타올랐다.

어느새 재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는 그의 시체.

“노잣돈은 넉넉하게 챙겨드립니다.”

시체가 있던 자리에 금화를 10닢 내려놓은 석찬은 고개를 돌려 여관 밖으로 향했다.

* * *

20층의 번화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를 지나 한 골목으로 빠지니,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골목길이 나타났다.

골목길을 걷던 중에 발걸음을 멈추는 남자.

“뭐냐?”

“여, 여깁니다요.”

“여기?”

“기, 길은 맞게 왔는데? 왜 아무것도 없지?”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 석찬의 눈이 매서워질 때쯤, 그들의 앞에 다수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파바밧.

모두 시커먼 후드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

‘함정이었나? 하지만 진실의 맹세의 효과는 지속되고 있을 터? 거짓말을 했으면 고통이 가해졌을 것이다.’

일단 전투태세에 돌입한 석찬. 그를 막아선 것은 라우르였다.

[잠시만 기다려라. 저 녀석들, 싸울 의지는 없어.]

‘그래도….’

[잠시만 기다려 봐.]

라우르의 말에 석찬은 불신의 눈빛과 함께 주먹을 내렸다.

그러자, 후드 남자 하나가 입을 열었다.

“흠, 한 대 때리실 줄 알았는데, 의외군요.”

“너희는 누구냐.”

“저희는 다크니스입니다. 강석찬 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남자가 후드를 젖히며 손을 내밀었다.

그의 얼굴은 평범했다. 어느 층을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머리에 멀끔하게 생긴 얼굴을 지닌 청년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예. 저희 주인님께서는 강석찬 님과 이브 님을 정중하게 모셔오라고 저희에게 명령하셨습니다.”

후드의 남자가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전부 고개를 숙였다.

“따라오시죠. 이쪽입니다.”

고개를 든 남자는 석찬을 향해 손을 내밀며 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거긴 벽인….”

스윽.

그러자, 벽을 통과하며 들어가지는 남자의 몸.

“보시다시피 비밀 통로입니다. 괜찮으니, 들어오시죠.”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봐. 느낌이 나쁘지 않아.]

“흠….”

솔직히 아직까지는 못 미더운 부분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라우르가 걱정하지 말란 점도 있었고, 무슨 일이 생겨도 빠져나올 자신이 있었기에, 석찬은 벽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윽-

먼저 들어갔던 남자처럼 거리낌 없이 들어가지는 몸.

‘오오….’

벽에 반쯤 들어간 몸.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뭔가 신기한 기분도 들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린 석찬은 긴장의 태세를 유지하며 벽 안으로 완전히 몸을 던졌다.

그가 사라진 후, 남은 다크니스의 길드원들도 하나둘 벽에 몸을 던졌고, 어느새 골목길에는 다크니스 길드원 하나, 이브, 그리고 길을 안내한 말단 정보원 하나만 남아 있었다.

“먼저 들어가시죠.”

다크니스 길드원은 이브를 향해 먼저 벽으로 들어갈 것을 권했지만, 이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이게 함정일 줄 어떻게 알고요? 당신이 먼저 들어가세요.”

대낮의 소란 덕에 이브는 아직까지도 그들에 대한 불신과 안 좋은 감정이 조금 남아 있었다.

“당신과 강석찬 님에게 위해가 되는 일은 전혀 없을 거니 들어가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뭘 믿고? 먼저 들어가면 저도 들어갈게요.”

이브의 완강한 태도에 다크니스 길드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 말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촥!

이어서, 섬뜩한 소리와 함께 한줄기의 혈흔이 골목에 흩뿌려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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