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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49화 (49/200)

제49화

“휘유….”

빵빵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가게를 나온 석찬은 바람 쐬러 간다면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는 라우르를 찾아 나섰다.

‘아마 거기 계시겠지?’

라우르가 바람을 쐰다고 할 때마다 99.999%의 확률로 찾았던 그곳.

‘라우르!’

석찬은 곧 익숙하다는 듯이 헌책방에서 므흣한 책을 보며 헤벌쭉 웃고 있는 라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빨리 와요!’

[잠깐만, 잠깐만, 이것만 마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책을 둘러보고 있는 그에게 석찬은 결국 치트키를 사용했다.

‘영혼 조각을 찾는 일은 없던 걸로….’

우뚝.

그 말에 라우르의 표정이 돌변했다.

[빨리 가지.]

누구보다 빠르게 헌책방을 빠져나온 라우르는 앞장서서 영주성으로 향했다.

‘역시 이게 직방이야.’

[젠장, 몇백 년 만에 책 좀 보겠다는데….]

계속해서 구시렁거리는 라우르.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변명에 불과했다.

‘1층 올 때마다 기웃거리시는 거 다 봤어요.’

[이 쉐키가 진짜, 야 진짜 거듭 말하는데, 너 내 화신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음 영혼 조각을 찾으면 책 몇 권 사드리겠습니다. 됐나요?’

[땡큐 베리베리 머치다, 자식아!]

기쁨을 표현하듯 공중에서 몇 바퀴 돈 라우르가 빠른 속도로 영주성으로 날아갔다.

“그거 가지고 신나시고, 참.”

영주성으로 돌아오니 점심 식사가 한창이었다.

“뭔 짓거리를 하다가 이제야 기어들어 오는 거야?”

“오빠, 어디 갔다 오는 길이에요?”

“어디 갔었냐?”

동시에 질문을 날려 오는 3인의 모습에 석찬이 고개를 내저었다.

“한 명씩 물어보세요. 에브릭 씨 가게에서 식사하고 왔습니다.”

“새끼가 치사하게 혼자 먹냐?”

“그래, 치사하게 혼자 먹었다.”

시시콜콜한 잡담을 주고받던 석찬은 이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마 오늘내일 안으로 다시 탑을 오르게 될 거 같아.”

“네. 준비해 놓을게요.”

길어봐야 이틀도 안 되는 준비 시간에 분명 불만이 있을 법한데, 군말 없이 따라주는 이브.

“항상 고맙다.”

드문 석찬의 미소에 살짝 얼굴을 붉히는 이브.

“처, 천만에요.”

‘햇살 때문인가?’

왠지 오늘따라 더 멋있어 보이는….

“이놈의 자식들이, 내가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그런 거 아니니깐 조용히 하세요!”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식탁 위로 처박히는 알렉산더의 머리.

‘오우….’

그 광경에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의 동작이 멈추었다.

“…….”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입가를 슥슥 닦은 후 유유히 자리를 벗어나는 이브.

그 모습에 사람들은 다시금 이 집안의 최강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이러고 산다, 진짜….”

* * *

날개를 지닌 사내는 석찬을 감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드디어 상부에서 결정이 내려졌다.’

상부에서는 석찬이 샌드웜을 물리치고 나서 또 다른 페널티에 관해 오랫동안 의논했고, 이제야 결론이 났다.

‘퀘스트 난도 상승이라.’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분명 퀘스트가 어려워진다면 얻는 경험치는 증가할 것이다. 허나 층을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현저히 증가하게 될 것이었다.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도 페널티를 내리며 사용한 힘을 모으기는 충분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큰 결정을 내리다니. 위쪽도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

모든 것은 저 강석찬이란 남자 하나가 만들어낸 일.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다.’

주기적으로 페널티를 먹어가면서 그가 과연 탑을 제대로 오를 수 있을까?

사내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 * *

16층에 도착한 지도 어느덧 닷새가 흘렀다.

아직까지도 이브보고 며칠만 더 머물러 달라고 애원하던 알렉산더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했다.

이번 층부터는 대기 중에 독이 깔려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마을에 하나씩 존재하는 신전에서 정화 포션을 들고 환경에 적응하며 ‘독 내성’이라는 스킬을 얻는다고 했다. 물론 석찬은 스킬을 얻지 못하지만.

‘스킬로 나타나지 않아도 내성은 몸에 쌓인다.’

알렉산더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그러했다.

물론 마력으로 보호를 하면 중독되지 않을 것이지만, 자연적으로 독 내성을 길러놓으면, 20층 지부장과 싸울 때나 다른 층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몸으로 버티며 이브에게 지속적으로 정화 마법을 받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나저나, 콜록. 여기는 숨쉬기가 다른 데보다 더 힘드네.”

“아마도 독성이 더 짙은 구간인가 보네요. 퓨리파이.”

“후우… 고마워.”

이브의 마법과 함께 숨쉬기가 한결 편해진 석찬은 빠르게 몬스터를 찾아 떠났다.

16층부터 잡아야 할 몬스터는 바로 포이즌 스네이크. 말 그대로 독을 품고 있는 뱀이었다.

포이즌 스네이크의 상위종인 베놈 스네이크는 독성도 독성이지만, 스피드도 상당해 처리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은 녀석이었다.

‘베놈 스네이크 40마리라.’

보통 새로운 지형에 들어서면 정예급으로 분류되는 몬스터를 1~20마리만 잡아도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40마리라니?

‘일반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숫자도 그렇고, 확실히 퀘스트의 난도가 올랐어.’

게다가 베놈 스네이크는 그 수도 적어 찾기가 매우 어려웠고, 그마저도 다른 사람들이 사냥하고 있으면 지나쳐야만 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겠는걸?”

“그러게요….”

콰직.

[메인 퀘스트 - 16층(플래티넘 전용)]

[포이즌 스네이크 처치 300(132/300)]

[베놈 스네이크 처치 40(11/40)]

[새끼 바실리스크 처치 1(0/1)]

“하아….”

아직도 절반이 채 채워지지 않은 퀘스트 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석찬이었다.

* * *

“키에에엑….”

“드디어….”

열흘 정도의 시간이 더 흘러, 드디어 새끼 바질리스크의 숨통을 끊은 석찬은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곤함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약 2주의 시간 끝에 레벨은 12개가 올라 142레벨이 되었고, 아이템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포이즌 링]

[등급 : 레어]

[공격력 + 25]

[마력의 절대량 증가 + 5%]

[내구도 : 20/20]

포이즌 링은 이브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았기에, 그녀에게 넘긴 석찬은 새끼 바질리스크의 사체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헌데 아공간 주머니의 모습이 석찬이 평소에 쓰던 아공간 주머니와는 달랐다.

입구에 가시 비슷한 것이 박힌 게, 마치 무언가의 입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의 주머니.

“오빠, 그건 뭐예요?”

“아, 이거.”

그것은 바로 어린 샌드웜을 잡고 나온 보상, 샌드웜의 가죽 주머니였다.

“정보 공유.”

명령어와 함께 이브에게 샌드웜의 가죽 주머니의 정보가 펼쳐졌다.

[샌드웜의 가죽 주머니]

[등급 : 레전드리]

[샌드웜의 가죽을 베이스로 만든 아공간 주머니. 그 안은 무한한 크기를 자랑한다.]

[자동으로 아공간에 들어온 물건의 종류를 분류합니다.]

[내구도 : 무한]

“와아….”

그 엄청난 내용에 이브가 짧은 감탄을 내뱉었다.

“레전드리….”

모든 아이템 등급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레전드리 아이템은 그 수도 수지만 하나하나가 굉장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졌고, 이 아이템 또한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무한의 아공간과 내구력이라니….”

엄청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압도적인 성능.

저 아이템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이젠 다른 아공간 주머니들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말 아닌가?

“근데, 그런 걸 얻으셨으면서 왜 지금까지 일반적인 아공간 주머니를 쓰신 거예요?”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었다.

모든 종류의 물건이 자동으로 분류되는 무한의 아공간 주머니라면 굳이 힘들게 몬스터의 사체와 부산물을 분류하며 여러 개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는 것은 귀찮을 수도 있는 작업이었다.

‘게다가 저게 있으면 아공간 주머니가 꽉 찰 때마다 마을을 들를 필요도 없어질 테고.’

시간도 절약이 많이 되었을 터인데 저런 아이템을 이제야 꺼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석찬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꽉꽉 채워서 쓰고 버리는 게 덜 아깝잖아.”

“아까워서요?”

돈도 많으신 분이?

퀘스트가 퀘스트인 만큼 석찬이 사냥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이미 아이템이나 포션 같은 것을 살 때 돈 걱정은 필요 없을 정도니 말 다 했다.

그런데 아까워서 필요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겠다니.

“약간 짠돌이 기질이 있었군요.”

돌직구로 날아오는 팩트 폭력에 석찬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크흠, 짠돌이라는 말 말고, 다른 말은….”

“그럼, 구두쇠?”

“내가 말을 말자.”

“헤헤….”

“아 맞다, 이브. 이거 좀 입어볼래?”

석찬은 샌드웜의 가죽 주머니 속에서 샌드웜의 로브를 꺼내 들었다.

“샌드웜 잡았을 때 같이 준 건데….”

[샌드웜의 로브]

[등급 : 유니크]

[화염 저항력이 100% 상승합니다.]

[사막 지역에서 전투 시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내구도 : 500/500]

좋은 망토다. 하지만 지금껏 샌드웜의 가죽 주머니를 쓰지 않았고, 크고 작은 사건이 있었던 터라 망토의 존재 자체를 아예 망각하고 있었다.

이브에게 망토를 건네자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이렇게 귀한 걸 받을 수는 없어요.”

화염 저항력 100%, 즉 두 배 상승에다가 특정 조건이긴 하지만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하다니? 무슨 저런 사기적인 옵션이 다 있는가.

“이건 오빠가 쓰시는 게 맞다고 봐요.”

그 말에 석찬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건 네가 쓰는 게 나아.”

석찬은 대체로 근접전을 벌이는 타입의 격투가다.

‘나에게 망토는 거치적거리는 거적때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마법사인 이브는 다르다. 지금 이 로브가 필요한 사람은 자신이 아닌 이브라고 판단한 석찬은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로브를 그녀에게 건넸다.

“고, 고마워요.”

결국은 로브를 받아 든 이브가 석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우린 동료잖아.”

“그쵸. 하지만 동료여도 이렇게 좋은 아이템을 주시는 데 거리낌도 없으시다니. 역시 오빠는 최고예요.”

‘최고’라는 말에 석찬의 얼굴이 아주 약간 붉어졌다.

“크흠, 최고는 무슨.”

“포이즌 링도 있으니, 앞으로 퓨리파이도 자주 걸어 드릴게요.”

“그래.”

“그럼, 슬슬 정리도 끝났으니 17층으로 가볼까요?”

“그래, 가자.”

팟!

언제나처럼 두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허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파밧!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 얼마 후, 후드 망토를 뒤집어쓴 한 사내가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 당도했다.

그는 바닥을 한 번 훑더니 혀를 찼다.

“쯧, 한발 늦었나.”

파스스-

그의 손에 묻은 흙이 순식간에 산화되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기다려라, 올킬러, 은발의 천사.”

사냥꾼 지부 20층 지부장, 포이그 레바돈의 녹안이 번뜩거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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