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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48화 (48/200)

제48화

안내자 G를 만난 뒤로부터 어느덧 닷새라는 시간이 지났다.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다시 탑을 올라야겠지.’

아직 사건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다.

‘20층 지부장과도 언젠가는 겨뤄야겠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20층 지부장.

‘가만 안 둔다.’

그는 일전에 20층 지부장에 대해 그레이와 크레미를 심문했던 날을 떠올렸다.

‘20층 지부장은 어느 정도로 강하지?’

‘지, 지부장님은 정말 강하십니다.’

‘나보다도 강한가?’

‘…예.’

그날 크레미가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새끼 샌드웜을 홀로 토벌한 적이 있다라….’

약 10여 년 전.

13층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샌드웜을 20층 지부장은 간단하게 제압했다고 했다.

‘간단히라….’

그의 말에 따르면 지부장의 주먹에 닿을 때마다 샌드웜의 외피가 부식되었다고.

‘독을 쓰는 자.’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단단한 샌드웜의 외피를 녹여버릴 정도의 맹독.

‘게다가 또 걸리는 건….’

바로 20층 지부장의 또 다른 특이점.

‘지부장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킬을 사용하십니다. 그 수가 엄청나죠.’

‘설마 마력 운용자?’

마력 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극독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니, 확실히 상대하기 까다롭겠어.’

까딱 잘못하다간 죽을 수도 있는 일.

‘아직 그를 상대하기엔 내 힘이 부족하다.’

닷새 동안 강마력도 30초가량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켰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무슨 수가 필요해.’

생각을 마친 석찬이 방을 나섰다.

* * *

[뭐냐.]

시원한 음료를 들이켜고 있던 라우르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석찬을 맞이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움? 무슨 도움?]

“강해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석찬의 물음에 라우르는 심드렁한 표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지 않나. 벌써 강마력이란 것도 어느 정도 쓸 줄 안다며?]

“강마력 말고도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원합니다.”

[그것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 그 전에 뭐 하나만 묻자.]

“뭡니까.”

[왜 더 강해지려고 하는 건데? 내가 봤을 때 지금 너는 충분히 강해. 아니, 강하다는 말로는 모자란다고 할 수 없을 정도야.]

라우르의 말에는 일말의 거짓조차 담기지 않았다.

강마력을 쓸 수 있는 시점에서 석찬의 무력은 가뿐히 40층 수준을 넘어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서 더 강해지고 싶다고 하는 건 조금 양심이 없는 거 아니냐?]

“…하지만, 저는 지금보다 더욱, 더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어요.”

석찬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마 머지않은 시일 안에 20층 지부장과 싸우게 될 거예요.”

그는 유력한 확률로 자신과 같은 마력 운용자였으며, 최소 초록색, 어쩌면 파란색의 마력 저장소를 가졌을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 쳐들어오지는 않을 테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그와 붙어야 할 터였다….

“그를 이기기 위해선 저는 양심이 없을 정도로 강해져야만 합니다.”

[흠….]

절실함이 담긴 그의 대답에, 라우르 또한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더 이상 가르쳐 줄 건 없다.]

“예?”

[물론 가르치려면 가르칠 순 있지. 하지만 그러려면 네가 지금보다 한층 더 성장해야 한다. 뭔 말인지 알겠냐?]

“제 마력 저장소가 초록색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치. 내가 아는 기술을 배우려면 최소 그 정도는 되어야 몸에 무리가 안 가.]

“…….”

[뭐, 내 두 번째 영혼 조각을 찾는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게 어딨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하하!]

두 번째 영혼 조각. 15층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래도 하나 조언을 하자면, 기본부터 다시 수련해 보도록 하는 건 어때?]

“기본이요?”

[그래, 기본. 모름지기 전사는 기본이 탄탄해야 뭐든지 되는 법이다.]

그 말을 끝으로 라우르는 1층 구경을 간다며 자리를 떠났다.

‘기본이라….’

석찬 또한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단련실로 향했다.

* * *

일주일 후.

“후아….”

마지막 윗몸 일으키기 하나를 마친 석찬이 심호흡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7일 동안 석찬은 오로지 한 가지만을 연마했다.

바로 라우르가 말한 기본. 그중에서도….

‘복싱.’

석찬의 근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요즘 마력만 썼더니 몸이 굳었어.’

마력으로 인해 적은 것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게 된 후, 마력만 신경 쓰고 신체 단련을 소홀히 여긴 점은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라우르의 조언을 통해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그래, 이제 조금 볼만해졌어.]

‘감사합니다.’

샤워를 마치고 장터를 둘러보던 와중, 오랜만에 에브릭의 식당에 들른 석찬.

대낮부터 수많은 손님이 머물고 있던 식당은 석찬이 들어서자마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모든 시선이 그를 향했다.

“…….”

1분 정도 유지된 침묵.

“올킬러다!”

하지만 그 침묵도 한 남자의 외침에 의해 산산조각 났고, 다시금 왁자지껄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그 모든 관심이 석찬에게 집중되었다는 것 정도?

“올킬러 님! 사인 한 번만!”

“올킬러….”

“올킬….”

[에이씨, 더러워서 바람 좀 쐬고 오련다.]

라우르는 무언가 아니꼬운 것인지 건물 밖을 향해 날아갔고, 석찬은 팬들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사람들을 하나둘 상대해 주었다.

약 한 시간 후.

어느 정도 진정된 식당은 다시 아까의 분위기로 돌아갔고, 석찬 또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런 그에게 에브릭이 다가와 물 한잔을 놓아주었다.

“대낮부터 고생이 많아.”

“아, 감사합니다. 마침 목이 말랐었는데.”

그 자리에서 물을 들이켠 석찬은 평소 즐겨 먹던 요리를 시켰다.

“5분만 기다리게. 최고의 요리를 가져오지.”

“에브릭 씨가 만든 최고의 요리, 기대하겠습니다.”

“하하! 조금만 기다리게!”

팡팡!

에브릭이 떠난 후, 석찬은 따끔한 등을 매만졌다.

‘손힘이 많이 좋아지셨네.’

엘릭서를 쓴 이후, 에브릭은 죽을 고비에서 벗어났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고블린 왕과 겨뤘을 때 생겼던 상처도 치료되었다고 했던가?’

바로 에브릭을 더 이상 싸우기는커녕 훈련조차 하지 못할 몸으로 만들었던 상처 또한 감쪽같이 치료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훈련의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던가.

‘기분 좋다.’

자신 덕분에 한 사람이 삶의 활력을 되찾았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음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저기요.”

한 사내가 석찬의 어깨를 치며 퉁명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예?”

찌릿-

대놓고 불쾌감을 내비치는 그의 모습에 석찬은 순간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나 싶었다.

“당신이 그렇게 강하다면서?”

사내, 레이븐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은 무려 ‘남색’ 등급의 문의 시험을 통과한 유망주다.

실제로 석찬이 오기 전까지 식당 내 손님들의 관심도 어느 정도 자신을 향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석찬이 온 후부터는 찬밥 신세가 따로 없었으니, 화가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는 강합니다.”

빠직.

술김과 다혈질인 성격 때문이었을까? 별문제가 없는 대답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의 모습에 레이븐은 속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강해 보이지도 않는구만. 이런 사람이 뭐 대단하다고.”

“…….”

마치 그 옛날, 레이놀드 뭐시기와 시비가 붙었을 때와 비슷한 상황.

“왜, 할 말이 없어? 고블린 왕도 혼자 잡았다매.”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하셨으면 좋겠군요.”

굳이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석찬이 이유 없이 걸려오는 시비까지 참을 성격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험해지자, 주변이 다시 조용해지며 사내를 향해 따가운 시선이 날아왔다.

‘쳇, 분위기가….’

잠시 움찔한 남자였지만, 이내 하던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 씹은 거 때문에 내 기분이 상했어! 게다가 내 이미지도 바닥에 떨어졌고, 어떻게 할 거야?”

“예?”

남자가 내뱉은 황당한 말에 석찬이 심히 당황해 반문했다.

“당신 때문에 지금 사람들이 날 이상한 놈 바라보듯이 보고 있잖아! 어떡할 거냐고!”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주는 남자의 모습에 석찬의 몸 주변에 마력이 넘실넘실 흘렀다.

‘다치게 하는 건 조금 그러니까, 살짝만 겁을 줘야겠군.’

가볍게 살기를 쏘려는 순간, 한 여인이 허겁지겁 석찬 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새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황급히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친 여성이 석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조금 취한 모양입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연신 사과를 한 여인은 뒤통수를 부여잡고 있는 남자의 입을 막은 채 가게를 빠져나갔다.

“허허….”

그 광경에 석찬은 허탈하게 웃었고, 음식을 가져오던 에브릭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 *

“사람 없지? 잘 확인해.”

가게 밖을 빠져나온 여성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사내의 속박을 풀어줬다.

“푸하아!”

크게 숨을 내쉰 사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짓이야?”

“너야말로 뭔 개짓거리를 하는 거야, 지금?”

“개짓거리?”

“1층에서 올킬러한테 시비 거는 게 개짓거리지 그럼, 뭔 짓거리냐?”

“…….”

“조금만 더 갔으면 너 뒤졌을 수도 있어.”

“죽는다고? 고작 시비 건 거 가지고?”

사내는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여성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하아….”

그런 사내의 모습에 여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띨빵아. 1층 온 지 일주일이나 됐으면서 올킬러에 대해 몰라?”

하룻밤 만에 고블린 부락을 괴멸시키고 고블린 왕마저 단신으로 물리친 1층의 구원자, 영웅 등등. 1층에서 석찬은 영주 다음으로 위상이 높았다.

“야, 넌 그 말을 믿냐?”

하지만 사내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심지어 1층에 떨어진 날에 일어난 일이라며? 소문이 뻥튀기된 거겠지, 뭐.”

“…….”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 또한 불과 몇 분 전까지 소문을 믿지 않았으니 말이다.

본래 소문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부풀려지는 것.

오크를 잡았다는 무용담이 어느새 오우거를 홀로 잡았다고 부풀려지는 것도 심심찮게 봤었다.

‘하지만….’

석찬을 본 순간 그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의 소문은 절대 부풀려지지 않았어.’

“너, 내 능력 알지?”

“뭐, 직감?”

‘직감.’

본래 살던 행성에서부터 여인은 가히 엄청난 직감을 타고났었고, 마력을 얻고 나서는 아예 스킬로 분류되며 상식을 벗어나는 직감을 가지게 되었다.

직감 스킬은 위험도를 알려주는 것 말고도 원하고자 하는 상대의 강함에 대해 색깔로 분류해 알려주는 유용한 스킬이었다.

“직감 스킬을 올킬러에게 썼는데….”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안 보였어.”

“아무것도 안 보이다니, 뭐가 말이야?”

“올킬러 몸이 안 보였다고! 새하얘져서!”

설명하는 여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직감 스킬이 하얀색으로 분류하는 강함은 단 하나뿐이다.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 강함.

1층 내에서 무력으로는 견줄 자가 없다는 영주, 알렉산더 올가 이후로 처음 보는 흰색이었다.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그 사람 앞에서는 한 방이야.”

“…….”

튜토리얼 때부터 직감 능력이 얼마나 정확한지 잘 아는 사내 또한 그녀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보다 너 큰일이다. 사람들한테 완전히 찍혔던 거 같은데.”

사내는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쏟아졌던 살기 어린 시선을 잊지 못했다.

실제로.

“그 새끼, 강해 보이긴 하던데 인성은 쓰레기더군.”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 녀석이 강해져봤자 얼마나 강해지겠어!”

에브릭의 식당 안에서는 사내에 관한 욕설이 계속해서 오가고 있었다.

“젠장.”

성질 한 번 못 참았다가 인생 종 치게 된 사내는 그저 한숨만 내뱉을 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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