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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42화 (42/200)

제42화

레드 리자드맨의 부락.

휘이잉-

바로 조금 전까지 전투가 일어났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갈 정도로 고요한 부락 중앙에 석찬이 서있었다.

“이럴… 수가….”

그를 바라보는 사냥꾼 길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야수와도 같았다.

“이게 말이 돼?”

그들은 불과 수분 전에 있었던 참혹한 ‘학살’에 대해 떠올렸다.

* * *

쾅! 쾅!

별다른 스킬을 쓰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먹질을 할 때마다 폭발음이 들려온다.

‘마력 폭발!’

콰아아앙!

중간중간 한 번씩 발동되는 스킬은 엄청난 효과를 자랑하며 리자드맨 무리를 녹여버렸다.

‘저건 마치….’

마치 보스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힘이 아닌가.

“어떻게 갓 15층에 올라온 애송이 따위가 저런 힘을….”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노인 또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낭패군.’

탑에 들어온 지 어느덧 10년이 다되어가는 라이너를 간단하게 처리한 시점에서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선 것은 예상했다만….

‘이렇게 강할 줄이야.’

명백한 자신의 불찰이다.

‘저 정도면 아마도….’

그 지부장과도 붙을 만한 힘이지 않는가?

지금은 부족해 보이지만 20층에 도달하는 시점에 와서는 또 모른다.

‘여기서 싹을 잘라야 한다!’

위기감을 느낀 노인이 뛰쳐나가려던 순간, 한 젊은 청년이 그를 막아섰다.

“기다리십시오.”

그의 얼굴을 본 노인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하, 하지만. 이대로 녀석을 보낸다면….”

“아직 보스 몬스터를 잡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래….’

유심히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늙어서 그런가, 나도 판단력이 예전 같지가 않군.’

“제가 경솔했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일단 경과를 봅시다.”

“예.”

청년을 향해 짧게 고개를 숙인 노인.

‘생각해보니 이자가 있었군.’

자신보다 수십 년은 어려보이는 청년. 하지만, 그는 절대 평범한 청년이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를 잡은 다음이 네 제삿날이다, 올킬러.’

* * *

콰앙!

어느덧 석찬의 주위에 있던 몬스터의 수가 눈에 뛸 정도로 줄어들었다.

퀘스트 창을 슬쩍 살펴보니, 지금까지 총 849마리의 레드 리자드맨과 78마리의 레드 리자드맨 전사, 그리고 한 마리의 샤먼을 처치한 상태였다.

‘거의 다 끝났다! 조금 더 빨리!’

콰과광!

“키에엑!”

핏-

“크윽.”

전신의 가호 효과로 스태미나는 여유로운 수준이었지만, 상처는 예외였다.

수십 마리의 리자드맨이 동시에 찔러 오는 창을 전부 피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조금 있었다.

“힐!”

이브가 간간히 넣어주는 힐은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이제 곧.

퀘스트가 끝이 나기까지 얼마 나지 않은 상태.

“이걸로 1,000!”

콰직!

정확히 천 마리째의 리자드맨 머리가 작살이 났고, 그 모습을 본 리자드맨들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후우….”

숨을 가다듬은 석찬이 남은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간다….’

퀘스트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그 순간이었다.

쿠구궁!

갑작스럽게 일어난 지진.

“크윽, 뭐야?”

빠르게 중심을 잡은 석찬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지상이 요동치기 시작하고, 부락의 건물들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었다.

“이브!”

“전 괜찮아요! 오빠는요?”

“난 괜찮아! 그보다 이건 대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큰 지진은 듣도 보도… 꺅!”

쿠과아앙!

순간, 지면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며 흙먼지가 부락 전체를 덮쳤고, 그 충격파로 석찬의 몸이 강하게 튕겨져 나갔다.

“이브!”

“오빠! 어딨어요!”

저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이브의 목소리에 석찬이 재빠르게 마력 감지를 사용해 보았지만.

“젠장….”

조금 전의 충격으로 대기 중의 마력이 전부 꼬여버렸다.

‘이래서야 마력 감지는 있으나 마나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니 청각에 의지해 이브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이브를 찾아 나서려던 그때였다.

“쿠어어어어어!”

갑자기 거대한 울음소리가 부락 내로 울려 퍼졌다.

“크윽!”

마력으로 터질 것 같은 고막을 보호한 석찬은 울음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뭐, 뭐야?”

하지만 석찬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정체불명의 벽이었다.

약 3m 정도 될 법한 거대한 벽.

그러나 이 벽은 벽이라기에는 무언가 애매모호한 부분이 여럿 있었다.

일단 벽답지 않게 둥그렇고, 주위로 털 같은 것이 나 있었다.

‘게다가….’

푹.

손가락으로 찔러보니 딱딱한 부분과 푹신한 부분이 각각 절반씩 존재했다.

‘이건 마치….’

벌레?

그때, 석찬의 옆으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석찬의 본능이 외쳤다.

‘피해!!’

탓!

석찬의 몸이 벽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앞으로 무언가 거대한 벽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후우웅-

엄청난 풍압에 몸을 웅크리는 석찬. 그의 정면에 있는 벽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그것을 본 순간 석찬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절대 벽 따위가 아니다.

이건….

“사막 지네!”

하지만 사막 지네라기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대충 훑어만 봐도 눈앞의 사막 지네는 수십 미터를 가뿐히 넘어서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막 지네가 저렇게 클 수가 있나?’

게다가 지네의 상징인 징그러운 다리조차 존재하지 않다니.

‘돌연변이인가?’

그때, 오랜만에 시스템 알림음이 석찬의 귓가에 맴돌았다.

띠링.

[11-15층 사막지대의 주인, 히든 보스 ‘샌드웜’과 조우했습니다.]

“샌드웜? 히든 보스?”

곧이어 나타난 설명 창.

[아직 어린 샌드웜은 식욕이 왕성한 상태입니다. 이 와중에 지상에 널브러진 1,000마리의 리자드맨 사체는 그를 지상으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리자드맨 사체? 그럼 설마 저 녀석이 나타난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게다가 ‘어린’ 샌드웜이라니?

‘저게 성체가 아니라고?’

성체는 얼마나 거대하단 것인가.

[히든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히든 퀘스트?’

[히든 퀘스트 - 샌드웜]

[식욕이 왕성한 샌드웜이 부락 내의 모든 대상을 먹이로 인식합니다.]

[클리어 조건 : 샌드웜 처치 혹은 부락 탈출]

[성체가 되지 못했어도 샌드웜은 샌드웜, 어린 샌드웜을 물리친다면 막대한 양의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보상 : 기여도에 따라 변경됩니다.]

“쿠어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샌드웜의 머리를 피한 석찬이 퀘스트 창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레이드… 같은 건가?’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인원은….

‘이브랑 나, 그리고 나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한 녀석들 정도인가?’

아직 본 적은 없지만 함정을 파놨으면 확실히 이 장소에 있을 터였다.

‘젠장, 어떻게 해야 되지?’

석찬이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주제는 잘 안다. 샌드웜은 절대 자신이 혼자 잡을 수 있을 만한 몬스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래도 싸워야 한다.’

부락을 벗어나는 것도 클리어 조건 중 하나지만, 저 거구의 몬스터에서 벗어나기 전에 먼저 잡아먹힐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는 것은….’

어찌 됐든 간에 석찬이 샌드웜을 잡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선빵필승.’

그렇다면 저 포식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내가 일개 먹이 따위가 아니라는 걸 말이지….’

석찬의 내면이 열의로 가득 찼다.

‘일단 최소한 대미지라도….’

석찬의 주먹에 엄청난 양의 마력이 몰려들었다.

‘아까 그 외피….’

그건 절대 적당히 단단한 수준의 외피가 아니었다.

마치 지구상 최고의 경도를 지닌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듯한 단단함이었다.

‘전력으로 간다.’

석찬의 주먹에 마력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꾸득, 꾸드득.

한계치까지 쌓인 마력.

“흐하합!”

기합과 함께 주먹을 내뻗은 석찬.

곧이어.

꽈아아앙!!

만약 핵폭탄이 터진다면 이런 소리가 날까?

고막을 찢어버리는 듯한 굉음이 부락 전체를 강타했고, 샌드웜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큭….”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것에 대한 반동일까?

석찬의 왼팔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건틀릿 안쪽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피로 인해 새하얀 건틀릿이 붉게 물들 정도였다.

‘헌데 어째서….’

강력한 폭발로 생긴 연기가 걷히고 난 뒤 눈앞에 나타난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쩌적-

외피가 갈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다다.

‘내 최고 일격에… 고작 금밖에 가지 않았다고?’

석찬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크윽!’

왼팔에 힐을 사용해 보았지만 조잡한 힐 따위에 회복될 정도로 만만한 상처가 아니었다.

‘이브, 이브는 어딨지?’

다행히도 폭발의 여파로 흙먼지도 전부 걷혀, 석찬은 어렵지 않게 이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 또한 여러 마법을 동원해 샌드웜을 공격중이였다.

“파이어 볼, 윈드 커터.”

강력한 마법들이 외피를 가격했지만, 역시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외피에는 실금 하나조차 가지 않았다.

“칫….”

“이브!”

“오빠? 팔이 왜 그래요?”

석찬의 팔을 본 이브가 재빠르게 최고의 힐, 그레이트 힐을 시전했다.

파아앗.

팔은 어느새 제 모습을 되찾았고, 석찬은 사나운 기세로 샌드웜을 노려보았다.

‘마력 회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마력 폭발의 사용을 자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일반적인 공격으로 피해를 입혀야 한다는 소린데, 그럼 어느 세월에 저 단단한 외피를 박살 낸다는 말인가.

‘무언가 방법이 필요해.’

“쿠어엉!”

샌드웜의 공격을 요리조리 회피하며 석찬과 이브가 머리를 굴렸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때, 이브가 입을 열었다.

“오빠, 외피 말고, 그러니까 뱃살 쪽을 공격하는 건 어때요?”

“뱃살? 아….”

생각해보니 딱딱한 외피가 아닌 뱃살은 마시멜로처럼 폭신했다.

“좋아, 한번 해보자.”

곧이어 이브의 스태프에서 불똥이 튀었고, 석찬도 오른손으로 마력 폭발을 준비했다.

“파이어 버스트!”

“간다! 마력….”

스태프 끝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화염과 석찬의 주먹이 샌드웜의 배로 향했다.

“폭발!”

콰과광!

거대한 폭발과 함께 반동으로 튕겨난 석찬과 이브.

“커헉!”

내상을 입었는지 석찬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레이트 힐.”

이브의 치료를 받은 석찬이 저 멀리 쓰러진 샌드웜을 바라보았다.

‘죽었나?’

아니, 죽어야만 한다.

무려 이브와 자신이 가진 최강의 기술로 행한 공격이었다.

‘죽… 어어?’

하지만.

꿈틀.

현실은 쉽게 희망을 가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쿠어어억!!”

전보다 한층 강해진 울음소리와 함께 샌드웜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쟤, 뭔가 더 세진 것 같은데….”

“….”

띠링-

[샌드웜이 대량의 마력을 흡수했습니다.]

[샌드웜이 강화됩니다.]

[위험. 위험.]

[탈출을 적극 추천합니다.]

[퀘스트의 난도가 상승합니다.]

‘젠장.’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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