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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39화 (39/200)

제39화

14층, 블루 리자드맨의 부락.

“크롸아악!”

“죽어.”

쾅!

쿵!

[레벨이 올랐습니다.]

“후우.”

도리네 파티와의 마찰이 있고 나서부터 어느덧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4층의 마지막 보스 몬스터, 블루 리자드맨 샤먼을 처치한 석찬은 레벨이 오르며 생긴 포인트를 투자한 후, 사체를 살펴보았다.

“이번엔 아이템 같은 건 없네.”

“아쉽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사체 값은 꽤 나가겠지?”

석찬은 깔끔한 사체를 가리켰다.

몬스터 사체는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팔 때 가격이 올라갔기에, 어지간하면 힘을 조절해서 상처를 최대한 덜 내도록 노력했다.

“이 정도면 160에서 170골드 정도 받겠네요.”

“좋아.”

시체를 챙긴 석찬은 상태창을 켜보았다.

‘상태창.’

[이름 : 강석찬]

[레벨 : 111]

[잠재력 : 무한]

“후우.”

“뭔데 그래요?”

“이브.”

100레벨을 달성한 이후로 두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다.

헌데 고작 열한 개의 레벨밖에 올리지 못했다니.

‘대충 1주에 한두 개 정도인가.’

“사냥이 부족한 걸까?”

“…….”

석찬의 물음에 이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 아니 못했다.

사실 100레벨 대에서 두 달 동안 레벨을 열한 개나 올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던 것이다.

‘분명 어렸을 적에 아버지께서 그러셨지.’

‘내 동료들도 레벨 하나 올리는 데 고생고생했지, 아마.’

‘그래요?’

‘그럼. 레벨 하나 올리는 데 거의 3주나 걸렸다니까? 기다리느라 애먹었지.’

‘그럼 아빠는요?’

‘아빠는 당연히… 하나에 1주 반에서 2주 정도?’

그것도 천재들이니까 가능한 레벨업 속도였다.

“진짜 천재들은 기만이 패시브인가?”

“응? 뭐라고?”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레벨 하나를 올리기 위해 한 달 동안 사냥만 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는 사실을 과연 석찬은 알고 있을까?

“바로 15층으로 갈 거죠?”

“응.”

“빨리 가요.”

* * *

15층.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앞서 네 개의 층에서 본 것과 같은 뜨거운 사막.

[메인 퀘스트 - 15층(플래티넘 전용)]

[레드 리자드맨 처치 1,000(미완료)]

[레드 리자드맨 전사 처치 100(미완료)]

[레드 리자드맨 샤먼 처치 5(미완료)]

곧이어 이번 층에서 잡아야 하는 몬스터들의 수가 공개되었고.

“그럼, 달려볼까.”

평소처럼 석찬은 몬스터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 * *

석찬과 이브가 사라진 후,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가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우우웅-

곧이어 나타난 한 남자.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는 몇 분간 가만히 석찬과 이브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함정 쪽으로 향했습니다. 계속 안 들키게 조심하면서 보고하겠습니다.”

혼잣말을 마친 그의 몸짓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다시금 모습을 감추었다.

* * *

“키에에엑!”

휙, 뻑!

붉은 피부의 리자드맨이 휘두르는 창을 가볍게 피한 석찬은 단 한방으로 상대를 끝장냈다.

“오늘따라 리자드맨이 많이 보이는데?”

석찬의 말에 이브 또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오크들과는 다르게 리자드맨들은 대개 적은 무리로 활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른 날 같았으면 하루에 50마리의 리자드맨만 잡아도 횡재했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날이 저물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100마리 가까이 되는 레드 리자드맨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게다가 지금 그들이 있는 곳 근처에는 꽤 많은 숫자의 리자드맨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거 뭔가 수상쩍은데.]

라우르 또한 이상함을 감지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하지만 아무리 마력을 흩뿌려 봐도 별다른 수상한 기척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 상황.

“어떻게, 오늘은 여기서 그만둘까요?”

이브의 물음에 석찬은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오늘 많이 잡긴 했지.’

이번 층에서 잡아야 하는 레드 리자드맨의 수는 보스를 포함해서 총 1,105마리.

숫자를 세어보니 지금까지만 총 108마리의 레드 리자드맨을 처치했다.

‘어떻게 하지.’

몇 분간의 고민 끝에 석찬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계속 가보자.”

[뭐?]

“네?”

“일단 들어봐.”

석찬이 사냥을 강행하려는 것에는 총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컨디션이었다.

아직 날도 밝고 컨디션도 멀쩡한데 굳이 사냥을 멈출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둘째는.

“최대한 빨리 탑을 올라야 해.”

미쉘 그레이스를 만난 후 계속해서 드는 생각이었다.

이미 사냥꾼 길드와 척을 지기로 다짐한 이상, 언젠간 그녀나 사냥꾼 길드의 길드장, 알프레드 올가와 격돌하게 될 것이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몰라. 최대한 빨리 층을 올라서 힘을 길러야 해.’

늦는 만큼 더욱 노력해야만 한다.

“알겠어요.”

“고마워.”

“그럼, 가볼까?”

석찬의 몸 주위로 푸른 기운이 넘실넘실 흘렀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일주일이 흘렀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몬스터를 잡아서일까? 석찬은 일주일 동안 총 세 개나 되는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수확이 좋군.’

흡족한 미소와 함께 스탯을 배분하던 석찬.

그때였다.

파직!

한순간 석찬의 감지망에 무언가 걸려들었다.

“이건….”

“왜요?”

“잠시만.”

석찬은 잠깐이지만 살짝 느껴진 기운을 찾기 위해 전력으로 주변을 탐지했다.

하지만.

“잘못 느낀 건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기운.

‘분명 이쯤에….’

기운이 느껴진 곳에 손을 저어봤지만, 당연하게도 손은 허공을 갈랐다.

“뭐 해요?”

“이브, 넌 못 느꼈어?”

“뭘요?”

“기운 말이야.”

“기운이면… 저거 말하는 거 아니에요?”

“응?”

이브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11층에서부터 자주 보이던 조그마한 사막 지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얼빠진 석찬의 모습에 이브가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피곤하신가 보네요. 사냥도 오래 했으니까 이참에 10층에 가서….”

‘확실히 피곤하긴 한가 보네, 사막 지네의 기운 따위를 헷갈리다니.’

“듣고 있어요?”

“그럼, 그럼. 일단 다음 사냥 장소나 탐색해보고 좀 쉬자.”

말을 마친 석찬이 탐지 마법을 발현했다.

“어디 보자, 다음은… 오호, 또 부락?”

부락.

말 그대로 리자드맨들이 무리를 지어 형성한 리자드맨의 마을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브 또한 기척을 감지한 것인지 놀라는 투로 물었다.

“이번이 세 번째인가요?”

“응.”

이번 11~15층이 앞서 10개의 층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부락의 여부였다.

처음에는 한 개뿐이던 부락이 층을 오를 때마다 하나씩 증가해, 15층에 다다라선 총 다섯 개의 부락의 족장인 레드 리자드맨 샤먼들을 모두 처치해야만 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발견한 부락은 그중 두 곳.

이것 또한 빠른 페이스였지만, 또다시 발견한 부락에 석찬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단 정비하고, 바로 저곳으로 가자.”

“네.”

석찬과 이브가 사라진 후, 홀로 남은 라우르는 무언가 켕기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배회했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분명 지금 상황은 좋은 상황이다.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최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잘 흘러가는 중이었다.

[근데 왜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걸까나.]

헌데 자신의, 신의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뭔가 있다. 이대로 가다간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뭔지를 알 수가 있어야지.]

석찬과 더불어 주변을 수십 번이나 탐색해 보았다.

하지만 이상한 느낌만 계속 들 뿐, 함정이나 의심이 갈 만한 것은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빨리 와요, 라우르!’

그때 머릿속으로 울려 퍼지는 석찬의 음성에 라우르는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겠다, 그래. 알아서 되겠지, 뭐.]

팟.

라우르가 사라진 직후, 허공에서 다시금 나타난 후드의 사나이는 석찬이 사라진 곳을 살펴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번엔 진짜 위험했어.”

본부와의 무전 때문에 찰나의 순간 동안 흘러나간 한 톨의 마력을 잡아내다니.

‘이 무슨 괴물 같은….’

그가 자신의 쪽을 향해 손을 내저을 때 얼마나 깜짝 놀랐던가.

‘사막 지네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발각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역시 올킬러. 상상 이상의 실력자다.’

10층의 레이놀드 도르도르라는 녀석과 싸웠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과연 그들이 짜놓은 함정이 통할까?’

올킬러와 은발의 천사 듀오를 처리하기 위해 2개월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만든 최고의 함정.

사내가 빠르게 계산을 해보았다.

‘그래도 그 정도 함정이면 15층 스펙으론 아마.’

죽겠지.

“아아, 현재 시각 오후 5시 27분경. 보고를….”

생각을 마친 후드의 사나이가 보고를 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였다.

턱.

오른쪽 어깨 위로부터 느껴지는 투박한 촉각.

“응, 누구… 흐억?”

싱긋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올킬러, 강석찬의 모습에 사내가 뒷걸음질 쳤다.

“안녕하세요, 사냥하려고 오셨나 봐요?”

“아, 예, 예.”

“여기는 몬스터가 없는데 헛걸음치신 거 같네요. 아마….”

‘설마 내 정체를 모르는 건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그의 모습에 사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그, 그렇군요. 오늘은 허탕 친 거 같네요. 그럼 전 이만.”

“그러시죠.”

순순히 보내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석찬.

그 모습에 사내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하지만 그때였다.

“근데, 그 보고인지 뭔지는 하고 가시죠.”

덜컥!

보고라는 말에 사내의 속이 덜컹 내려앉았다.

‘보고? 설마 저 녀석….’

처음부터 다 알고 있던 건가?

* * *

3분 전.

잠시 사라진 척한 후 다시 나타난 라우르는 허공에서 나타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역시 누군가가 있었구만.]

건수를 잡은 라우르는 빠르게 석찬에게 그의 존재에 대해 알렸다.

그러자.

‘그럼 제가 타이밍 봐서 올라가죠. 녀석한테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말씀해 주세요.’

[오냐.]

잠시 후.

“아아, 현재 시각….”

[지금 올라와라!]

팟.

쥐도 새도 모르게 남자의 뒤에 등장한 석찬.

“보고를….”

탁.

[잡았다.]

라우르가 회심의 미소를 지은 순간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순순히 잡혀 주시는 게 어떠신지.”

“젠장!”

석찬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내가 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등에 차고 있던 활을 꺼내 들었다.

‘빨리 공격….’

하지만.

팟.

순식간에 사내의 앞에 도약한 석찬이 주먹을 내질렀다.

‘…젠장!’

쾅!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사내의 의식이 끊어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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