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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36화 (36/200)

제36화

어두컴컴한 신전 안.

“어떡하지….”

석찬을 지켜보던 여인은 며칠 사이에 굉장히 처참한 몰골로 변한 상태였다.

아름답던 그녀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으며, 윤기가 흘러넘치던 날개의 털도 푸석푸석하게 변해 있었다.

권한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해, 막대한 페널티까지 먹어가며 석찬의 이동 수단인 마력 날개를 봉인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그는 원초적이지만 더 좋은 방법으로 층을 공략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더 이상 제약을 줄 수도 없고!’

상부의 힘없이 홀로 제약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더 힘을 썼다간 그가 아닌 그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게다가 1층에서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잠시 다녀오더니 이전보다 더욱 강해진 상태로 돌아왔다.

“상부는 도대체 언제….”

초조하게 머리를 쥐어뜯는 그때였다.

쾅!

큰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냐? 누가 노크도 없이, 헉!”

신경질적으로 입을 열던 그녀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등에 펼쳐진 네 장의 날개를 보고 그 즉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뭐, 그럴 수도 있죠. 일어나십쇼. ‘위’에서부터의 전언입니다.”

그의 말에 그녀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위, 위에서는 어떻게?”

“위에서는 이레귤러 강석찬의 위험성을 확인. 제재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 정말입니까?”

“예, 보아하니 상당히 큰 제재를 가한다고 들었습니다.”

큰 제재라는 말에 그녀의 속에서 엄청난 탄성이 튀어나왔다.

‘좋아아!’

그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던가?

‘쎔통이다, 이 녀석!’

그때, 네 장의 날개를 가진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다음으로….”

순간 그의 눈이 번뜩였다.

팍!

“꺄아악!”

여인은 타오르는 듯한 이마를 부여잡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손을 떼자 그녀의 이마 정중앙에 선명하게 새겨진 붉은 마름모가 환하게 빛났다.

수정구로 그것을 확인한 그녀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아, 아아….”

“‘위’의 명령에 따라 이 시간 이후로, 탑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할 뻔했던 당신을 이곳에서 추방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안 돼….”

“앞으로 당신은 다음 기수의 다른 인간들과 함께 탑을 올라야 할 것입니다.”

“안 돼!!”

충격적인 선언에 그녀가 비명을 내질렀다.

“걱정 마십쇼. 보고 자체를 안 했던 그 멍청한 안내자도 같이 세트로 보내드릴 테니.”

“제, 제발 한 번만 용서를… 다시는 이런 일, 히익….”

하지만 그녀의 호소를 무시하기라도 하듯 등에 붙어 있던 날개의 깃털이 우수수 빠지기 시작했다.

“안….”

말을 끝마치기도 전해 그녀의 날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마저도 희미해지기 시작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파스스-

바닥에 떨어진 깃털들 또한 그 즉시 재가 되어 하늘로 흩어졌다.

이제 이 방에 여인이 존재했던 흔적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지만, 날개의 남자는 아무런 감흥조차 없다는 듯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지나 방 중앙에 있는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수정구에는 이브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석찬의 모습이 비쳤다.

“쓸모없는 녀석에게 너무 과분한 물건이었어.”

수정구를 챙긴 남자는 무덤덤하게 빈방을 빠져나갔다.

* * *

하루가 더 지났다.

상처가 완전히 나은 석찬이 가볍게 마력을 운용해 보았다.

‘음… 완벽해.’

몸의 상태는 최상이었다.

“이제 다시 탑을 오를 수 있겠어.”

미쉘을 만난 이후로 석찬은 다짐했다.

‘앞으로 더욱 강해져야만 한다.’

미쉘이라는 존재는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었던 석찬에게 목표를 심어준, 어떻게 보면 고마운 존재였다.

그녀와의 자신의 차이는 엄청났다.

비유하자면 마치 개미와 코끼리, 아니 그 이상의 격차.

심지어 그런 그녀나 알렉산더의 동료들조차 탑을 정복하지 못했다.

‘물론 과거보다 강해지긴 했겠지만.’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어쨌든 강해지려면 별수 없다.’

탑을 빠르게 오른다.

뚜렷한 목표가 생긴 이상 이대로 안주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준비를 끝마치고 바로 탑을 오른다.”

이미 이브에게도 말을 해놨기에 한창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다 나았으니 빨리빨리 움직여야지.’

탑에 오르기 위해선 준비할 것이 꽤 많았다.

사체 처리는 이미 끝마쳤지만 내구도가 닳은 장비들도 수리해야 했으며, 식량도 어느 정도 챙겨야 했다.

‘수리하는 데 느려도 이틀이면 될 테니까 인사까지 하려면… 사흘 정도 뒤에 출발해야겠군.’

그때쯤이면 이브도 준비를 끝마쳤겠네.

“좋았어. 준비해볼까?”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위층으로 출발하는 당일이 되었다.

석찬과 이브 앞에는 그를 마중 나온 식구들이 한가득이었다.

“석찬이, 고기 다 떨어지면 말하게. 서비스 많이 주지.”

“자네에겐 술이 공짜니 원하면 언제든 내려와서 마시고 가게나.”

“너무 그러지만 말고 가끔 내려와라, 새꺄.”

에브릭, 굴드, 진현.

“딸… 힘들면 애비한테 말하고….”

“아가씨, 힘내십쇼.”

“아가씨 파이팅!”

알렉산더, 찰스, 그리고 이외 영주성 식구들.

그들 하나하나와 전부 작별 인사를 한 석찬과 이브는 마침내 11층으로 돌아갔다.

거의 일주일 만의 귀환이었다.

“좋았어, 빠릿빠릿하게 올라가자!”

“네!”

그렇게 열의에 불타오르던 때였다.

띠링!

오랜만에 들리는 알림음.

[알림.]

“뭐야?”

[강석찬 님의 소지 및 장착 아이템의 효과가 50% 하락됩니다.]

[이 효과는 영구 지속됩니다.]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 획득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엥? 이게 뭐야?”

메시지 창을 본 석찬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저것이 무슨 개소리일까?

신종 사기인가? 아니, 애초에 메시지 창으로 사기가 가능한가?

그런데 사기가 아니면 저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왜 그래요?”

이브의 물음에 석찬이 굳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 아이템 효과가 50% 감소된다는데?”

“네?”

그 말에 이브 또한 화들짝 놀라 아이템들을 살펴보았다.

“전 그런 말 없었는데.”

“나만 그런 거야?”

‘허허.’

아이템 창을 열어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아이템들의 공격력 및 방어력, 그리고 효과까지 죄다 반절이 깎여나갔다.

다행인 점은 내구도는 그대로라는 걸까?

“그게 뭐가 다행이야!!”

“깜짝이야.”

‘후우… 참자, 강석찬.’

석찬은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상태창을 켜보았다.

[HP : 26,825/26,825]

[MP : 2676/2676]

[힘 : 202.5 + 40.5]

[민첩 : 205 + 41]

[체력 : 215 + 53.25]

[내구 : 232.5 + 46.5]

[마력 : 223 + 44.6]

“억.”

숭덩숭덩 잘려나간 스탯을 보자 다시금 끊어지려는 이성의 끈.

‘아니야… 참아.’

하지만, 아이템 효과를 톡톡히 봤던 체력과 내구 스탯의 심각한 하락으로 다시금 높아지려는 혈압.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그 말에 라우르가 답했다.

[왜긴 왜야, 네가 너무 강하니까 신들이 견제하는 거지.]

‘아니, 탑을 오르는 인간이 강하다고 견제를 해요? 신들이? 쪼잔하게?’

[엉. 내가 예전에 말하지 않았나?]

‘뭘요?’

[말 안 했나 보네. 새겨들어. 신들은 말이야,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쪼잔하고 이기적이다.]

‘허어.’

[어쩔 수 없는 거야.]

“후우….”

[너한테 이런 짓을 한 신들도 아마 페널티를 감수하고 있을 거다.]

‘그래, 괜찮다. 강화 물약을 먹기 전의 몸이라고 생각하자.’

또한 건틀릿의 효과는 그대로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이것마저 다른 것처럼 됐다면.’

정말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괜찮으세요?”

이브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석찬이 한숨을 쉬며 답했다.

“후… 응. 난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

“아니야, 괜찮아.”

겉으로는 웃어 보였지만, 석찬의 속은 활활 불타올랐다.

‘그래, 내가 어떻게든 오르고 올라서 언젠간 니들 다 조져준다.’

그 생각에 라우르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마인드로 탑을 오르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다.]

“이브.”

“네?”

“빠르게 올라버리자. 이까짓 탑.”

‘뭐지?’

석찬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이 보이는 것만 같은 이 느낌.

‘뭔가 불안하다.’

이브의 생각은 정확했다.

그로부터 일주일간 석찬과 이브는 말 그대로 쥐 잡듯이 리자드맨을 사냥, 아니 학살했다.

석찬의 눈에 띄는 리자드맨은 그대로 무자비하게 도륙당해 시체가 되어 아공간 주머니로 들어갔다.

오죽했으면.

“키에엑!”

석찬을 보는 순간 전사고 나발이고 리자드맨들은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났다.

하지만 한 번 본 리자드맨을 놓칠 석찬이 아니었다.

마력 감지를 이용해 어디로 숨든 끝까지 찾아내 사체로 만들어버리는 석찬.

‘리자드맨이 불쌍해.’

이제는 이브마저도 리자드맨을 동정하기에 이르렀다.

‘다음 생엔 인간으로 태어나렴.’

그렇게 닷새 동안 미친 듯이 사냥한 결과.

“키에에….”

쿵.

[리자드맨 전사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후아.”

석찬은 100레벨을 찍을 수 있었다.

[레벨 : 100]

깔끔한 숫자를 보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은 석찬.

하지만.

‘신들만 아니었어도.’

그들이 페널티를 입힌 경험치 필요량 증가만 아니었어도 더욱 빠르게 100레벨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다. 이미 지난 거,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어쨌든 포인트 분배까지 마친 석찬은 꽉꽉 차버린 아공간 주머니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도 빨리 처분하고 와서 보스 잡아야지.’

이제 남은 퀘스트 조건은 오로지 리자드맨 킹 하나뿐.

그렇게 10층을 향하려던 그때였다.

“으, 으아악!”

갑자기 들리는 비명 소리.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리자드맨 네 마리와 싸우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찌그러진 갑옷과 온몸 가득한 상처들을 보니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는 듯했다.

“뭐야? 아직 리자드맨이 남아 있었어?”

아마 사냥 막바지에 마력 감지를 살짝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인 듯했다.

“크윽!”

갈수록 상처가 늘어나는 사람들.

“석찬 오빠, 저 사람들 저러다가 죽을 거 같은데요?”

“그러게, 도와줘야겠다.”

저 사람들이 저렇게 된 것은 약한 탓도 있겠지만, 자신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때, 오랜만에 라우르가 귀신의 형상으로 나타나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을 해? 그냥 쟤들이 약해서 저런 거야. 신경 쓰지 마.]

‘아니, 이미 발견했는데 어떻게 안 도와주고 그냥 지나쳐요? 그리고 도와주는 데 시간도 얼마 안 걸리니까 괜찮아요.’

석찬과 이브는 빠르게 고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갔다.

[흐음… 뭔가 불안한데.]

라우르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석찬을 따라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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