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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33화 (33/200)

제33화

“예?”

석찬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투신이라뇨?”

석찬은 자신이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네. 자네 탑을 몇 층까지 올랐다고?]

“10층입니다. 현재 11층을 공략 중에 있습니다.”

[10층이라.]

비록 지금은 추방당하고 영혼은 조각났지만, 라우르도 한때는 엄연한 신이었다.

[확실히 그 시절의 10층 녀석들과 비교해서 몇 배는 강하군.]

좀 전의 올레드와의 결투도 지켜본 결과, 석찬의 무위는 절대 10층에 머무를 수준이 아니었다.

최소 20층은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무위.

아직 마력 운용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완전한 마력 저장소를 만들고 각성하게 된다면 말 그대로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물론 차기 투신 후보라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스킬, 아니지. 자네는 마력 운용자니 스킬은 가질 수 없겠고만.]

잠시 턱을 괸 채 고민하는 라우르.

그때, 그의 눈에 석찬의 건틀릿이 들어왔다.

[그 건틀릿은…?]

“이게 뭔지 아십니까?”

그 말에 라우르는 잠시 망설이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 ■■■ ■■■■던 물건이네.]

“예?”

무언가에 꽉 막힌 듯 들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

‘또 필터링인가?’

알렉산더와 나눴던 대화 덕분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만,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음, 자네에겐 아직 이른 정보인가 보군. 그냥 아주 끝내주게 좋은 무기라고만 알고 있게나.]

“음.”

끝내주게 좋은 무기라? 하긴, 일전에 알렉산더에게서 들은 것이 있었다.

‘성장이 가능한 무기? 그런 게 있어?’

탑을 90층대까지 올라섰던 그조차 모르는, 게다가 투신이었던 라우르마저 끝내주게 좋다고 말하는 무기.

‘필터링을 해야 할 만큼 중요한 물건이라는 건가.’

하긴, 아직 1차 봉인이 풀린 것에 불과하지만, 그 성능은 10층에서 나오는 그 어떤 무기를 훨씬 상회하는 능력치를 지니고 있었다.

‘만약 봉인이 다 풀린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봉인이 완전히 풀리게 되는 것은 먼 미래가 될 터였다.

‘싸우다 보면 알아서 풀리겠지, 뭐.’

[크흠.]

“아 맞다, 말씀 중이셨죠?”

헛기침을 하는 라우르의 모습에 그제야 생각을 멈춘 석찬.

[이 녀석이….]

“하하, 죄송합니다.”

[에고, 멀쩡해 보이다가 왜 항상 한 군데에서 핀트가 어긋나는지 원. 어쨌든 만약 차기 투신 후보가 된다고 한다면 자네가 지닌 그 건틀릿에 축복을 내려주겠네.]

“축복이요?”

[그래 축복. 신의 축복을 받은 무기는 그 위력이 몇 배로 증가하게 되지.]

이어지는 설명으로는 아무리 일반적인 노멀 무기라도 신의 축복을 받으면 레어 등급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자넨 더욱 강해질 수 있겠지.]

석찬은 생각에 잠겼다. 축복받은 무기라니? 그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자신은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너무 쉽게 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앞으로 올레드 같은 강자가 나오지 않으란 법은 없어. 강해져서 나쁠 건 없다.’

당장 올레드와의 전투만을 생각해 보아도 아이템의 성능이 없었다면 상당히 고전했을 것이고, 엘릭서가 없었더라면 그대로 에브릭을 떠나보냈어야 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더 강했으면 그런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렇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욱 강해지는 것은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었다.

“근데, 제가 차기 투신 후보가 되면 짊어져야 할 의무, 뭐 그런 건 없습니까?”

그것은 바로 의무. 이 정도의 제안을 하는데 의무 같은 게 없을 리가 없다.

라우르도 살짝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별거 없다네. 그저….]

“그저?”

[내 영혼 조각들을 모아 주었으면 한다네.]

“그것뿐입니까?”

[그렇다네.]

“오케이.”

석찬은 바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저, 정말인가?]

“예.”

어차피 이번에 다 듣지 못한 이야기를 위해서라도 라우르의 영혼 조각은 한번 찾아볼 생각이었다.

헌데 그것만이 조건이라니. 정말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조건이었다.

[고맙네!]

라우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러지 마세요. 저도 다 이득 보는 일이여서 하는 건데요, 뭐.”

[아니네. 정말 고마워.]

라우르는 연신 감사를 표했다.

“아, 이쯤이면 됐어요. 그만하세요.”

[크흠, 그래. 그럼 언제 차기 투신 후보가 될 생각인가?]

“가능하면 지금 바로….”

[좋네! 이름이 무엇인가 자네?]

“석찬. 강석찬입니다.”

순간, 라우르의 몸에서 환한 빛이 일기 시작했다.

[이 시간 이후로 나 라우르는 이레귤러 강석찬에게 추가로 투신이 되기 위한 시련을 부여하노니, 시련을 모두 통과했을 때, 이 세상에 새로운 투신이 탄생할 것이니라!]

밝은 빛이 석찬을 감싸며, 동시에 허공에 메시지 창이 출력됐다.

[퀘스트 ‘투신이 되기 위한 시련’을 부여받으셨습니다.]

[퀘스트 창을 확인해 주세요.]

[투신 후보가 되었습니다.]

[투신 후보의 표식이 몸에 새겨집니다.]

[주의!]

[신들의 추방자 ‘라우르’의 선택을 받으셨습니다.]

[표식을 적발당하면 다른 신들의 화신에게 노려질 수 있습니다.]

수많은 메시지 창들이 석찬의 시야를 가렸다.

그중에서는 석찬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용어들도 몇 존재했다.

‘표식? 화신은 또 뭐야?’

라우르를 쳐다보자 설명이 이어졌다.

[음, 일단 화신에 대해서 설명해 주어야겠군.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던 라우르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신들이 그냥 마음에 드는 놈들 찍어서 키우는 거.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라.]

심플한 설명이었다.

“그렇군요.”

[그리고 표식은 말 그대로 화신이 어떤 신의 화신인가를 알려주는 일종의 문양 같은 거다. 당연히 신마다 생기는 표식은 전부 다르고.]

대다수의 화신들은 자신의 표식을 당당하게 뽐내고 다닌다고 한다.

[내가 신이었을 때 지 표식 보여주려고 지 장비 내구도도 깎으면서 구멍을 뚫는 놈도 있었는데, 어후.]

“하하….”

[넌 그러지 마라. 내가 말해줬듯이, 난 이제 신도 아니고 추방자에 불과하다. 표식 한 번 들켰다가는 탑 전체의 표적이 될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표식이 어디 있는지 쭉 살펴본 결과, 왼쪽 어깨에 새겨져 있는 한 문신을 볼 수 있었다.

꽉 움켜쥐고 있는 주먹 형상의 동그란 문신.

다행히 위에 갑옷 같은 것을 입으면 잘 가릴 수 있는 위치였다.

‘표식은 됐고, 다음은.’

“퀘스트 창.”

[투신이 되기 위한 시련]

[투신의 선택을 받아 차기 투신 후보가 된 당신. 모든 시련을 통과하여 진정한 투신이 되자!]

[내용 : 라우르의 영혼 조각 획득(1/6)]

[보상 : 투신의 신위]

‘신위라.’

신위란 말 그대로 신의 직위.

‘신기하네.’

신기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부상으로 인해 은퇴한 한 복싱 선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탑에 들어오고 나서는 어떠한가?

새로운 사람도 사귀고, 이제는 신이라는 존재까지 만나 그의 후계자까지 되어버렸다.

‘그래도 좋다.’

이 힘들이 있다면 탑을 더 빨리 오를 수 있을 터.

그러면 조금 더 빠르게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나저나, 약속해주신 것은…?”

[축복 말이더냐?]

“네.”

아직 받을 것이 더 있었다.

[그쯤이야, 지금 당장 시작하도록 하지!]

“좋습니다.”

석찬이 1차 봉인이 풀린 건틀릿을 라우르에게 건넸고, 곧이어 그의 손에서 붉은 마력이 발현되었다.

[투신의 이름으로 이 무기에 축복을 내리나니, 이 무기를 지닌 자는 최강의 힘을 얻으리라!]

하늘로 떠오른 건틀릿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우와.”

겉보기에는 별다를 게 없는 빛이었지만, 그 정체는 마력이 아닌 다른 정체 모를 힘이었다.

‘대체 이건.’

[신력.]

“신력이요?”

[별거 없어, 그냥 신들이 쓰는 마력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야.]

“아, 근데 아까부터 생각하던 건데….”

[뭔데?]

“투신 후보로 삼을 때도 그렇고, 그 낯간지러운 주문은 도대체 뭡니까.”

[닥치거라. 나도 원해서 하는 거 아니니까.]

미약하게 느껴지는 살기에 석찬이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앞으로 한 5분만 있으면 축복이 끝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라우르 님은 뭘 어쩌시려고?”

[뭐, 조금 쉬다가 축복 끝나면 거기 안에 들어가 있으려고.]

“어디…요?”

[네 건틀릿 안.]

“왜…요?”

[왜긴 왜야? 내가 너랑 같이 다녀야 네가 잘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또 영혼 조각이 있는 층에서는 내가 감지할 수 있으니 꽤 쓸 만할걸?]

“오오….”

영혼 조각을 탐지할 수 있다니.

확실히 그것 하나만큼은 쓸모 있었다.

[신보고 쓸모 있다니, 당돌하구먼.]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무례한 녀석.]

어쨌든 그렇게 몇 분이 지나 축복이 끝났는지 빛이 사그라졌고, 허공에 떠 있던 건틀릿이 서서히 바닥으로 하강했다.

탁.

[1차 봉인이 풀린 건틀릿에 전 투신 라우르의 축복이 새겨졌습니다.]

[기본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건틀릿에 불의 기운이 깃듭니다.]

[기본 공격에 불 속성이 추가됩니다.]

“오.”

[1차 봉인이 풀린 건틀릿]

[등급 : 에픽(봉인)]

[공격력 + 700]

[내구도 : 496/500]

[모든 스탯 + 20%]

[인챈트: 불]

[공격 시 일정 확률로 3배의 대미지가 적용됩니다.]

[봉인됨]

공격력이 무려 200이나 상승했으며, 불 속성이 인챈트되었다.

“그럼 앞으로 공격할 때마다 상대에게 화염 대미지를….”

[그래, 물론 실력 차가 너무 심하면 안 먹히겠지만, 아마 너 정도면… 다른 이레귤러들이 나타나지 않는 한 괜찮을 거다.]

“다행이네요.”

[그럼, 일도 끝났으니, 난 들어간다.]

“예, 쉬십쇼.”

순간, 라우르의 형상이 작은 공처럼 변하더니 석찬의 건틀릿 안으로 스며들었다.

[‘라우르의 영혼 조각 1’을 흡수하셨습니다.]

[피해 시 내구도 감소량이 줄어듭니다.]

이것도 작지만 무시하지 못할 만한 효과였다.

‘좋았어.’

만족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진현 일행이 보였다.

“많이 기다렸지?”

하지만 그들은 대답 없이 그저 멍하니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진현아? 이브?”

눈앞에 손을 가져다 대기도 해봤지만, 여전히 멍한 그들.

‘뭐지?’

적의 소행인가? 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아, 그거 내가 한 거야.]

머릿속으로 울려 퍼지는 라우르의 음성.

“예?”

[네가 투신 후보라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다.]

“혹시 저들을 의심하시는 건가요?”

[음, 그런 것도 있지만, 만약 저들이 자의로 발설하지 않는다고 해도 환술 같은 거에 걸릴 수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야.]

“아.”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뿐만 아니라 너도 굉장히 위험해질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네가 투신 후보라는 것은 그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마라. 알겠나?]

“뭐,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순간, 건틀릿에서 일전처럼 엄청난 빛이 새어 나왔고, 곧이어 일행들의 초점이 확 돌아왔다.

“어?”

“진현아, 괜찮아?”

“어. 근데 무슨 일 있었어?”

“응? 기억 못 하는 거야?”

진현은 머리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분명… 네가 아저씨를 살린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다음에 뭘 했는지가 기억이 안 나.”

“저도요.”

“나도.”

‘어떻게 된 거예요?’

[아마 저들에게는 빛을 본 이후의 기억이 전혀 없을 거다. 알아서 잘 둘러대.]

‘거참, 일 처리 똑바로 못 하시네?’

“그러니까….”

대충 빛에 강력한 수면 마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둘러댄 석찬. 다행히도 일행들은 그 이야기를 믿는 듯했다.

“적이 없어서 망정이었군요.”

“그러니까, 잘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렇지, 하하.”

[너, 거짓말에 꽤나 소질이 있는데?]

‘조용히 하세요. 이게 누구 때문인데.’

“어쨌든, 아저씨들도 구했으니, 슬슬 마을로 돌아가자.”

진현의 말에 에브릭이 씩 웃으며 답했다.

“그래, 큰일도 있었는데 가서 내가 한 상 거하게 차려주지.”

그에 석찬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몸 상태가 정상이어도 오늘은 쉬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좋은 식당을….”

“아뇨, 제가 아버지께 말해 놓을게요. 영주성으로 가죠.”

“영주성을? 영주님께 신세 지기가 영….”

“괜찮아요. 여럿이서 같이 식사하면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예요.”

“그, 그런가?”

“그러죠. 모두 영주성으로 갑시다.”

그렇게 길면서도 짧은 하루가 천천히 저물어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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