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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30화 (30/200)

제30화

“어딜 나가려고 그러시나?”

탁!

가볍게 몸에 묻은 흙먼지들을 털어낸 올레드는 씩 웃으며 석찬 일행을 응시했다.

“당신이 이 일의 주동자인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비릿한 웃음에 진현이 그에게 달려들려 했다.

“멈춰.”

“호오?”

석찬이 빠르게 팔을 뻗어 진현을 저지했다.

“뭐야, 왜….”

“닥치고 저 녀석 마력을 느껴봐.”

“뭐?”

석찬의 말에 진현이 빠르게 마력을 운용해 올레드의 마력을 느껴보았다.

“에엑?”

그리고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올레드의 어마어마한 마력량을 말이다.

그 양은 일전에 붙었던 고블린 킹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페널티가 붙는 석찬과 이브는 물론, 진현조차 상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정도였다.

“뭐야, 저 녀석?”

석찬은 말없이 올레드를 응시했다.

“왜, 쫄았나?”

‘저 녀석의 마력.’

올레드의 마력은 굉장했다. 일전에 맞붙었던 베테랑 사냥꾼 레이놀드 도르도르의 마력을 가뿐히 상회했다.

‘헌데 어떻게 층을 이동했는데 페널티가 없는 거지?’

그때 올레드가 입을 열었다.

“왜 스탯 페널티가 없는 것이냐고 생각하겠지?”

“뭐, 그렇지.”

“내가 말해줄 것 같나?”

빠직.

“말장난은 그만하고.”

석찬이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그에 맞서 올레드도 아공간 주머니에서 거대한 대검 하나를 꺼냈다.

‘대검?’

석찬이 피식 웃었다.

오크들의 주 무기가 무엇인가?

바로 대검이다.

그리고 석찬은 대검을 쓰는 오크들을 수백, 수천 마리를 잡았었다.

“대검 정도로 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푸른빛의 마력이 새하얀 건틀릿을 감쌌다.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게나.”

여유로운 표정의 올레드 그리젤.

“그럼, 사양 않고.”

대량의 마력이 석찬의 몸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후우.”

한계까지 마력을 끌어올린 석찬의 신형이 순식간에 올레드에게로 쏘아졌다.

쾅!

석찬의 주먹과 올레드의 대검이 부딪치며 엄청난 파장이 주변에 퍼져나갔다.

“크윽.”

진현과 이브가 빠르게 보호막을 쳐 에브릭과 굴드를 보호했다.

쾅! 쾅!

둘의 검과 주먹이 맞부딪칠 때마다 땅이 터져나가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만 같은 충격이 보호막을 강타했다.

진현은 멍한 눈으로 둘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젠장.”

석찬이 떠난 후로 7개월.

진현도 어느덧 붉은색 단계의 마력 저장소의 끝자락에 다다라 있었다.

“꽤 따라간 줄 알았는데.”

애초에 시작이 늦었으니 비슷한 수준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격차가 심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이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예?”

“그냥 저 오빠가 괴물인 거예요.”

“그렇죠?”

“그리고 진현 씨도 충분히 재능이 있으시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 그런가요?”

그렇다.

강석찬이라는 희대의 괴물에 가려져서 상대적으로 눈에 안 띌 뿐이지, 이브가 봤을 때 진현도 세기의 천재라고 할 수 있을 수준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고작 7개월 만에 주황색 등급에 다다르려 하다니, 이 둘은 정말.’

굉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나저나.’

올레드 그리젤.

‘어떻게 1층에서 저런 괴력을 낼 수 있는 거지?’

초월자의 길을 걷는 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초월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게다가, 블루 하이오크의 피를 섭취했는지 피부가 푸르게 변해 있었다.

‘이 싸움, 마냥 쉽지는 않겠는걸?’

* * *

훙!

올레드 그리젤의 검이 석찬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올킬러라도.’

석찬의 강함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터.

올레드는 그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다.

거금을 들여 연금술사에게서 스탯 페널티를 일정 시간 감소시켜 주는 비약도 사고, 그것도 모자라 블루 하이오크의 피까지 섭취했다.

이 정도 힘이면 블루 하이오크의 피를 마셨던 레이놀드 도르도르의 힘을 훨씬 상회한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석찬 또한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힘은 오히려 레이놀드와 붙었을 때보다 더욱 강해져 있었다.

‘마력 운용을 배운 자라더니, 큭. 그보다 스탯 페널티가 있는데 이 정도의 힘이라고?’

휭!

슉!

바닥에 슬라이딩하며 올레드의 대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석찬이 그의 턱에 어퍼컷을 꽂아 넣었다.

텅!

“끄윽!”

큰 공격을 허용하자, 올레드의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

‘지금이다!’

석찬이 빠르게 그의 품속으로 달려들어 주먹을 날려댔다.

쾅, 콰광!

“끄으윽!”

그 엄청난 충격에 올레드가 방어로 노선을 변경하고 가드를 올렸다.

하지만.

“어딜.”

콰직!

가드 때문에 상대적으로 방어가 소홀해진 몸통을 집중 공격하는 석찬.

“크윽!”

그렇다고 몸통을 방어하자니 석찬의 주먹이 다시금 무방비한 얼굴을 강타했다.

“젠장!”

올레드가 빠르게 검을 휘둘렀지만, 얼음 속성의 공격에 너무 노출되어서 그런지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피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쿨럭!”

올레드의 입에서 처음으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이 새끼가… 이 방법까지는 쓰지 않으려고 했건만.”

올레드가 품속에서 보라색의 액체가 담긴 병을 하나 꺼냈다.

“그건?”

“넌 이제 뒤졌어!”

으득!

다급하게 보라색 액체를 들이켜는 올레드 그리젤.

쾅!

순간, 그의 몸에서 가공할 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건?”

“죽어라, 올킬러!”

휘익!

거대한 불의 검격이 석찬을 향해 쏘아졌다.

“크윽!”

간신히 공격을 피한 석찬. 그의 뒤로는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검흔이 새겨져 있었다.

파자작!

이브와 진현이 몇 겹으로 쌓아둔 방어막도 거의 반파되기 일 보 직전이었다.

“뭐야? 씹.”

그들이 빠르게 방어막을 두르고 있는 사이, 올레드가 다음 일격을 준비했다.

“이걸로 끝을 내주마.”

‘젠장.’

단순히 피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뒤에는 진현과 이브, 그리고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에브릭과 굴드가 있었다.

석찬이 빠르게 얼음으로 이루어진 방어막을 두르기 시작했다.

쾅!

곧이어, 올레드의 검에서 쏘아진 검기와 석찬이 만들어낸 얼음 방어막이 충돌했다.

뜨거운 불과 차가운 얼음이 만나며 거대한 수증기가 공동을 가득 메웠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수증기로 올레드의 시야가 가려지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수증기가 걷히면 바로 다음 공격이 들어올 것이었다.

그때, 석찬이 무언가 떠오른 듯 작게 손뼉을 쳤다.

‘맞다, 그 방법이 있었지.’

그의 손에 마력이 모이더니 기다란 모양으로 빠르게 응축되기 시작했다.

샤아악-

얼음의 속성까지 부여된 마력 창은 꽤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좋았어, 한번 시험해볼까?’

석찬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올레드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디냐!”

올레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석찬을 찾으려 애썼다.

그때.

피슛!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날아와 올레드의 팔에 꽂혔다.

“크윽!”

팔을 보니 웬 얼음 창이 박혀 있었다.

“이, 이건?”

피슉!

어디선가 날아온 또 다른 얼음 창이 그의 왼쪽 허벅지에 명중했다.

“크악!”

그 고통에 올레드가 무릎을 꿇었다.

“어디냐! 도대체 어디서!”

팟!

그 순간, 무언가가 빠르게 올레드의 뺨을 스치면서 지나갔다.

스친 뺨에서 붉은 피가 조금씩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놓쳤나?”

“거, 거기냐!”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그의 검은 애꿎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퓩! 퓩!

올레드는 수증기 속에서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얼음 창을 급하게 몸을 돌리며 회피했다.

수증기가 걷히고, 처참한 모습의 올레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피로와 대미지가 누적된 탓인지, 그도 모든 창을 완벽히 피하지는 못했다.

“도대체, 뭐냐…?”

올레드가 정말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석찬을 바라보았다.

“이거? 별거 없는데?”

석찬이 손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얼음의 창을 만들어냈다.

“허어어….”

올레드는 경악의 눈빛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저 정도의 위력에 짧은 쿨타임을 가진 스킬을 아무런 무리 없이 만들어 내다니.

게다가 시전 속도 또한 발군이었다.

‘저런 원거리 스킬까지 갖추고 있었다니.’

허탈한 표정을 지은 올레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뭐 하냐? 죽여라.”

계획도 실패한 데다가 고작 한 명에게 한 지부의 대장이 패배한 게 알려진다? 자신은 물론 길드의 평판 또한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테다.

만약 사냥꾼 길드 본부에서 알게 된다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석찬은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인 올레드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을 죽이지 않아.”

“연민이냐?”

“아니?”

물론 죽이는 것이 편하다. 연민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죽이기엔 올레드가 지은 죄가 너무 컸다.

“하핫.”

올레드가 폭소를 터뜨렸다.

“어차피 나는 곧 죽는다.”

올레드는 보랏빛 핏줄이 도드라진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에 마신 보라색 액체.

그것은 순간적으로 모든 스탯을 두 배로 증가시켜주는 비약이었다.

보통 부작용은 전신이 근육통으로 고생하고 며칠 스킬을 쓰지 못하는 정도지만, 이번 건 상황이 달랐다.

무려 블루 하이오크의 피와 함께 섭취했다.

그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죽는다고 생각해야 했다.

두근!

“커헉!”

결국 올레드가 심장을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졌다.

“반동이, 시작된 건가. 커헉!”

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한 움큼 튀어나왔다.

“뭐, 뭐야?”

경황을 모르는 석찬네 일행은 그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움찔하던 올레드의 눈이 순간 빛났다.

“하지만, 이대로 곱게 가면 이 올레드 그리젤의 체면이 안 서지.”

갑자기 발광하기 시작하는 올레드 그리젤의 몸.

“적어도 네놈의 친구 녀석들은 데려가도록 하마!”

진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진하는 올레드.

“크윽!”

빠르게 그를 저지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힘을 불사른 올레드의 속도는 석찬이 완벽하게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날아가는 한쪽 팔을 무시하며 올레드가 에브릭에게 다가섰다.

“위험해요!”

푹!

섬뜩한 소리와 함께 에브릭의 가슴을 뚫는 올레드의 팔.

“커헉!”

에브릭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왈칵 튀어나왔다.

“한 놈, 이걸로, 충분하다.”

털썩.

힘없이 바닥에 허물어지는 에브릭.

“안 돼!”

마력이 가득 실린 진현의 주먹이 올레드의 안면을 강타했다.

쿵!

힘을 다한 것일까? 올레드는 아무런 저항 없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아저씨!”

진현과 석찬은 빠르게 에브릭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쿨럭!”

뻥 뚫린 가슴과 입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검붉은 피.

“이, 이브 씨, 우리 아저씨 좀 살려주세요!”

“이브, 빨리….”

“잠시만요, 지금 준비 중이에요.”

이브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엄청난 마력의 파장이 에브릭을 감쌌다.

‘제발, 제발….’

진현은 옆에서 두 손을 꽉 붙잡고 치료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고, 석찬 또한 속으로 계속해서 기도했다.

‘이브, 제발 에브릭 씨를….’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두 눈을 감고 있던 이브가 크게 휘청거렸다.

“큿.”

“이브!”

바닥으로 넘어지려는 이브를 부축한 석찬은 빠르게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식은땀, 파래진 입술, 창백한 낯빛. 마력을 너무 많이 썼어.’

가뜩이나 스탯 페널티 때문에 본래의 힘을 사용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무리한 탓이었다.

석찬은 황급히 아공간 주머니를 뒤져 보았지만, 온통 HP 포션밖에 사지 않았던 그였다.

‘젠장, 어떻게 하지?’

그때, 이브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여기, 제 아공간 주머니….”

“알았어!”

그녀가 건넨 아공간 주머니에서 MP 회복 포션을 꺼낸 석찬은 황급히 마개를 따 이브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샤아아.

천천히 안색이 좋아지는 그녀를 보며 석찬은 그제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MP 회복 포션도 조금 사둘 필요가 있겠어.’

곧, 정신을 차린 이브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브, 에브릭 씨 상태는 어떤 거야?”

일단 육안으로 볼 때 에브릭의 상태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비록 가슴 한가운데 생긴 구멍은 그대로였지만, 출혈은 멎어 있었다. 안색도 괜찮은 데다가 숨도 잘 쉬고 있었다.

이브는 석찬과 진현의 눈치를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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