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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26화 (26/200)

제26화

나흘이 지났다.

석찬과 이브는 거대한 궁전 앞에 서 있었다.

“여기겠지?”

“아마도요.”

계속해서 탐지를 사용해본 결과, 거대한 기운 하나와 다수의 큰 기운들이 궁전 안에서 발견되었다.

하이오크 킹과 전사의 기로 추정됐는데, 수도 수였지만 그 기운의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궁 안에서 느껴지는 하이오크 전사들도 일반적으로 숲속에 나돌아 다니는 전사들과는 잽도 안 될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하이오크 킹은 그런 하이오크 전사들쯤은 가볍게 쌈 싸 먹는 강대한 기를 지니고 있었다.

“생각보다 힘들겠는데요?”

살짝 떨리는 이브의 목소리에 석찬이 미소 지었다.

“괜찮아.”

1차 봉인이 풀린 건틀릿 덕분에 추가된 스탯과 더불어, 지난 나흘 동안 열심히 연마한 바로 그 기술.

염동술. 흔히 허공섭물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급조한 기술이라 숙련도가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비장의 한 수가 될 정도는 됐다.

그의 머릿속에 경악하던 이브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니, 내가 몇 년을 노력해 익힌 걸 한 번 보고 따라 했다고요?’

그 표정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었다.

“들어가자.”

그렇게 궁전의 입구에 발을 내디딘 순간.

띠링-

[하이오크 킹 출몰 장소입니다.]

[위험! 위험!]

[탈출 권고!]

빨갛게 뜨는 안내창.

하지만 1층에서부터 각 층의 보스들을 잡을 때마다 항상 봐오던 것이었기에, 석찬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궁전 입구를 지나치자, 거대한 연무장들이 있는 정원이 보였다.

그곳에는 수많은 하이오크들이 훈련 중이었는데, 그들은 석찬 일행을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쿠어어!”

수십 마리의 하이오크.

들어오기 전에 탐지로 확인했었기에, 석찬은 전혀 개의치 않고, 주먹을 올려 들었다.

쾅!

굉음과 함께 하이오크 한 마리가 벽으로 날아갔다.

“오랜만의 전투구만.”

석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오랜만에 렙업이나 좀 하자!”

그가 포효하며 하이오크 무리에 달려들었다.

* * *

고요한 연무장 위.

석찬은 하이오크들의 시체를 뒤로한 채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이름 : 강석찬]

[레벨 : 95]

[HP : 19,377/20,400]

[MP : 2,436/2,436]

[힘 : 170 + 34]

[민첩 : 170 + 34]

[체력 : 170 + 34]

[내구 : 170 + 34]

[마력 : 203 + 40.6]

[잔여 포인트 : 10]

[잠재력 : 무한]

수십 마리의 하이오크를 단번에 물리친 탓일까? 레벨이 무려 2개나 올랐다.

잔여 포인트를 전부 내구에 투자한 석찬은 이브에게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

“이브?”

“네, 네.”

이제는 지쳤다는 듯 스태프를 내민 이브는 빠르게 석찬의 몸에 묻은 잔해를 닦아냈다.

“고마워.”

“제발 고마우면 깨끗하게 싸워주세요.”

“노력할게.”

“그놈의 노력은 진짜.”

이브의 쿠사리를 들으며 연무장을 지나친 석찬은 거대한 궁전의 정문 앞에 도달했다.

[‘필드: 하이오크 킹의 궁전 내부’로 입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위험 구역입니다.]

[탈출을 적극 권장합니다.]

“수락.”

무심하게 정문을 열고 들어가는 석찬.

궁전의 내부는 심플했다.

횃불이 듬성듬성 걸려 있고, 벽이 쩍쩍 갈라진 것이 조금은 으스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끔씩 하이오크나 하이오크 전사들이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처리하며 길을 나아갔다.

그렇게 나아가길 20여 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문 앞에 도달한 석찬은 손잡이를 세게 잡아당겼다.

쿠구궁.

손에 마력을 싣자, 거대한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쾅!

문을 끝까지 열자, 횃불로 환하게 밝힌 거대한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뚜벅, 뚜벅.

방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한 오크가 보였다.

[보스 몬스터 출몰.]

[하이오크 킹과 조우하였습니다.]

[위험!]

[도주를 적극 권고합니다.]

붉게 깜빡거리는 메시지 창을 옆으로 치워둔 석찬은 천천히 하이오크 킹의 앞으로 다가갔다.

“쿠어어어!”

그때,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한 하이오크 전사가 석찬에게 다가왔다.

일반적인 하이오크 전사들보다 1.2배 정도 더 큰 키와 덩치.

쾅!

녀석이 내리찍은 양날 도끼를 가볍게 몸을 돌려 피한 석찬은 주먹으로 손잡이를 내리찍었다.

우지끈-

그대로 동강 나는 손잡이를 뒤로하고 녀석의 명치에 주먹을 날렸다.

“꾸에엑!”

녹색 피를 내뱉은 하이오크 전사가 가슴을 붙잡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으직.

그대로 녀석의 숨통을 끊은 석찬은 어느 샌가 자신의 전투를 관찰하고 있는 하이오크 킹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관심을 보이냐?”

“강하군, 인간. 쿠륵.”

곧이어 방의 어두운 곳에서 11마리의 하이오크 전사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원의 형태로 석찬을 삥 둘러쌌다.

“이 녀석들도 처리한다면, 그때 상대해주마. 쿠륵.”

하이오크 킹의 말에 석찬이 조소했다.

“고작 이 정도? 그냥 남은 녀석들도 전부 내보내.”

탐지를 한 석찬에게는 보였다.

현재 자신을 둘러싼 11마리 말고도 8마리의 하이오크 전사가 더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의 말에 하이오크 킹이 입을 열었다.

“감지 능력이 꽤 되나 보군, 인간. 쿠륵.”

“뭐, 어느 정도는 되지.”

석찬의 대답에 하이오크 킹이 씨익 웃었다.

“좋다, 모두 네가 자초한 일이니, 날 원망하지 마라, 인간. 쿠륵.”

이어지는 지시에 남아 있던 8마리의 하이오크 전사까지 해서 총 19마리의 하이오크 전사가 석찬을 둘러쌌다.

“좋아, 폭렙 한번 해보자!”

석찬이 주먹을 맞부딪치며 하이오크 전사 한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콰직!

마력을 담은 주먹 한 방에 전사 한 마리가 나가떨어졌다.

“쿠어엉!”

그 모습에 다른 전사들도 일제히 석찬에게 달려들었다.

양쪽에서 달려드는 전사들에 석찬이 손바닥에 마력구를 생성시켰다.

콰앙!

녀석의 얼굴에 직격으로 닿은 마력구가 일제히 터져나갔다.

콰직!

뒤에서 몰래 다가오는 녀석까지 처치한 석찬이 남은 전사들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죽어나가는 동료들의 모습 때문인지, 녀석들은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쿠륵, 뭣들 하는 거냐!”

그 모습에 하이오크 킹이 소리쳤다.

“인간은 오직 하나다! 너희들이 그러고도 정녕 일족의 전사라는 것이냐!”

그의 일갈에 전사들이 정신을 차린 듯 다시 석찬에게 달려들었다.

퍽!

한 마리를 쓰러트리니 뒤에서 다른 전사가 달려들어 공격을 날렸다.

훙!

고개를 숙여 피하자 양옆에서 날아오는 주먹과 검.

콰앙!

마력구를 생성해 검을 받아친 석찬은 손바닥으로 주먹을 막았다.

텅!

그때, 등 뒤에 걸어놓았던 보호막이 한 전사의 도끼를 막아냈다.

“어딜!”

퍼엉!

“꾸엑!”

그때, 무언가가 전사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머리가 시커멓게 탄 녀석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조심해요!”

파이어볼을 날린 이브가 곧바로 다른 마법을 발동시켰다.

“땡큐!”

이브의 서포트에 석찬이 빠르게 남은 전사들을 상대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주위에 널브러진 하이오크 전사의 시체들 사이로 석찬이 홀로 서 있었다.

“자, 이제 덤벼.”

석찬은 침대 위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하이오크 킹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쿠륵. 좋다.”

하이오크 킹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아 있을 때도 거대해 보였던 하이오크 킹은 일어서니 3m는 될 법한 거대한 키와 근육으로 뒤덮인 엄청난 덩치를 자랑했다.

게다가 느껴지는 힘도 블루 하이오크의 피를 섭취했을 때의 레이놀드를 상회했다.

‘이거 이거, 쉽지는 않겠구만.’

아닌척하긴 했지만, 하이오크와 전사들과의 싸움으로 체력이 어느 정도 소진된 상태였다.

녀석에게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

죽이는 것이 불가능했던 레이놀드와의 대련과는 달리, 이번 싸움에서는 상대를 죽여도 된다.

석찬은 오른손엔 마력을 모으며 왼쪽 손바닥에 마력구를 생성시켰다.

팟!

빠르게 날아간 마력구가 하이오크 킹에게 적중했다.

펑!

하지만 하이오크 킹은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했다.

“장난치지 마라, 인간.”

연이어서 날아오는 마력구를 전부 몸으로 받아내며 하이오크 킹이 천천히 석찬에게 다가왔다.

‘그래. 그렇게 방심해라.’

석찬은 터지려 하는 마력을 꾹꾹 압축시키며 때를 기다렸다.

‘지금!’

한계까지 마력이 모인 순간, 석찬이 하이오크 킹에게 달려들었다.

“제대로 할 마음이 생긴 건가, 인간!”

하이오크 킹의 주먹이 번개같이 석찬을 향해 날아왔다.

핏!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피한 석찬이 마력으로 폭발을 일으켜 하늘로 떠올랐다.

“안녕?”

하이오크 킹과 1초 정도 눈이 마주친 석찬이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콰앙!

주먹이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과 함께 하이오크 킹의 머리가 폭발했다.

[하이오크들의 왕, 록서르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록서르의 반지’를 획득했습니다.]

[‘록서르의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2레벨업.

게다가.

‘액세서리!’

기본이 에픽 등급인 액세서리류 장비는 제작이 불가능해 오로지 필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초 레어 장비였다.

그런 액세서리가 무려 두 개였다.

[록서르의 반지]

[등급 : 에픽]

[공격력 + 250]

[내구도 30/30]

[마력 스탯 + 10%]

[마력 스탯 + 10%]

[록서르의 목걸이]

[등급 : 에픽]

[방어력 + 300]

[내구도 50/50]

[체력 스탯 + 10%]

[30분마다 1회 마법 방어막 생성. 최대 3개의 보호막을 저장 가능.]

에픽 등급인 만큼 효과도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이브!”

그의 말에 이브가 툴툴거리며 다가와 석찬의 팔을 치료해 주었다.

“무리하지 마요.”

그녀의 치료에 붉게 달아올랐던 팔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아 맞다, 이브 받아.”

석찬은 보상으로 받은 록서르의 반지를 이브에게 건넸다.

“에? 하지만, 이건 오빠 전리품이잖아요.”

“난 건틀릿 써서 반지 못 껴. 그리고 이건 네가 더 어울려.”

석찬은 거듭 사양하는 이브에게 억지로 반지를 쥐여 주었다.

“에엑? 마력 20% 증가? 여, 역시 못 받겠어요!”

반지의 옵션을 확인한 이브가 더욱 강경하게 반지를 석찬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어쩔 수 없나.’

석찬은 이브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이브.”

“예, 예?”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이브가 말을 더듬었다.

“잘 생각해봐. 난 마력 재생 속도가 높아. 그치?”

“그… 그렇죠.”

“마력 증가가 좋긴 하지.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그렇게 매력이 있지는 않아.”

“…….”

“게다가 너는 마법이랑 치료 전문이잖아. 마력을 더 많이 쓰는 네가 끼는 게 맞다고 생각해.”

석찬의 말에 이브가 얼굴을 붉히더니 입을 열었다.

“으으. 알았어요, 알았어. 그러니까 얼굴 좀 치워요.”

결국 반지를 받아 낀 이브.

“고마워요.”

“별말씀을.”

[메인 퀘스트 – 10층(플래티넘 전용)]

[하이오크 1,000 처치(완료)]

[하이오크 전사 100 처치(완료)]

[하이오크 킹 1 처치(완료)]

미완료였던 퀘스트가 완료되었고, 11층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눈앞에 출력되었다.

메시지를 본 석찬이 입을 열었다.

“그럼 갈까?”

이브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죠.”

“이동.”

두 남녀의 신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 * *

카이젠 여관.

쾅!

벽으로 날아간 에브릭이 자신을 공격한 괴한들을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누구냐! 도대체 왜….”

“네 녀석이 알 바 없다.”

팍!

뒷목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과 함께 에브릭의 정신이 서서히 끊어졌다.

“웃차, 우리 짬이 얼만데 1층에서 이러고 있냐. 에효.”

기절한 에브릭을 둘러멘 괴한의 볼멘소리에 옆의 괴한이 입을 열었다.

“그분이 시키신 일이다. 잔말 말고 본부로 돌아간다.”

“예이, 예이.”

그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고, 어두운 적막이 술집을 감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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