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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24화 (24/200)

제24화

어느새 다가온 결전의 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석찬은 몸의 컨디션부터 체크했다.

‘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행히 어제 하루를 푹 쉬어서 그런 건지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장비도 이정도면 뭐.’

[하이오크의 가죽 장화]

[등급 : 레어]

[방어력 + 200]

[내구도 : 150/150]

[이동 속도 + 5%]

[하이오크의 가죽 갑옷]

[등급 : 레어]

[방어력 + 400]

[내구도 : 400/400]

[내구 + 20]

[하이오크의 가죽 투구]

[등급 : 에픽]

[방어력 + 300]

[내구도 : 200/200]

[내구 + 10]

[아주 낮은 확률로 발사체의 공격을 무효화합니다.]

전날 무구점에 나가서 구비한 따끈따끈한 새 장비들이었다.

기존에 쓰던 장비들보다 성능도 좋았으며 투구는 에픽 등급의 장비라 그런지 좋은 특수 효과가 하나 더 달려 있었다.

‘발사체 공격 무효라.’

비록 그 하나에 100골드라는 거금이 깨지긴 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효과였다.

그리고 이 세 개를 모두 장착하면 하이오크 장비 세트 효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했다.

투구를 장착하던 그때, 석찬에게 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봉인된 건틀릿이 들어왔다.

[봉인된 건틀릿]

[등급 : 레어(봉인)]

[공격력 + 100]

[내구도 : 300/300]

[모든 스탯 + 10%]

[봉인됨]

처음의 매끈한 모습과 달리 지금의 건틀릿의 외형은 형편없게 변해 있었다.

여전히 시커멓지만 쩌적쩌적 금이 간 외형.

수리점에서 아무리 수리를 해도 외형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흐음.’

효과도 솔직히 말해서 약간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공격력 100.

1층에서야 엄청난 대미지라고 하더라도, 지금 석찬이 있는 곳은 10층이다.

공격력이 100이 넘어가는 건틀릿? 무구점에 가면 노말 등급 검도 공격력이 100 가까이 된다.

레어 등급 장비들로 가보면 200, 심지어 300의 공격력을 가진 무기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석찬이 봉인된 건틀릿을 계속해서 쓰는 이유.

바로 모든 스탯 10% 증가 특수 효과 때문이었다.

아무리 무구점을 뒤져봐도 이 정도 효과를 내는 장비는 찾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봉인이 되었다는 문구.

그 말인즉슨 봉인이 풀린다면 장비 스펙이 더 올라간다는 말.

비슷하게 진화형 장비가 존재하는데, 등급이 오를 때마다 장비 스펙이 몇 배는 뻥튀기 된다고 한다.

‘봉인이 풀렸을 때가 기대되는 걸?’

석찬은 건틀릿까지 장착한 뒤, 방을 나섰다.

이미 옷을 전부 차려입은 이브는 거실에서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야 나와요?”

“미안, 빨리 나가자.”

“잠깐만 기다려요.”

이브는 4분의 1쯤 남은 홍차를 단숨에 들이켠 뒤 마력으로 찻잔을 닦아냈다.

“가죠.”

“오키.”

“근데 왜 이렇게 차려입었어요? 오빠 정도면 그냥 건틀릿 하나면 되지 않아요?”

“혹시 모르니까.”

지금까지 본 베테랑 사냥꾼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정도면 풀 무장은 솔직히 말해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석찬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리 힘의 차이가 많이 나도 방심을 하면 안 되지.’

방심은 싸움에 있어서 최고의 적이다.

방심 때문에 이길 싸움에서 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때문에 석찬은 싸움이 시작하면 최대한 방심 없이 빠르게 싸움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빨리 가자.”

현재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사냥꾼 협회에서 통보해준 것에 따르면 오전 10시까지 야외 수련관으로 나오면 된다고 했다.

야외 수련장으로 나오자 이번 대결을 위해 설치된 대형 링이 보였다.

“근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시각은 9시 40분.

대련 시작까지 20분이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외 수련장에는 벌써부터 수많은 구경꾼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올킬러다!”

그들은 석찬을 보자마자 올킬러를 외치며 환호했다.

“50명쯤 되는 거 같은데.”

석찬의 혼잣말에 옆에 대기 중이던 직원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강석찬 님과 레이놀드 도르도르 씨의 결투를 보러 온 사람들입니다. 모두 이 대결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죠.”

“그런가요?”

전날 듣기는 했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매치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 티켓을 샀다고 한다.

‘티켓 값이 3골드라고 해서 별로 안 올 줄 알았는데.’

3골드. 한화로 따지면 무려 300만 원을 호가하는 엄청난 티켓 값.

‘돈이 많나 보군.’

석찬은 별생각을 하지 않으며 링 위로 올라가 몸을 풀었다.

10시가 가까워지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수련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50명 가까이 되던 관객들이 순식간에 500명 가까이까지 불어났다.

“와아아!”

그때, 사람들의 격한 환호를 받으며 석찬의 상대, 베테랑 사냥꾼 레이놀드 도르도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늦었군.”

10시 10분.

약속 시간의 10분을 넘긴 상황.

하지만 그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씩 웃으며 링 위로 올라왔다.

그가 올라오자 심판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링 중앙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두 분의 대결에 대한 심판 역을 맞게 된 이렐리아라고 합니다.”

그녀가 간단한 규칙을 설명했다.

첫째, 살인은 불허. 상대를 죽일 시 패배로 간주된다.

둘째, 링 밖으로 벗어나면 패배.

마지막으로 셋째, 승패가 정해지면 그걸로 끝. 더 이상의 싸움은 불허한다.

“규칙 숙지는 다 되셨습니까?”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을 보며 이렐리아가 소리쳤다.

“자! 3년 만에 나온 10층의 일곱 번째 베테랑 사냥꾼, 레이놀드 도르도르!”

“우워어어!”

“와아아아!”

“이겨라, 레이놀드!”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레이놀드를 보며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뱉었다.

“이에 맞서는, 탑의 뜨거운 감자. 올킬러 강석찬!”

“와아아아!”

“너한테 올인했다! 이겨!”

이에 질세라, 석찬에게 배팅한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그러면 지금부터,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핏!

순간, 석찬의 신형이 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뭣!”

레이놀드의 앞에 나타난 석찬.

레이놀드가 빠르게 얼굴을 가렸지만 석찬이 노리는 곳은 그곳이 아니었다.

“얼굴만 막아?”

퍽!

정통으로 들어간 리버블로.

“끄윽!”

간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레이놀드가 몸을 잔뜩 움츠렸다.

잠깐 손이 내려온 틈을 타 석찬이 빠르게 훅을 날렸다.

텅!

“캬학!”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레이놀드의 고개가 옆으로 확 돌아갔다.

이후로의 대결은 굉장히 일방적이었다.

석찬은 레이놀드의 몸 중에 비는 곳을 골라 때렸고, 그때마다 레이놀드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커헉… 헉.”

대미지가 축적되자 레이놀드가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뭐야?”

“왜 벌써 쓰러져! 너한테 건 돈이 얼만데!”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이 야유를 날렸다.

“크흑!”

레이놀드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석찬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건데?”

“너, 죽인다!”

레이놀드의 몸에서 한층 더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죽인다, 죽인다!’

수년을 단련하고 레벨을 올려 겨우겨우 베테랑 사냥꾼의 직함을 얻었다.

이제는 향기 나는 꽃길만 남을 줄 알았건만.

‘저 새끼가 다 망쳤어!’

세간의 이목은 비슷한 시기에 탑에 올라온 희대의 천재, 올킬러에게 집중되었다.

자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게 다 저놈 때문이다.

강석찬!

“으아아!”

몸을 일으킨 레이놀드가 순식간에 석찬의 하체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휙-

가볍게 그것을 피한 석찬이 마력을 가득 실은 다리로 그의 턱을 걷어찼다.

쾅!

“크학!”

레이놀드의 몸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크흑.”

적지 않은 대미지를 여러 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놀드는 다시 한번 몸을 일으켰다.

“맷집 하나는 대단하구만.”

석찬은 주먹에 마력을 다시금 머금었다.

“이걸로 끝을 내주마.”

‘젠장.’

저걸 맞는 순간 100% 자신의 패배는 확정된다.

‘이 방법까진 안 쓰려고 했는데.’

까득-

콰아앙!

순식간에 몇 배로 불어난 레이놀드의 기운.

“죽여주마, 올킬러!”

핏!

순식간에 석찬에게 달려든 레이놀드가 주먹을 내질렀다.

‘뭐?’

으직!

가드를 올렸음에도 전해져오는 엄청난 충격.

[HP : 16,102/16,830]

일격에 HP가 700 가까이 사라졌다.

‘무슨 파워가….’

“크아아아!”

레이놀드의 무차별적인 연격이 시작되었다.

콰과과광!

[HP : 16,056/16,830]

[HP : 15,998/16,830]

직접적인 공격은 죄다 피하고 있음에도 오직 풍압만으로 HP가 깎여나갔다.

“칫.”

심판, 이렐리아는 몹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분명 올킬러의 승리가 분명해 보였다. 한데 갑자기 엄청나게 강해진 레이놀드가 석찬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녀의 눈에 레이놀드의 모습이 들어왔다.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근육과 울긋불긋 튀어나온 핏줄, 그리고 푸르게 달아오른 피부까지.

‘설마. 블루 하이오크의 피를 마신 건가?’

10층의 몬스터 하이오크.

대개 붉은빛의 피부를 띠는 보통 하이오크와는 다르게 간헐적으로 푸른 피부를 가진 하이오크가 존재한다.

그 피를 섭취하면 하이오크처럼 난폭해지고 전체적인 신체 능력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추가로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의 부작용도 존재하는데, 피의 효과의 지속 시간이 끝나면 몸에 축적되었던 대미지가 일시적으로 몰려오게 된다.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게다가 현재 레이놀드의 몸은 여러 번의 대미지를 받은 상태라 피의 힘을 견딜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였다.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한 이렐리아가 링 위로 뛰어들려는 순간.

턱.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개를 돌리자, 왼쪽 눈이 애꾸인 한 노인이 보였다.

“올레드 그리젤?”

올레드 그리젤.

수십 년간 10층을 수호해온 베테랑 사냥꾼 중 하나이자, 사냥꾼 길드 10층 지부의 지부장인 남자였다.

“그냥 내버려 두게나.”

“이대로 두면 레이놀드와 올킬러 둘 모두가 위험합니다!”

“괜찮네.”

그는 완고한 표정으로 레이놀드를 바라보았다.

“고작 저 정도 사내를 못 이겨서야 베테랑 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말을 하며 살며시 기세를 뿜어내는 올레드.

그의 모습에 이렐리아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저 미친 영감탱이가!’

아마 레이놀드에게 엄청난 양의 돈을 걸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경기가 무효로 끝나길 원치 않겠지.

“젠장.”

기세에 눌린 이렐리아가 행동을 멈추고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쾅!

“우와아아!”

굉음과 함께 엄청난 함성이 장내를 감쌌다.

‘크윽.’

석찬은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레이놀드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블루 하이오크의 피인가.’

석찬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마시면 근력과 체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나 뭐라나? 하지만 생각보다 그 효과가 굉장했다.

노랑 등급을 돌파하며 강해진 석찬의 신체 능력쯤은 우습게 뛰어넘었다.

‘약빨 지리는구만!’

쾅!

그의 일격에 맞을 때마다 땅이 파였다.

‘마치 하이오크를 상대하는 것 같군.’

이성을 잃었기 때문일까? 몬스터처럼 패턴이 없이 일반적으로 주먹을 날리기만 했다.

‘빈틈이 많아.’

하지만, 무지막지한 근력에서 비롯되는 압도적인 속도가 빈틈을 노릴 틈을 주지 않았다.

‘칫.’

[HP : 9,734/16,830]

어느새 1만 이하로 떨어진 HP.

HP가 1만 이하로 떨어진 건 석찬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펑!

순간, 갑작스럽게 빨라진 레이놀드의 주먹이 석찬의 가드를 세게 후려쳤다.

콰직!

“크윽!”

뒤로 쭈욱-밀려나는 석찬.

쩌저적-

큰 충격에 건틀릿의 금도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쿠어어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레이놀드.

그의 주먹이 석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피하기엔 늦었다.’

거의 부서진 건틀릿.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따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석찬이 팔을 머리 위로 올렸고, 레이놀드의 주먹과 건틀릿이 맞부딪쳤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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