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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23화 (23/200)

제23화

모든 설명이 완료된 후, 직원은 석찬과 이브를 데리고 수련실로 들어왔다.

“네, 2인용 수련실 일주일 대관 완료되셨고요. 식사는 시간에 맞춰서 조금 전에 설명드렸던 식당으로 오시면 무료로 지급될 겁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 있나요?”

직원의 물음에 석찬은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제 일인데요 뭘, 그럼 즐거운 수련 되세요.”

직원은 끝까지 친절함을 유지하며 수련실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나간 뒤, 석찬은 다시 한번 빌린 수련실을 살펴보았다.

각각 화장실과 탈의실이 딸린 방 2개와 거실, 그리고 방 2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 조금 더 큰 수련실 하나.

수련실도 수련실이었지만, 휴식과 잠을 위한 방도 호텔이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의 좋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이야, 이 정도면 수련할 맛이 나겠는데?”

“그러게요.”

이브도 옆에서 짧게 소감을 나타냈다.

“좋았어, 짐만 풀고 당장 시작하자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레이놀드와의 싸움까지는 단 이틀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아 있었다.

침대 위에서 명상을 하던 석찬의 눈이 번쩍 띄었다.

“좋았어! 드디어!”

[마력 : 190 + 19.0]

209에 다다른 마력 스탯.

내부를 관조해보니 꽉꽉 들어차 터지려고 하는 마력 저장소가 느껴졌다.

이 이상은 뭔 짓을 해도 마력은 늘지 않을 것이다.

‘돌파할 때가 왔다!’

거실에서 오붓하게 티타임을 즐기고 있던 이브는 방 밖으로 뛰어나오는 그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왜 이렇게 신이 났어요?”

“나, 이제 돌파해도 될 거 같아서.”

“아… 에?!”

쨍강-

순간적으로 놓친 찻잔이 깨지며 안에 들어 있던 홍차가 흘러내렸다.

“에….”

하지만 이브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벌써 돌파를 한다고?’

며칠 전 석찬이 돌파를 한다고 나섰을 때, 이브는 솔직히 시큰둥했었다.

그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돌파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그럼, 나 돌파하고 올게!”

쿵-

“…….”

한동안 멍하니 석찬이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던 이브는 고개를 숙여 깨진 찻잔 파편들을 주워 들었다.

‘그래, 석찬 오빠니까 뭐. 그래도 노랑 등급 돌파라면 한 한나절 정도는 걸리겠지?’

이브는 노랑 등급으로 돌파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내가가 아마 돌파하는 데 하루 정도 걸렸었지.’

조각들을 치운 뒤, 이브는 새 잔을 가져와 다시금 티타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음음음~”

콧노래를 부르며 새로 타온 홍차를 마시려는 그때.

콰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수련실의 문이 그녀의 앞을 휙 지나갔다.

후두둑-

“뭐, 뭐야?”

잇따르는 강풍에 바닥을 구르는 잔과 홍차.

“…….”

채 식지도 않은 홍차에서는 아직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인간이 도대체….”

잔뜩 화가 난 이브는 수련실 안쪽을 보기 위해 고개를 쭉 내밀었다.

그러자 뚫린 문 안으로 수련실 내부가 훤히 보였다.

“에…?”

이브는 눈앞에 보이는 처참한 수련실의 모습에 자동으로 눈이 동그래졌다.

원래 수련실 내부에는 공용 수련실처럼 신체 단련을 위한 기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또한 방 전체의 재질도 강한 충격을 버틸 수 있는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데 어떻게….’

처참하게 널브러진 기구들과 여기저기 심하게 금이 간 벽과 바닥, 마지막으로 움푹 파인 천장까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된 방 중심에는 가부좌를 튼 채 명상을 하고 있는 석찬이 있었다.

‘어어….’

그의 주위에는 노란빛을 띤 마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설마 벌써 돌파했다고…?”

‘그럼 방금 전의 말도 안 되는 폭발이….’

“어어….”

할 말을 잃은 이브의 입에서는 그저 바람 새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부스럭-

석찬의 몸이 살짝 꿈틀거렸다.

‘으음.’

천천히 눈을 뜬 석찬의 눈에 난장판이 된 수련실이 들어왔다.

“어라?”

폐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망가진 방의 모습에 석찬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 멀리 문틈에서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이브가 눈에 들어왔다.

“이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이브는 대답도 없이 그저 멍하니 자신을 쳐다봤다.

“이브?”

“네, 네!”

석찬이 한 번 더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 그녀는 천천히 석찬에게로 다가왔다.

“어떻게….”

“뭐?”

“벌써 돌파를….”

“돌파? 돌파야 방금 했지만. 설마 지금 돌파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이브는 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돼….’

마력 운용법을 익힌 자가 저장소를 돌파할 때는 보통 두 현상 중 하나가 일어난다.

첫 번째는 바로 빛기둥 현상. 말 그대로 돌파하는 색깔의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는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폭발.

하지만 이 폭발은 빛기둥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는 않는다.

‘내가 돌파할 때는 분명 주변 바닥이 살짝 파이는 수준이었는데.’

아버지 또한 노랑 등급으로 돌파할 때 주변 유리창이 깨지고 방이 살짝 어지럽혀지는 수준에서 그쳤다고 했다.

“으아… 이거 방 어떡해?”

석찬은 옆에서 부서진 벽을 만지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수리비 장난 아니게 깨지겠는데?”

‘지금 수리비가 문젭니까.’

자신이 벌인 일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를 모르는 석찬은 그저 태연하게 수리비 견적을 재고 있었다.

‘허어.’

연신 헛웃음을 내뱉은 이브는 천천히 수련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어, 어디가? 이브?”

“충격이 커서… 저는 조금 자야겠어요.”

축 늘어져서는 터덜터덜 방안으로 들어가는 이브를 보며 석찬은 방 중앙에 생긴 거대한 크레이터로 걸어갔다.

“이게 돌파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물론 주황색 등급으로 돌파했을 때도 작은 폭발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는 ‘작은’ 폭발이었다.

‘이렇게 거대하지는 않았잖아?’

바닥도 바닥이지만, 빛기둥에 노출되었던 천장은 아예 너덜너덜해져서 살짝만 툭 쳐도 부서져 내릴 것만 같았다.

수리비가 꽤 나갈 것 같았지만 자신의 마력 저장소를 확인하자 그에 대한 걱정이 싹 사라졌다.

노랗게 변한 마력 저장소와 더욱 강력해진 마력.

‘어디 한번, 강화.’

팔을 강화시킨 석찬이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오.”

소모 마력 대비 위력이 거의 1.5배 정도 증가했다.

‘이건 대박인데?’

당장에라도 무언가를 때려 부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석찬은 마력을 가라앉혔다.

“우선 직원을 불러야겠지?”

석찬은 직원을 호출했다.

무슨 일인가 하며 들어왔던 직원은 난장판이 된 수련실의 모습에 경악한 후, 상급자를 데려온다며 사라졌다.

‘역시 돈이 많이 깨지겠군.’

석찬이 수중에 가진 돈은 아도 파이가 준 것까지 포함해 약 2,500골드.

10층까지 오면서 아무런 무기나 방어구 없이 그저 식비에만 조금씩 지출하며 모아온 그의 전 재산이었다.

‘절반 이상은 깨질 각오를 해야겠어.’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대기하던 그때, 누군가가 석찬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세요.”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근육질의 거한은 석찬을 보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전 이 수련장의 주인, 나이르 칸 입니다.”

“반갑습니다.”

나이르 칸의 손을 붙잡은 석찬은 내심 감탄했다.

‘워후, 악력 장난 아닌데?’

무지막지한 악력이며 인간이 아닌 한 마리의 맹수를 보는 것 같은 풍채 하며, 무엇하나 다른 이들에게 꿀리는 것이 없는 사내였다.

‘근데 잠깐. 나이르 칸이면….’

석찬의 머릿속에 미리 외워두었던 6인의 베테랑 사냥꾼의 이름이 떠올랐다.

‘유레이 미르, 게스턴 휴스턴, 팀 그레이, 안네 히네, 올레드 그리젤, 그리고 나이르 칸….’

그렇다. 나이르 칸은 10층의 여섯 베테랑 사냥꾼 중 하나였다.

헤비 베어 나이르 칸.

‘이명처럼 그 모습이 곰에 비교된다 하더니, 곰 수준이 아니었구만.’

실제로 마주하는 나이르 칸의 늠름한 풍모는 감히 곰 따위의 생물이 비할 바가 못 됐다.

“10층에 6명밖에 존재하지 않다는 베테랑 사냥꾼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석찬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나이르 칸도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레이놀드까지 7명이죠. 저도 명성이 자자한 올킬러 강석찬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질구레한 인사치레를 한 둘은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음. 많이 날려 먹으셨군요.”

“하하… 죄송합니다.”

나이르 칸은 폐허가 된 수련실을 이곳저곳 둘러보며 수리비 견적을 재기 시작했다.

‘아주 난장판을 내놨군.’

자신이 운영하는 수련장은 다른 베테랑 사냥꾼들도 자주 이용하는 수련장.

그런 만큼 수련실의 내구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설계해 놓았다.

하지만 그런 수련실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했다.

‘이거이거, 그 애송이 녀석은 아무것도 못 하겠구만.’

석찬과 신참의 내기를 떠올린 나이르 칸이 작게 웃었다.

‘제발 적게 나와라.’

노심초사하던 그때, 견적을 마친 나이르 칸이 석찬에게 다가왔다.

“이정도면 대충 이 정도가 나올 것 같군요.”

그는 종이에 숫자를 적어 석찬에게 보여줬다.

-4,500~5,000

“…….”

종이를 본 석찬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

단위가 실버나 브론즈일 것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제길.’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털어도 수리비의 절반 정도의 금액밖에 채우지 못한다는 사실이 석찬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그런 그의 기색을 느꼈는지 나이르 칸이 입을 열었다.

“돈이 부족하시죠?”

“…예.”

“일단 얼마 정도를 소유하고 계시나요?”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면… 2,500 골드요.”

“흠.”

고민을 하는 그를 보며 석찬이 불안에 떨었다.

‘제발.’

“우선 수리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예?”

예상외의 대답에 석찬이 바람 빠진 소리로 반문했다.

“수리비는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석찬은 진심으로 감사를 담아서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에이, 뭘요.”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나이르 칸도 받기 싫어서 수리비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자에게 배팅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배당금의 계수는 약 3.4배.’

자신의 전 재산인 20,000골드를 전부 때려 박는다면 68,000골드. 무려 48,000골드의 이윤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이정도면 수리비 정도야 안 받아도 그만이었다.

“이정도면 수련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 방을 옮겨드리죠.”

“정말요?”

“예, 대신 이번에 또 부숴먹으면 수리비 따불로 받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2호실로 옮기시면 됩니다. 그럼, 즐거운 수련 되십쇼.”

방을 나가는 그를 보며 석찬은 빠르게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마음 바뀌기 전에 빠르게 가자!’

이브를 깨워 짐을 챙기게 한 그는 부리나케 옆방으로 향했다.

“뭐, 뭐예여?”

잠이 덜 깬 이브는 그저 눈이 반쯤 감긴 채 석찬에게 끌려갔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있은 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레이놀드와의 대련 당일이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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