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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22화 (22/200)

제22화

테일러가 나간 지 약 30분. 누군가가 석찬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석찬의 물음에 상대방은 자신이 심부름 길드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테일러가 말한 그 사람인가?’

문을 열자, 테일러와 마찬가지로 복면과 후드를 뒤집어쓴 한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석찬 님. 1급 심부름꾼 아도 파이입니다.”

“합격.”

“예?”

“아, 아닙니다.”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희 심부름 길드에서는 조금 전에 있었던 불상사에 대해 사과를 하고자 합니다.”

그는 한동안 테일러가 멋대로 석찬을 공격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사과를 했다.

“…그래서 저희는 사죄의 의미로 강석찬 님께 100골드의 배상금을 드릴 생각입니다.”

“100골드?”

“예.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는 아도 파이를 바라보며 석찬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100골드라니!’

100골드면 한화로 무려 1억 원이다.

물론, 이미 석찬에게는 그의 몇 배에 달하는 재산이 있었다.

하지만 꽁으로 준다는 돈, 그것도 상당한 양의 거금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만 고개 숙이시죠.”

“감사합니다.”

“그보다 배상금 지급은 언제 되는 겁니까?”

석찬의 물음에 아도 파이가 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여기 배상금입니다.”

그가 작은 주머니 하나를 석찬에게 건넸다.

‘오, 아공간 주머니인가?’

아공간 주머니.

말 그대로 주머니 내부에 아공간이 있어 작은 주머니에도 그 몇 배에 달하는 부피의 것들도 넣을 수 있는 최고급 아이템이었다.

‘아공간 주머니도 제일 작은 사이즈가 최소 10골드는 할 텐데. 통도 크군.’

주머니를 열자 황금빛 골드들이 석찬을 반겼다.

“한 번 세어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저희는 이런 걸로 장난 안 칩니다.”

당당한 그의 말에 석찬이 주머니에서 골드를 꺼내 하나하나 직접 세어보았다.

‘1. 2… 98, 99, 100.’

정확히 100개인 금화를 다시 아공간 주머니 안에 집어넣은 석찬은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는 아도 파이를 바라보았다.

“좋군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차라도 한잔하시고 가실래요?”

석찬의 권유에 아도 파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습니다. 처리해야 할 임무가 있어서요.”

“뭐, 그럼 어쩔 수 없죠. 나중에 연이 되면 다시 한 번 만납시다.”

“영광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도파이는 후드를 고쳐 쓰며 석찬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살펴 가세요.”

“아.”

문고리를 잡던 아도는 무언가 떠오른 듯 석찬을 바라보았다.

“깜빡한 것이 있네요.”

“그게 뭐죠?”

아도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시합, 꼭 이겨주세요. 저희 심부름 길드는 석찬 님 편입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유유히 석찬의 방을 벗어났다.

‘꼭 이기라고?’

의미심장한 말이었지만, 석찬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뭐, 마력 수련이나 할까?’

침대 위로 올라간 석찬은 그대로 명상에 빠져들었다.

* * *

똑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석찬은 감았던 눈을 떴다.

‘이브인가?’

시간을 보니 아도 파이가 떠난 지 약 2시간이 지나 있었다.

끼이익-

문을 열자, 고개를 숙인 채 안절부절못하는 이브의 모습이 보였다.

“뭐 해? 들어와.”

“아, 네.”

삐질거리며 방에 들어오는 이브. 그 모습에 석찬이 고개를 기웃했다.

“왜 그래?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그의 물음에 이브가 뻘쭘한 듯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니, 아까….”

“아.”

그제야 석찬은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솔직히 말해서 심부름꾼 길드에서 온 사람들 때문에 까먹고 있었다.

“고작 그거 때문에 그런 거였어?”

“아니!”

심드렁한 석찬의 어조에 이브가 고개를 확 치켜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대롱대롱 맺혀 있었다.

“우, 울어?”

“나는… 진짜루… 당황했었는데….”

훌쩍이는 그녀의 모습에 석찬이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아… 그, 그랬구나?”

“흐어엉….”

“이브? 울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이브를 완전히 달래는 데에는 약 20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훌쩍.”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이브는 콧물을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래, 어느 정도 진정은 됐어?”

탁.

석찬은 이브 앞에 따뜻한 코코아를 내려놓았다.

“…네, 고마워요.”

이브는 코코아를 한 모금 들이키며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석찬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런 남자가 존재하지?’

아버지께서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에게 한 가지를 계속 강조해왔다.

‘이브, 기본적으로 모든 남자는 믿을 게 못 된다. 이 아빠는 빼고 말이야. 이 점을 명심하거라.’

그는 항상 자신을 제외한 그 어떤 남자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항상 빈틈을 보여선 안 된다! 네가 빈틈을 보면 남자들은 반드시 달려들 거야.’

이브도 그의 말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몇 개월간 쭉 지켜본 결과, 석찬은 아니었다. 그는 보통 남자들과는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는 자신을 아끼고 챙겨 주었지만,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그의 신경은 오로지 강해지는 것과 탑 위로 오르는 것밖에 없었다.

‘신기해.’

“석찬 오빠.”

“어?”

“아까는 죄송했어요.”

“아냐, 아냐. 그 정도쯤이야.”

그래, 확실히 달랐다.

“이 사람이라면….”

“뭐라고?”

“아, 아니에요.”

서둘러 붉어진 얼굴을 가린 이브가 작게 대답했다.

‘뭐지?’

석찬은 여전히 고개를 기웃했다.

“아 맞다.”

석찬은 심부름 길드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심부름꾼 길드 측에서 이상한 말을 했었다고요?”

“그래. 밑도 끝도 없이 나보고 꼭 이기래.”

석찬은 이브에게 그녀가 없던 동안 벌어졌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음. 도박 같네요.”

“도박? 여기 도박도 있었어?”

“네, 오빠. 우리 같은 사람이야 탑 공략에만 집중하니까 안 그러는 거지, 보통 사람들은 도박도 조금씩 즐겨요. 1층에도 꽤 크게 있고.”

“그렇구나. 그럼 설마… 그 인간들 나랑 그 베테랑 사냥꾼 가지고 배팅 하는 거야?”

“네. 결투를 이용한 배팅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답니다.”

그래도 아도 파이가 이상한 의미로 말을 한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가지고 도박을 한다는 게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런 석찬의 표정을 읽은 이브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너무 언짢아하지는 마세요. 아마 심부름꾼 길드에서도 돈을 벌면, 오빠가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보답할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마음에 안 드는 건 어쩔 수 없네.”

마음 같아서는 확 심부름꾼 길드 지부를 찾아가 뒤엎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굳이 스스로 적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참자. 그래, 뭐. 깔끔하게 이기면 되는 거니까.’

편하게 생각하기로 한 석찬은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마음에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래. 그나저나 앞으로 일주일, 아니, 6일이 비는데 어떡하지?”

3일 뒤로 할걸. 석찬의 속에서 깊은 후회가 몰려왔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 할 것도 없는데 6일 안에 노랑 등급을!’

결심을 한 석찬은 이브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이브!”

“네, 네?”

열정에 불타오르는 그의 눈빛에 이브의 볼이 저절로 붉어졌다.

“노랑 등급으로 돌파하는 걸 조금 도와주지 않겠어?”

“노… 노랑 등급이요? 그거라면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그럴 시간이 없어. 6일 안에 돌파한다!”

“6일이요?”

“당장 수련하러 가자!”

석찬은 벌겋게 달아오른 이브를 이끌고 방을 벗어났다.

사람들 눈에 잘 안 띄는 숲으로 가서 돌파를 하자고 했다가 바로 빠꾸를 먹은 석찬은 마을 내부에 있는 수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브.”

“왜요?”

“여기면 너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까?”

그의 물음에 이브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수련실 빌려서 쓰면 되니까 별 상관없어요.”

“그래?”

“오히려 숲에서 하는 게 더 눈에 띌걸요? 돌파할 때의 빛기둥을 까먹은 건 아니겠죠?”

“아. 맞다.”

그렇게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둘은 거대한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수련장?”

“네. 여기가 마을 내에서 제일 좋은 곳이래요.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따라와요.”

이브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장정 100명쯤은 거뜬히 수용할 법한 거대한 로비가 석찬을 반겼다.

‘생각보다 큰데?’

로비 중앙에 있는 안내 데스크에 가자 수려한 외모의 직원이 두 사람을 반겼다.

“어머, 올킬러 님과 은발의 천사 님 아니십니까? 저희 수련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인용 수련실 일주일 대실 가능할까요?”

“잠시만요, …가능합니다. 장부에 적어주시고 비용은 나가실 때 지불해 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처음 오셨는데 한번 둘러보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싱긋 웃은 직원은 데스크를 빠져나와 두 사람에게 거대한 건물에 있는 시설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여기는….”

“이곳은….”

축구장 형태의 건물은 상당히 괜찮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돔을 한 바퀴 돌며 건물 내부에 있는 시설들을 전부 설명한 직원은 건물 중앙에 있는 야외 수련장으로 빠져나왔다.

“이곳이 바로 저희 수련장의 자랑, 야외 수련장입니다.”

야외 수련장에는 꽤 여려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단련을 하고 있었다.

“이곳 야외 수련장에서는 대련이나 신체 단련 등, 많은 것을 할 수 있답니다.”

그렇게 야외 수련장을 한번 둘러보던 와중, 갑자기 등 뒤쪽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살기?’

빠르게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의 한 남자가 보였다.

“너….”

전날 밤 술집에서 시비가 붙었던 그 베테랑 사냥꾼, 레이놀드였다.

“오.”

예상 밖의 얼굴이었지만 수련장의 규모를 생각해 본다면 아는 얼굴을 보는 것도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오오?”

“당신도 여기서 수련하는 거야?”

그의 이마에는 굵은 핏줄이 여럿 돋아 있었다.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은데.”

“이 새끼가!”

다짜고짜 주먹부터 내지르는 황당한 행동에 석찬은 빠르게 그의 주먹을 낚아챘다.

콱!

“이익…!”

“오우. 주먹이 꽤 매운데? 일단 진정하시고.”

석찬이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자, 레이놀드의 주먹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크흑….”

고통에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석찬은 말을 이었다.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6일 뒤에 정식으로 봅시다.”

탁!

손에 힘을 풀자 레이놀드는 빠르게 주먹을 회수했다.

“가자, 이브.”

“아… 그러면 야외 수련장에 있는 시설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이익… 올킬러! 각오해! 넌 내가 반드시 죽인다!”

“그럴 수 있으면 그러시든지.”

사납게 자신을 노려보는 레이놀드를 무시한 석찬은 직원을 따라 자리를 벗어났다.

야외 수련장을 이용하던 사람들도 그 분위기 때문인지 하나둘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젠장!”

홀로 남은 레이놀드의 절규가 허공을 가득 채웠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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