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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5화 (15/200)

제15화

펑!

굉음이 일어나며 석찬의 몸이 대련장 벽으로 날아갔다.

콰직!

석찬의 몸과 충돌한 벽이 움푹 파였다.

“커헉.”

등 쪽에서 극심한 고통이 몰려오며 입 안에서 피가 한 움큼 새어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석찬의 눈에 경악의 감정이 물들었다.

최소한의 가드를 하기는 했지만 대미지가 생각보다 많이 컸다.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자신이 시작한다는 말을 하자 바로 뒤로 이동하다니? 순간이동 같은 기술이라도 있는 것일까?

뭐가 어찌 됐든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젠장. 더럽게 아프구먼.’

입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이마도 찢어졌는지 피가 한 방울씩 볼을 타고 떨어지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석찬은 다시금 자세를 잡고 알렉산더를 노려보았다.

‘뒤는 벽. 아무리 영주가 강해도 완전히 막혀 있는 곳으로는 이동할 수 없을 터.’

석찬은 만약을 대비해 몸 주위에 마력으로 보호막을 여러 겹 둘러놓았다.

얌전히 자신을 경계하는 석찬의 모습에 알렉산더가 씩 웃었다.

“안 올 건가? 그럼 또 가겠네.”

다시금 알렉산더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냐.’

석찬은 정신을 집중하고 알렉산더의 기척을 감지해 보았다.

“까꿍.”

그때, 우측에서 들리는 소리.

“거기냐!”

석찬은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마력을 듬뿍 담은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앙!

거대한 소리와 함께 알렉산더가 튕겨져 나갔다.

‘지금이 기회다.’

알렉산더는 지금 공중에 떠있다.

‘공중에서는 방향을 틀 수 없을 터!’

그에게 회피할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석찬은 알렉산더가 착지하기도 전 그에게로 달려들어 연타를 날렸다.

쾅! 쾅! 쾅! 쾅!

그저 일반적인 공격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석찬의 일격 하나하나에 담긴 100 이상의 MP.

평소보다 10배 이상 강해진 석찬의 주먹이 알렉산더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가드를 한 채 그를 쳐다보는 알렉산더를 바라보며 석찬이 소리쳤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석찬은 1초의 시간 동안 자신의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까지 마력을 쥐어짰다.

단숨에 300이 넘어가는 MP가 주먹 안에 담겼다.

“죽어!”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작은 폭발과 함께 연기가 일었다.

‘분명 때리는 타격감은 있었다.’

석찬은 자신의 승리를 예상했다.

무려 30배 이상의 위력이 담긴 강력한 일격이었다.

고블린 왕을 먼지로 만들었던 일격보다는 모자랐지만, 죽이는 것이 아닌 대련이었기에, 이 정도로 충분한 듯 보였다.

“아이고. 방금 건 조금 많이 아팠어.”

그때, 뒤쪽에서 영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뭣?’

팍!

반격할 틈도 없이 목덜미에 가해지는 큰 충격과 함께 석찬의 의식이 그대로 끊어졌다.

털썩-

알렉산더는 잠시 동안 바닥에 쓰러진 석찬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계단 쪽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찰스! 보고 있는 거 다 아니까 빨리 와 보게나!”

그 말에 석찬이 연타를 날릴 때부터 계단에서 몰래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영주의 비서, 찰스 데이먼이 알렉산더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녀석이랑 내 사무실에 보면 이 녀석 친구 놈 하나 있을 걸세. 치료 스킬 가진 애들 불러서 치료시키고 싹 먹이고 씻겨서 내 앞에 데려다 놔. 알겠나?”

“알겠습니다.”

“맞다, 이 녀석을 치료하려면 이브를 데려와야 할 걸세.”

“아가씨를요? 사람 둘 치료하는 데 굳이 아가씨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을는지….”

“뭘 모르는 말씀. 그 애만이 이 녀석을 치료할 수 있을 걸세.”

“…알겠습니다.”

“난 내 방 가서 조금 쉴 테니까 끝나면 거기로 보내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그려.”

알렉산더가 떠난 뒤, 찰스는 기절한 석찬을 등에 업었다.

‘영주님한테 그 정도로 선방하다니. 역시 이 녀석은 괴물이었어.’

비록 영주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그건 영주의 상식을 초월하는 강함 때문이다.

조금 전 석찬이 보인 무위도 일반적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굉장했었다.

어쨌든 석찬에게 절대 밉보이거나 개기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찰스였다.

석찬과의 대련이 끝난 직후, 방으로 돌아온 알렉산더의 복부가 아려오기 시작했다.

“음?”

입고 있던 옷을 벗자, 시퍼렇게 멍이 든 복부가 눈에 띄었다.

“설마 마지막 일격이…?”

석찬의 마지막 일격. 티는 나지 않았지만, 그 일격은 알렉산더에게 확실한 상처를 입힌 것이다.

“강석찬이라고 했던가. 재밌는 녀석이 탑에 들어왔어. 크하하하!”

알렉산더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

* * *

번쩍.

눈을 뜬 석찬이 가장 먼저 본 것은 하얀색 천장이었다.

‘여긴….’

옆을 돌아보니, 한 칸 건너에 있는 침대에 진현이 누워 있었다.

‘진 건가?’

자신이 살면서 패배를 과연 몇 번이나 겪어 보았을까?

패배 횟수를 세라 그러면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아마 다섯 손가락도 채 들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압도적인 패배는 일생일대에서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더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잠시 울적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석찬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다음엔 이기면 된다.’

지면 어떠한가.

강해져서 이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투지에 불타오르던 석찬에게 스태프를 들고 있는 한 여인이 말을 건네 왔다.

은발의 여인.

“아, 깨셨어요?”

전성기 시절,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유명 영화배우나 모델 등, 수많은 미인을 봐왔던 석찬이었다.

‘예… 예쁘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은발의 여인은 그런 미인들조차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압도적인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잠시 그 압도적인 미모에 넋이 나가있던 석찬은 이내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여긴 어디죠?”

“아, 여긴 영주성 내부의 치료소입니다.”

“치료소?”

“네. 마을의 영웅님과 그 동료분이 크게 다치셨다는 소식에 저, 이브 올가가 한걸음에 달려와 치료했죠!”

자세히 살펴보니 벗겨진 상의 위로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에이, 감사하긴요! 마을의 영웅님을 직접 치료할 수 있다니 제가 더 좋죠 뭐! 근데 영주님도 참… 이렇게 심하게 싸우시다니.”

“하하….”

그나저나 마을의 영웅이라. 고블린 왕을 처치한 이후로 너무 과한 칭호가 붙어버렸다.

“저기, 진현이는 괜찮은가요?”

“아, 옆에 계신 동료분이라면 괜찮으세요. 동료분께서는 단순히 짙은 살기에 오래 노출되어 있었던 것뿐이니, 조금만 쉬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영주님도 참 무심하시지. 어떻게 마을의 영웅님을….”

“저… 그냥 제 이름으로 불러주셔도 됩니다. 굳이 그렇게 영웅이라고….”

“어멋, 제가 감히 그래도 될까요?”

“무, 물론이죠.”

“알겠습니다. 앞으로 이름으로 불러드리죠.”

“감사합니다.”

“석찬 씨. 그럼 그런 의미에서 저도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안 되나요? 기왕이면 사인도! 마을 사람들한테 자랑해야 돼요!”

“물론이죠, 이브 씨.”

“꺄아아!”

그때, 치료소의 문이 벌컥 열리며 익숙한 얼굴의 거구가 한 명 들어왔다.

“웬 소란이냐 이브. 치료는 다 끝난 거냐?”

자신을 패배시킨 자, 알렉산더 올가.

알렉산더 또한 복부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알렉산더는 석찬이 깬 것을 확인하자마자 기운을 일으켰다.

“벌써 깼군? 그럼 다시 한번….”

‘여기서 싸우려는 건가?’

아직 몸이 정상 상태는 아니었지만, 석찬도 서둘러 마력을 일으키려했다.

하지만 그때.

찰싹!

“아악!”

엄청나게 차진 소리와 함께 알렉산더가 등을 부여잡았다.

“아직 석찬 씨 상처도 다 안 나았는데 그렇게나 싸우고 싶으세요?”

분노한 듯한 이브의 음성이 치료소 전체의 공기를 싸하게 만들었다.

“뭐? 석찬 씨?”

“뭐, 문제라도 있어요?”

“아… 아….”

알렉산더는 뇌정지가 온 듯 말을 얼버무리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저, 이브 씨? 이게 대체 무슨….”

그러자 알렉산더가 엄청난 양의 살기를 석찬에게 쏘아내었다.

“커헉!”

심장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숨이 턱 막혀오기 시작했다.

“컥….”

“아빠!”

이브의 말 한 마디에 석찬에게 집중되던 모든 살기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켈록! 켈록!”

“괜찮으세요?”

이브는 서둘러 석찬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녀의 따스한 손이 닿자,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편안하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진정이 된 석찬은 알렉산더를 바라보았다.

이글이글.

그는 조금 전처럼 살기를 뿜고 있진 않았지만, 눈빛으로 그 이상의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마치 ‘이브에게서 당장 떨어져!’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나저나 방금 아빠라고 했던 것 같은데?’

석찬이 의문의 눈빛으로 이브를 쳐다보자 그녀는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영주님께서 제 아버지세요.”

“아버님이요?”

석찬은 순간 알렉산더와 이브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 둘이 부녀 관계?’

우락부락한 적발 마초 아버지와 만화에서 나올 법한 은발 미소녀 딸이라니. 전혀 매치가 안됐다.

“아버지랑 저랑 전혀 안 닮았죠? 그런 얘기 자주 들어요.”

“이브. 그냥 아빠라고 하라니깐.”

“힘만 무식하게 세신 분이죠.”

“힘만 무식하게 세다니….”

“맞잖아요. 아버지가 서류를 볼 줄 아세요, 뭘 할 줄 아세요? 다 찰스 아저씨가 하고 있잖아요!”

“그, 그건….”

그 말을 들은 석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잠깐만요.”

“왜요, 석찬 씨?”

“찰스 씨가 절 데려올 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아저씨가 뭐라고 했는데요?”

“영주님께서는 초심자의 마을에 가장 오래 사셔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의 일을 조율하신다고….”

석찬의 말에 이브가 입을 가렸다.

“조율이요? 푸흡… 저 양반이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지.”

“그리고 싸움을 못하….”

“푸핫!”

마침내 싸움을 안 한다는 말에 이브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어우 눈물 나, 찰스 아저씨 보기보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시네.”

“크흠… 찰스가 제대로 봤구만 뭘.”

“제대로 보긴 뭘 제대로 봐요. 저번에도 크툴라나 씨와 싸운 거 찰스 아저씨랑 다른 분들이 겨우겨우 해결했구만.”

갑자기 흑역사를 방출하는 딸의 모습에 알렉산더가 헛기침을 시전했다.

“크흠, 그건 말이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고….”

“헛소리 마세요. 그 싸움 때문에 배상금으로 몇 골드가 깨졌는데.”

“크흠.”

마치 담배를 피우다 걸려도 계속해서 꿋꿋이 피우셨던 관장님과 그걸 혼내시는 사모님을 보는 것 같았다.

“푸흡.”

‘웃어?’

알렉산더는 죽일 듯이 석찬을 노려봤지만, 이브의 눈치를 보느라 싸움을 걸지는 못했다.

“어쨌든, 싸우지 마요. 그리고 아버지도 조금 쉬셔야 해요. 약 발라 드릴게요. 붕대 벗어봐요.”

“후… 그래.”

알렉산더의 배에는 작은 멍 자국이 있었다. 그것을 보는 석찬의 입가에는 작게나마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영주님.”

“왜.”

“다음번에는 멍 하나론 안 끝납니다.”

“이눔의 시키가. 야, 너 이리와. 지금 당장….”

“아빠?”

“젠장.”

“푸흡.”

“석찬 씨도 웃지 마시고 누우시죠?”

“옙.”

그렇게 병상 위에서의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갔다.

한편, 석찬과 알렉산더의 살벌한 말다툼이 한창일 때.

‘일어나질 못하겠어 시X….’

일찍 일어났음에도 둘의 기세에 눌린 진현은 약 한 시간 뒤에야 조심히 눈치를 보며일어났다고 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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