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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1화 (11/200)

제11화

“크롸아아!”

녀석들도 분명 고블린이다. 하지만 그 기세나 힘이 초심자 마을에서의 녀석들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고블린들은 압도적인 수를 바탕으로 석찬과 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 뒤로 붙어!”

소수 대 다수에서는 뒤를 잡히면 안 된다는 것은 싸움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아는 상식이다.

석찬과 진현은 등을 맞댄 뒤 천천히 몬스터들을 하나둘 처리해 나갔다.

진현도 석찬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확실히 강했다.

비록 석찬만큼 몬스터를 빠르게 죽이지는 못해도 그의 뒤를 봐주며 견제할 만한 실력은 됐다.

“석찬아, 오른쪽에 둘!”

“오야.”

펑! 퍼벅!

“오우야 레벨업.”

마무리는 대부분 석찬이 했지만, 진현도 어느 정도의 대미지는 넣고 있었기에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레벨 또한 착실히 오르고 있었다.

“잔말 말고 빨리 때려 인마.”

“오키. 강력한 일격!”

퍽!

“끼에에엑.”

‘한 방이 아닌가?’

몇몇 강한 몬스터들은 기존처럼 한 방에 처리되지 않았기에, 석찬은 더더욱 신중에 신중을 가하며 녀석들을 사냥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야… 헥, 헥, 좀 줄은 거 같지 않냐?”

“그러게.”

몬스터의 수가 어느 순간부터 점차 줄기 시작해서 이제는 바닥에 쌓인 시체의 수가 생존한 몬스터보다 많아졌다.

“좋아…!”

진현과 석찬은 더욱더 힘을 내 남은 녀석들을 상대했다.

다시 오랜 시간이 흐르고, 석찬과 진현은 마침내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소탕할 수 있었다.

“흐아아… 끝났다….”

진현은 마지막 몬스터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쳤다… 이 짓도 두 번은 못해!”

진현은 풀밭에 대자로 드러누운 채 눈을 질끈 감았다.

확실히 진현의 심정도 이해가 가긴 했다.

보름달의 기운을 받아 굉장히 강해진 몬스터 수백 마리를 고작 두 명이 처치했다니.

아마 마을 사람들에게 얘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도 피곤하니까 조용히 좀 있어봐라.”

“이 쉐키, 거짓말하네. 너 전신의 가혼가 뭐시기 때문에 아무리 싸워도 안 피곤하다매!”

“거짓말 아니다.”

비록 전신의 가호가 육체적 피로는 해소시켜 준다고 하더라도, 대량의 마력을 사용해 생긴 정신적 피로는 해소시켜 주지 않았고, 따라서 순수하게 휴식으로 회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고생 끝엔 낙이 온다고, 수없이 많은 몬스터를 처치한 만큼 그에 걸맞은 만한 보상이 석찬의 손에 쥐어졌다.

‘40레벨.’

이번 전투로 무려 12개의 레벨이 올라갔다. 그로 인한 잔여 포인트도 무려 60개.

[힘 : 65 ▷ 80 + 8]

[민첩 : 60 ▷ 75 + 7.5]

[체력 : 60 ▷ 75 + 7.5]

[내구 : 65 ▷ 80 + 8]

‘좋아.’

이제 모든 스테이터스들이 80에 가까워지거나 80이 되었다.

“퀘스트.”

[돌발 퀘스트 : 고블린 왕의 습격]

[02:28:17]

[퀘스트 랭킹]

[1. 강석찬 : 871pt]

[2. 에드워드 크릴 : 241pt]

[3. 김진현 : 240pt]

[4. 크툴라나 : 237pt]

[5. 찰스먼 주니어 : 233pt]

압도적.

이 단어 말고도 지금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적절한 말이 있을까?

2등과의 차이는 무려 650 포인트. 게다가 진현도 방금 전투로 랭킹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였다.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포인트가 1점도 오르지 않았군.’

전투 전에 나타났던 메시지로 유추해보아, 아무래도 초심자 마을을 침공하려던 병력의 전부가 자신과 진현에게로 붙었기에, 마을은 전투 자체를 치르지 않은 것 같았다.

‘뭐, 일단 결과는 좋으니 뭐.’

“으어… 어….”

진현은 몹시 피곤했는지, 멍한 표정으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두 시간 반 정도면 뭐. 잠깐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걸?”

석찬의 중얼거림을 들은 진현의 눈에 초점이 또렷하게 돌아왔다.

“진짜?”

“어우, 귀청이야. 그래, 한 한 시간만 쉬고 출발하자.”

“나이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진현이 포효했다.

“야, 조용히 해. 아직 주변에 남은 몬스터가 있을 수도 있어.”

“헙!”

몬스터라는 소리에 진현이 입을 막으며 숨을 죽였다.

“그래, 좀 조용히 쉬자. 그래도 자지는 마. 혹시 모르니까.”

말을 마친 석찬은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고블린 왕. 얼마나 강할지 몰라.’

에드워드와 에브릭. 두 경험자들의 말로는 고블린 왕의 무력은 1층 몬스터의 수준을 초월했다고 했다.

그러니 만약의 만약을 생각해 최대한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전부 하기로 결심했다.

‘주황 등급을 뚫는다.’

약 2주의 수련 끝에 석찬은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 가진 마력 저장소로는 이것이 한계다.

이제 암만 노력을 해도 마력 저장소는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이며 마력의 질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

저장소의 총량과 질을 늘리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저장소의 등급을 올리는 것이었다.

마나 운용의 서에는 마력 저장소의 단계를 상승시키는 방법도 적혀 있었는데, 그 방법이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무식한 방법이었다.

저장소가 한계까지 커졌을 경우, 기존의 그릇을 부수고 더 크고 정밀하게 그릇을 재생성하는 것.

‘우선 마력을 전부 한순간에 마력 저장소에 몰아넣는다.’

저장소의 크기를 초과하는 방대한 양의 마력이 저장소 안에 들어오자 마력 저장소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석찬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계속해서 마력을 퍼붓자, 쩍쩍 갈라지던 마력 저장소가 결국 완전히 파괴됐다.

펑!

저장소 안에 묶여 있던 막대한 양의 마력이 몸 여기저기로 흩어지려고 했다.

이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자들의 결과는 단 하나다. 바로 죽음.

‘어딜.’

석찬은 즉각 흩어지려는 마력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며 새로운 저장소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 복잡한 작업에 석찬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큿….”

“석찬아?”

시간이 지나자 이상함을 눈치챈 진현이 석찬을 바라보았다. 석찬의 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야야, 뭐야?”

당황한 진현이 석찬에게로 달려가 그의 몸을 만지려 했다.

그때.

“만지지 마!”

마력 운용을 하는 도중 외부의 충격을 받는다면 마력의 흐름이 꼬여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석찬의 진지한 표정에 진현이 뒷걸음질 쳤다.

“고… 맙다….”

그렇게 긴장 속에서 몇 분이 흘렀다.

갑자기 석찬의 몸에서 큰 섬광이 일어나며 거대한 주황색 빛줄기가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어두운 숲을 밝혔다.

“왁씨, 뭐야?”

하늘 높이 치솟은 거대한 주황색 빛줄기는 초심자의 마을에서도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볼 수 있을 정도였다.

“워메, 저게 뭐랑께?”

“숲 쪽인데 그려?”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갑자기 나타난 빛기둥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을 중앙의 영주성.

창밖을 바라보던 한 사내가 갑작스러운 빛기둥의 출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 쪽으로 달려갔다.

“이레귤러? …1층에서 주황 등급이라. 괴물 녀석이 탑에 들어왔구먼.”

사내는 조용히 오른 눈가에 새겨진 상처를 쓰다듬었다.

“한번 만나볼 필요가 있겠어.”

어두운 방 안에서 그의 벽안이 환하게 빛났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빛줄기도 점차 약해지더니 결국엔 그 자취를 감췄다.

“새꺄! 괜찮냐?”

석찬을 감싸던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진현이 석찬을 향해 달려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 숨을 잘 쉬고, 맥도 팔딱팔딱 잘 뛰고… 또….”

그때, 감겨있던 석찬의 눈이 번쩍 떠졌다.

“뭐 하냐?”

“어우씨 깜짝이야!”

뒤로 발라당 넘어지는 진현을 바라보며 석찬은 몸 내부를 관조해 보았다.

‘주황색.’

새로운 주황색 마력 저장소는 성공적으로 석찬의 몸에 안착되어 있었다.

게다가 마력 저장소의 등급이 올라갔기 때문일까? 기본적인 신체 능력과 마력의 질이 상승했으며, 순환 속도 또한 이전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몸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나를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상태창, 스테이터스만.”

[힘 : 80 ▷ 90 + 9]

[민첩 : 75 ▷ 90 + 9]

[체력 : 75 ▷ 90 + 9]

[내구 : 80 ▷ 90 + 9]

[마력 : 70 ▷ 90 + 9]

석찬의 입가에 큰 미소가 번졌다. 모든 스탯이 99. 주황색 저장소를 만든 것만으로 레벨을 무려 16개를 올린 효과를 봤다. 추가 스탯까지 합하면 말할 것도 없다.

‘피곤하다.’

주황색 저장소를 만드는 작업은 생각보다 아주 고된 것이었고, 석찬은 그 피로를 풀기 위해 마력을 운용했다.

이전보다 더 순도가 짙어진 마력이 빠르게 온몸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피로를 없애 주는 것이 마치 고된 훈련을 끝내고 뜨끈한 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근 것만 같았다.

‘기분 좋다.’

약 10분 뒤, 모든 피로가 싹 가신 석찬은 주먹에 마력을 집중시켜보았다.

화르륵.

푸른 마력이 그의 주먹을 감쌌다. 이전보다 더욱 빨라진 속도, 그리고 밀도. 석찬은 당장에라도 고블린 왕을 찾아가고픈 마음이 들었다.

[01:36:03]

이제 남은 시간은 약 한 시간 반. 그리고 지도상으로 고블린 왕이 있는 궁전까지 남은 거리는 약 2km.

“충분해.”

주황 등급이 된 이상 잡몹들은 자신의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석찬에게는 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20분 안에 전부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진현아, 가자!”

“어, 오키. 근데 너 몸은 괜찮냐?”

“최상이니 걱정 말아라.”

고블린 왕궁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다.

석찬의 무시무시한 기세 때문인지, 공격하려던 고블린들은 그의 매서운 눈빛을 보자마자 자동으로 길을 비켜줬다.

굳이 싸움을 피하는 놈들까지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길을 비키는 놈들은 그냥 놔주었다.

“키에에엑!”

그래도 가끔씩은 있었다.

상대와의 격차도 확인하지 않고 나대는 멍청한 놈들이 말이다.

석찬의 주먹에서 붉은 화염이 솟아났다.

쾅!

붉은색 등급일 때보다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 주먹에 맞은 고블린의 머리가 그대로 활활 타올랐다.

“케, 케르륵.”

동지가 죽었음에도 고블린들은 감히 석찬을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었을까, 석찬과 진현의 앞에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궁전 하나가 나타났다.

“이곳인가.”

정문을 넘어 발을 들이밀자, 시스템 알림창이 나타났다.

띠링.

[필드: 고블린 왕의 궁전에 입장하셨습니다.]

[고블린 왕 출몰 구역입니다.]

[위험! 위험!]

[탈출 권고.]

“탈출하려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어.”

석찬과 진현은 메시지를 무시한 채 거대한 정원을 건너 마침내 궁 앞까지 도달했다.

입구로 들어가려는 순간, 반투명한 막이 석찬과 진현의 입장을 막으며 요란한 시스템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주의!]

[‘필드: 고블린 왕의 궁전 내부’로 입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위험구역입니다.]

[탈출을 적극 권장합니다.]

“시끄러워, 수락.”

수락 의사를 밝히자 왕궁을 감싸고 있던 얇은 막이 사라졌다.

알림창을 끈 석찬은 다리를 미세하게 떨고 있는 진현을 바라보았다.

“떨리냐?”

그의 물음에 진현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 떨리면 그게 사람이냐? 그래도 너처럼 든든한 놈이 옆에 있으니까 그나마 안심이다.”

“풋, 그래.”

“이참에 버스, 아니 비행기 한 번만 더 타자, 친구야.”

“그래라. 비행기 값은 예전에 빚진 걸로 퉁친다. 오케이?”

“고작 그 정도로 괜찮냐?”

“내 맘이다, 싫냐?”

“싫긴, 나야 개꿀이지.”

잠시 잡담을 하며 긴장을 늦춘 둘은 이내 천천히 왕궁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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