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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9화 (9/200)

제9화

쾅!

한순간에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이 석찬 일행을 덮쳤다.

‘이건….’

파박!

일순간에 일어난 상황이었지만, 석찬은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자신과 에브릭에게 날아오는 파편을 모조리 걷어냈다.

“괜찮아요?”

“큭, 그래, 그보다 진현이 놈이….”

에브릭의 손가락이 넋을 놓고 잠들어 있는 진현을 가리켰다.

‘저 새끼는 이런 난리통에 잘도 자네.’

석찬은 곧바로 진현의 멱살을 붙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빨리 일어나!”

“우어어엉.”

잠이 덜 깬 진현이 앓는 소리를 내자, 석찬은 약하게 그의 머리를 후려 갈겼다.

뻑!

“꾸엑!”

짧은 비명과 함께 진현의 눈이 번쩍 떠졌다.

“뭐… 뭐야?”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참담한 상황에 진현이 벌떡 일어섰다.

“나도 몰라. 일단 빨리 피해.”

석찬은 빠르게 두 사람과 함께 식당을 나왔고, 뒤따라 건물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게 도대체….”

건물 밖의 상황은 안의 상황보다 훨씬 심했다.

주위의 건물이 무너지며 큰 화재가 일어난 데다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석찬은 자신의 쪽으로 뛰어오는 여자 한 명을 붙잡았다.

“저기요!”

“에… 예?”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그러자 여자가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괴, 괴물….”

“괴물이요?”

“고블린이….”

‘고블린?’

여자의 말에 에브릭이 황당하듯 말했다.

“무슨 고블린을 말하는 겐가? 고블린은 절대 마을에….”

그때, 무너진 건물 파편을 걷어내며 고블린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꺅!”

고블린의 모습에 여자는 자신을 잡은 석찬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다.

“고블린?”

하지만 그 모습은 고블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완전히 빨갛게 변한 눈동자, 온몸 구석구석 굵게 돋아 있는 핏줄, 게다가 오크라 해도 믿을 만한 덩치와 근육까지.

본인이 알던 고블린의 모습과는 생판 달랐다.

에브릭이 혼란스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진짜 고블린? 하지만 어떻게 마을 안에…!”

보름달이 뜨면 터무니없이 강해지는 몬스터 때문에 보안이 평소보다 몇 배는 강화되고, 가드들의 수준도 평소보다 높았다.

실제로 그동안 1층에서 몬스터가 마을 안에 들어온 경우는 거래를 위한 시체밖에 없었다.

“쿠어어어!”

하지만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여자가 달려온 쪽에서 두 마리의 고블린이 추가로 튀어나왔다.

세 마리의 고블린과 세 명의 인간. 하지만 진현은 술기운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건물 잔해에서 튀어나온 고블린은 당장에라도 석찬 일행을 먹어 버리겠다는 듯이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왔다.

“에브릭 씨.”

“왜 그러나.”

“저놈, 혼자 상대하실 수 있으실까요?”

“한 마리? 버티는 거라면 가능할 수도 있네. 하지만 저 정도 기운이면 아마 30초도 못 버틸 걸세.”

“30초… 충분하네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뭐라고? 자네 설마….”

“부탁드려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

말을 마친 석찬은 숨을 크게 한 번 내쉰 뒤, 자신들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는 고블린 두 마리를 바라보았다.

“0층보단 강한가?”

확실히 기운으로 따지면 0층에서 만난 몬스터들보다 배는 더 강했다.

“그래도, 뭐.”

석찬의 양팔과 다리에 푸른 기운이 맺혔다.

“충분하지!”

순간, 석찬이 밟은 땅이 갈라지며 그의 신형이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쾅!

마력을 듬뿍 담은 일격에 강화된 고블린의 머리가 움푹 파이며 뒤로 수 미터를 날아갔다.

석찬은 그대로 허리를 돌려 옆에 있는 고블린의 턱을 가격했다.

그렇게 두 고블린은 힘도 제대로 못 쓰고 약 10초 만에 석찬의 손에 제압되었다.

“후.”

숨을 한 번 내쉰 석찬은 에브릭을 몰아가고 있는 고블린을 바라보며 손바닥을 펼쳤다.

“좋아, 어디 한번….”

마력구.

0층에서 석찬이 만든 기술이다.

마력구라는 이름 그대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생성해 공격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제작에 꽤 많은 집중력을 요했지만, 위력만큼은 확실했다.

조금 집중하자, 조그만 푸른 구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마력을 불어넣자, 쌀알만 하던 마력구는 이내 한 손에 쥐기 약간 힘들 정도의 크기까지 커졌다.

“크윽!”

엄청난 양의 마력이 응축된 마력구는 그 형태를 유지하기가 심히 어려웠다.

“에브릭 씨, 나오세요!”

크게 소리친 석찬은 손에 마력을 둘러 마력구를 쥔 채 곧바로 그를 향해 달려갔다.

에브릭은 그런 석찬을 보며 온 힘을 다해 고블린을 밀어낸 뒤,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좋아.”

석찬은 빠르게 에브릭이 빠진 자리에 들어가 마력구를 치켜들었다.

“안녕?”

“케륵?”

“잘 가.”

콰앙!

마력구를 직격으로 얻어맞은 고블린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후우….”

석찬의 이마에서 한 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역시 아직까진 마력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약간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나저나, 괜찮으세요?”

석찬은 바닥에 주저앉은 있는 에브릭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괜찮네. 그보다 자네, 굉장하구먼. 0층에서 좋은 스킬을 얻었나봐?”

“뭐, 그렇죠.”

‘스킬은 아니지만 말이죠.’

고개를 돌려보니 온통 폐허가 된 주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때, 석찬의 질문에 대답하듯 시스템 알림창이 나타났다.

띠링.

[돌발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돌발 퀘스트 – 고블린 왕의 습격.]

[인간이 동지의 시신을 뒤지는 것을 본 고블린 왕이 분노했습니다. 자비 없는 고블린 왕은 초심자의 마을 침략했습니다. 고블린 왕에게서 마을을 지켜내십시오.]

[내용: 하룻밤 동안 고블린의 침략에서 초심자의 마을 지켜내기 or 고블린 왕 토벌.]

[보상: 대량의 경험치 및 아이템.]

[기여도 순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됩니다.]

[퀘스트 기간 동안 얻는 경험치가 100% 상승합니다.]

[06:59:58]

이런 저런 설명이 있었지만 퀘스트의 내용은 간단했다. 고블린 왕을 죽이거나 막는 것.

그래도 기왕이면 죽이는 것이 빠르고 간단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마지막에 적힌 한 문장.

‘경험치 100% 증가!’

그 말인즉슨 레벨을 올리는 것에 있어서는 지금 상황은 최상의 기회라는 것.

“좋아, 진현아, 일어나!”

“뭐? 어후 씨, 이게 뭔 일이야.”

진현은 조금 전의 소란으로 술기운이 좀 깼는지 머리를 부여잡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돌발 퀘스트야!”

퀘스트라는 말에 진현은 퀘스트 창을 읽어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이거? 경험치 100% 증가? 미친 거 아냐?”

“빨리 준비하자.”

진현은 붉게 물든 양 뺨을 부여잡았다.

“다 뒤졌어! 이리 와라 경험치들!”

진현은 들뜬 모습으로 비명이 들리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또 저러네, 또.”

진현은 예전부터 흥분하면 앞뒤 안 가리고 막 나가는 성향이 있었다. 그게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말이다.

“뭐, 에브릭 씨는요? 어떡하실 거예요?”

석찬의 물음에 에브릭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난 사양하겠네. 어차피 자네 실력이면 혼자서 충분할 거 아닌가?”

“그럼 알겠습니다. 나중에 뵙죠.”

“그래. 나중에 보게나.”

에브릭을 뒤로하고 석찬도 빠르게 거리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인간과 고블린의 치열한 전투 현장이 나타났다.

“죽여!”

“케륵!”

“마법사부터 조져!”

수백 명의 인간과 고블린이 뭉쳐 싸우는 전장의 모습은 마치 아수라장과 같았다.

“케륵!”

마법사로 보이는 고블린들의 스태프에서 짙은 마력의 파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건 위험하겠군.’

석찬은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마법을 쓰려는 고블린들에게 달려갔다.

퍽! 퍼버벅!

마력을 두른 석찬의 주먹에 고블린 두 마리가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3pt를 획득했습니다.]

[3pt를 획득했습니다.]

‘한 마리당 3포인트인가?’

“케겍!”

순식간에 당하는 동료의 모습에 주변 스태프의 방향이 석찬을 향했다.

“조심해!”

한 남자의 외침과 함께 시뻘건 파이어볼이 석찬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광!

파이어볼에 직격한 석찬의 몸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켁, 케겍! 케게겍!”

그 모습에 고블린들이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이… 이런.”

그와 반대로 경고를 했던 남자의 입에서는 탄식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에 보답하듯 짙은 연기 속에서 석찬이 멀쩡하게 튀어나왔다.

“불? 나도 잘 쓰는데.”

그 순간, 석찬의 주먹에서 푸른색 대신 붉은 색의 마력이 피어오르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너도 한 번 맞아봐.”

쾅!

주먹에 맞은 고블린의 살이 시커멓게 그을려졌다.

퍼버벅!

석찬은 쉬지 않고 남은 고블린들을 처리했고, 불과 몇 초 사이 석찬을 비웃던 고블린들은 머리만 시꺼멓게 탄 채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벌써 하나 올랐다. 석찬은 잔여 포인트는 남겨놓은 채 계속해서 임자 없는 고블린들을 찾아 죽이고 다녔다.

그동안 석찬은 한 가지의 사실을 알아냈는데, 바로 몬스터마다 주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마법을 쓰는 고블린은 3포인트.

검을 쓰는 고블린은 2포인트.

아무 무기 없는 고블린은 1포인트.

쓰는 무기에 따라 포인트가 달랐다.

석찬은 일부러 높은 점수를 주는 마법사를 위주로 사냥을 다녔다.

불과 30분 사이에 엄청난 수의 고블린들이 죽어나갔다.

“휴우. 조금만 쉬자.”

마력은 무한으로 차올랐지만, 정신력은 아니었기에 머리가 살짝 어질어질했다.

“어디 보자. 상태창.”

[이름 : 강석찬]

[레벨 : 28]

[HP : 5,500/5,500]

[MP : 770/770]

[힘 : 55 + 5.5]

[민첩 : 50 + 5]

[체력 : 50 + 5]

[내구 : 55 + 5.5]

[마력 : 70 + 7]

[잔여 포인트 : 40]

[잠재력 : 무한]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학살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8개의 레벨밖에 오르지 않았다.

“미쳤네, 하긴, 경험치 보너스라도 있으니까.”

그래도 0층보다는 나았다.

석찬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며 평소처럼 네 개의 스테이터스에 적당히 잔여 포인트를 분배했다.

[힘 : 55 ▷ 65 + 6.5]

[민첩 : 50 ▷ 60 + 6]

[체력 : 50 ▷ 60 + 6]

[내구 : 55 ▷ 65 + 6.5]

이제 보너스 스탯도 어느덧 32개에 달했다. 무려 6개 이상의 레벨을 올린 효과.

상태창을 끈 석찬은 퀘스트 창을 다시 켜보았다.

[돌발 퀘스트 : 고블린 왕의 습격]

[06:27:43]

[퀘스트 랭킹]

[1. 강석찬 : 143pt]

[2. 에드워드 크릴 : 57pt]

[3. 크툴라나 : 57pt]

[4. 레이먼 록스 : 55pt]

[5. 찰스먼 주니어 : 54pt]

143포인트. 압도적인 점수 차로 석찬이 1위였다. 2등과는 무려 86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2-4명에서 파티를 짜서 사냥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석찬은 혼자, 그것도 원 펀치로 모든 적을 끝냈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아마 어지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가볍게 1등을 할 수 있을 듯싶었다.

[15. 김진현 : 44pt]

진현도 열심히 잘하고 있는 듯했다.

“좋았어, 다시 한번 달려 볼까?”

버프 효과로 육체 피로도가 완전히 회복되고, 휴식으로 정신력도 어느 정도 회복한 석찬은 퀘스트 창을 끈 뒤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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