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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7화 (7/200)

제7화

탑 1층 몬스터 사냥 지대.

레벨업을 하기 위해 파티를 맺고 함께 고블린과 자칼들을 잡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람들이 일제히 사냥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쳐다보는 곳에는 초고속으로 추락하고 있는 한 물체가 있었다.

0층에서 꽤 강해진 탓일까? 이제는 포탈을 타도 정신을 잃지 않게 된 석찬.

‘으. 어지러운 건 안 없어지나 보네.’

석찬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땅을 걸으려고 했지만, 무언가 다리 밑에가 허전했다.

밑을 내려다보니 푸르디푸른 하늘이 보였다.

“잠깐, 어… 우아아아아아!”

석찬의 몸은 서서히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어지럼증이 싹 가신 석찬은 서둘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지상은커녕 구름조차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일단 상당히 높은 곳에서 소환이 된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아무리 자신이라도 바닥에 떨어져서 살아남을 확률은 0%라는 것과 똑같았다.

‘어떻게 하지? 마력을 써야 하는 건가?’

생각하는 와중에도 석찬의 몸은 점점 더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어느덧 저 아래로 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젠장! 마력 날개를 써야 하나?’

석찬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마력을 운용했다.

마력 날개.

석찬이 지난 2주간 개발한 유일한 비행 기술이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라는 것이 막 만들겠다고 해서 바로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고, 마력 날개는 아직 미완성이었다.

시전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으며, 날개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마력과 정신력 소모가 상당했다.

하지만 잘못하면 죽음에 이르는 상황에 마력이고 정신력이고 다 무슨 소용일까?

“망할 인생!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합!”

석찬은 일부러 집중하기 위해 기합을 넣으며 운용하던 마력을 견갑골 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크아아!”

하지만 역시 추락 중이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인지, 집중력이 잘 유지되지 않았다.

마력은 계속해서 흩어져만 갔다.

“젠장!”

밑을 내려다보니 벌써 구름 밑으로 땅이 보일 정도의 높이까지 추락해 있었다.

“흡!”

극한의 위기의식을 느낀 것일까? 갑자기 석찬의 집중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크아아아아!”

그리고 구름을 통과할 때쯤, 마침내 희미하던 날개의 형상이 뚜렷해졌다. 마력 날개가 제대로 생성된 것이다.

석찬은 그 즉시 날개를 조작해 추락하며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오르려 했다.

마치 운석처럼 빠르게 추락하던 석찬은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면서도 최대한 마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속도에 제동을 걸었다.

그렇게 바닥에 닿기 일보 직전, 석찬은 가까스로 바닥에 추락하는 것을 막고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런 석찬의 눈 바로 앞에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어?”

쾅!

“우악!”

결국은 나무와 충돌한 석찬은 반동으로 몇 백 미터는 날아가 추가로 수십 그루의 나무들을 부수고 나서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으으으… 뒤지는 줄 알았네. 아이고, 두야.”

[HP : 740/5,500]

무려 5,000 가까이 되는 HP가 한 번에 줄어들었다.

‘이거, 진짜로 그대로 떨어졌으면 죽었겠는걸?’

석찬은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뜨거운 이마에 손가락을 살짝 가져다 대었다.

붉은 피.

정말 오랜만에 보는 피였다. 석찬은 이마를 마력으로 지혈한 다음 주위를 살펴보았다.

“숲인가?”

자신이 부서트린 나무들로 인해 많이 휑하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숲인 것 같았다.

‘일단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하지만 바로 그때.

“어! 강석찬?”

등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친구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진현이냐.”

“욜~ 석찬이 오랜만이다?”

멋들어진 가죽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진현도 남색 시험을 잘 통과하고 일 층으로 넘어온 모양이었다.

“아직 살아 있네? 울 진현이.”

“새끼가 오글거리게 울 진현인 무슨. 그나저나 너 1층으로 언제 넘어왔냐?”

“1층? 지금 막.”

“지금? 뻥카 치고 있네.”

“맞는데?”

“헛소리 말고 제대로 말해. 0층에서 막 넘어오면 초심자 마을 입구인거 다 아는데 뭘?”

“뭐?”

“모르는 척 말고, 언제 넘어왔냐? 시험은 무슨 색이었고? 역시 보라색?”

“잠깐만, 초심자 마을은 뭐 하는 데야?”

“엉? 초심자 마을! 니가 처음 소환된 장소 새꺄. 시험 보다가 머리라도 다쳤냐?”

“아니, 그게 아니라, 나 진짜 방금 넘어왔다니까? 0층에서 게이트 탔는데 바로 하늘에서 떨어져서 죽을 뻔했는데.”

“뭐? 야 잠만, 잠깐만 멀리 떨어져 주실래요?”

그 말에 진현과 같이 있던 사람들이 전부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오키, 이정도면 너랑 나 둘만 들을 수 있어. 뭔데. 나한테만 살짝 말해봐.”

“아까 말한 게 전부다.”

이후로도 석찬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몇 번을 더 이야기한 끝에 겨우 진현을 수긍시킬 수 있었다.

석찬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혼란스러웠다.

“뭐야, 그니까 방금 전에 하늘에서 떨어지던 게 별똥별이 아니라 너였다고?”

“응.”

“에이씨, 소원 괜히 빌었잖아.”

“이 자식이?”

석찬의 이마에 핏줄이 돋자, 진현은 부랴부랴 말을 돌렸다.

“큼큼, 아, 그래서 넌 무슨 색 시험이었어?”

“백금색.”

“엉? 무지개색이면 백금색 따윈 없을 텐데?”

“있더라고. 그런 테스트가.”

그 말에 진현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자세히 알려달라고 소리쳤다.

“말해줘! 뭔데? 뭔데?”

“야, 쉿, 다 들리겠다.”

석찬이 입술을 가리며 눈치를 주자, 진현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조심히 다시 물었다.

“그래서? 궁금해 뒤지겠다. 빨리 말해봐.”

“그러니까….”

석찬은 백금색 테스트를 받은 것부터 시작해 자신이 겪었던 일을 전부 털어났다.

물론 자신의 무한의 잠재력과 마력 회복 속도는 빼고 말이다.

‘진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아무리 친해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무언가 말하기가 꺼려졌다.

‘나중에 다 말해주마, 친구야.’

“와, 그니까 혼자 몬스터 120마리를 잡아야 됐다고? 우리가 튜토리얼 마지막에 봤던 그 보스 몹보다 센 놈들을?”

“응.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고블린 백인장보다는 강했어.”

“난이도 미쳤네? 난 갔음 뒤졌겠다.”

진현 또한 남색 퀘스트에 대해 말해주었다.

남색 퀘스트의 내용은 백금색 테스트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똑같이 통로를 통해 나오는 몬스터들을 잡아내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난이도에서 차이가 있었다. 남색 테스트에서 나오는 괴물은 그 힘이나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졌고 수도 적었다고 했다.

대신 보스 몬스터가 있었는데, 그것조차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상대한 몬스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한 듯했다.

그리고 남색 퀘스트를 깬 직후, 같이 싸웠던 녀석과 함께 바로 1층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온 지는 3주가 다 되어간다고.

그때, 멀찍이 떨어져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진현을 보며 소리쳤다.

“돌아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어, 뭐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시계를 보며 돌아갈 채비를 하는 진현을 보며 석찬이 물었다.

“뭔데?”

“아, 너 방금 왔댔지? 이제 초심자의 마을로 돌아가야 해.”

“그러고 보니 초심자 마을이 대체 뭐야?”

“어… 가면서 설명할게. 일단 움직이자.”

“그래.”

진현의 설명은 이러했다.

0층 문의 시험이 끝나고 순간이동 게이트를 탄 모든 사람은 전부 이 초심자의 마을 앞으로 이동된다고 했다.

초심자의 마을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해 거래할 수 있고, 그렇게 번 돈으로 음식이나 잠자리 같은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석찬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하늘에서 떨어진 이유는 알 길이 없었다. 심지어 마력 날개를 연습해두지 않았다면 그대로 죽을 상황이었다.

‘누군가의 음모…? 아냐, 그럴 리 없지.’

석찬을 죽이기 위해 입구를 하늘로 바꿨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다.

석찬은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왜 지금 꼭 마을로 가야 되는 건데?”

“아, 저녁이 되면 달의 영향 때문에 몬스터들이 몇 배는 더 강해지고 흉폭해져.”

“그래?”

“그래. 게다가 오늘은 보름달이니까 아마….”

“아마 뭐.”

“3배는 강해질 거야.”

“3배?”

“응. 그래서 빨리 마을 안으로 피신하는 거야.”

“그렇구나.”

그때, 나무 뒤에서 얕은 살기가 느껴졌다.

“크르릉…!”

펑!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몬스터가 기습했지만, 석찬의 평범한 주먹질 한 방에 그대로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그 모습에 진현과 사람들이 놀란 듯 석찬을 쳐다보았다.

“미친, 자칼을 한 방에?”

“자칼?”

“얘 이름. 와 근데 미쳤네, 나도 얘 한 방에 못 죽이는데.”

“네가 약해서 그래.”

“그럼 할 말이 없는데. 하.”

약하다라. 분명 자신이 석찬에 비해서 약한 건 맞았다.

하지만 석찬은 급이 다른 놈이다. 자신도 남색 테스트를 클리어했고, 이곳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신인이었다.

“말을 말자. 저거 시체 좀 빠르게 처리해 주세요.”

진현은 말에 옆에 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자칼의 시체로 걸어가 작은 도축 칼 하나를 꺼내 들었다.

“뭐 하는 거야?”

“보면 몰라? 도축하잖아. 해도 되지?”

“어… 그래 해라, 근데 도축이 뭔데?”

“도축을 몰… 아, 너 아까 1층 왔지? 까먹었었네. 내가 아까 말했지? 몬스터를 사냥해서 사고판다고.”

“그랬지.”

“그냥 시체를 가져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부위를 나눠서 가져가는 게 가격을 훨씬 잘 쳐줘. 그래서 이렇게 비용이 좀 나가도 도축업자랑 짐꾼들도 데리고 다니는 거야.”

“그래?”

잠시 후, 도축을 마친 몬스터를 짐꾼이 짐 가방에 넣자, 석찬과 진현은 다시금 이동을 시작했다.

이후로도 여러 번 몬스터를 만났지만, 여전히 석찬의 원 펀치에 작살났고, 그대로 도축되었다.

“캬! 미쳤다리! 야, 들어가면 내가 꼭 한잔 살게.”

“기대한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때쯤, 끊임없이 이어지던 숲이 드디어 끝이 났다.

넓은 들판과 함께 저 멀리 거대한 방벽으로 둘러싸인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초심자 마을?”

“그래. 안에도 엄청나니까 기대하라고? 야, 나 잠깐만 오줌 쌀 동안 기다려. 급하다.”

진현이 황급히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진현과 같이 있던 일행은 먼저 방벽 쪽으로 향했다.

석찬은 진현을 기다리다가 지루했는지, 숲 밖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스윽-

그러자 무언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경비원처럼 보이는 사내였다.

“뭡니까?”

석찬을 가로막은 사내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명패를 제출하여 주십시오.”

“명패?”

“명패가 없으십니까?”

“그게 뭔데요?”

“어둠의 숲 무단 침입 확인. 매뉴얼대로 당신을 긴급 체포합니다.”

순간 사내가 석찬에게 달려들어 손목을 묶었다.

석찬은 사내의 행동을 눈치챘으나 순순히 손목을 잡혀줬다.

“잠깐만요!”

황급히 바지를 올리며 달려오는 진현이 석찬을 묶는 사내를 막아 세웠다.

“여기 명패!”

진현이 던진 것을 받아든 사내는 그것을 자세히 읽어보더니, 진현에게 물었다.

“이 사람 것은 어디 있습니까?”

“아… 그게, 얘가 오늘 여기 처음 소환되었대요. 그래서 명패가 없어요.”

“그게 무슨?”

“몰라요! 얘 저랑 튜토리얼 같이 졸업한 놈인데 여태 안 보이다가 오늘 숲 안쪽에서 발견됐는데 조금 전에 막 0층 클리어하고 나온 거래요.”

“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오, 진짜 답답하네 이 양반?”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기는 진현을 바라보며 석찬이 작게 읊조렸다.

“내가 아까 그 심정이었다. 인마.”

“닥쳐 넌! 내가 지금 너 변호해주는 거 안보이냐 짜샤?”

“뭐가 어찌 됐던 명패 없이 숲에 들어가는 건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당신을 연행하겠습니다. 그리고 2급 사냥꾼 김진현 님. 자꾸 이러시면 공무 집행 방해죄로 같이 연행되는 수가 있습니다.”

“이….”

석찬은 손목이 묶여 있었지만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언제든 힘으로 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고, 진현이도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사고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마을 안에서 오해를 풀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놔둬.”

“뭐?”

“일단 한번 따라가 보지, 뭐.”

“얌마 지금 그걸 말이라고….”

“걱정 마라. 안에서 보자.”

“당신을 연행합니다. 따라오십시오.”

멀어져 가는 석찬과 사내를 보며 진현이 소리쳤다.

“…에휴, 그래! 안에서 보자. 내가 밥은 맛있는 거 보낼게.”

“밥? 밥을 왜 보….”

그때, 강렬한 살기가 주위에서 느껴졌다.

위급함을 느낀 석찬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저씨 피해요!”

“뭐ㄹ….”

쉬이익-

푹.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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