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195화 (195/196)

195화

원래부터 자기 거라고? 저게 무슨 소리지?

“그게 무슨 소리지? 원래부터 네 거라니?”

그는 손에서 놀 듯이 움직이고 있는 검은 덩어리를 강하게 움켜쥐며 말했다.

“말 그대로야. 이건 원래 내 힘이야. 많이 궁금한 것 같으니 얘기해줄게! 이제야 내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돼서 기분이 매우 좋으니 말이야.”

그리곤 간단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말살자가 모든 차원을 하나로 모으려고 할 때, 몇몇 절대자들이 모여 그를 없애기 위한 결사대를 만들었지.”

그건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알고있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어. 그 당시 우린 말살자를 죽이는데 실패했지. 왜인지는 알고 있겠지?”

“말살자가 갑자기 사라져서라고 들었는데.”

“맞아, 말살자가 갑자기 사라져버렸지. 정확하게는 말살자가 아닌 다른 최초의 생명체들이 그를 봉인했던 거였지만 그때까지도 우린 말살자만이 최초의 생명체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말살자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알지 못했지.”

하긴. 절대자들 중 가장 오래 살았다고 하는 키라도 그들의 존재를 몰랐으니 당연하겠지.

난 공감하며 집중해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말살자가 사라지고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가자, 말살자가 한 생각이 맞다는 걸 알았지.”

“무슨 생각?”

“세상이 너무 혼란스럽다는 생각!”

“그래서 너도 말살자랑 똑같이 모든 차원을 하나로 모으려는 거야?”

허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그것만 가지곤 부족해.” “부족하다고? 말살자의 생각이 부족하단 거야?”

“그래. 말살자의 생각대로 모든 차원을 하나로 모은다 하더라도 결국 생명체가 남아있는 한 다시 혼란이 시작되겠지.”

“그래서?”

내 물음에 히든 보스의 얼굴에 웃음이 퍼졌다.

“그래서 모든 걸 리셋하기로 했지.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말이야. 그 다음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는 거지.”

그제야 왜 히든 보스가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는지가 이해됐다.

“그건 알겠는데 그 검은 덩어리가 어떻게 네 거라는 거지?”

“급하기는. 아직 내 이야기 안 끝났어.”

그리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난 말살자가 사라진 후 착살하게 내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힘을 키웠어. 하지만 누구도 모르게 은밀히 힘을 키워야 했지.”

“굳이 은밀하게 힘을 키워야 될 필요가 있는 건가?”

“내가 대놓고 힘을 키우게 되면 날 경계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될 거야. 그럼 내 소망을 이루기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지. 그래서 힘을 키워서 모든 이들을 한 번에 없애버릴 생각이었지.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말살자의 힘이 깃든 조각을 발견하고 흡수하게 됐다. 그 당시는, 오로지 힘을 키우는 데만 온 신경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왜 말살자의 힘이 나뉘어졌는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어.”

맞다. 그러고 보니 작가가 히든 보스도 말살자의 조각을 손에 넣었다고 했었지!

히든 보스의 이야길 듣다 보니 예전에 작가에게서 들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결국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지. 난 그동안 모았던 힘을 사용해 이곳에 있는 생명체를 모조리 지워버리려 힘을 방출한 순간, 또다른 최초의 생명체들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

“왜 갑자기 그들이 니 앞에 나타난 거야?”

“그들은 이곳의 생명체가 지워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들에게 있어서 이곳은 놀이터나 마찬가지야. 헌데 내가 그 놀이터를 부수려 하자 제지하고 나선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이야기가 점점 흥미진진하게 흘러가자 나도 모르게 그를 재촉했다.

“그들은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 멋대로 시간을 되돌렸어. 그들은 당시의 나완 차원이 다른 존재였기 때문에 난 그들을 막지 못하고 그들이 하는 일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헌데 어찌된 일인지 되돌린 시간 속에서, 난 힘과 기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지.”

그건 나도 경험해 본 일이기 때문에 왜 그런지 잘 안다.

바로 말살자 조각 때문이다.

“난 뒤늦게야 그게 내가 흡수한 말살자의 힘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지. 하지만 난 내 계획을 멈추지 않았어.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생명체들을 말살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히 최초의 생명체들에 의해 내 계획은 좌절됐고.”

“근데 그들은 널 그냥 놔둔 거야? 계속 시도했다면 그냥 널 죽여버리는 게 더 빨랐을 텐데?”

“그놈들은 마치 날 장난감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죽이지 않은 거야. 내가 조금씩 강해져서 계획을 수정해나가는 걸 지켜보다 마지막 순간에 좌절시키는 걸 좋아했거든. 하지만 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지. 그래서 결국 그들 사이에 분열이 생기게 됐지.” “그들이 분열했다고?”

최초의 생명체들이 분열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을 돌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 힘은 갈수록 커졌고, 그들 중 하나가 날 경계하기 시작한거지.”

“한 놈이?”

“그래. 결국 그놈들은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하고 날 죽이자고 했던 그 한 놈은 이탈했어. 거기다 차원간의 계약을 통해 던전을 생성할 수 있는 자도 한 번만 더 같이 하고 손을 떼기로 했지. 결국 나머지 두 놈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른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었어.”

“다른 계획이라면 어떤…?”

“그 놈들은 이 재밌는 놀이를 없애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날 없앨 수는 없었지. 하지만 날 방치해 두기엔 내 힘이 너무 커져서, 위협적이라고 느꼈던 거야. 그래서 날 그놈들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

이제야 그동안 어지럽게 널려있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넌 어떻게 했는데?”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난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날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이유가, 내 안에 있는 말살자 조각 때문이란 것도 알게 됐고 말이지.”

“그래서?”

“그래서 난 시간이 되돌려지자마자 흡수했던 말살자 조각을 뱉어냈다.”

“말살자 조각을 뱉어냈다고? 한 번 흡수한 걸 뱉어내는 것도 가능한거야?”

허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지닌 기술 때문에 가능한 거지 다른 이들은 할 수 없지. 어쨌거나 난 조각을 뱉어내고 일단 그들로부터 몸을 숨겼지. 아무리 내가 강해졌다 해도 그들은 나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때 이걸 발견했다.”

그러면서 히든 보스는 자신의 손바닥에서 놀고 있는 검은 덩어리를 들어보였다.

“발견했다고? 그럼 그건 니꺼가 아니잖아?”

“하하하하.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야지! 난 이 덩어리를 손에 드는 순간 내가 뭔지를 알게 됐지.”

“? 그게 무슨 소리야?”

“이유는 모르지만 난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맞이해야 했지. 바로 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난 이것들과 만났던 거야. 이 창조되지 못한 것들과 말이지. 그 당시 그것들은 존재하고 싶어했고, 난 살고 싶어했지. 그래서 그들의 힘을 빌려 살아나게 된 거야. 정확히는 그들과 융합이 됐다고 봐야지. 하지만 그 당시 난 갓 태어난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 못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의 말은 앞뒤가 안맞았다.

“그래. 네 말대로 네가 그것들에 의해 살아났다고 하더라도, 그 덩어리가 어떻게 네 거라는 거지?”

“아까도 말했듯이 난 그 존재하지 못한 것들에게 몸을 내어주고 살아날 수 있었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몸의 일부도 그들에게 옮겨가게 된 거지. 그 덕분에 그것들은 완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이런 형태를 띄고 차원의 변두리를 돌아다니게 된 거고.”

“자…잠깐만! 그럼 니 말은 그 창조되지 못한 것들의 염원과 니가 합쳐진 게 바로 그 덩어리라는 거야?”

“그렇지. 이제 왜 내가 이게 내꺼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하긴. 내가 소설 안으로 들어간 시점부터 말이 안되긴 하지.

“그럼 저 검은 덩어리가 힘을 흡수할 수 있게 된 것도 너 때문인 거야?”

“그건 정확하지 않아. 내가 가진 고유한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이것들의 끝없는 욕심 때문인지 말이야.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그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 때문에 강해질 수 있었다는 거지.”

“지금까지 내용은 다 이해했어. 그 후엔 어떻게 된 거지? 니가 그 검은 덩어리랑 만난 후 말이야.”

“아, 그렇지! 잠깐 이야기가 딴 데로 샜네. 난 숨어 있던 곳에서 만난 이 덩어리를 통해 내 존재가 뭔지를 알게 된 후 계획을 수정했지.”

“어떻게?”

내 물음에 히든 보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보고 있으면 몸 전체에 소름이 돋는 그럼 미소였다.

“최초의 생명체들까지도 다 없애버리기로 말이야!”

“하지만 그게 가능해? 니가 아무리 강해졌다 하더라도 그들을 이기긴 힘들 텐데?”

“물론 그렇지. 하지만 이것들이 가진 존재에 대한 욕구는 그것마저도 뛰어넘게 만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여기에 최초의 생명체가 둘 밖에 안 왔을까?”

“그거야 아까 니 말대로 서로 싸워서 그런 거 아니야?”

하지만 히든 보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얼굴에 있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설마…!

“설마 다른 두 존재는 니가 이미 먹어치운 거야?”

“정답!”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들은 니 말대로 너완 차원이 다른 존재야. 그런 그들의 눈을 피해 기습을 할 수가 있다고?”

“물론 그들이 차원이 다른 존재긴 하지. 하지만 난 오랫동안 그들의 장난감 노릇을 해왔지. 그래서인지 나에 대한 경계심이 그리 높지 않았어. 한 존재만 빼고 말이야. 그래서 난 차원을 조정할 수 있는 이를 먼저 먹어치웠지. 그러자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보이더군.”

그가 하는 새로운 세상이란게 어떤 건지는 나도 알고 있다.

말살자가 내게 자신의 힘을 건네줬을 때 나도 느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존재까지 그 후에 먹어치운 거고?”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쉬웠어. 이미 한 놈의 힘을 흡수한 후였기 때문에 개개인의 힘으론 날 막을 수 없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신기 스승님께서 저놈을 주의하라고 하신거구나. 거기다 저 놈은 벌써 세 놈의 힘을 흡수한 상황인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히든 보스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서지 않았다.

오히려 질 확률이 더 컸다.

그래도 이제 더는 물러설 곳도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죽기살기로 붙어보는 수밖에.

난 의지를 불태우며 히든 보스를 바라봤다.

그는 의욕에 불타는 내 눈을 보고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힘의 차이를 느끼고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싸우겠다는 걸 보니 재밌네. 널 보니 더 놀아주고 싶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내가 너무나도 오랫동안 기다렸던 시간이라 빨리 끝내야겠어.”

그리곤 해무율과 군사가 싸우던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해무율과 군사는 싸우고 있었지만 이곳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히든 보스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히든 보스는 순식간에 군사와의 거리를 좁히고는 그의 가슴에 팔을 박아넣었다.

“안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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