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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86화 (186/196)

186화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에, 나는 어디서 나는 소린지 찾기 위해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거라곤 나와 플뤼톤의 싸움에 엉망이 된 꽃밭과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칠흑의 단검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설마 저 검이 나한테 말하는 건가?

지금 상황은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모르지만 일단 재빨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칠흑의 단검을 오른손으로 주워들었다.

하지만 단검은 내 손에 잡히자마자,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내 몸을 잠식해 들어왔다.

손을 놓고 검을 놓으려 했지만 검은 이미 내 손과 한 몸이 된 듯 떨어지지 않았다.

“끄아아악!”

- 정체불명의 물체가 신체를 제어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잠식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주의를 알리는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다른 메시지도 생겨났다.

- 신급 스킬 방어력 무한이 정체불명의 물체에 저항합니다.

- 출처를 알 수 없는 물체로 인해 신급 스킬 방어력 무한으로도 완벽한 저항이 불가능합니다. 서서히 침식이 일어납니다.

이……이런 빌어먹을……!

칠흑의 단검에서 뻗어나온 검은 선들은 서서히 내 몸을 휘감았다.

그나마 방어력 무한 스킬이 저항을 하고 있어서 진행상황을 늦출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으면 순식간에 이 검에게 잡아 먹혔을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라고 해도 검에서 뻗어나온 검은 선에서 풍기는 기운이 워낙 무시무시했기 때문에 플뤼톤도 감히 다가오지 못하고 거리를 두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젠장! 탄 말대로 이걸 잡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나 지금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그사이 검은 선들은 팔을 지나 가슴을 덮고 단전을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단전이 갑자기 불같이 뜨거워지더니, 폭발적인 힘으로 검은 선에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 천의심법의 효능에 의해 내공을 소모하여 정체불명의 물체에 저항합니다.

예전에 키라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다.

그때는 화염 내성이 높지 않을 때라 그녀의 브레스를 맞고 죽을 뻔 했는데, 천의심법이 내공을 소모해서 화염에 저항을 했었다.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하지만 검은 선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결국 검은 선들은 가슴 부근에 멈춰서서는 밀고 밀리기를 반복했다.

끄아악! 젠장.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발 빨리 좀 끝나라!!

너무 고통스러워 내 입에선 연신 비명이 터져 나왔고, 여전히 검은 선들은 내 가슴 부위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몸안에 있던 말살자 조각의 힘이 검은 선의 에너지에 반응한 것이다.

이……이건 또 왜 이래?!

말살자 조각의 힘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방향에서 검은 선들과 충돌했다.

세 방향에서 부딪힌 세 개의 힘들은 한동안 밀고 밀리다가 급기야 완전히 균형을 이루고는 오른쪽 가슴 위에서 완전히 멈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밀려들던 고통도 완전히 사라졌다.

난 고통이 사라지자 급히 몸 안을 살폈다.

오른쪽 가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세 힘들은 신기하게도 완벽히 균형을 이룬 다음에는 서로를 공격하지도 견제하지도 않았다.

흠. 이 상태에서 내공을 움직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난 조심스럽게 내공 일부를 빼서 몸의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음…… 안정화 된 것 같긴 한데, 이대로 괜찮은 건가?

안정된 것 같지만 마치 시한 폭탄을 몸에 지니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문제 없을 것 같으니 저 놈부터 처리하자. 보아하니 이 단검도 내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칠흑의 단검도 균형을 이룬 후로는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검은 선으로 완전히 뒤덮여 검게 변한 오른팔을 원래대로 되돌리진 못했다.

대충 몸에 대한 상황 파악이 끝나자 난 플뤼톤을 쳐다봤다.

“구경은 잘 했어?”

하지만 플뤼톤의 얼굴은 한없이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그는 불안한 눈으로 검게 변한 내 오른팔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네가 그만한 힘을 제어할 수 있는 거야?”

그의 말이 약간 떨리는 걸로 봐서 상당히 당황한 듯 했다.

“어떻게긴. 이게 다 실력이지. 그럼 우린 하던 거나 마저 해볼까!”

그리고 그를 향해 환영보를 사용해 달려들며 검게 변한 오른팔에 붙어 있는 단검으로 파천을 사용했다.

단검을 들고 파천을 사용하는 게 이상했지만, 그래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들려있던 단검이 갑자기 길게 늘어나더니 창의 형태로 변했다.

헐. 대박!

난 속으로 연신 대박을 외치며 파천을 사용해 검은 창을 쭉 밀어넣었다.

플뤼톤은 급히 양팔을 교차해 창을 막았지만 그의 팔에 박힌 창은 순식간에 플뤼톤의 팔을 잠식해 들어갔다.

그걸 본 그는 급히 도마뱀처럼 양팔을 잘라버리고는 뒤로 물러났다.

난 황당한 눈으로 창에 박혀 있는 플뤼톤의 두 팔을 바라봤다.

이거 안전한 건가?

난 황당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창을 바라봤고 그 사이 창은 잘린 플뤼톤의 양팔을 완전히 먹어버렸다.

그리고 창을 통해 엄청난 힘이 내게로 전해졌다.

플뤼톤의 두 팔을 모두 먹어치운 창은 순식간에 원래의 단검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래서 탄이 그렇게 강할 수 있었던 거구나!’

내게 전해진 힘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온몸의 능력치가 몇배는 뻥튀기된 느낌이다.

아마, 이 단검은 적을 공격해서 그 적의 힘을 빼앗아오는 능력을 지닌 듯 했다.

나와 싸울 때는 단검이 날 완전히 상처입히지 못했기 때문에 탄의 힘이 적당히 강해졌지만, 지금은 플뤼톤의 두 팔을 먹어버렸다.

플뤼톤은 절대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들 중 하나기 때문에 그의 힘을 얻은 난 이전보다 몇배나 강해진 것이다.

물론 이건 일회성이다.

마치 배터리처럼 다 사용하면 끝인 힘인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플뤼톤만 처리하면 되니까.

난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웃으며 플뤼톤을 보고 말했다.

“근데 팔도 없는데 더 싸울 수 있겠어? 그냥 포기하고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하는 게 어때?”

하지만 플뤼톤은 아까의 당황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팔이야 다시 만들면 되지. 이렇게 말이야.”

화르륵.

잘린 팔에서 푸른 불꽃이 솟아나며 순식간에 팔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야, 도마뱀도 아니고 신기하네. 근데 왜 이렇게 여유로운 거지? 아까랑은 많이 다른데?”

그때 내 옆에 있던 공간이 열리며 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팔이 잘린 부분의 살이 뭉개져 있는 걸로 봐서, 다친 직후 지혈을 위해 불로 다친 부위를 지진 것 같았다.

“지금 다른 추종자들이 오고 있어서 그럴 거야.”

탄의 말에 플뤼톤이 웃으며 말헀다.

“그렇지, 역시 똑똑하단 말이야. 그 머릴 우릴 위해 썼어야지. 그럼 그렇게 험한 꼴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안그래? 하하하하.”

“뭐? 다른 추종자들이 온다고?”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플뤼톤 옆에 있는 공간이 열리며 누군가 걸어나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의 몸을 하고 있는 거인이었는데, 머리에는 거대한 입이 달려 있고 그 주위로 수십개의 눈알이 박혀 있었다.

“으으! 저건 또 왜 저렇게 생겼어?”

내가 새로 등장한 추종자의 외모를 보며 인상을 쓰자 플뤼톤이 날보고 웃으며 그 추종자를 소개했다.

“이 친구는 레비아탄이라고 하네. 인사들 하게.”

그때 여러곳을 바라보던 레비아탄의 수십개의 눈동자가 갑자기 날 쳐다봤다.

그리곤 그 눈들을 통해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와서는 날 공격했다.

그 공격이 어찌나 빠른지, 나조차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정도였다.

콰콰쾅.

“에이썅! 이거 인사가 너무 거칠잖아! 그럼, 나도 인사 한 번 하지.”

그리곤 칠흑의 단검을 들어올려 단월을 사용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단검은 딱 알맞은 크기의 도로 변했다.

이야, 이거 진짜 편하네. 내가 쓰는 기술에 맞춰서 모양을 변형시켜 주잖아!

검은 도신이 공간을 갈랐고 순식간에 레비아탄이 있던 공간도 갈라버렸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그때 플뤼톤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 내가 미처 저 친구 특기를 얘기 안했군. 저 친구 특기는 스피드야.”

그 말과 동시에 위력적인 공격이 사방에서 날 향해 쏟아졌다.

탄은 이미 위기를 직감하고 공간의 틈으로 사라져 버린 후였기 때문에 모든 공격은 내게 집중됐다.

하지만 나도 지금은 능력이 뻥튀기된 상황이기 때문에 쉽사리 당하진 않았다.

처음엔 너무 빠른 공격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난 금방 그 속도에 적응하고는 레비아탄을 서서히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지켜보던 플뤼톤도 싸움에 끼어들었다.

레비아탄 혼자로는 안 될 거라 판단한 모양이다.

레비아탄의 스피드와 플뤼톤의 힘이 더해지자 둘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능력치가 뻥튀기 된 날 넘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중요한 건, 뻥튀기된 내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거였다.

‘젠장! 제대로 공격이 먹혀야 되는데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 다니네. 플뤼톤도 두 번이나 당하고선 몸을 사리고 말이야.’

플뤼톤이 레비아탄에게 주의를 준 건지, 레비아탄은 절대로 칠흑의 단검과 맞부딪히지 않았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치고 빠지는 식으로 공격했다.

그건 플뤼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레비아탄보다 스피드가 느렸기 때문에, 간혹 내 공격이 그의 몸에 닿을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는 파란 불꽃으로 만든 팔로 내 공격을 막고는 다시 도망갔다.

어찌된 일인지 칠흑의 단검은 파란 불꽃의 힘은 흡수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 몸에 남아있던 힘이 점점 줄어드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속사정을 알 수 없는 플뤼톤과 레비아탄 역시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내 검에 잘못 스치기라도 하면 힘을 뺏기는 걸 알고 있어, 최대한 피하며 공격하곤 있지만. 이대론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에 다른 동료들이 온다면 쉽게 이길 수 있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다른 둘에겐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젠장. 이대론 안 되겠어! 힘이 바닥나기 전에 끝장을 봐야해.’

난 즉시 칠흑의 단검을 들어올리고는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단검은 검은 장검으로 변했고, 검은 검신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장검으로 펼친 검무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파괴력으로 주위 모든 걸 쓸어버렸다.

레비아탄과 플뤼톤은 뒤늦게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들은 검은 검무의 사정권 안에 있었다.

한바탕 신명나게 춤을 추고 눈을 떴을 때는 눈앞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레비아탄도 플뤼톤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몸 안에 용솟음치는 힘을 봤을 때, 그들이 죽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말살자의 추종자라 불리는 이들의 죽음치고는 너무 허망한 죽음이었다.

그때 공간의 틈이 열리며 탄이 걸어나왔다.

헌데 탄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온몸을 검은 선들이 뒤덮고 있었다.

지금은 얼굴까지 도달하지 못했지만 곧 얼굴 전체까지 다 뒤덮을 것 같았다.

“너……너 왜 그래?!”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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