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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85화 (185/196)

185화

‘저 새끼가 그건 어떻게 안 거지?’

내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탄이 말했다.

“뭘 이정도로 놀라고 그래.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으면 되겠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 너도 따라 가겠다고?”

“듣기론 말살자의 추종자들을 만나러 간다고 들었는데. 아니야?”

“맞는데, 원하는 게 뭐냐고!”

내가 짜증을 냈지만 탄은 전혀 개의치 않고 능글맞게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야지.”

“넌 안돼.”

“왜 안돼?”

“니가 거기 가서 뭔 짓을 할 줄 알고. 그리고 혹시라도 니가 가지고 있는 검을 추종자들한테 뺏기면 내가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절대 안돼.”

“그거라면 걱정마. 이 검은 나 밖에 못 만지니까.”

그러면서 그는 칠흑의 단검을 꺼내들었다.

“너밖에 못 만진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이 검은 나 밖에 못 만져. 좀 많이 사납거든! 만약 다른 사람이 만지면 바로 잡아 먹힐 거야. 그게 절대자라고 해도 말이지.”

그의 말이 완전히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어쨌든 저 놈이 저렇게 자신하는 거라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거짓말은 안하는 놈이니까.

‘어떻게 하지. 데리고 갈까? 사실 혼자가긴 좀 불안하긴 한데…….’

잠시 고민하던 난 결국 같이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좋아, 그럼 같이 가자. 대신 멋대로 행동하면 안돼. 내 목적은 추종자들에게서 정보를 캐내는거니까.”

“캬캬캬캬, 걱정말라니까.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어서 열지 않고 뭐해? 시간도 없는데, 빨리 가자구.”

난 다시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결심을 했기에 지옥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었다.

그리고 게이트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게이트를 벗어나자 낯익은 공간이 나타났다.

“꽃밭……이구나…….”

내가 게이트를 연 곳은 지옥의 콜로세움에 처음 왔을 때 봤던 플뤼톤의 꽃밭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땐 꽃밭에 아무도 없었지만 지금은 누군가 서 있다는 정도다.

게이트를 나오자 꽃밭에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뭐가 저리 잘생겼어!’

그 남자를 보자 후광이 비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남자의 외모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남자에게 이런 말을 쓰는 게 조금 이상할지 모르지만 정말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그는 날 보고는 웃으며 인사했다.

“너로구나. 내 초열의 불꽃을 먹은 게 말이야!”

“내 초열의 불꽃? 설마 니가 플뤼톤?”

그때 내 뒤를 따라 온 탄이 플뤼톤을 보고는 인사했다.

“어이, 오랜만이야!”

플뤼톤은 인사하는 탄을 보고는 갑자기 얼굴을 구겼다.

“이 새끼가 뒤지고 싶어서 제발로 찾아왔구나. 오늘이 내 생일도 아닌데 선물이 두 개씩이나 오다니. 하하하하, 기쁘구나. 기뻐!”

그가 혼자 웃고 있는 사이 난 탄에게 물었다.

“너 플뤼톤이랑 아는 사이였어?”

“아는 사이긴 하지. 악연이긴 하지만.”

“너, 설마 그래서 나랑 여기로 오겠다고 한 거야?”

“뭐 겸사겸사 온 거지.”

난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봤다.

그때 혼자 웃고 있던 플뤼톤이 내게 말했다.

“근데 카린은 어딨지? 분명 너랑 같이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카린이라면 자기 집에 있겠지. 그보다 몇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왔는데 대답해 줄 수 있어?”

“하하하하, 재밌구나. 재밌어. 좋아! 물어보고 싶은 게 뭐지? 죽기 전에 들어는 주지.”

“말살자에 대해서 묻고 싶어서 왔는데.”

“그분에 대해서 뭐가 궁금하지?”

의외로 친절하게 대답을 해줄 것 같은 분위기여서 난 얼른 질문했다.

“지금 말살자의 의지와 힘을 이어받은 존재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가 누구지?”

난 단도직입적으로 가장 궁금한 걸 물었다.

“그건 그분께서 발설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말 못하겠군.”

“그럼 그가 진짜 말살자는 아닌 거지?”

“그 말의 정확한 의미가 뭐지?”

“그러니까, 그가 진짜 말살자 본인인 거야 아님, 말살자의 힘과 의지를 이어받은 존재인거야?”

“둘 다라고 보는 게 맞겠지.”

플뤼톤의 대답에 난 깜짝 놀라 물었다.

“둘 다라고?”

“자! 대답은 여기까지. 이제 더 궁금한 게 있다면 죽은 다음에 물어보도록 해.”

그리곤 서서히 그가 힘을 끌어올리는 게 느껴졌다.

역시 소문대로 그가 가진 힘은 키라를 넘어서고 있었다.

‘헐. 이 정도로 강하다고? 이 정도면 일반 절대자들은 몇 합만에 발리겠는데!’

그 정도로 플뤼톤의 힘은 강했다.

나와 탄이 힘을 합친다 해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때 플뤼톤이 내 표정을 보고는 속마음을 읽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너희가 이기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 그냥 맘 편히 죽음을 받아들이라구. 하하하하.”

그 소리에 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개소리 하지마! 죽긴 누가 죽는다 그래!”

그리곤 칠흑의 단검을 소환해 손에 들었다.

“그건 또 뭐지? 넌 항상 재미난 걸 들고 다닌단 말이야. 그런 발전적인 자세 아주 좋아!”

말은 칭찬처럼 들렸지만 그가 뿜어내는 기운과 표정은 정반대였다.

탄은 단검을 손에 들고는 날 힐끔 보며 말했다.

“뭘 멍하니 있는 거야. 너도 싸울 준비해!”

그제야 난 정신을 차리곤 화룡도를 소환했다.

그리곤 안에 있는 힘을 폭발시키며 플뤼톤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는 내가 뿜어내는 힘을 흥미롭게 쳐다보다 말했다.

“그 고집센 놈을 잘도 설득시켰나 보군. 안되겠어, 다시 교육을 시켜야겠어.”

그가 말하는 게 불의 정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흥. 빼앗을 수 있다면, 빼앗아보시지.”

그리곤 곧바로 그를 향해 연속으로 단월을 사용했다.

날카로운 공격이 공간을 가르며 플뤼톤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는 무기도 소환하지 않고 웃으며 내 공격을 모두 손으로 쳐냈다.

그의 손에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걸로 봐서 초열의 불꽃을 손에 두른 상태인 듯 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당연히 막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곧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이번엔 거리를 두지 않고 그의 품 안으로 파고 들어 공격을 퍼부었다.

일권과 파천을 섞은 날카로운 공격이 플뤼톤의 전신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여유롭게 내 공격을 막으면서 말했다.

“이거 정말 놀라운 걸. 그냥 도둑놈인 줄 알았는데, 사용하는 기술을 보니 내 콜로세움의 선수와 비슷한 기술을 쓰는구나.”

‘콜로세움의 선수와 비슷한 기술이라고? 설마 신기 노인을 말하는 건가?’

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서 거리를 벌린 다음 물었다.

“나랑 비슷한 기술을 쓴다는 선수가 신기 노인을 말하는 거야?”

그는 내가 그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제법 놀라운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를 알고 있는 건가? 인간 세상 기준으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을 텐데 그를 어떻게 아는 거지?”

“그거야 니가 알거 없고. 신기 노인은 지금 어딨지? 보아하니 콜로세움에도 없는 것 같던데.”

“그는 떠났다.”

“떠났다고?”

“그래. 오랫동안 콜로세움 1위 자리를 지키던 그는, 어느날 스스로 차원의 벽을 부수고는 홀연히 사라졌지.”

난 순간 잘 못 들었나 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잠깐, 잠깐. 차원의 벽을 부쉈다고? 지금 차원의 벽을 갈랐다는 걸 잘못 말한 거지?”

“하하하하! 말 그대로 차원의 벽을 부숴버렸지. 나도 그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홀로 차원의 벽을 부수고는 그 틈으로 사라져버렸다.”

“넌 그걸 알고도 가만히 놔둔 거야?”

“물론 내가 깨어 있었다면 그가 못가도록 붙잡았겠지. 하지만 난 그때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야 그 사실을 알았다. 헌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깨어 있어다 해도, 그가 가는 걸 막을 수 없었겠다는 생각도 드는군.”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그는 내 질문에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야. 내가 막았다 하더라도 그는 날 뚫고 사라졌을 거야.”

“그 말은 그가 너보다 강하단 소리야?”

플뤼톤은 그 질문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질문은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나보다 강할 순 없지.”

“그럼 아까 그건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 막지 못했을 거란 거다. 그가 나보다 약하다 하더라도 그는 도망가는 쪽이고 난 잡는 쪽이지. 당연히 내가 불리할 수밖에 없잖나.”

플뤼톤이 저 정도까지 말한다는 건 신기 노인이 정말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해무율의 무의 정수만 보더라도 왠만한 절대자들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강했는데, 신기 노인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진 않겠지.

“그럼 이제 계속 해볼까!”

내가 다시 공격을 하려하자 이번엔 플뤼톤이 제지했다.

“잠깐. 너만 궁금한 걸 물으면 안되지. 공평하게 너도 내 질문에 대답해줘야해.”

“궁금한 게 뭔데?”

“일단 넌 신기 노인과 무슨 관계지?”

“뭐, 그의 제자쯤으로 생각하면 될 거야. 아님 후계자라고 생각해도 되고.”

“흠. 후계자라…… 좋아. 그리고 이건 질문이 아니라 제안인데 너 우리랑 함께 할 생각 없어?”

난 갑작스런 플뤼톤의 스카웃 제의에 당황했다.

“뭐?! 지금 날 스카웃하려는 거야?”

“너 정도 실력자를 죽이는 게 아깝기도 하고, 니 안에 있는 말살자 조각의 기운이 그분한테 필요하기도 해서 말이야.”

하지만 난 그 말에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너 같으면 같이 하겠냐? 생각을 하고 제안을 해!”

“나도 거절할 거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야. 그럼 계속 할까!”

그때 공간의 틈에 숨어있던 탄이 기습적으로 플뤼톤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자신의 향해 다가오는 칠흑의 단검을 손으로 쳐냈다.

서걱.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단검을 쳐낸 플뤼톤의 손이 그대로 잘려서 바닥에 떨어져 내린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와 플뤼톤 모두 당황했다.

하지만 난 즉시 정신을 차리고 당황한 플뤼톤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는 최고의 강자 중 한 명.

손이 잘려 당황하긴 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감히 내 손을 잘라! 당장 다 죽여주마!”

그리곤 그의 전신에서 파란 불꽃이 솟아오르더니 공간의 틈으로 사라지려하는 탄의 팔을 잘라버렸다.

“끄아아악!”

탄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긴 했지만 공간의 틈으로 숨는 걸 멈추진 않았다.

그래서 플뤼톤의 다음 공격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바닥에는 탄의 잘린 팔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그 순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 손에 들려있던 칠흑의 단검에 탄의 잘린 팔이 타들어가듯 먹히기 시작했다.

‘저……저게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탄의 팔은 단검에 의해 사라졌고 바닥엔 덩그러니 칠흑의 단검만이 떨어져 있었다.

그때 단검을 바라보는 내 머릿속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잡아라. 모든 존재를 압살할 수 있는 힘을 주마!]

‘이……이건 또 뭔소리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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