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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84화 (184/196)

184화

“이렇게 붙어보는 건 오랜만이네.”

“그렇지, 추억이 새록새록하지 않아? 그땐 완전 병신이었어. 솔직히 이 정도까지 성장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는걸.”

“에이, 아무리 그래도 병신이란 말은 좀 그렇지.”

“아니! 정확해. 그때 넌 그냥 병신이었어.”

누가 보면 친구끼리 대화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물론 대화를 하고 있는 건 맞다.

다른 대화와 좀 다른 점이라면, 서로 몸을 격렬하게 부딪히며 대화하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이야! 진짜로 많이 컸어. 우리 이제 간은 그만보고, 제대로 붙어보는 게 어때?”

츤츤이의 말에 나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와 츤츤이 정도의 레벨 싸움에서 서로 간을 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난 즉시 천의권을 사용해서 츤츤이를 압박했다.

하지만 츤츤이는 천의권의 허점만을 교묘하게 파고들어오며 반격했다.

한동안 공방을 주고 받던 난 결국 자잘한 기술로는 결판을 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화룡도를 소환 해제했다.

그걸 본 츤츤이가 의아한 듯 물었다.

“설마, 벌써 끝내려는 건 아니지?”

그 말에 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벌써 끝내다니. 제대로 하려고 하는 거지!”

그리곤 화룡검을 소환했다.

화룡검을 본 츤츤이는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히야! 검 좋네. 넌 참 재주도 좋아. 그런 아이템들은 대체 어디서 얻는 거야?”

“이게 다 노가다의 산물 아니겠냐. 그럼 이번엔 제대로 간다, 좀 위험할 거야!”

그리곤 바로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츤츤이와 직접 붙어보니, 검무에 죽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사용하기로 맘을 먹을 수 있었다.

검무를 시작하자 내 검을 따라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점차 커져, 나중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러다 갑자기 바람이 완벽히 사라졌다.

그걸 본 츤츤이의 안색이 무겁게 굳었다.

그리곤 앞발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공격을 향해 느릿느릿 내리그었다.

그 다음 바로 이어서 반대발로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차 빨라져서 나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양 앞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던 내 검의 폭풍이, 멈춰서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 상태로 한참을 대치하던 중 난 검무를 끝내고 눈을 떴다.

검무를 사용할 때는 무아지경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그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난 어렴풋하게만 알 수 있었다.

눈을 뜬 난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는 츤츤이를 보고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라면 막을 줄 알았다.’

말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츤츤이가 내 검무를 막아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최선을 다해 검무를 출 수 있었다.

“이제 그만 끝내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어.”

하지만 츤츤이는 뭔가 개운하지 않은지 툴툴거리며 말했다.

“다 보여주긴! 아직 안 보여준 힘이 더 있는걸 아는데 그런 소리 하기야!”

“진짜 다 보여줬는데, 뭘 말하는 거야?”

그러다 얼마 전에 얻은 말살자의 조각의 힘을 떠올렸다.

“아! 혹시 말살자 조각의 힘을 말하는 거야?”

“그래.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네 안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힘이 들어있는 게 느껴지는데 그런 소릴 하면 안되지. 설마 봐주는 건 아니겠지?”

“야! 봐주다니.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 너도 알잖아.”

“그럼 그 힘은 뭔데?”

“이건 일회용이라 말살자나 다른 절대자를 만날 때 써야 된다고!”

“그건 또 뭔 소리야?”

츤츤이가 이해 못하는 듯 하자, 난 그에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내 설명을 다 듣고 나서야 츤츤이는 이해가 됐는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이해해야지. 근데, 너 예전보다 더 발전한 것 같다. 사실 난 무조건 내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거든.”

츤츤이의 말에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솔직히 니가 루크레이지에 가기 전만해도 약간 실력 차이가 났었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검무를 그렇게 완전히 막아낼 줄은 몰랐어.”

“엄밀히 말하면 완벽히 막아냈다고 보긴 좀 어렵지. 근근히 막은 거야.”

“그게 그거지. 그럼 이제 아까 보여줬던 그 기술 가르쳐 줄 거지?”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근데 아까 싸울 때부터 이상하게 생각한 건데, 왜 내 공격들을 다 막거나 피한 거야? 너라면 공격을 당연히 맞을 거라 생각하고 공격했었는데 막거나 피해서 처음에 좀 당황했어.”

“아! 방어를 무시하고 기술들을 사용하다보니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더라구. 왜냐하면 대부분의 무공들이 상대가 막거나 피할 걸 예상하고 초식을 만드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 스킬이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 말에 츤츤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 스킬이 사라진다고? 그럴 수도 있는 거야?!”

난 고개를 끄덕인 후 호랑이탈을 만난 이야기를 해줬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더욱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은 스킬을 부여하는 존재가 있다는 말이네. 근데 그거, 작가 아닐까?”

“나도 그 생각은 해봤지. 근데 아닌 거 같아.”

“아닌 거 같다고? 뭔가 근거라도 있는 거야?”

“그건 아닌데, 그냥 내 감이 아니라고 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츤츤이는 오히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땐 감이 가장 정확할 때가 있긴 해. 뭐, 니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사실 너희가 루크레이지에 가 있는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어. 일단 좀 씻고 밥이라도 먹으면서 얘기하자.”

그 얘기에 멀리서 듣고 있던 김신우와 최태산이 가장 좋아했다.

“오예! 드디어 제대로 된 밥을 먹는구나.”

“흐흐흐, 이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먹어 치울 수 있겠어!”

난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두 사람은 성격이 왜 저렇게 변한 거지? 적응 안 되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친근하고 좋았다.

난 그들 모두를 이끌고 근처에 있는 목욕탕으로 가서 씻고, 미리 준비해온 옷을 전해줬다.

그리고는 미리 예약해둔 식당으로 갔다.

거기서 그들 모두에게 그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해줬다.

얘기를 다 들은 현승민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잘됐군요, 대장. 이걸로 대장은 말살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겠어요!”

역시 현승민은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지, 그래서 앞으로 너희도 연합의 일원이 되어 마인 세력과 싸워줬으면 좋겠어. 다들 도와줄 수 있지?”

“도와달라니요? 그냥 대장은 명령만 내리면 됩니다. 그리고 저놈들은 싸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할 테니 오히려 잘 된 거죠.”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리곤 다시 다들 밥 먹는데 열중했다.

그때 츤츤이가 다가와서 말했다.

“우리야 그렇다치고 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마냥 말살자가 오기를 기다릴 거야?”

“그건 아니지.”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내가 직접 찾아가야지.”

“어딜?”

“지옥으로.”

“뭐?! 너 혼자?”

“혼자도 좋지만, 일단 팀을 한 번 짜보려구.”

난 루크레이지에서 온 이들만 연합에 합류시킨 다음 직접 지옥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가긴 아무래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키라와 호루스도 데려갈 생각인데 아직 그들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조심하는 게 좋아. 니가 죽는다는 생각은 안하지만, 세상엔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도 많으니까 말이야.”

“걱정 마! 내가 그 정도로 약하진 않으니까 말이야.”

그리곤 마저 밥을 먹고 연합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이혜나에게 이들을 소개했다.

특히 현승민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얘는 굉장히 뛰어난 인재니까 쓰일 곳이 많을 거에요. 그럼 잘 부탁해요, 전 볼일이 있어서 가볼게요.”

그리곤 이혜나 옆에 붙어있던 키라를 사무실 밖으로 불렀다.

“야! 너 혹시, 나랑 같이 어디 좀 가볼 생각 없어?”

“어디를?”

“지옥으로 플뤼톤을 만나러 갈 건데.”

그 말에 키라는 살짝 놀란 듯 했다.

“흠. 플뤼톤이라…… 재밌기는 할 것 같은데, 난 저 여자 관찰하는 게 더 재밌어.”

“그게 그렇게 재밌어?”

“호호호. 넌 저 눈을 바로 옆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니까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어쨌든 난 안 갈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에휴…… 어쩔 수 없지, 뭐. 대신 혜나 씨가 위험할 때는 도와줄 수 있지?”

“그거라면 걱정마. 소중한 내 연구 대상에게 손대는 놈은 사지를 찢어버릴 거니까!”

그러면서 키라의 몸 전체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뭐. 저 정도면 걱정 안해도 되겠어. 츤츤이랑 키라라면 누가 쳐들어와도 막을 수 있을 거야.

난 키라가 안 간다고 하자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안심이 됐다.

그럼 이번엔 호루스를 찾아가보자.

난 즉시 해진우에게 연락을 해서 그들이 있는 장소를 알아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이동 포탈을 타고 그들을 찾아갔다.

그들은 지금 이탈리아에 있는 최상급 던전을 공략 중이었다.

각성자 유럽 연합에서 얻은 던전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가자 기다리고 있던 그들은 반갑게 날 맞이했다.

난 오랜만에 보는 호루스와 악수를 한 다음 따로 이야기를 하자며 한 쪽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지옥에 있는 플뤼톤을 만나러 갈 거거든. 혹시 나랑 같이 갈 생각 있어?”

내 제안에 호루스는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꼭 같이 가야 되는 게 아니라면 난 여기 남고 싶어.”

“여기 남고 싶다고? 무슨 이유라도 있어?”

“저들이랑 지내는 게 너무 재밌어. 나도 널 돕고 싶긴 하지만, 저들에겐 내가 꼭 필요해. 내가 없이 저들끼리 최상급 던전을 공략하다간, 분명 누구 한 명이 죽을 거야. 만약 그렇다면 난 견딜 수 없이 슬플 거야.”

호루스의 말에서 그가 내 동료들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난 혼자가도 괜찮으니까 동료들 좀 잘 부탁해. 동료들 잘 지켜줄 수 있지?”

“네 동료이기도 하지만 내 동료이기도 해. 아니, 이젠 친구라고 불러야 되나. 어쨌든 그거라면 걱정하지마.”

“좋아. 그럼 다들 이리 모여봐.”

난 호루스와 대화가 마무리 되자 동료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그리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해줬다.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동료들의 얼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여기 최상급 던전만 마무리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마인 세력에 대항하는데 힘을 좀 보태줬으면 좋겠어. 해줄 수 있지?”

“그거야 당연하지! 남의 일도 아니고 우리 가족들 생사가 걸린 일인데.”

“그럼 부탁 좀 할게.”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지옥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기 위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았다.

그때 등 뒤에 있던 공간이 반으로 쭉하고 찢어지며 탄이 걸어나왔다.

“니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아직 너랑 만날 시간이 아닌 걸로 아는데!”

내 말에 탄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 너 재밌는데 간다며?”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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