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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81화 (181/196)

181화

뜬금없이 천룡이란 말이 나오자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천룡이랑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근데 어르신께선 어떻게 천룡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허허허. 그렇게 된 거였군. 역시 그런 거였어.”

그는 알 수 없는 소릴 혼자서 내뱉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난 신선이라네.”

“네? 신선이요?”

내가 놀라서 묻자 그는 대답 대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신선이 여기에 있는 거죠? 아!”

그러다 천룡을 통해 본 기억이 생각났다.

신선이 사는 곳은 선계다.

하지만 선계는 마인 세력에 의해 지금 붕괴된 걸로 천룡의 기억을 통해 본 기억이 났다.

“자네가 어떤 식으로든 천룡과 접촉을 했다면 선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군.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사실 얼마 전 천룡의 기억을 전해받았습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자네한테서 천룡의 기운이 느껴졌던 거군. 어쨌든 자네가 천룡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얘기가 더 빠르겠군.”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왜 여기 와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계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곳이지. 이미 깨달음을 얻은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보니, 서로 피해를 주지 않거든. 간혹 가다 피해를 주는 이들이 있다고 해도, 그것 역시 순리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게 선계의 존재들이라네.”

“피해를 받아도 순리라고 받아들인다구요? 만약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설사 목숨을 잃는다 해도 순리라고 받아들이는 게, 선계의 존재들이라네.”

“목숨을 잃어도 순리라고 받아들인다구요? 하지만 내가 본 기억이랑은 조금 다른데요!”

난 격렬하게 저항하던 천룡과 다른 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지. 그게 순리라면 목숨을 잃는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일은 조금 달랐어.”

“다르다면 어떤……?”

“순리라는 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걸 말하네. 예를 들면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자연스레 변하는 걸 말하지. 하지만 선계에 불어 닥친 환난은 선계에 있는 존재의 의지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네. 알 수 없는 약에 중독된 선계의 존재들은 성향이 폭력적으로 변하며 다른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지. 문제는 그때부터야.”

“어떤 문제죠?”

난 적당히 추임새를 넣으며 노인의 말을 경청했다.

“선계에 대한 공격을 순리로 보는 쪽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쪽으로 나뉘게 된 거라네.”

“그걸 순리로 보는 이들이 있었나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었지.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우리가 논쟁을 벌이는 사이 결국 선계는 아수라장이 됐네. 수없이 많은 존재들이 죽었고, 그제야 다들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네.”

“그럼 어르신은 미리 피신을 하신 건가요?”

“선계의 존재들 중엔 처음 겪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중립을 지킨 이들도 있었네. 나도 그들 중 하나지. 그렇게 방관하던 중, 폭력적으로 변화된 이들은 점점 늘어나서 결국 수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걸 보고는 난 선계를 떠났다네. 그 이후는 자네가 이미 아는 대로지.”

“그럼 여기 계신 이유는 혜나 씨 때문인가요?”

내 질문에 노인은 따뜻한 눈으로 이혜나를 바라봤다.

그리곤 다시 시선을 돌려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난 이 아이의 친할아버지는 아니라네.”

“네? 친할아버지가 아니라구요?”

너무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라고 불렀기 때문에 난 당연히 혈육이라고 생각했었다.

“혜나는 지상에 내려온 후 만났다네. 그리고 만나자마자 혜나가 진실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단 걸 알았지. 그래서 같이 다니게 됐고.”

“아! 어르신도 진실의 보는 눈을 알고 계시네요?”

이혜나의 눈을 두고 키라는 진실의 눈이라고 하고 저 노인은 진실을 보는 눈이라고 부르지만 의미는 같았기 때문에 이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진실을 보는 눈. 또는 신의 눈이라고 부르는 저 눈은 왜 생기는지는 모르지만 세상 만물의 모든 진실을 꿰뚫는다고 알고 있지. 그리고 직접 만나보니 그게 사실이더군. 혜나 덕분에 선계를 공격한 게 마인 세력이란 것도 알게 됐고 말일세.”

“아! 그럼 어르신께서 혜나 씨와 함께 한다는 건 이제 마음을 완전히 정하신 건가요?”

노인은 내 질문에 날 가만히 쳐다봤다.

그의 눈은 너무 맑고 투명해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혜나를 통해 마인 세력 뒤에 말살자라는 초월적 존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그를 막기로 결심했네. 그는 순리를 거스르고 운명을 파괴하는 존재거든.”

“말살자를 알고 계시네요?”

“그는 세상의 순리를 깨부수고 자신의 논리에 따라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자일세. 그런 자를 가만 둬선 안되지. 물론 내가 가진 힘으론 그에게 전혀 위협이 안 되겠지만, 최소한 반항이라도 해볼 생각이네.”

결국 노인의 말을 정리해보면 선계에서 일어난 일을 방관하다 감당할 수 없자 지상으로 도망쳤고, 그 후 이혜나를 만나 마인 세력과 말살자에 대해 알고는 그들에 대항하려 한다는 거다.

저 신선이 자신의 실력에 대해 겸손하게 말했지만, 만들어 놓은 진법이나 언뜻언뜻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보면 절대자급에 근접한 강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함께 하면 큰 도움이 되겠어. 일단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자.’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근데,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때 이혜나가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사실 그것 때문에 태준 씨를 데리고 온 거에요. 지금 상황은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앞으로 엄청난 재앙이 닥칠 거에요!”

“그 의견엔 나도 동감이에요.”

“그래서 전, 말살자에 대항하는 세력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이미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 제안을 할 것 같았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 오합지졸처럼 세력들이 흩어져 있으면 각개격파 당할 거에요. 근데 전혀 다른 두 세력이 합쳐진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을 텐데, 생각해둔 방법이 있나요?”

“제가 생각한 방법은 연합이에요.”

“연합이라……. 현실적으로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한데, 연합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거에요. 아무래도 각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의견 충돌도 많을 테구요.”

이혜나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하나의 강력한 리더를 세우려고 해요. 그리고 그 리더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는 거죠.”

그녀가 제안한 건, 내가 길드 연합에 제안한 것과 같은 방법이었다.

“저도 그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길드 연합에도 같은 방식을 제안했었거든요. 그럼 혹시 생각해둔 리더는 있으세요? 모든 이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인재여야 할 텐데…….”

난 질문을 하긴 했지만 사실 그녀가 뭐라 말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 자리는 태준 씨가 맡아야죠! 실력으로나 인지도로나 태준 씨만한 적임자는 없어요.”

“뭐…… 그렇긴 하죠. 근데, 혜나 씨 세력에 있는 이들 중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건 괜찮으세요?”

그녀는 내가 자신을 배려해준다고 느끼곤, 미소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곤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거라면 걱정마세요. 할아버지가 태준 씨를 인정했다고 하면, 다른 분들도 군말 없이 인정할 거에요.”

“그래요?”

혜나 씨가 저 정도로 말한다는 건 노인의 영향력이 상당하단 건데……. 한판 붙어보고 싶은걸.

요즘도 탄과 약속대로 매일 한 번씩 싸우고 있다.

헌데, 한 번도 탄을 이기지 못했다.

물론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아니지만. 탄이 칠흑의 단검을 꺼내기만 하면 그의 전투력이 압도적으로 상승했다.

단순히 단검을 꺼냈을 뿐인데, 그가 가진 속도나 힘, 반응 속도 등 모든 것들이 압도적으로 상승했다.

그래서 단검을 꺼내기 전이라면 내가 약간 우세하지만, 칠흑의 단검을 꺼내기만 하면 내가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러다보니 오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승패에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이제는 한 번쯤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심상수련을 통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지만, 심상수련에서조차 탄을 이길 수 없었다.

근데 저 노인을 보자, 그가 뭔가 해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유는 없다.

그냥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저 노인과는 무조건 싸워봐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난 길게 망설이지 않고 노인에게 말했다.

“어르신. 혹시 저랑 대련 한 번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대련이라…… 해본지가 오래되긴 했지만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어디 한 번 붙어보세나.”

그리곤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엇, 바로 하는 건가요?”

내가 당황하며 묻자 노인이 자세를 풀고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길게 끌 게 뭐 있나! 그리고 보아하니 나랑 대련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한데,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거 아닌가?”

“그거야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말인가?”

“여긴 제대로 준비된 장소가 아니라서요.”

“허허허. 그건 걱정 말고 그만 시작하세나!”

그리곤 다시 공격 자세를 잡았다.

그걸 보곤, 나도 역시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곤 즉시 그에게 달려들며 공격을 시작했다.

난 여러 기술들을 섞어 공격했고 그 위력도 엄청났다.

하지만 노인은 여유롭게 내 공격들을 피해냈다.

한참을 공격하던 난 특이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뭔가 이상한데? 나보다 스피드나 반응 속도는 분명히 느린데 어떻게 내 공격을 모조리 다 피하는 거지?’

노인은 내가 하는 모든 공격들을 완벽하게 피하며 공격을 해왔다.

생각보다 노인의 공격은 평범했기 때문에,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방어만은 굉장했다.

어떤 공격을 쏟아부어도 마치 내가 어딜 공격할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모든 공격들을 피해냈다.

결국 약이 바짝 오른 난 하던 공격을 거두고는 다음 공격을 준비하며 말했다.

“그럼 어디, 이것도 피할 수 있는지 한 번 봅시다!”

그리곤 손날을 이용해 검무를 췄다.

사실 검무는 천의권 중 가장 무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술이다.

제 7식 검무는 화룡검으로 펼칠 때와 손으로 펼칠 때의 위력이 현격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손날로는 실전에서 검무를 펼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손날로 검무를 펼칠 바에는 손날로 단월이나 파천을 사용하는 게 위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목적은 위력이야 어찌됐든 노인의 몸에 공격을 적중시키는 거기 때문에, 손날로 검무를 사용했다.

한바탕 화려한 검무를 춘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분명 손에 감촉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가지고 떴고, 내 예상대로 노인의 두루마기 곳곳이 찢겨져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는 신경도 쓰지 않고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내가 눈을 뜨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 천의문과 무슨 관계인가?”

“네? 전 천의문 4대 계승잡니다.”

“허허허. 이 또한 운명이로구나. 여기서 천의문의 계승자를 만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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