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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77화 (177/196)

177화

김인호가 왜 여기서 나와? 설마 알바?

듣기론 지난번 사건 이후 화룡 길드는 완전히 와해됐다고 들었다.

그 후론 그들에 대해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물론 김인호는 내가 외형을 바꿨기 때문에 내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열심히 보안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전 이번에 고객님 댁 보안을 책임지게 된 김인호 보안마스터입니다. 기본적인 제 경력에 대해 말씀드리면 스타더스트에 소속됐었던 화룡 길드 부길드장을 지냈고, 그 후론…….”

김인호는 자신의 경력에 대해 길게 얘길했는데, 그걸 들으니 그가 화룡길드 해체 후 어떻게 지냈는지 대략 알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화룡길드의 해체 이유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김인호가 다른 회사에 취업하는 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건 지금 그가 일하고 있는 엠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난 약간 측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그는 그런 내 눈빛이 불안감에서 나온 거라 생각했는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제가 왔으니 이제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한 달간 무료로 제공해드리는 서비스는 S급 몬스터까지 커버가 가능합니다. 보안 업그레이드는 언제든 가능하니 혹시 업그레이드는 원하시면 언제든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보안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거죠?”

내 질문에 그는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절 중심으로 완벽히 짜인 세 명의 보안팀이 24시간 고객님 댁을 지켜드릴 겁니다.”

“24시간이요?”

“네, 그러니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이제부턴 편히 주무시면 됩니다.”

24시간을 지켜준다고? 그만한 인력 동원이 가능한 건가?

내가 알기로 지금 엠아이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보안을 요청하는 신청도 엄청나게 늘고 있는 걸로 아는데 24시간 동안 내가 있는 곳만 감시하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설마 신청하는 모든 집들에 이런 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모든 고객님들께 기본으로 제공해드리는 서비스입니다.”

“흠…… 근데 그만한 인력이 되나요? 제가 알기로 신청을 엄청 많이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점이라면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저희 회사는 오래전부터 이 사업을 준비해 왔으니까요.”

“그래요? 그건 그렇고 그럼 오늘부터 당장 보안이 시작되는 거죠?”

“네. 계약만 하시면 그 순간부터 저희 엠아이의 보안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전자서명이었기 때문에 서명을 하자마자 집 주변에 제법 실력 있어 보이는 각성자들이 배치되는 게 느껴졌다.

김인호는 계약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키라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할 생각에 신이 났는지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혹시, 니가 데리고 있는 몬스터들 중에 힘은 좀 약한데 공간이동이 가능한 몬스터는 없어?”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런 녀석은 없어. 공간이동을 하는 녀석들은 있지만 그런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앞가림은 할 정도로 강하거든.”

“그럼 니가 공간을 좀 열어줘야겠어.”

“공간을?”

“그리고 그 틈을 통해 오우거 정도로 강한 놈들로 두 세 마리만 불러줘.”

“그거야 쉽지. 지금 당장 할까?”

“아니, 조금만 기다렸다 시작하자. 쟤들도 먼길 달려왔을 텐데 조금은 쉬어야지.”

시간이 흘러 저녁 무렵이 됐을 때 난 키라에게 신호를 줬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키라는 공간의 틈을 열었고 그 틈을 통해 처음 보는 몬스터 두 마리가 나타났다.

“이제 틈은 닫아. 그 다음 내가 시킨 대로 하는 거야. 알겠지?”

“호호호. 아까 내 연기 봤으면서 그러네. 그럼 시작한다? ……꺄아아악!”

다급한 여자의 비명 소리가 저택 전체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비명소리가 울리기 전에 이미 몬스터의 기를 감지했는지, 주위를 경계하던 보안 요원들이 집 안으로 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집안으로 들이닥친 보안 요원들은 처음보는 몬스터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그때 뒤이어 김인호가 들어오며 소리쳤다.

“다들 정신 차리고 영호랑 성진이는 저 몬스터들 한 마리씩 맡아. 그 틈에 난 일단 고객님들부터 대피시킬 테니까!”

그의 말에 보안 요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진형을 짰다.

그리고 김인호가 급히 나와 키라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어서 이리로 나오세요. 빨리요!”

안에선 싸움이 한창이었지만 미리 몬스터들보고 적당히 싸우다 빠지라고 키라가 지시해놓았기 때문에 싸움이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잠시 후 창문을 깨고 몬스터들이 도망을 갔고 그들 뒤를 보안 직원들이 쫓아가는 게 느껴졌다.

계획대로 잘 됐구나!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김인호가 고개를 숙이며 급히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설마 공간 이동을 해서 들어올 줄은…….”

그때 옆에 있던 키라가 김인호의 뺨을 냅다 후려쳤다.

짝!

버럭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김인호는 연신 죄송하단 말만 내뱉었다.

그 모습이 약간 처량하게 보일 정도였다.

“죄송하다면 다에요?! 우리 자기가 죽을 뻔했다구요!”

“정말 죄송합니다. 부서진 집기에 대한 보상이라면 회사에서 즉시 지급이 될 겁니다.”

“지금 보상이 문제에요! 당신이 보기에 우리가 그 정도 돈에 넘어갈 정도로 밖에 안 보여요? 네?!”

난 새삼스런 눈으로 키라를 바라봤다.

원래 성격이 나와서 그런가. 연기 잘하는데!

한동안 매섭게 쏘아붙이며 정신병자처럼 행동하던 키라가 결국 내가 원하던 말을 내뱉었다.

“안되겠네요. 우리가 직접 본사로 가는 수밖에!”

“어허. 그만하면 됐어. 무슨 본사까지 간다고 그래!”

“자기도 아까 봤잖아. 자기가 죽을 뻔했다구. 몬스터 때문에 불안해서 보안 업체를 부른 건데 부른지 하루도 안 돼서 이 사단이 났는데 나보고 가만 있으라구? 저 집도 재수 없으니 팔아버리자. 으응, 자기야?”

“허헛, 그래그래.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그녀의 애교에 못 이기는 척 연기했고 즉시 김인호에게 말했다.

“본사에 연락 넣으세요. 우리가 찾아 간다고.”

“고객님. 본사에 찾아가신다고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차라리 사비를 들여서라도 보안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고정하시고 오늘은 일단 들어가서 쉬시는 게 어떠신가요?”

그 말에 다시 키라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당신이라면 방금 죽을 뻔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겠어요?! 네?!”

순간 그녀의 연기가 너무 과했는지 그녀도 모르게 약간의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주 약간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김인호를 얼어붙게 하기엔 충분했다.

“……어…….”

키라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우린 내일 아침에 본사로 갈 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 집은 알아서 정리하시구요!”

그리곤 날 보며 갑자기 태도를 확 바꿔 웃으며 내 팔짱을 꼈다.

누가 봐도 미친년으로 보일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탁월했다.

난 그녀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끌려가는 연기를 하며 김인호를 슬쩍 바라봤다.

그는 아직도 키라가 살짝 내비친 살기에 눌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난 일단 차를 타고 집을 빠져나오며 키라에게 물었다.

“너, 일부러 살기를 흘린 거야?”

“나도 모르게 연기에 빠지다 보니 흘러나오더라구.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가 않네. 이게 바로 메소드 연기란 건가?”

“아주 지랄을 하세요. 뭐, 그래도 연기는 잘했어.”

키라는 내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갑자기 운전하는 내 오른팔에 얼굴을 부비면서 말했다.

“자기야~ 나 오늘 진짜 잘했어?”

하지만 난 정색하며 말했다.

“그만해라. 토 나오니까! 오늘은 일단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자고 내일 아침 예고한대로 엠아이 본사로 쳐들어가자구.”

난 엠아이 본사가 있는 양재역 근처 호텔로 체크인을 하고 하룻밤을 묵었다.

호텔방에서 난 심상수련과 명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키라는 그런 날 처음엔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것마저 시큰둥해졌는지 빈둥거리며 날 방해했다.

결국 귀찮다고 그녀와 투닥거리며 싸우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우린 간단하게 호텔 조식을 먹고 호텔을 나와 엠아이 본사로 향했다.

로비로 들어가자 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이 우릴 막으며 용건을 물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어쩐 일? 하! 당신네 회사 때문에 어제 죽을 뻔해서 따지러 왔어요! 됐나요?”

그 말에 보안 요원이 뭔가 짐작가는 바가 있는지 잔뜩 화난 연기를 하는 키라 대신 내게 물었다.

“혹시 권동규 고객님 되십니까?”

“네. 제가 권동규입니다.”

“안 그래도 오신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제가 미팅룸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안내 받은 미팅룸에서 잠깐 기다리자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깔끔한 그레이색 슈트에 단정하게 머리를 자른 호남이었다.

나이는 4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깔끔한 옷차림과 인상 때문인지 그보다 나이는 더 어려보였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우릴 향해 90도로 인사를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있었던 사고에 대해선 들었습니다.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있다면 모두 들어드리겠습니다.”

“흥, 역시 윗사람이랑 말하니까 대화가 되네. 그럼 원래 우리가 살던 집은 처분해 주시고, 훨씬 안전한 곳으로 집을 옮겨 주세요. 대신 집 안의 집기나 가구들은 제가 따로 고를게요.”

엠아이가 부동산 업자도 아니고 집을 매매하고 매입해 달라고 했는데 그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제 이름을 말씀 안드렸네요. 전 엠아이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는 최현제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가지고 있던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을 받아든 난 품 안에 집어넣고는 그에게 물었다.

“사실, 와이프가 지나칠 정도의 요구를 했는데 그걸 다 받아주신 이유가 뭐죠?”

“당연히 해드려야죠. 저희 때문에 그런 피해를 입으셨으니까요.”

최현제는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신생회사라 이미지에 신경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건 정도가 심했다.

보통은 타협을 통해 적정선을 찾는게 일반적인데 이 회사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무한정 자원이 있는 듯 우리가 요구하는 걸 군소리 없이 그대로 들어줬다.

분위기로 봐서는 이보다 더 심한 요구도 들어줄 태세였다.

“오히려 그러니까 더 이상하네요. 저도 사업을 하기 때문에 잘 아는데 어떤 회사도 이런 식으로 고객들에게 퍼주지는 않습니다. 그랬다간 금방 파산하기 때문이죠.”

“하하하. 정말 의심이 많은 고객님이시군요. 안타깝네요.”

“네? 안타깝다니요?”

“그 의심 때문에 죽으실 테니까요.”

“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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