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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76화 (176/196)

176화

지금까지 내 행동을 봤을 때 난 그와 대척점에 서 있다고 봐야한다.

그런 날 회유하려 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지금 날 회유하려는 거야? 이 새끼 이거 제정신인가?

내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군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나쁜 조건은 아닐 거야. 우리가 대화를 안 해봐서 그렇지, 어쩌면 같은 걸 추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 같은 걸 추구한다고? 정말 그럴 거라 생각해?”

“일단 니가 추구하는 바는 뭐지? 뭣 때문에 내 일을 방해하는 거지?”

“그거야 당연히 니가 인간 세상을 점령하려 하니까 그렇지.”

물론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다.

사실 마인 세력의 뒤에 히든 보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막았던 거지만 그 부분은 말하지 않았다.

“그럼 니 말대로, 내가 인간 세상을 점령하려는 이유는 뭘까?”

“개논리 들이대려면 그만 꺼져라!”

“하하하. 대화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나봐. 그럼 어쩔 수 없지. 협상은 결렬이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제안할 일이 없을 거야.”

들이대는 것도 빨랐지만 물러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빨랐다.

“그딴 제안 필요 없으니까 그만하고, 생각해보니 너만 없으면 마인 세력도 끝나는 거잖아. 잘 됐네. 그냥 여기서 죽어!”

그리곤 곧바로 화룡도를 소환해 단월을 시전하려 했다.

허나 군사는 언제 사라졌는지 어디서도 군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기감을 확장해봐도 그의 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머릿속에 군사의 전음이 들려왔다.

[인사도 없이 가서 미안하군. 커피 잘 마셨네. 하하하하.]

어떤 방법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 완벽히 내 앞에서 도망쳤다.

사실 맘 한켠엔 군사 정도는 언제든 죽이려하면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미 절대자도 한 번 죽여봤기 때문에 그건 근거없는 자신감도 아니었다.

헌데 그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언제든 내게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근데 대체 왜 온 거지? 진짜 내 얼굴만 보려고 온 건가?

사실 군사와 나눈 대화는 별거 없었다.

날 회유하려 한 것도 그냥 내 반응을 보기 위한 의도라 생각됐다.

‘대체 왜 온 거였지?’

그를 보고 난 후 마음 한켠이 괜히 찝찝했다.

난 그 이유모를 찝찝함과 불안감을 날려버리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내려서 마시고는 명상에 들어갔다.

가끔 명상을 하다보면 평상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명확히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대신 명상을 하고 나자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어쨌든 좋게 생각하자. 군사가 직접 찾아왔다는 건 그만큼 날 경계하고 있단 거니까 말이야.’

아침까지 명상을 한 나는 조한희를 찾아가 새벽에 군사가 찾아온 사실을 알려줬다.

그녀는 군사가 찾아왔다고 하자 기뻐하며 말했다.

“잘 됐네. 군사가 찾아왔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하는 방법들이 효과적이란 거니까.”

“내 생각도 그래.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엠아이가 뭘 하려는 건지 알아보려구.”

“근데 태준 씨는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는데 어떻게 접근하려는 거야?”

“그건 간단해. 마법을 이용해서 얼굴만 변화시키면 돼.”

“태준 씨가 그런 마법도 사용할 줄 아는 거야?”

그녀의 말에 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난 아니지만 키라는 할 줄 알지.”

“키라한테 부탁하려구?”

“그래야겠지. 약간 투덜거리긴 하겠지만 들어는 줄 거야. 유희를 하기 시작한 후론, 성격이 완전 바뀌었거든.”

“그래도 조심해. 언제 어디서 태준 씨를 죽이려 할지 모르니까!”

“하하하. 걱정마. 최소한 말살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괜찮을 테니까.”

“그럼 어떤 식으로 엠아이에 접근할 생각이야?”

그 부분도 어느 정도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었다.

“그래서 일단 적당한 집을 하나 준비해줬으면 좋겠어.”

“집을?”

“응. 엠아이가 지금 홍보하고 있는게 보안이니까 그 서비스를 직접 신청해보려구.”

“아!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편하겠네. 알겠어, 바로 준비할게. 아마 1시간 내로 구할 수 있을 거야. 위치는 어디로 할 거야?”

“기왕이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부탁해.”

“알겠어. 그럼 적당한 곳으로 준비해 놓을게.” “그럼 부탁 좀 할게.”

“준비되는 대로 연락할게. 항상 몸 조심하고.”

그녀의 눈을 통해 진심으로 날 걱정하는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난 걱정말라고 말한 후 사무실 밖으로 나와 지하에 있는 훈련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곧장 정찬호에게 연락해서 키라보고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잠시 후 공간 한 켠이 세로로 갈라지며 그 틈을 통해 키라가 나왔다.

“이번엔 무슨 일로 부른거야?”

“너, 혹시 내 얼굴 좀 마법으로 바꿔줄 수 있어?”

“얼굴을?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근데 왜?”

“아. 어디 좀 잠입을 해야 되는데 내 얼굴은 많이 알려져서 다른 얼굴로 바꾸고 들어가려구. 가능하지?”

“그거야 어렵지 않지. 대신 나도 같이 가는 걸로 해.”

“너도? 넌 갑자기 왜?”

“내가 뭐만 하려고 하면 호루스 그 새끼가 자꾸 방해하잖아! 짜증나서 같이 못 있겠어!”

그 말에 난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키라를 쳐다봤다.

“너…… 이상한 짓 했지?”

허나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발뺌했다.

“나 아무 짓도 안 했거든!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같이 가면 귀찮은데…… 그래도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좋아. 대신 내 말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돼. 알겠지?”

“그거라면 걱정 말라니까. 난 유희 중일 땐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니까.”

“그럼 넌 이제부터 내 부인 역할을 해. 그게 가장 자연스러울테 니까.”

“호호호호. 그럼 지금부터 우린 부부인 거야?”

왠지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냥 연기니까 너무 오버하지 말고. 일단 한희가 조금 있으면 집을 구해줄 거야. 그때 우린 거기로 가면 돼.”

그리고 키라에게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줬다.

이야기를 다 들은 키라는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호호호, 그거 재밌겠네. 그러니까 그 엠아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깽판을 치면 된다는 거잖아. 맞지?”

“그래.”

“그런 거라면 믿고 맡겨줘.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 호호호호.”

난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조한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태준 씨, 적당한 곳을 찾았어. 화성에 괜찮은 곳이 있더라구. 정확한 위치는 메시지로 보내놓을게.]

“고마워. 내가 돌아가는 상황보고 다시 연락할게.”

연락을 끊자마자 곧바로 상세 주소가 적힌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난 엠아이 고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최고의 보안 전문가 엠아이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친절한 상담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름이 아니라 광고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요즘 몬스터 때문에 뒤숭숭해서 통 잠을 못자서요.”

[저런,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런 이유라면 저희가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자택 주소를 말씀해 주시면 전문 보안직원이 직접 고객님 댁으로 방문해서 상담해드릴 겁니다. 성함과 주소 말씀해 주시겠어요?]

“근데 광고처럼 진짜 무료 체험도 있는 거 맞죠?”

[맞습니다. 한 달간 무료체험 하실 수 있고 그 기간 중에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위약금 같은 것도 전혀 없구요.]

“아. 그렇담 다행이네요. 원체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놔서…… 그럼 주소 불러드릴게요.”

그리곤 조한희로부터 받은 주소를 상담원에게 알려줬다.

[고객님 성함도 말씀해 주시겠어요?]

“권동규라고 합니다.”

[네, 권동규 고객님. 그럼 전문 보안직원이 30분 내로 고객님께 연락드린 후 약속 시간 잡아서 방문드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키라에게 물었다.

“야. 이제부터 내 이름은 권동규로 할 거니까 앞으론 그렇게 불러.”

“꼭 그렇게 불러야 돼?”

“그럼 어떻게 부르게?”

“여보~라는 좋은 말도 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아님 오빵~ 이렇게 부를까?”

“하아……. 그냥 니 맘대로 불러라.”

그냥 이름으로 부르게 할까도 생각했지만 부부 사이에 이름을 부르는 것도 이상하기 때문에 키라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했다.

물론 키라가 부를 때마다 소름이 돋겠지만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난 즉시 키라에게 얼굴을 바꿔달라고 말했다.

“흠…… 어떤 모습으로 바꿔줄까? 지금 니 얼굴을 봤을 땐 외모에 불만이 있을 법하니 미남자로 만들어 줄까?”

“내 얼굴에 불만 하나도 없거든! 개소리 하지 말고 그냥 30대 후반 정도 되는 평범한 아저씨로 만들어.”

“그럼 이런 얼굴이면 되나? 거울 한 번 봐봐.”

“? 벌써 끝난 거야?”

“그게 뭐 대단한 거라구. 가서 보기나 해.”

난 미심쩍은 표정을 하며 근처에 있는 거울로 갔다.

그리고 거울을 본 난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내가 평범한 아저씨로 만들어 달랬지 오크로 만들어 달랬어?”

“흠. 내가 여기서 본 아저씨란 것들은 다 그렇게 보이던데…… 그럼 이건 어때?”

순식간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이번엔 완전 트롤이잖아!”

“거참 내 눈엔 다 비슷해 보이는데…… 알았어. 그럼 이건?”

그제야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 거울에 있었다.

“그래. 이거지. 잘했어. 그럼 이제 너도 바꿔야지.”

“나도?”

“야! 이 외모에 너같은 여자랑 결혼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거기다 혹시 니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얼굴론 절대 안돼!”

“그럼 어쩔 수 없지. 아! 추해지는 건 싫은데.”

키라는 투덜대며 자신의 외형을 바꿨다.

“그것도 안돼. 그것도, 그것도 안돼!”

바꾸는 외모마다 모두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에 난 모두 퇴짜를 놓았다.

그렇게 십여분을 더 바꾸고 나서야 그나마 현실적인 외모로 타협을 봤다.

물론 그것도 내 외모와 너무 비교가 되긴 했지만, 그냥 내가 돈이 엄청 많은 걸로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이제 가보자. 여기서 곧바로 이 주소로 공간이동이 가능해?”

“그건 안돼. 여기는 니 기를 느껴서 온 거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은 갈 수 없어.”

“그럼 오랜만에 드라이브나 하지 뭐. 가자.”

난 조한희한테 말해 회사 차 한 대를 빌려타고는 화성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전문 보안직원에게 연락이 와서 방문 시간을 2시간 후로 정했다.

“서둘러 가야겠네.”

난 속도를 올려 조한희가 알려준 주소지로 이동했다.

도착한 집은 생각보다 으리으리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전원 주택이었는데, 사용한 자재나 내부 건축물도 굉장히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키라도 들어와 보고는 집을 제법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대충 집 안 구조까지 파악이 끝낸 후 잠깐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집안 인터폰이 울렸다.

나가보니 엠아이의 보안직원이다.

난 문을 열어주고는 키라에게 말했다.

“이제 시작이니까 연기 잘해. 알겠지?”

“걱정 마, 여봉~!”

그 말에 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을 열고 보안직원이 들어왔다.

어? 저놈은?

들어온 보안직원은 화룡길드 부길드장이었던 김인호였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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