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게이트? 그런 느낌은 전혀 못 받았는데……?
일반적인 게이트는 생성되기 전에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모이게 된다.
그래서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에너지를 미리 감지하고, 그 지역 길드들이 미리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근데 지금은 그 에너지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었다.
“지금 게이트가 열리려고 한다 이거지?”
하지만 그 직원은 다급히 말했다.
“그…… 그게 아니라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게이트가 완전히 열렸다는 거야?! 한희는 지금 어딨지?”
직원들은 내가 본사 회장을 편하게 이름으로 부른다는 걸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알아듣고 대답했다.
“지금 로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계십니다!”
난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10층 창문을 깨고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보다는 이 편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턱.
1층에 가볍게 착지한 다음 주윌 둘러보니 다행히 아직까지 본사에서 새어나간 몬스터는 없어보였다.
급히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건 긴장한 표정의 조한희였다.
그리고 그녀 앞에는 거대한 포탈이 맹렬히 회전하며 그 안에서 간간히 몬스터가 한 마리씩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가 활로 몬스터들을 죽여서 밖으로 나가는 걸 막고 있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조한희는 로비로 들어오는 날 보고는 화색이 되어 반겼다.
“태준씨!”
난 즉시 조한희 옆으로 뛰어가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로비에서 직원들 만나고 있는데 갑자기 게이트가 열렸어. 그래서 급히 로비에 있는 직원들은 밖으로 대피시키고 다른 층에 있는 직원들은 꼭대기 층으로 올려보냈어.”
“잘했어. 근데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게이트가 열린 거야?”
“그렇다니까. 나도 깜짝 놀랐어. 거기다 나오는 몬스터들도 처음 보는 끔찍한 것들이야! 또 나온다!”
그리곤 그녀는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놓았다.
휙. 툭.
게이트에서 나오던 몬스터는 머리가 관통당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어? 저…… 저거……?”
“태준 씨가 봐도 끔찍하게 생겼지?”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몬스터가 끔찍하게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놀란 이유는 저 몬스터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저거 지옥의 콜로세움에서 봤던 놈들이랑 비스무리하게 생겼는데…… 그럼 설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난 급히 조한희에게 말했다.
“한희야. 생각보다 일이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얼른 여기서 피해!”
“태준 씨는 어떻게 하려구?”
“일단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들어가서 확인해 봐야지! 좀 있으면 길드 연합 길드장들이 나올 테니까 여긴 그 사람들한테 맡기고 일단 어딘가로 피해 있어!”
그리곤 곧바로 게이트 안으로 달려갔다.
바로 그때 갑자기 땅 전체가 굉음을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또 뭐야?!’
쿠구구구구구.
“태……태준 씨!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그때 게이트를 통해 거대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대한 건물이었는데 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본사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한희야! 일단 사람들부터 대피시켜. 지금 나오는 게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어!”
그녀도 사태의 위험을 직감했는지 급히 사내 방송을 하기 위해 달려갔다.
난 달려가는 그녀의 뒤에다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위로 올라간 다음 아래로는 내려오지 말고 다른 각성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옥상을 통해 다른 건물로 대피해! 최대한 빨리!”
그리곤 다시 게이트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건물의 모습을 바라봤다.
“젠장! 저게 왜 여기에 나오는 거야!”
어느새 건물은 반쯤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건물은 너무 커서 본사 건물을 빠져나와 밖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행히 본사가 무너지는 건 면할 수 있었다.
만약 게이트에서 나오는 건물이 본사 로비를 가로지르며 나타났다면, 본사가 무너지는 건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난 거의 모습을 드러낸 건물을 보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젠장 할! 지옥의 콜로세움이라니…… 저게 왜 여기에!”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건물은 지옥의 콜로세움이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콜로세움은 예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난 조심스럽게 콜로세움 앞으로 갔다.
그 앞엔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옥철문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지옥철문이 말했다.
[넌 랭킹 17위인 박태준이로구나. 네겐 입장 자격이 있지만 지금은 문을 열어줄 수가 없다.]
“왜 문을 못 연다는 거지? 니 말대로 나한테 자격이 있다며?”
[지옥의 콜로세움은 방금 전 그 룰이 바뀌었다.]
“룰이 바뀌었다고? 어떻게 바뀌었단 거지?”
[플뤼톤님께서 새로운 룰을 적용하셨다.]
“뜸들이지 말고 빨랑 얘기해! 대체 무슨 룰인데 그래?”
[이곳에 있는 생명체를 죽인 숫자를 가지고 다시 랭킹을 정하기로 하셨다.]
“뭐?!”
[그래서 이제 콜로세움에 있는 모든 지옥 철문이 개방될 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지옥철문이 굉음을 내며 서서히 열렸다.
그그그그긍.
그리곤 그 사이로 어마어마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 ‘대격변의 영웅’ 칭호 효과로 인해 락코의 살기가 무효화 됩니다.
- ‘대격변의 영웅’ 칭호 효과로 인해 충기포의 살기가 무효화 됩니다.
- ‘대격변의 영웅’ 칭호 효과로 인해 코토노리의 살기가 무효화 됩니다.
.
.
.
“젠장! 진짜로 오는구나!”
난 즉시 화룡도를 소환했다.
그때 마침 길드장들이 내 뒤로 다가와서는 급히 물었다.
“저게 대체 뭔가?!”
“길게 말씀 드릴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씀드릴게요. 저건 지옥의 콜로세움이란 건데, 저기서 어마어마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그리고 엄청난 살의를 가지고 닥치는 대로 보이는 모든 인간들을 죽이려 들 겁니다. 그러니 서둘러 저기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막아주세요!”
내가 장난끼를 완전히 빼고 말했기 때문에 그들 모두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난 다시 그들에게 말했다.
“이 콜로세움에는 저기 열리는 철문처럼 여러 문들이 있습니다. 다들 거기서 빠져나오는 몬스터들을 최대한 막아주세요. 어서요!”
그 사이에 지옥철문은 거의 열리고 있었다.
다행히 예전처럼 빠르게 열리지 않아서 약간의 시간은 있어 보였다.
내 말을 들은 길드장들은 빠르게 콜로세움의 다른 철문을 향해 달려갔다.
“후우! 저 놈들이 나와서 설치게 할 순 없지. 오랜만에 지옥으로 들어가 볼까!”
난 거의 다 열린 문을 향해 먼저 달려갔다.
그러면서 소환한 화룡도로 단월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서걱. 서걱.
앞에 있던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몸이 잘렸고 난 수월하게 철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 본 난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내가 예전에 알던 선수들이 아닌 지옥의 일반 몬스터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저놈들은 그냥 잡몹들이잖아! 진짜 선수들은 어디 간 거야?
난 계속 단월을 사용해서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을 싹 정리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단 한 번도 포인트가 주어졌다는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콜로세움의 선수가 죽으면 포인트를 주게 되는데, 그 메시지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규칙이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게 죽은 몬스터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그 사이에도 몬스터들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미친 듯이 철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놈들이 선수가 아니라면 수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내겐 큰 문제가 안 된다.
난 즉시 몬스터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내공을 가득 실어 소리질렀다.
“모두 멈춰라!!”
내공을 실은 내 목소리는 콜로세움을 가득 채웠고 그 안에 있던 모든 몬스터들이 귀를 막고 괴로워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로 그때 누군가 내 앞으로 떨어져내렸다.
쿵.
“크핫핫핫핫. 이거 나오자마자 반가운 얼굴을 보는군!”
“넌 오로치……!”
“크핫핫핫.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니 기특한걸.”
나타난 이는 근육왕자 오로치였다.
그는 여전히 울끈불끈한 근육을 자랑하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자 붉은 머리칼의 카르멘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카르멘…….”
“드디어 니놈을 만나는구나! 오늘은 반드시 니놈 사지를 찢어버리겠다!”
무서운 말을 쏟아내며 그녀는 내게 달려들려 했다.
그때 누군가 그녀를 제지했다.
“그만!”
그 소리에 달려들려던 카르멘이 급히 움직임을 멈추고는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은 왜 그러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
나도 역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카르멘을 멈춘 이가 누군지 쳐다봤다.
“어? 드락?”
카르멘을 제지한 이는 갑옷을 입은 드라고니아였다.
손에 잿빛의 거대한 창을 들고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하는 몬스터들 사이로 걸어오는 그의 전신에선 위엄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왜 절 멈추신 거죠?”
카르멘은 약간 화가 난 건지 톡 쏘아붙이듯 드락에게 말했다.
하지만 드락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멍청하긴. 흥분하지 말고 자세히 봐라. 저자는 이미 예전에 니가 알고 있던 자가 아니다.”
드락의 말에 카르멘이 고개를 홱 돌려 날 바라봤다.
그리곤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니…… 니가 어떻게 그런 힘을……?”
난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고 드락은 놀란 카르멘에게 말했다.
“저자는 지금의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다른 쪽 철문이 소란스러운 것 같으니 너흰 거길 지원하도록 해라. 여긴 나와 고토님이 맡을 것이다.”
그 말에 다른 이들은 가볍게 목례를 한 후 군소리 없이 다른 철문을 향해 달려갔다.
난 그걸 보곤 의외라는 얼굴로 드락을 보며 말했다.
“원래 이렇게 위계질서가 잡혀 있지는 않은 걸로 아는데. 무슨 일이지?”
그는 역시나 무표정한 얼굴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은 전시 상황. 플뤼톤님께서 전시 상황에 한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랭킹이 높은 이의 말을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무조건적으로 높은 랭킹에 있는 이의 말을 따르라고?”
“아아. 오해할 수도 있겠군. 여기서 적용되는 랭킹은 10위 안에 있는 랭커들에게만 해당이 된다. 그리고 3위인 나부터는 좀 더 특별한 지위가 부여되지.”
“좀 더 특별한 지위라면 어떤 거?”
“바로 절대명령이다.”
“절대명령?”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