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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69화 (169/196)

169화

내 말에 회의장에 있던 길드장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죠. 그것 때문에 여러분들을 모은 거니까요.”

사실 이런 방법을 미리 생각하고 소집한 건 아니지만 아무렴 어떠랴.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한 길드를 이끄는 길드장들이야. 그런 우리가 한 사람 밑에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해?!”

그 말에 난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굳이 한 사람 밑에 모일 필요가 있나요?”

“뭐?! 좀 전에 길드를 하나로 합친다고 했잖아!”

“맞아요. 하나로 합친다고 했죠.”

“근데 한 사람 밑에 모일 필요가 없다고? 그건 또 뭔 개소리야!”

“하하하. 뭔가 오해를 하신 거 같은데요. 길드를 하나로 합친다는 건 연합을 하자는 의미지, 완전히 하나의 길드가 되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는 내 말을 듣고는 더욱 흥분해서 소리쳤다.

“지금 모인 우리가 이미 연합인데 무슨 연합을 또 하자는 거야?! 다들 이딴 정신나간 소릴 듣고 있을 거야?!”

저 새끼 이상한데?

지금 말하는 길드장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다른 길드장들은 가만히 있는데 유독 흥분하는 그가 수상했다.

그래서 그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물론 여러분들은 지금도 연합을 하고 있죠. 하지만 지금 연합은 형식적인 이름만 가지고 있을 뿐 제대로 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죠. 안 그런가요?”

내 말에 몇몇 길드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새로운 연합에선 연합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를 뽑을 생각입니다.”

그 말에 아까부터 계속 불만을 얘기하던 길드장이 한 마디 했다.

“이거보라니까. 내 이럴 줄 알았어. 결국 지가 길드 연합을 먹으려고 저 지랄 떠는 거라니까! 보아하니 아까 보여준 증거들도 다 가짜가 분명해!”

키라는 이미 돌아가고 없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 몇몇도 그의 말을 듣고는 살짝 의심 섞인 눈빛을 내게 보냈다.

“하하하. 길드 연합을 먹다니요. 제가 뭐하러 그런 귀찮은 일을 합니까? 이유나 말씀해 주시죠?”

“흥. 당연히 힘과 권력이 필요해서겠지!”

그 말에 난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힘과 권력이라면 이미 넘치도록 가지고 있는데 뭐가 또 필요하단 거죠? 돈이야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있는데다 요즘 세상엔 힘이 곧 권력인 거 아시죠? 그런 면에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덤벼도 절 이길 수 없는데 제가 굳이 이런 귀찮은 일까지 벌여가며 길드 연합을 접수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내가 조목조목 반박하자 그가 살짝 당황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지지 않고 다시 말했다.

“그거야 모르는 거지. 그리고 뭐? 너 혼자 우리 모두를 상대하는 게 가능하다고? 실력 좀 있다고 오냐오냐해줬더니 감히 우리 모두를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다들 저 말 듣고 가만히 있을 거야?!”

확실하네. 저 새끼 일부러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어!

회의를 하며 그를 계속 유심히 살펴보고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선동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몇몇 사람들이 그의 말에 동조하며 주변 길드장들을 선동하는 게 보였다.

흠…… 모두 네 명인가? 일단 저놈들부터 치우고 회의를 진행해야겠어.

“가만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난 말투와 분위기까지 모두 바꾼 다음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또다시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내 저럴 줄 알았어!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만! 다들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건 아니지?”

그의 말에 내가 예상했던 대로 다른 세 명도 적극 동조하며 다른 길드장들을 설득했다.

“근데 난 아무리 봐도 이상하단 말이야. 마인 얘기가 나오고 길드들을 연합하자는 말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 물어 뜯는 게 너무 수상하단 말이야!”

그 말에 그의 몸이 찰나지만 움찔하는 게 보였다.

곧바로 그가 반박을 했지만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뭐가 수상하단 거야?! 괜히 수세에 몰리니까 그딴 식으로 사람들 혼동시키지 말고 니 의도나 밝혀!”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내가 마인 세력에 대한 얘길 꺼내자마자 날 물고 뜯는 게! 거기다 제가 절대자 키라라는 확실한 증인까지 데려왔는데 그걸 또 거짓으로 몰고 가는 게 제 눈엔 너무 수상해 보이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다른 길드장들은 이 상황이 매우 흥미롭고 재밌는지 아무도 나서지 않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난 오히려 길드장들이 나서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참여하는 것보다 오히려 약간 떨어져서 상황을 주시하는 게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그냥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 같은데 그만 니 정체를 밝히는 게 어때?”

“저, 정체는 무슨 정체. 너나 우릴 소집한 진짜 의도나 말해. 괜히 이상한 소문 퍼트리지 말고.”

“아직도 발뺌을 하시겠다 이거지? 뭐 아무튼 좋아. 그렇게 듣기 싫으면 그냥 이 자리에서 나가면 되겠네. 너 같은 건 없어도 되니까 조용히 꺼져.”

“흥! 내가 가라면 못 갈 줄 알아?”

그리곤 다른 길드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보셨죠? 자기 의견이랑 다르니까 바로 쫓아내는 거! 전 더러워서 나갑니다. 다들 가만히 계실 거에요?”

하지만 다들 아무 말 없이 돌아가는 상황만 지켜보고 있었다.

“좋습니다. 근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시간 낭비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그리곤 미련 없이 부서진 문을 향해 걸어갔다.

같은 편인 다른 사람들이 남아있으니까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그렇담 그놈들도 내보내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한 번 볼까!

“잠깐만!”

내가 급히 그를 불러 세우자 그는 자리에 멈춰선 다음 날 힐끔 돌아봤다.

날 쳐다보는 그의 얼굴엔 득의양양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왜? 이제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됐어?”

“네 친구들은 데리고 가야지!”

“뭐?”

그리곤 손가락으로 자리에 앉아 길드장들을 선동하던 이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저기 저 친구들 말이야.”

내가 가리키는 사람들을 본 그의 얼굴이 순간 급격히 굳어졌다.

하지만 곧 얼굴을 피고는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그의 발뺌에 난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그럼 저 사람들 네 친구 아니야?”

“길드 연합 회의때 안면이 있긴 하지만 그건 여기 있는 다른 길드장들 역시 마찬가지지. 굳이 왜 저들을 내 친구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어이! 니들도 이리 나와봐!”

하지만 그들은 자리에 앉아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아무리 힘이 있다지만 우릴 이렇게 막대해도 되는 거야?”

“저 새끼. 결국 지 맘대로 안 되면 다 힘으로 찍어 누를 계획이었던 거야!”

나오지는 않고 소리만 치는 그들을 보며 난 얼굴을 찌푸렸다.

“뭔 말들이 이리 많아! 빨랑 안 튀어나와!”

순간 내 몸 전체에서 아까 키라가 보여줬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살기가 뿜어져 나오며 좌중을 덮쳤다.

하지만 아직 키라처럼 살기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준은 안됐기 때문에, 내 살기는 회의실 전체를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대부분의 길드장들은 순간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몇몇 길드장만이 의연하게 내 살기를 버티고 있었다.

사실 내가 이 정도로 강한 살기를 내뿜은 건 스파이로 보이는 이들을 색출하기 위함도 있지만 여기 있는 길드장들의 힘을 가늠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흠. 저 길드장들은 쓸만하겠어. 음?

그때 내 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는 길드장이 한 명 눈에 띄었다.

그는 처음 보는 길드장이었는데 나보다 너댓살 정도 많아 보이는 외모에 안경을 쓰고 깔끔한 수트 차림이어서 상당히 지적으로 보였다.

호오. 내 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견딘다고?

좀 더 힘을 키워 그의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었지만 아직 미세하게 기운을 조정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랬다간 여기 있는 길드장들 몇몇은 진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기운을 거뒀다.

저 길드장에 대해선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힘 조절이 서툴러서 다른 분들께도 피해를 드렸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난 사죄의 의미로 깊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아직도 자리에 앉아있는 선동하던 세 사람을 노려봤다.

“아직도 안 나오고 뭐하는 거지? 귀찮게 내가 꼭 움직여야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 내가 내뿜은 살기가 너무 강렬해서 그들은 그 순간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아까처럼 함부로 반항을 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네. 귀찮긴 하지만 움직이는 수밖에. 대신 내가 움직이면 팔다리 하나 정도는 없어질 각오를 해야 될 거야!”

그러면서 슬쩍 살기를 더 흘리자 그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저마다 변명을 해대기 시작했다.

“왜 날 지목했는지 모르지만 난 정말 저 사람과는 아무 관계도 없네.”

“그건 나도 마찬가질세.”

난 그들을 보며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차차 밝히면 될 일이고. 일단 니들도 같이 여기서 나가줬으면 하는데!”

“우린 자네랑 함께 하고 싶은데, 남아있으면 안 되겠나?”

그들 중 나이가 지긋한 길드장이 남아있게 해달라고 내게 애원했다.

하지만 난 냉정하게 단칼에 그의 애원을 끊어버렸다.

“그만 나가지. 여러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수차례 이 방법 저 방법으로 그들은 나를 회유하려 했지만 내가 너무 단호하자 결국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부서진 회의실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다음에야 난 다시 미소를 지으며 남은 길드장들을 바라봤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들이 하는 꼴을 보니 마인 세력에서 심어놓은 스파이 같아서 그랬던 거니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내 의도를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난 아까 내 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낸 길드장을 슬쩍 바라봤다.

그는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날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뭔가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회의를 끝내는 게 우선이다.

난 일단 내가 생각하는 바를 먼저 얘기했다.

내 생각은 모든 길드들을 연합하고 그들을 전체를 컨트롤하는 강력한 인물을 세워두는 거였다.

그렇게 하면 마인 세력이 각 길드를 이간질해서 분열시키더라도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의 체제는 말 그대로의 연합이라 하나의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다 맘에 안 들면 탈퇴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들려고 하는 연합은 리더가 충분한 강제성을 가지게 되며 들어오기도 어렵지만 쉽사리 탈퇴도 어렵게 만들 생각이다.

내가 자세히 의견을 피력하자 그제야 다른 길드장들도 여러 가지 의견을 쏟아냈다.

그렇게 열띤 토론을 하던 중 갑자기 직원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며 소리쳤다.

“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본사 1층에 게…… 게이트가 생겼습니다.”

“뭐?! 게이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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