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피앤씨컴퍼니 본사로 간 나는 즉시 조한희를 만났다.
“태준 씨 왔어? 얘기해 놓은 건 준비해 놨어.”
난 미리 올라오는 중 조한희에게 연락을 해 몇가지를 부탁했다.
“그럼 미팅 날짜는 언제야?”
“급하다고 해서 1시간 후로 잡아놨어. 근데 정확히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히 사람들을 소집하는 거야?”
내가 조한희에게 부탁한 건 길드연합의 길드장들을 소집하는 거였다.
사실 절대자들의 모임이 있고 나서 바로 길드연합을 소집하고 싶었지만, 키라와 호루스가 같이 있다 보니 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제우스로부터 던전을 창조하는 존재에 대해 들은 후론 그것에 대해 알아본다고 정신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인 세력에 대한 대비를 해야 될 때다.
마인은 사라졌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면 결국 마인은 들러리일 뿐.
진정한 힘은 군사라는 자가 모두 가지고 휘두르고 있기 때문에 마인이 사라진 건 그들의 전력에 큰 손실은 아닐 것이다.
아마 군사라는 자가 마인이 말한 정도로 치밀한 자라면 언젠가 마인이 떠날 것까지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일단 길드 연합을 통해 전 세계에 마인 세력에 대해 알리는 게 먼저야. 물론 그들 안에 스파이도 있겠지만 다 까발려 버리면 지들도 어쩔 수 없겠지.
난 조한희에게 절대자 모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신화급 던전을 돌면서 제우스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선녀궁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해줬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한껏 심각해진 얼굴로 날 보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인 걸. 마인 말대로라면 그들 세력이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거잖아. 우리 회사에도 그들 스파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겠어.”
“흠…… 니가 만약 군사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 어떻게 공격할 것 같아?”
내 질문에 조한희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나라면 처음부터 직접적인 공격은 안할 거 같아. 곳곳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있는데 굳이 처음부터 전면전을 할 필요는 없지.”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아마 스파이들을 이용해서 적들 내부부터 망가트리겠지. 그런 다음 혼란에 빠져 있는 적들을 공격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 같은데…… 태준 씨 생각은 어때?”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오늘 회의가 중요한 거야. 그에 대한 주의도 줘야 하니까 말이야.”
내 말을 들은 조한희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근데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면 마인 세력이 경계하고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당연히 경계하겠지. 난 그걸 노리는 거야. 일단 그들이 경계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 때까지 시간은 더 벌 수 있을 테니깐 말이야.”
“시간을 번 다음엔 어떻게 할 생각인데?”
“그건 이제부터 생각해봐야지. 그럼 회의 장소로 가볼까!”
난 조한희와 함께 회의 장소로 이동했다.
회사 10층에 위치한 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이미 몇몇 길드장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과는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오길 기다렸다.
조금 더 기다리자 다른 길드장들도 속속 회의실에 도착했다.
“이제 대충 다 오신 건가요?”
내 질문에 길드장 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
“아직 한 명이 안 왔는데.”
“아직 안 오신 분은 누구죠?”
그때 회의실 문이 쾅하고 열리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빠르기로 내게 달려들며 공격을 퍼부었다.
공격에 살기가 어려있었지만 난 당황하지 않고 날아오는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는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 쉽게 막히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다고 공격을 멈추거나 하진 않았다.
그는 손이 잡히자 이번엔 두 발을 사용해 공격을 퍼부었다.
난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놓고 가볍게 날아오는 발차기를 막았다.
오호. 이거 봐라. 무공 실력이 제법인데!
생각보다 강력한 내력이 실린 공격이 내게 퍼부어졌다.
거기다 공격 하나하나가 상당한 변화를 담고 있어서 웬만한 실력자라도 막기 어려워보였다.
물론 그건 웬만한 실력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절대자들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내게 저 정도 공격은 우스울 뿐이다.
흠. 회의하는 자리고 하니 이쯤에서 정리해 볼까.
그때 상대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이제까지완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내력이 그의 주먹에 모이는 게 느껴졌다.
마치 공간이 압축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이 그의 주먹 주위로 모이더니 날 향해 강하게 찔러왔다.
그걸 본 난 당황하기는커녕 더욱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구나! 내 일권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어!”
그리곤 마주 주먹을 내뻗으며 일권을 사용했다.
어마어마한 힘이 내 주먹을 통해 뻗어나갔다.
그 힘은 상대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삼키듯 흡수해버리고는 그대로 상대에게 쏘아져 들어갔다.
쿠콰콰콰.
그는 당황하며 양팔을 교차해 급히 내 공격을 막았다.
콰콰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의 몸은 회의실 문을 부수고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벌떡 일어나서는 씩씩 거리며 날 노려봤다.
그러나 일권으로 인한 충격이 상당했는지 옷 곳곳에 피가 얼룩져 있었다.
흠. 대단한 걸. 내가 비록 힘을 줄였다고 하지만 그걸 맞고 버텨내다니.
그때 상대 몸 전체에서 이상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말로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죽음의 기운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기운은 상대뿐 아니라 자신까지 죽이는 그런 기운이었다.
설마…… 생명을 담보로 힘을 끌어내는 건가?
그에 생각이 미치자마자 난 곧바로 내가 가진 모든 힘을 폭발시키고는 어마어마한 기운으로 그를 압박했다.
“지금 뭐하는 거지? 설마 죽을 셈인가?”
내가 물었지만 그는 내 기운에 압도당해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그는 몇 마디 말을 내뱉었다.
“……내……아……들 ……어딨……어?!…….”
응? 아들이라고?
그때 머릿속에 스치는 이가 있었다.
난 즉시 힘을 거두고는 물었다.
“당신 설마…… 천마 길드 길드장이야?”
그는 내가 힘을 거두자 그제야 크게 숨을 내쉬고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날 노려보며 말했다.
“내 아들 어딨지?”
“그런 거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요. 다짜고짜 공격을 하니 나도 공격할 수밖에 없잖아요!”
난 상대를 알고 나자 곧바로 말투를 바꿨다.
“닥치고 내 아들이나 어딨는지 말해!”
“당신 아들이라면 지금 열심히 던전을 돌고 있을 거에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회의부터 하시죠.”
하지만 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회의 같은 소리 하지마라.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만한 힘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지만 난 결코 힘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서 내 아들이 어딨는지 말해라!”
난 그의 그런 반응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겠어요. 일단 따로 얘기 좀 하시죠.”
그리곤 다른 길드장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잠깐 천마 길드 길드장님과 얘기 좀 나누고 올게요. 오래 안 걸릴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내 말에 다들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들 중에도 내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을 텐데, 조금 전 대결을 통해 내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이라는 걸 그들 모두 느낀 모양이다.
난 천마 길드 길드장을 데리고 옆에 빈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던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해줬다.
“내가 그런 일을 겪었는데 참으라는건 아니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 말을 모두 들은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이 모든 게 다 내가 잘 못 키워서 그런 거네. 다 내 잘못이야! 정말 미안하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제발 아들이 어디있는지만 알려주게나!”
난 오히려 그의 이런 반응에 당황해서 그를 급히 일으켜세웠다.
“진짜로 아들한테는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걱정마세요. 오히려 이 기회에 아들의 못된 버릇도 고칠 수 있을테니 걱정 말고 기다려보세요.”
그는 내 말에도 망설이는 듯 했다.
“진짜 저 한 번만 믿어 보세요. 잘 아시겠지만 천마 길드 전체가 덤벼도 전 못 이겨요. 그런 제가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제야 그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우리 아들 잘 부탁하네. 한 번도 내 품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아이라 불안해서 그랬던 거니 이해부탁하네.”
“걱정 말고 저만 믿으세요.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 나타날 테니까요.”
사실은 나도 키라가 배찬우를 어떻게 길들일지 궁금했다.
키라가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잘 처리하겠지.
“그럼 들어가실까요?”
난 그를 데리고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며 물었다.
“근데 길드장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내 질문에 그는 멋쩍게 웃었다.
“내가 워낙 다혈질이라 아직 이름도 말을 안했군. 난 배성호라네.”
“아.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네가 부탁할게 뭐있나! 부탁은 내가 해야지.”
그렇게 우린 짧은 대화를 나누며 회의실로 돌아왔다.
“자! 그럼 이제 진짜로 회의를 시작해 볼까요. 오늘 제가 여러분을 모신 이유는 바로 마인 세력의 침공에 대해서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나는 절대자 모임에서 마인을 만난 일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다 듣고도 그걸 그대로 믿는 이는 얼마 없었다.
“그걸 어떻게 믿으란 거지? 믿을 만한 증거가 있나?”
누군가 내게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봐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여럿인 것 같았다.
“증거라…… 그럴 줄 알고 당시 제가 마인과 대화 나눈 영상을 녹화해뒀습니다. 지금 바로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난 즉시 내가 가진 영상을 다른 이들과 공유했다.
그럼에도 아직 의심을 거두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도 조작이라면? 그리고 우리 중 누구도 마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는데 이 사람이 마인이란 걸 어떻게 믿으란 거지?”
그쯤 되자 나도 슬슬 열이 받았다.
하지만 화를 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고 확실한 증인을 데려왔습니다.”
“증인?”
다들 의아해할 때 회의실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자. 다들 인사하세요. 절대자 키라라고 다들 아실 거에요.”
내 말에 모두의 입에서 경악에 찬 외침이 터져나왔다.
“키…… 키라라고?!”
“진짜 키라잖아!”
그걸 본 키라는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다들 날 알고 있나봐! 재밌는 걸!”
하지만 그녀를 보고도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저게 키라라는 걸 어떻게 믿지? 비슷한 대역을 세운 걸 수도 있잖아!”
그 말에 키라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은 웃고 있어서 모습이 상당히 기괴했다.
“호호호. 대역?”
그녀의 말과 함께 어마어마한 살기가 그녀에게서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그 살기는 방금 말을 한 사람에게만 향했는데 키라의 살기를 그대로 받은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그걸 본 난 급히 그녀를 제지했다.
“그만. 거기까지!”
내 말에 키라가 내뿜고 있던 살기를 거두고 다시 쾌활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이래도 대역이라고 할 거야?”
그녀의 말에 감히 대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방금 그녀가 보여준 살기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사실 난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 해진우에게 연락을 취해 키라에게 여기로 잠깐 오라고 해뒀었다.
길드장들이 쉽게 믿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다들 제 말에 이의 없으신 걸로 알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상의해 볼까요?”
“이렇게 회의를 소집했을 땐 뭔가 생각해 둔 게 있는 거 아닌가? 일단 그것부터 말해보게나.”
배성호가 눈치 빠르게 질문했다.
난 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제 생각은 한국에 있는 모든 길드를 하나로 합치는 겁니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